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죽과 뷔페를 먹던 날
2012년 11월 20일 운동을 하고 돌아왔다. 나이가 들고 보니 먹는 것으로만 건강을 돌 볼 수 없어 운동이라도 해야만 한다. 운동이라도 하며 건강을 돌 볼 수 있을 때가 그래도 행복이라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을 가져본다.
운동 후 돌아 오니 이상스럽게도 김치죽이 먹고 싶었다. 그것도 그냥 평범하게가 아닌 강렬하게 먹고 싶었다. 나 스스로도 이상한 일이라 생각하며 “임산부가 무엇을 먹고 싶을 때가 이러한 경우인가?”등등 생각에 생각을 하며 오늘 점심은 김치죽을 먹기로 결심하였다. 실은 오늘 저녁은 지방회에서 목회자 부부 친교의 저녁으로 어느 그럴듯한 뷔페에서 만찬을 하기로 한 날이다. 담당 목사님은 한 달 전부터 광고를 하였다. 250여가지의 음식이 차려진 뷔페라 하면서 기대감을 잔뜩 부풀려 놓은 날이다. 그렇다면 뱃속을 어느 정도는 비워 놓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마음이다. 맛있는 음식들을 먹기 위한 기대감이기도 하리라. 그런데 이러한 상황도 아랑곳 하지 않고 김치죽이 갑자기 먹고 싶은 이 상태를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지를 나 자신도 알 수 없다. 결국 원하는 마음을 따라 김치죽을 먹기로 결심한 마음을 실행에 옮기기로 하였다.
갑자기 결정한 것이라 집사람에게 부탁하기가 뭣하여 내 스스로 김치죽을 끓이기로 하고 냉장고 문을 열고 김치부터 찾았다. 김치죽에는 오래된 시큼한 김치여야 제맛이 난다. 그리고 밥솥을 열어보니 따뜻한 김이 오르는 밥이 충분하였다. 김치죽 끓일 냄비를 열어보니 마침 엊그제가 추수감사 주일이라 먹고 남은 갈비탕 국물이 담겨 있었다. 맹물보다는 갈비탕 국물이 더 맛있을 것 같은 생각에 갈비탕 국물에 끓이기로 하였다.
부산하게 떨거럭거리는 소리에 집사람이 방에서 무슨 소린가 싶었는지 나온다. “뭐하세요”하고 묻는다. 나는 쑥스러운 마음이 들면서 “갑자기 김치죽이 먹고 싶어서”라고 하자 집사람이 “제가 해드릴께요” 한다. 나는 아니라고 하면서 내가 하겠다고 하였다. 이유는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김치죽 정도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실상은 김치죽 끓이는데야 별 기술이 필요치 않다. 적당한 김치에, 적당한 밥과 물을 배합해서 가스렌지에 그냥 끓이면 되는 것이다. 김치맛에 길드려진 입맛은 그것으로 만족하는 내 식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히려 나는 집사람에게 “당신도 좀 먹을꺼냐?”하고 물었다. 집사람은 안먹겠다고 한다.
드디어 김치죽이 완성되었다. 끓을때부터 좋던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안먹겠다는 집사람에게 “조금 많은 것 같은데 당신도 좀 먹지 그래” 인사치레를 하였다. 그런데 집사람이 같이 먹겠다고 빈그릇과 숟가락을 들고 온다. 둘이서 오순도순 이야기 하면서 맛있는 김치죽 점심을 하였다. 다 먹고 난 후 집사람은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왠지 모자라는 듯하였다. 그냥 넘기려 하였지만 자꾸만 생각이 난다. 1인분을 둘이 나누어 먹었으니 그렇 수 밖에 없었다. 다시 끓이기로 하고 남은 김치, 남은 밥, 남은 갈비탕 국물을 함께 모아 끓였다. 역시 맛있다. 혼자 맛있게 먹는 모습을 방에서 나온 집사람은 민망한 듯 바라만 본다. 내가 느끼기에도 그렇게 느껴졌다. 평소에 안하던 짓을 하는 내 모습이 그렇게 느껴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랑곳 하고 싶지 않다. 다만 양이 좀 많다 싶어서 남길까 하다가 입맛이 남기기를 원치 않는다. 배는 부르지만 다 먹어버렸다. 오늘 저녁 뷔페는 이제 다먹었다 생각하면서.
저녁 6섯시 “바다 냄새”라는 뷔페 집에 지방회 목사님, 사모님들이 모였다. 감사 기도를 드리고 주선하시는 목사님께서 뷔페 음식을 요령 있게 먹는 방법을 일러주기 위해 뷔페집의 차장을 소개한다. 차장은 배를 달래기 위하여 먼저 따스한 수프를 먹고 다음에 찬 음식, 따스한 음식 순서로 조금씩 자주 가져다 드시라고 한다. 나는 생각하기를 과연 오늘 뷔페 음식이 점심때 먹은 김치죽만큼 맛이 있을까? 궁금하였다.
250가지의 음식이 차려진 진열대 위에는 땅, 하늘, 바다, 외국에서까지 가져다 놓은 음식들이 화려하고, 어마어마하고, 까마득하게 보인다. 차장이 일러준 대로 모두들 가져다 먹기 시작하였다. 이것 저것 먹어보았다. 음식 나름대로 제각각 맛을 지니고 있었지만 오늘만큼은 김치죽만큼 맛있는 음식이 없다.
뷔페음식 얼마나 할까? 오늘 먹은 뷔페 가격은 모르지만 족히 몇만원을 할 것 같다. 점심때 먹은 김치죽은 가격으로 따지면 얼마나 할까? 김치죽 파는 식당을 보지 못하여 가격을 매길 수 없지만 보잘 것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나는 맛의 가치를 김치죽에서 느껴보았다. 맛있다면 그 음식은 좋은 음식이라 느껴진다. 무엇보다 음식의 고량진미와 고가를 따지지 않고 맛을 느낄 수 있다면 그는 건강한 사람이라 생각된다.
먹고, 마시고, 좋은 물건들 소유하고 소비하며 즐기는 오늘의 물질만능 시대에, 이것을 가지지 못해 박탈감에 시달리고, 이를 향해 야망을 불태우는 우리 시대의 가치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 장래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김치죽 한그릇의 맛을 잊을 수 없어 250가지의 뷔페음식이 맛을 잃어버린 내 입맛에서 나는 오늘의 현실과 장래를 생각하며, 삶의 가치를 생각하는 교훈을 얻는다.
사람의 삶의 행복과 불행은 결코 소유의 향락에 있지않다. 삶의 맛을 느끼는 가치의 중요성에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은 이런 가치의 중요성을 깨닫고 믿음의 가치를 가지고 사는 것인줄 안다. 예수님 한 분만으로 충분한 우리의 믿음의 삶을 이룰 수 있음을 우리들은 알아야 한다. 과연 나는 이렇게 거듭난 사람인지 스스로를 돌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를 찾기위해 주님 앞에 나아가야 한다.
김치죽 한 그릇이 250가지 뷔페 음식보다 맛있는 오늘 하루의 삶에 대하여 하나님께 감사가 넘치는 하루였다.
첫댓글 이때만해도 제가 날신 했군요
이재옥 목사님께서 찍으신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