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문학 2023년 5월 3주 금주의 시 선정
박하경
시인, 소설가
국제설봉예술협회 회원
설봉문인협회 회원 (소속: 서울본회)
< 작품감상 >
고구마순과 호랑나비 그리고 담배
박하경
그해에서 그해까지 겨울이면 고구마를 먹었다. 5월쯤엔 텃밭에서 고구마 순이 무럭무럭 뻗었다, 할머니는 잘 뻗어난 줄기를 마디마디 잘라 짚으로 묶었다.
유독 가랑비가 후줄근히 내리는 날이면 학교가 끝난 오후 할머니랑 짚으로 묶은 고구마순 다발을 머리에 이고, 새벽별을 보고 길 나선 엄마가 새벽별을 보면서 장사로 장만한 길고 너른 옆 동네 끝 께 있는 밭으로 갔다. 이랑을 내고 만든 두둑에 고구마 순을 꽂던 날 호랑나비 애벌레들이 엿보고 있었다.
크닥신한 밭을 뚝 잘라 몇 두둑 메주콩을 심고 서리태를 심고 팥을 심고 녹두를 심고 깨를 심고... 4월에 심은 담뱃잎이 너울대며 넘겨다 보았다. 낮이면 조용하던 밭은 밤새 수런댔다. 고구마도 콩도 팥도 깨도 4월에 심은 담뱃잎을 말아 입맛을 다셨다.
밭 주인이 뿜어낸 뽀얀 안개가 얼마나 매혹적인지 알기 때문이었다.
아직도 그 밭에선 담배를 피우는 호랑나비 애벌레 이야기가 꼬리 달린 별처럼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