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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주: 철학대사전
과학의 가장 일반적이고 근본적인 개념. ‘철학적 범주들’은 물질과 그 발전의 가장 본질적인 규정들을 반영하는 가장 일반적인 범주들이다. 철학^적 범주는 인식의 마디점으로 모든 과학에 대해 근본적인 의미를 갖는다.(대사전489-490)
플라톤이 처음으로 모든 개념들을 범주로 환원하여, 이 범주가 인식에 대해 갖는 의미를 해명하려 했다([테아이에토스]). 그는 범주를 존재, 동일성, 상이성, 변화, 지속의 다섯 개로 나누고 이것들을 자신의 관념론적 세계관에 따라 영혼의 산물로 간주했다([소피스테스]). 아리스토텔레스는 범주를 체계적으로 탐구함으로써 철학적 범조론의 본격적인 기초를 마련했다. 또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과 달리 범주를 존재의 종류를 표현하는 진술 형식 또는 최상위의 유개념으라고 보았다. 그는 범주를 이렇게 객관적 실재의 반영으로 파악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열 가지 범주를 구별했는데, 이러한 범주는 실체(본질), 양, 질, 관계, 장소, 시간, 상태, 위치, 능동, 수동이다. 그러나 분석론에서는 여덟 개만을 들고 있으며, [형이상학]에서는 이를 본질(실체), 상태, 관계의 세 개로 환원했다. 열 가지 범주들 중 실체가 기본적인 범주인 반면, 다른 범주들은 실체에 부가되는 규정일 뿐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범주론은 과학적 인식의 결과를 철학적으로 일반화하려는 최초의 포괄적인 시도였다. 그의 범주론은 본질적으로 당시의 과학의 발전 상태를 반영하고 있으며, 이로 말미암아 어쩔 수 없이 결함을 드러낸다. 즉 아리스토텔레스는 범주들의 내적 연관을 확정하는 데까지 이르지도 못햇으며, 또 대부분의 범주들도 매우 엄밀치 못하게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범주론은 다른 범주 체계를 고안하려는 후대의 노력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스콜라 철학’을 거쳐 칸트에 이르기까지 지배적인 것이었다.(대사전490)
칸트는 [순수이성 비판]에서 새로운 범주 체계를 세웠다. 칸트는 아리스토텔레스와는 달리 범주를 객관적 세계의 반영으로 보지 않고, 주관적 관념론적으로 보아 ‘순수 오성의 참된 근본 개념’으로 간주했다. 그리하여 그는 범주를 도출할 근거를 물질 세계의 객관적 연관에서가 아니라, 순수한 사유에서 구했다. 칸트에 따르면 순수 사유는 판단 형식들에서 나타나므로, 그는 당시의 논리학에서 통용되던 판단형식(양, 질, 관계, 양상)에서 범주를 도출하였다. 이런 방식으로 그는 다음의 네 가지 묶음의 범주를 얻었다. ‘양’의 범주로 단일성⋅다수성⋅총체성, ‘질’의 범주로 실재성⋅부정성⋅제한성, ‘관계’의 범주로 실체와 우유성⋅원인과 결과⋅상호작용, ‘양상’의 범주로 가능성-불가능성⋅현존재-비존재⋅필연성-우연성.(대사전490)
칸트는 본질적으로 주관적이고 관념론적인 인식론을 전개함으로써 범주의 객관적 원천과 내용을 부정하고, 범주를 주관적인 것으로 설명하기에 이르렀다. 범주를 판단 형식으로부터 도출함으로 말미암아, 결과적으로 칸트의 범주표는 당시의 논리학의 빈약한 발전 상태를 절대화하고 말았다. 칸트의 범주 체계는 인위적으로 구성된, 잘못된 것이었다. 범주론의 영역에서 칸트가 이룩한 공헌은 사유에서 범주가 수행하는 기능을 연구했다는 데 있다. 칸트에 따르면 범주는 ‘경험의 선천적 조건’이다. 왜냐하면 사유는 범주의 매개를 거쳐야만 직관의 다양을 의식 내에서 종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통각의 선험적 통일”에 이르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현상은 결합이라는 면에서 범주하에 들어가며 범주에 의해 규정된다. “범주는 현상들과 또 현상의 총괄인 자연에…선천적 범칙을 부여하는 개념이다”. 범주가 사유에서 수행하는 논리적 기능에 관한 칸트의 이론은 볌증법적 유물론적인 범주론의 보다 포괄적인 완성을 위해 중요한 인식과 단초를 내포하고 있다.(대사전490)
헤겔의 철학에서 범주론의 커다란 진보가 이루어졌다. 헤겔에 의해 전개된 범주 체계는 맑스 이전의 철학에서 나타난 것들 중 가장 완전하고 포괄적인 것이다. 헤겔은 범주들에 내재하는 ‘변증법적 연관’을 밝히고자 했다. 헤겔 철학의 관념론적 성격을 논외로 하면, 범주에 대한 그의 규정들은 많은 경우에 아주 실재적인 내용을 내포하고 있다. 범주를 주관적으로 순수한 오성 개념이라고 본 칸트와는 달리 헤겔은 이를 객관적인 것으로 파악했다. 존재와 사유를 합일시키고, “정신적인 것만이 현실적인 것”이라고 보는 객관적 관념론의 기초 위에서, 그는 세계의 발전을 “개념의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절대이념”의 단계적 전개로 보았다.(대사전490)
그렇지만 헤겔이 범주 체계를 따로 제시했던 것은 아니며, 그의 이론 철학 전체가 하나의 범주 체계이다. 정신의 발전 단계, 하나의 범주에서 그 다음의 범주로의 이행 등의 정신의 규정, 구체화의 단계에이며, 동시에 정신의 자기 인식의 진전 단계이다. 정신의 발전은 ‘존재’에서 시작하며, 순수 존재의 개념은 ‘생성’에서 자신을 규정된 존재로 규정하며, 이 규정된 존재에는 ‘질’과 ‘양’ 그리고 양자의 통일인 ‘한도’가 속한다. 존재는 한도에서 완성되어, ‘본질’로 이행한다. 본질은 다시 세 단계, 즉 ‘단순 본질’, ‘현상’, ‘현실성’을 거친다. 본질은 존재의 첫 번째 부정으로, 존재와 개념 사이에 있고 자신의 운동을 통해 ‘개념’으로 이행한다. 개념은 부정의 부정으로, 전단계인 존재와 본질을 지양하여 자신 안에 포함한다. 정신은 개념의 형태로 역시 주관성 혹은 ‘주관적 개념’, 개관성 혹은 ‘객관적 개념’, 마지막으로 ‘이념’의 세 단계를 거친다. 이념은 명실상부한 개념이고, 참 그 자체이다. 그런데 이념은 이론적 이념, 실천적 이념, 스스로 인식하는 진리인 절^대 이념을 포괄한다. 존재의 범주인 질⋅양⋅한도, 본질의 범주인 단순 본질⋅현상⋅현실성, 개념의 범주인 주관적 개념⋅객관적 개념⋅이념 등은 단지 헤겔의 체계의 큰 마디일 뿐이다. 이밖에도 그의 체계는 개념의 변증법적 발전을 분석함으로써 얻은 범주적인 규정들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다. 동일성, 차이, 모순, 근거와 조건, 법칙과 관계, 필연성과 우연성, 인과성과 상호작용 등의 범주가 이러한 규정에 속한다. 그러나 헤겔에서 이 모든 범주는 객관적 세계의 사상적, 개념적 반영이 아니라, 흡사 독립적인 정신적 본질과 같은 것이다. 철학과 범주에 대한 헤겔의 서술과 분석에 포함되어 있는 “올바르고 독창적인 것”(레닌)의 결실을 맺으려면, 헤겔 철학의 ‘관념론적인 전도’를 제거해야 한다. 맑스와 엥겔스는 헤겔의 관념론을 비판적으로 극복하고, 변증법적 유물론과 역사적 유물론으로 과학적 범주론의 기초를 마련했다.(대사전490-491)
‘변증법과 유물론적 역사적 유물론’은 범주론 역사의 긍정적인 성과와 단초들을 비판적으로 평가함으로써, 범주를 객관적 실재로부터 주관주의적으로 분리하거나(칸트), 범주를 객관적 실재와 범논리주의적으로 동일시하는 것(헤겔) 모두를 거부한다. 변증법적 유물론과 역사적 유물론은 철학적 범주를 물질과 그 발전 그리고 그 본질적인 연관에 대해 역사적으로 이루어진 반영이라고 파악한다.(대사전491)
범주는 객관적인 토대와 객관적으로 규정된 내용을 갖는다. 범주는 선험적으로 주어진 오성 형식이 아니며, 순수 사유로부터 연역될 수도 없다. 범주는 오직 인간의 인식, 그 중에서도 우선 과학의 결과를 체계적으로 일반화함으로써만 얻을 수 있다.(대사전491)
그러나 범주는 결코 소위 영원한 존재가 아니다. 변증법적 유물론에서의 범주는 역사적으로, 즉 그 생성과 발전 속에서 파악된다. 철학적 범주는 인식의 진보를 통해 풍부해지고 정교해진다.(대사전491)
맑스-레닌주의 철학에서는 범주들이 하나의 연관된 체계를 형성하는데, 이때 범주는 전체적인 변증법적 유물론적 세계관을 지탱하는 기둥이다. 이 체계의 주축이 물질의 범주이다. 이 물질 범주와 긴밀히 결합되어 있는 것은 운동의 범주와 시간, 공간의 범주인데, 이들은 물질의 현존 방식과 존재 형식을 표현한다. 물질과 운동의 범주는 연관, 인과성과 상호작용, 필연성과 우연성, 법칙 등의 범주와 분리될 수 없다. 왜냐하면 이들 범주가 모두 물질의 본질적이고 보편적인 규정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변증법적 유물론과 역사적 유물론의 그밖의 다른 범주들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결합되어 있는데, 이들 관계의 종류는 다양하다(종속관계, 동등관계, 상관관계).(대사전491)
철학적 범주는 변증법적 유물론과 역사적 유물론의 원칙, 법칙과 동일하지는 않지만,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법칙은 범주들의 관계를 통해 표현된다. 예를 들면 모순의 통일과 ‘투쟁’의 법칙이 그러하다. 범주는 본질적인 성질과 관계를 반영한다. 그러나 하나의 합법칙성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범주들 내지 하나의 범주와 여러 개의 개념이 필요하다.(대사전491)
변증법적 유물론과 역사적 유물론의 철학적 범주는 이론적, 실천적 의의를 갖는다. 이 범주는 맑스-레닌주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기본적으로 중요하다. 왜냐하면 변증법적 유물론과 역사적 유물론의 대상, 원칙, 법칙 등이 기본적인 범주들 속에서 포괄적으로 표현되기 때문이다.(대사전491)
변증법적 유물론과 역사적 유물론의 범주들은 인식의 요점이다. 이 범주들은 여러 과학의 중요한 성과를 일반화하여, 개별 과학에 방법적인 실마리를 제공한다. 개별 과학의 기본적인 범주는 철학적 범주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즉 철학적 범주를 연구에 올바르게 적용하면 과학의 진보가 용이해지고 촉진된다. 마지막으로 철학적 범주는 인식하는 사유에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철학적 범주는 일단 성립되면, 상대적인 독립성을 가지고, 새로운 경험 내용에 대해 완성된 형식으로 등장하여 이 경험 내용을 사상적으로 소화한다. 이런 의미에서 비록 범주가 전체적으로 객관적이고 경험적인 원천과 내용을 갖기는 하지만, 범주에는 인식 과정에서 사실상 상대적인 기능적 선천성이 귀속된다.(대사전491)
맑스와 엥겔스가 제공한 암시를 기초로 하여 변증법적 유물론적인 범주론을 포괄적으로 완성하는 것은 오늘날 맑스-레닌주의 철학의 기본 과제 중의 하나이다.(대사전4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