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본래 대중음악과는 거리가 멀게 살았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소향의 노래를 듣고는 푹 빠져들기 시작했다. 성탄절을 얼마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성탄절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하고 있는 줄로 안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지만, 나는 이번 성탄절을 소향의 “오 거룩한 밤(O Holy Night)”과 함께 지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오 거룩한 밤”은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곡으로서 많이 들었지만, 소향이라는 가수를 뒤늦게 발견한 이후로는, 그가 부르는 “오 거룩한 밤”을 능가하는 노래는 전에도 들어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오 거룩한 밤”에 이어서 나는 잘하지도 못하는 유튜브 검색을 통해서 소향의 노래 “You Raise Me Up”, “홀로 아리랑” 등을 들을 수 있었다. 어느 유명한 대중음악 평론가는 소향을 ‘천사의 목소리’라고 표현했고, 어떤 이는 ‘외계인의 목소리’ 같다고 표현했는데, 나는 그 말에 무릎을 탁 쳤다. 정말 인간의 목소리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고음은 물론이고, 영혼의 폐부를 찌르는 듯한 노래에 감동을 받았다. 또 다른 어느 음악평론가는 소향의 노래를 듣고는, 지금까지 교회를 다니지 않았지만 이제부터는 교회에 가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까지 말할 정도다.
소향의 노래를 들으면서 최근 저술한 『영적 휴머니즘』에서 내가 범한 한 결례가 생각났다. 오자와 탈자가 많았기에, 친지의 도움으로 오탈자를 바로잡아 3쇄를 냈고, 이제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 이게 웬일인가! 하필 내가 좋아하는 ‘소향’이 ‘소양’으로 나와 있는 것이 아닌가. 당연히 고유명사 인덱스에서도 빠졌다. 그래서 4쇄에서는 바로잡아 달라고 미리 편집자에게 부탁해 두었다. 사실 내 책이 너무 이론적이어서 딱딱할 것 같은 마음에 여러 음악가의 이름과 이야기를 약간씩 언급했는데, 하필이면 내가 좋아하는 소향의 이름이 틀려 정말 속이 상했다.
『영적 휴머니즘』에서 내가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네 명의 영적 휴머니스트 이야기였다. 나의 새로운 신관과 인간관의 핵심은 데카르트적인 물질과 정신의 이원론을 극복하고 영적 휴머니즘을 주창하는 것인데, 여기서 영(pneuma)은 데카르트적인 마음(mind)이나 영혼(soul)과는 전혀 다른 기독교의 성령에 해당하는 말이다. 나의 영적 휴머니즘은 현대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세속적 휴머니즘을 포함하여 데카르트적 이원론을 극복하자는 것인데, 사실은 영(pneuma)과 육(sarx)의 대립이라는 고전적 종교의 주제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자성하게 되었다. 그래서 예수, 에크하르트, 임제, 해월을 예로 들면서 정말로 영에 따라 사는 자유로운 삶이 가능하다는 논지를 편 것이다.
그런데 소향의 “오 거룩한 밤”과 “You Raise Me Up”을 듣고 교회를 외면했던 사람이 교회를 가고 싶어졌다는 말을 듣고 나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내가 쓴 9백여 페이지에 달하는 책이 소향이 부른 노래 하나보다도 훨씬 못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소향 본인에게는 부담스럽겠지만 나는 그의 목소리는 정녕 “신이 내린 목소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신과 인간과 자연의 거리를 좁히느라 책에서 무진 애를 썼지만, 소향은 노래 하나로 그 거리를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내가 이번 크리스마스는 소향의 “오 거룩한 밤” 하나만 들으면 족하겠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소향, "O Holy Night"
https://youtu.be/rys6BUT2lIc
첫댓글 3대 diva 하면 머라이어 캐리, 셀린디옹, 휘트니 휴스턴을 꼽는데 소향은 이 들 3 diva 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다 가지고 있는 듯 완벽한 노래를 부릅니다. 스무살에 동갑내기와 결혼해 CCM 가수로 활동을 시작했는데 이렇게 대중적으로도 큰 사랑을 받는 경우는 전인미답의 경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