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6일> 이미지로 시놉 쓰기 (서은혜)
나서긴 했는데 도착할 곳이 없다는 걸 알았다. 이 동네는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다. 뭘 하겠다고 가방까지 싸서 이 도로 위에 서서 막막하게 강 건너를 바라보게 되었을까.
몇 시간 전만 해도 컴퓨터 모니터 옆으로 서류 더미가 한가득 쌓인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흐리멍텅해진 머리를 쥐어뜯다가 벌떡 일어섰던 기억도 있다. 문득 혀를 깨물고 싶다는 충동이 스쳤지만 눈 앞의 가방을 보자마자 사라지는 방법은 여러 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을 해낸 스스로가 뿌듯했다.
옷가지 몇 개와 세면도구, 그리고 책 두어 권을 집어넣으면서 오랜만에 발끝까지 활력이 돌았다. 내 몸이 이렇게나 힘차게 움직일 수 있다니. 바람을 맞으며 세차게 걸음을 옮길 때만 해도 가방의 무게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이제부터 또 다른 국면이 시작되는 것만 같았다.
얼마쯤 걸었을까. 흐리던 하늘이 어둑해지고 차 하나 다니지 않는 도로에 무겁게 깔린 이 적막이 다리를 붙들기 시작했다. 책상 위에만 쌓여 있는 줄 알았던 막막함이 어느새 도로 끝까지 번져 있었다. 그토록 시원하던 바람이 차가워지고, 탁 트인 하늘마저 당황스럽기만 했다. 가방을 바닥에 놓고 우두커니 서서 강 건너를 바라보았다. 한참을 서 있어도 지나가는 차는 한 대도 없었다. 도저히 어디로 가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두려운 것은 길을 모른다는 사실이 아니었다. 아직 떠나지도 못한 마음이, 이미 돌아갈 곳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