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마음 제10차 백일릴레이명상 제 71일 (1230 금)
맞닿은 끝과 시작을 생각하며
오늘은 새해를 이틀 남겨둔 날의 늦은 오후입니다. 2022년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오늘 하루도 저물어 가는 시간입니다.
하루 안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 기승전결의 흐름이 들어 있다고 하지요. 아침에 분연히 일어나 낮에 부지런히 활동하고 난 후, 활기찬 리듬을 한 풀 꺾고 저녁이 되면 에너지를 전환하고 밤이면 쉼으로 물러나는 순환 말입니다. 늦은 오후라 해가 뉘엿뉘엿 산 밑으로 떨어져 어둑해집니다. 오늘이 스러져가듯 2022년도 거의 끝에 다다랐습니다. 시작했던 것이 끝을 맺고, 끝을 통해 다시 시작되는 순환의 지점에 도착하고 있습니다.
어제 만난 친구들은 올해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출판 편집자인 한 친구는 유방암 치료를 받는 와중에서도 책 한권을 출간했습니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는 자유분방한 기질을 가진 연년생 남매를 조바심 섞인 걱정 대신 ‘너희만 좋다면 괜찮다’는 태도로 너그러이 바라봐 주고 있었지요. 매일 거르지 않고 남산을 걷는 습관과 걷기 좋은 도시라는 통영에 한달 살기 프로젝트를 두 번 다녀왔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그의 인생을 관통했던 질병은 그의 일상을 단단하고도 부드럽게 단련시켜 준 것 같았습니다.
또 한 친구는 스스로 일인 출판사를 등록하고 두 사람의 저자를 발굴해 두 권의 책을 동시에 기획하는 프로젝트를 한창 진행 중에 있다는 깜짝 소식을 들려주었습니다. 주변에 출판일을 하는 친구들이 많았을 뿐 그쪽 일을 전혀 해 본 경험이 없는데도, 이런 일에 덜컥 시동을 걸 수 있다는 사실은 그의 배포와 저력이 남다름을 방증하고 있습니다. 책의 저자가 된다는 것은 자신이 쓴 글과 실제의 삶이 닮아가도록 하나의 이정표를 세운다는 의미라는 것을, 그는 아직 책 한권을 출간하기도 전에 출판 기획자로서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 세상에 들려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야기를 책 한권에 담아내는 일의 소명과 기쁨에 대한 확신도요. 그래서 책을 만드는 경험에 기꺼이 자신의 돈과 시간과 열정을 던질 수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한 해의 끝을 향해 가는 시점에서 두 친구가 들려준 올 해의 이야기는 저에게 영감을 주고 힘이 되는 기운을 전해주었습니다. 우리 각자가 처한 환경과 재능, 상황과 처지는 다르지만, 서로에게 주어진 삶의 무대에서 사브작 사브작 하던 일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움직이고 행동하면서 생명의 에너지를 지켜왔다는 사실을 확인하였고요. 바로 그것이 제가 계속 걸어갈 길 위에서, 사람들 속에서, 평화로운 마음을 지켜가는 가운데, 움직이는 활동가가 되자는 2023년 새해의 키워드를 찾게 합니다. On the move with a peaceful mind.
여러분 마음 속에 품고 싶은 새해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끝에 도달하는 그 순간, 다시 순환하며 시작하는 우리 모두에게 복된 새 출발을 소망하고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