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1일자. 중앙일보 이 아침난에 발표된 글
7월이다. 김 영중
7월이다. 해바라기 같은 뜨거운 사랑을 안고 7월이 왔다. 이것은 어느 시인의 7월이라는 시의 일절이다. 젊음과 열정을 상징 하는 7월, 이맘때가 되면 떠오르는 시구이다.
어느새 한 해의 반 토막이 잘려나간 길목에 서서 이글거리는 태양을 앞세우고 다가 온 7월을 맞는다. 햇살은 삼라만상을 생성케 하는 생존의 에너지임에 틀림없다. 뜨겁기 때문에 곡식도 무르익고 과일도 성숙케 하니 풍요의 절정이다. 작열하는 태양의 계절임을 실감하게 된다.
세계 문학에서 여름과 가장 친교 했던 사람은 아무래도 미국작가 테네시 윌리암즈 일 것이다. 그는 일 년 내내 작열하는 여름뿐인 눈부신 원시의 땅 칼라파고스(거북이) 라는 섬에 매료되어 원고지와 펜을 챙겨들고 그 섬으로 달려가 작품을 썼다고 한다. 테니스 윌리암즈는 작열하는 여름에는 영혼이 뜨거워져 시와 생명을 낳는 창조의 시간이 된다고 표현했다.
여름이 되면 각 문학단체들이 마련하는 문학행사로 문인들의 여름 역시 뜨겁고 기개와 자부심이 넘치며 뜨거운 마음으로 문학을 한다. 국제 펜 서부 지역위위원회가 주최하던 해변 문학제가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바닷가에서 7월이면 열리곤 했다 아득한 수평선, 백사장으로 몰려와 부서지는 파도, 갈매기가 춤추는 푸른 바다, 가슴을 적셔주는 시원한 바람, 그 바닷가에 가면 누구나 시인이 되고 예술가가 되고 철학자가 된다. 바다는 시적대상으로 이루어지는 하나의 풍경이다. 그래서 문인들은 바다를 예찬하며 그 바닷가를 찾았다.
문학제의 취지는 고난 한 이민의 생활 속에 문학을 통해서 감동과 즐거움을 창출해 나갈 수 있도록 정신을 풍요롭게 하는 윤활유 역할로 교민들 가슴에 문학의 향기가 번져 문학을 사랑하게 해주는 축제이다. 이 축제에 피서로 오는 사람은 없다. 여름에 시를 읽고 문학 강의를 들으며 시를 감상한다. 뜨거운 강의에 감동하며 도전을 받았고. 영혼의 울림으로 얻어진 감동은 정신적 내면세계에 깊숙이 각인되어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문학을 가까이 하는 생활은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즐겁게 사는 방법이 되기에 우리 생애에 큰 빛을 더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지금, 이 순간 뜨겁게 사는 열정 없이는 미래라는 시간 또한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문학인의 사명은 사람들 마음에 예술의 꽃을 피워주고 마음을 열어 작은 일에도 감동하는 순수한 가슴을 갖게 하는데 있다. 그런 의미에서 문학인들은 문학의 위대함 속에서 심신의 정화, 새 힘과 위안을 드리는 뜨거운 문학 행사를 멈추지 않고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도 여름에 마음을 싣고 문학축제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성시를 이룰 것이다. 세월과 함께 더 빛나는 이름의 문우들을 만나는 기쁨도 가슴을 설레이게 할 것이다.
외로운 작가가 여름을 택해 존재를 다한 한 편의 작품을 쓴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여름을 속절없이 탕진해 버릴 수는 없지 않겠는가,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계절 7월이다. 안에 지닌 것을 밖으로 드러내는 행위가 문학이다. 이 여름 뜨거운 영혼, 뜨거운 열망으로 문학으로 가슴을 채워보고 싶은 열정은 사라지지 않았으나 노년이 된 지금 몸이 따라주지 않은 것이 슬픈 현실이다. 가치 있는 것을 창출하는 일 만큼 벅찬 행복도 드물다. 태양의 계절이 열리는 7월의 문턱에서 마음속에 품고 있는 그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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