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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부상당한 백의 여승 이 날 세 사람은 남쪽을 향해 나아갔고 길을 가면서 아기의 행방을 수 소문했다. 길을 가는 동안 위소보는 두 사람에게 매우 친절하게 시중을 들어주었다. 마음속으로는 아가가 사랑스러워 죽을 지경이었으나 조금 도 그런 경박하고 오만한 태도를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속으로 만약 백의 여승이 그와 같은 눈치를 채게 된다면 큰 일이 라고 생각했다. 아가는 그에게 한번도 좋은 말로 대한 적이 없었다. 종종 백의 여승이 보지 않는 틈을 타서 주먹으로 그를 때리거나 발길질을 해서 그에게 화 풀이를 했다. 위소보는 그저 그녀와 함께 있는 것이면 만족했고 흐뭇해지는 것을 금 할 수 없었다. 간혹 한두 대 맞기는 했지만 그것도 주먹으로 오면 몸으 로 맞았고 발로 차면 엉덩이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저녁에는 침대 위에 서 그녀가 치고 때리던 정경을 곰곰이 음미해 보면 그야말로 즐거움이 무궁무진했다. 창주(滄洲)에 도착했다. 세 사람은 객점에서 머물게 되 었다. 이튿날 이른 아침, 위소보는 거리에 나가 신선한 소채를 사서 객점의 사환에게 주어 백의 여승의 아침식사를 준비하라고 했다. 그는 흥이 나서 총총히 두 근의 배추와 반 근의 부피(腐皮) 등 반찬거 리를 사들고 왔다. 그리고 보니 아가가 바로 객점 문 앞에서한가하게 이것저것 구경을 하며 웃고 있었다. 그는 즉시 싱글벙글 웃으면서 다가갔다. 그리고 품속에서 한 봉지의 매 괴송자당(梅鬼松子糖)을 꺼내 주면서 말했다. [거리에서 그대를 위해 사탕을 한 봉지 샀어요. 이 조그만 고을에도 이 와 같은 사탕이 있더군요.] 아가는 받지 않고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그대가 산 사탕은 구린내가 나서 싫어요.] 위소보는 말했다. [하나만 먹어 보구려. 맛이 정말 괜찮소이다.] 그는 옆에서 살핀 결과 아가가 군것질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백의 여승은 그녀에게 용돈을 주지 않았다. 간혹 조그만 봉지의 콩엿을 맛있게 먹어대는 그녀를 보았기 때문에 그 는 사탕을 한 봉지 사서 그녀의 환심을 사려고 한 것이다. 아가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그 사탕 봉지를 받더니 말했다. [사부님은 방에서 가부좌를 틀고 내공을 연마하고 계세요. 나는 너무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군요. 어디 풍경 좋고 조용한 곳이 없을까요? 그 런 곳이 있으면 나와 함께 같이 놀러 가요.] 위소보는 자기의 귀를 의심할 지경이었다. 대뜸 전신에 뜨거운 피가 끓 어올랐다. 그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말까지 더듬거렸다. [그대는, 그대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오?] 아가는 말했다. [내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요? 그대가 싫다면 나 혼자 가겠어요.] 그녀는 동쪽의 소로를 따라 걸어갔다. 위소보는 황급히 소리쳤다. [갑니다! 갑니다! 어찌 가지 않을 수 있겠소? 소저가 나에게 끓는 물 속이나 타는 불 속에 들어가라고 하더라도 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이외다.] 그는 재빨리 그녀의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은 조그만 고을에서 벗어났다. 아가는 동남쪽 수마장 밖의 한 조그만 산을 가리켰다. [저쪽이 놀기에 괜찮겠군요.] 위소보는 흐뭇해져서는 재빨리 말했다. [예,예.] 두 사람은 산길을 따라서 산 위로 올랐다. 이 조그만 산 위에는 빽빽하게 소나무가 서 있었다. 정말 조용하고 인 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풍경은 별로 대단하지 못했다. 그러나 천하에서 가장 황량한 산천이라 하더라도 지금 위소보의 눈에는 뛰어난 절경으로만 느껴질 지경이었다. 더군다나 경치가 좋고 나쁜 데 대해서 그가 판가름할 능럭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즉시 크게 칭찬의 말을 했다. [이곳의 풍경은 정말 멋지기 이를 데 없군!] 아가는 말했다. [뭐가 아름답다고 그래요? 그저 어지럽게 널린 바위와 나무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을 뿐, 보기 흉해요.] 위소보는 말했다. [예, 예. 풍경이라는 것은 본래 별로 보기에 대단할 것은 없죠.] 아가는 말했다. [그런데 그대는 어째서 이곳의 풍경이 정말 멋지다고 말했죠?] 위소보는 웃었다. [원래 풍경은 별로 아름답지 못하지만 그대의 모습이 어우러지게 되자 멋지기 이를 데 없는 풍경으로 번하게 된 것이조 이 산 속에 꽃은 없으 나 그대의 모습은 그야말로 만 송이의 싱싱한 꽃보다더 아름답소. 산 위엔 새들이 없지만 그대의 음성은 그야말로 천 마리의 꾀꼬리들이 일 제히 노래를 부르는 것보다도 더 아름답소.] 아가는 싸늘히 코웃음치더니 말했다. [흥, 내가 그대에게 이곳까지 오자고 한 것은 그대의 터무니없는 소리 를 듣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대가 빨리 내 곁에서 멀리 사라져 달라는 말을 하려는 거였어요. 이후부터 다시는 내 앞에서 얼씬거리지 말아요. 만약 다시 나에게 발견된다면 반드시 그대의 눈알을 뽑아 버리겠어요.] 위소보는 그만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끼고 울상을 지으며 입을 일었다. [소저, 이후 다시는 그대에게 죄를 짓지 않도록 하겠소. 아무쪼록 나를 용서해 주시오.] 아가는 말했다. [나는 확실히 그대를 용서했어요. 오늘 그대의 목숨을 빼앗지 않은 것 이 바로 용서를 뜻하는 것이에요.] 그러더니 삭, 하고 허리띠에서 유엽도를 뽑아들더니 다시 말했다. [그대가 나를 따르면서 마음속으로 언제나 엉큼한 생각을 품고 있다는 것을 설마하니 내가 모를 줄 알아요? 그대가 그토록 나를 부끄럽게 하 는데 차라리 사부님께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매질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그대를 죽이고 말겠어요.] 위소보는 유엽도에서 싸늘한 광채가 번쩍이고 또한 그녀의 꿋꿋한 성격 을 돌이켜 보자 결코 거짓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말했다. [사태께서는 나에게 함께 아기 소저를 찾자고 했소이다. 그녀를 찾게 된 이후 나는 다시는 그대를 쫓아다니지 않도록 하지요.] 아가는 고개를 냅다 도리질했다. [안 돼요. 그대의 도움 없이도 우리들은 찾을 수 있어요. 설사 찾아내 지 못한다 하더라도 우리 사저는 세 살 먹은 어린애가 아니에요. 설마 자기 혼자 되돌아오지 못하겠어요?] 그녀는 유엽도를 들고서 허공에 대고 몇 번 휘둘렀다. 획획, 하고 바람 소리가 일었다. 위소보는 웃었다. [그대는 본래 나에게는 매정하기 이를 데 없지 않소? 그러니 상관이 없 소.] 아가는 크게 노해 호통쳤다. [지금에 이르러서도 감히 나에게 실없는 소리를 할 거예요?] 그녀는 말하는 것과 동시에 몸을 날려 앞으로 달려오더니 유엽도를 들 고 위소보의 정수리를 내려치려고 했다. 위소보는 깜짝 놀라 급히 몸을 날려 옆으로 피했다. 아가는 호통쳤다. [가겠어요, 못 가겠어요?] 위소보는 말했다. [설사 나를 갈기갈기 찢어 죽인다 하더라도 나는 악귀가 되어서라도 반 드시 그대를 따르겠소.] 아가는 극도로 치미는 노기에 유엽도를 휙휙획, 하니 세 번을 휘둘렀 다. 다행히 그 초식은 소림사 반야당에서 이미 펼친 적이 있었고 징관 화상은 일일이 그 도법을 해소시키는 방법을 생각해 냈던 것이어서 위 소보는 즉시 하나하나 피할 수 있었다. 아가는 그에게 칼질을 했으나 빗나가자 더욱 울화가 치밀어 유엽도를 더욱 급히 휘둘러 댔다. 다시 몇 초가 흐르자 위소보는 피하기 어렵다 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아가는 놀람과 분노에 읽혀 반 토막이 난 칼을 휘두르며 다짜고짜 그를 찔러 들어왔다. 위소보는 부득이 비수를 뽑아 들고 창, 하니 그녀의 칼을 두 동강 내고 말았다. 위소보는 감히 다시 비수로 맞받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자기의 무공이 평범하니만큼 자칫 겨냥이 틀어지게 되어 그토록 예리한 비수가 그녀의 몸에 가볍게 닿기라도 하면 그녀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겠 는가. 그는 몇 번 피하다가 부득이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도망쳐서 산을 내려왔다. 아가는 부러진 칼을 들고 쫓아오며 부르짖었다. [그대가 내 곁에서 멀찌감치 꺼져 준다면 그대를 죽이지는 않겠어요.] 그녀는 위소보가 고을 쪽으로 달려가는 것을 보고 속으로 다급하게 생 각했다. (저 소악인이 사부에게 울면서 하소연하게 된다면 큰일이다.) 그리하여 재빨리 진기를 돋우어 질풍과 같이 뒤쫓아갔다. 그녀는 길을 가로질러 위소보의 앞으로 나가 막으려고 했다. 그러나 백의 여승은 그 녀에게 약간의 무공 초식를 전수했을 뿐 내공심법은 전수하지 않은 상 태였다. 그녀의 내공 수위는 위소보와 그저 막상막하여서 시종 뒤따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그가 객점 안으로 뛰어드는 것을 보고 다 급해서 눈물을 글썽이게 되었다. (만약 사부님께서 꾸지람을 하신다면 나는 그가 옛날 나를 회롱했던 사 실을 모조리 말하고 말 테다.) 그녀는 단도를 거두고 천천히 객점 안으로 들어갔다. 객실 안으로 발을 디밀게 되었을 때였다. 별안간 한 줄기의 엄청난 힘 이 방문 안에서부터 밀려나와 그녀를 밀쳤다. 그녀는 대뜸 제대로 서 있지를 못하고 휘청휘청 하니 뒤로 세 걸음 물 러나 털썩 주저앉았다. 아가는 이 순간 자기 몸 아래가 부드럽다는 것을 느꼈다. 바로 어떤 사 람의 몸 위에 앉게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재빨리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오른손을 뒤로 돌려서는 바닥을 짚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 손이 바로 그 사람의 얼굴을 짚게 되고 말았 다. 낭패한 끝에 미처 자세히 생각할 여가도 없이 벌떡 몸을 일으키고 서는 뒤를 돌아보니 놀랍게도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그 사람은 바로 위 소보가 아닌가? 그녀는 깜짝 놀라 호통을 내질렀다. [그대는 뭐하는 거예요?]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그녀는 두 무릎에 맥이 빠지는 것을 느끼고 서 있을 수가 없어서 털썩 쓰러졌는데 다시 위소보의 위로 쓰러 지고 말았다. [안 돼, 안 돼.....] 그러나 이미 그의 품속에 쓰러지고 말았으며 네 개의 눈동자는 서로 마 주 쳐다보게 되었는데 그 간격이 몇 치밖에 되지 않았다. 아가는 몹시 다급해졌다. 혹시 이 소악인이 이 기회를 빌어 자기에게 입맞춤을 하려고 하지 않을까 두려웠다. 죽어라 하고 빨리 몸을 일으키 고 싶었으나 어떻게 된 노릇인지 전신에 힘이라고는 털끝만치도 없었 다. 부득이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급히 말했다. [빨리 나를 부축해 일으켜요.] 위소보는 말했다. [나 역시 힘이 없소. 이를 어찌 하면 좋소?] 몸 위에 아름답기 이를 데 없는 미녀가 엎드려 있으니 마음속은 그야말 로 너무나 기분이 좋아서 미칠 것 같았다. (내가 기운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설사 천하장사라고 해도 그대를 부 축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대가 내 몸 위로 덮친 것이니 어찌 나를 탓할 수 있겠는가?) 아가는 다급해져서 말했다. [사부님은 바로 적의 포위 공격을 받고 있어요. 빨리 방법을 강구해서 그녀를 도와 주세요.] 사실 그녀는 조금 전 문을 들어서는 순간 백의 여승이 땅바닥에 단정히 앉아서 오른손을 내밀고 왼손의 소맷자락을 휘둘러 적들에게 대항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상대방이 어떤 사람들인지는 똑똑히 보지 못했으나 그저 한 사람이 아 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방안으로 한 걸음 내딛는 순간 즉시 세찬 바람에 부딪히게 되었 고 그 즉시로 땅바닥에 쓰러졌던 것이다. 위소보는 그야말로 엉덩방아를 찧게 되어 엉덩이가 무척 아팠으며 아가 가 허공에서 그의 가슴팍으로 떨어져 다시 한바탕 격렬한 아픔을 느끼 게 되었으나 마음은 즐겁기 이를 데가 없었다. 그저 이 미녀가 영원히 자기의 품속에 엎드려 있었으면 했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으면 하고 바랬다. 백의 여승이 어떤 사람과 싸우고 있는가 하는 것에는 전혀 마 음을 두지 않고 있었다. 그녀의 공력이 신의 경지에 도달했으니 아무리 무서운 적이라 하더라도 그녀를 어떻게 할 수 없으리라 하고 지레짐작을 한 것이다. 아가는 오른손으로 위소보의 가슴팍을 짚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다시 힘을 주어 끝내는 완전히 몸을 일으 킬 수 있었다. 그녀는 화난 음성으로 말했다. [그대는 어쩌자고 쓰러져서 나를 넘어뜨렸죠?] 그녀는 위소보가 자기의 경우와 똑같이 할 수 없이 그렇게 된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조금 전의 정경은 실로 부끄럽기 짝이 없는 노 릇이라 참을 수 없어 화를 낸 것이다. 위소보는 입을 열었다. [예, 그렇구려. 진작 그대가 이곳에 쓰러지리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내 가 마땅히 옆으로 석 자 정도 기어가서 피해야 옳았을 것이외다. 아니 석 자로도 부족하지. 석 자 정도만 피해 쓰러졌다면 그야말로 그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누운 꼴이 되었을 것이니 그것도 결코 좋은 꼴은 아니지 않겠소?] 아가는 혀를 차고는 사부님이 걱정되어 방안을 바라보았다. 백의 여승은 땅바닥에 앉아 장력을 쏟아내고 소맷자락을 휘두르며 적을 맞아 싸우고 있었다. 그녀를 포위 공격하는 적은 다섯 사람이었다. 모두 몸에 홍의를 걸친 라마들이었다. 라마들은 제각기 신속하기 이를 데 없이 손을 휘둘러 공격을 하고 있었 으나 백의 여승의 장력에 밀려 하나같이 등 뒤를 방안의 판자 벽에 붙 이고 서서 좀처럼 백의 여승 옆으로 다가서지 못했다. 아가는 한걸음 나서며 그 다섯 사람들 의에 또 다른 적이 있는지 없는 지를 살펴보려 했다. 그러나 한 걸음을 내딛자마자 세찬 바람이 몸으로 엄습해와 숨도 제대로 쉴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녀는 뒤로 두 걸음을 물러서서 위소보를 한번 걷어차며 말했다. [이봐요. 어째서 일어나지 않아요? 적이 어떤 내력을 지닌 사람들인지 알아보란 말이에요.] 위소보는 손으로 등 뒤의 벽을 붙잡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방안의 광경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여섯 명의 라마들은 모두 나쁜 사람들이군.] 아가는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물론 나쁜 사람이라는 것을 그대가 더 말할 필요가 어 디 있겠어요?] 위소보는 웃었다. [나쁜 사람인지 아닌지는 확실히 말할 수가 없소. 예를 들면 나는 좋은 사람인데 그대는 굳이 나를 나쁜 사람이라고 하지 않소? 그 여섯 명의 라마들이 감히 사태에게 손을 쓰는 것을 보면 그야말로 나보다 훨씬 더 나쁜 자들이겠지.] 아가는 그를 홀겨보고는 말했다. [흥, 내가 보기에는 그대와 한 패거리 같아요. 이 여섯 명의 라마들은 그대가 이끌고 와 사부님을 해치려고 한 것이겠죠?] 위소보는 말했다. [나는 사태를 존경하기를 보살처럼 우러러보고 소저를 우러러 보기를 마치 선녀를 우러러보듯 하는데 어찌 해를 끼칠 리가 있겠소?] 아가는 정신을 가다듬고 방안의 정경을 살폈다. 갑자기 그녀는 나직이 놀란 소리를 내질렀다. 위소보는 안방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보니 여섯 명의 라마들이 하나 같이 손에 계도를 들고 앞으로 나가 계도를 휘두르려고 했다. 그러나 백의 여승의 소매바람과 장풍에 걸려 다가가지를 못했다. 백의 여승의 머리 위에서는 허연 김이 줄기줄기 뻗쳐 나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미 전력이 다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한 팔밖에 없었다. 혼자의 힘으로 손에 무기를 든 여섯 명의 라 마를 상대로 싸운다는 것은 좀더 시간이 흐르면 대적해 내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위소보는 앞으로 나가 도와 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 자신은 무공이 얕 아서 방문 안으로 걸어 들어갈 수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설사 땅바닥으로 기어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백의 여승이 정신만 헷갈 려 그를 돌봐 줘야 할 형편이니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라는 생각이 들 었다. 초조한 생각이 들게 되었을 때 갑자기 담장 모퉁이에 한 자루의 빗자루 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즉시 달려가 그 빗자루를 들었다. 마당을 쓰는 긴 빗자루였는데 그는 문 뒤에 몸을 웅크리고서는 빗자루를 뻗쳐서 문 가까이에 있는 라 마의 얼굴을 마구 때리려 했다. 그렇게 된다면 그 라마의 심신이 헷갈 리게 되고 내력이 순탄하지 못해 백의 여승의 장력에 충격을 받고 죽음 을 당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빗자루를 막 뻗쳐 내게 되었을 때 커다란 호통 소리가 들리면서 갑자기 빗자루가 가벼워지고 말았다. 그리고 보니 빗자루의 끝이어느덧 라마의 칼에 잘려져 있었다. 곧이어 방안에서 소용돌이치던 세찬 기운이 곧장 뻗쳐 나오면서 그의 얼굴 옆을 스치며 몇 가닥의 상처를 내고 지나가는데 얼굴이 여간 아프 지 않았다. 아가는 급히 말했다. [터무니없는 짓을 하는군요. 그래서는 안 돼요.] 위소보는 몸을 방 문의 판자벽에 의지하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판자 벽이 끊임없이 흔들거리고 있었다. 객실의 판자벽이 모두 다 칼 바람과 장력에 충격을 받고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마음속으로 움직이는 바가 있어서 위치를 똑똑히 살펴보았 다. 그리고 그는 빗자루를 자른 라마의 등 뒤로 비수를 뽑아서는 판자 벽을 푹 찔렀다. 비수는 예리하기 이를 데 없었다. 판자벽은 불과 한 치 정도의 두께밖 에 되지 않았다. 비수를 찌르니 두부를 자르듯 들어 갔고 대뜸 그 라마의 등을 찔렀다. 그 라마는 크게 소리를 지르더니 몸을 맥없이 축 늘어뜨리고 판자벽에 기댄 채 천천히 주저앉았다. 위소보는 그 라마가 부르짖는 소리를 듣고는 성공했다는 것을 알고 두 번째 라마의 뒤로 다가가서는 다시 비수를 찔렀다. 순식간에 그는 그와 같은 방법으로 네 사람을 찔렀다. 비수가 짧아서 라마의 등을 비수로 찔렀으나 가슴 앞으로 칼 끝이 삐져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방안의 다른 사람들은 그들이 어떻게 해서 죽음을 당했는지를 몰랐다. 나머지의 라마 두 명이 깜짝 놀라서는 문을 박차고 달아나려고 했다. 백의 여승은 몸을 솟구치며 일장을 들어서는 라마의 등을 후려쳤 다. 대뜸 그에게 큰 충격을 준 듯 그 라마는 피를 왈칵 토하고 죽었다. 동시에 백의 여승은 왼손의 소맷자락을 떨쳐 다른 한 명의 라마의 앞길 을 가로막고 오른손의 손가락을 질풍과 같이 뻗쳐 내어 그의 몸 중에 다섯 군데의 혈도를 짚었다. 그 라마는 맥없이 땅바닥에 주저앉아서 꼼 짝하지 못했다. 백의 여승은 네 명의 라마 시체를 걷어차서는 그 몸을 뒤집었다. 그리고 보니 그들의 등 뒤에 각기 비수에 찔린 상처가 있었고 또 판자 벽에는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보고 겨우 그 상황을 알아차릴 수 있었 다. [너는, 너는 어째서.....] 갑자기 그녀는 몸을 흔들더니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입으로부터 선 혈을 쿨럭쿨럭 쏟아내었다. 여섯 명의 적을 상대했으니 내력이 거의 고갈하다시피 한 것이다. 최후 로 한 번 일장을 후려치고 소맷자락을 떨치자 다시는 더 몸을 지탱할 수가 없었다. 아가와 위소보는 깜짝 놀라 앞으로 달려가서는 그녀를 부축했다. 아가는 연신 부르짖었다. [사부님, 사부님 ! ] 백의 여승의 숨소리는 매우 가늘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아무 말도 하 지 않았다. 위소보와 아가 두 사람은 그녀를 떠메어서 침대로 옮겼다. 그녀는 다시 많은 피를 토했다. 아가는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며 그저 눈물만 흘렸다. 객점의 주인과 사환들은 사람들이 싸우는 것을 보고 이미 멀찌감치 서 있었다. 그러다 싸우는 기척이 멎자 다가와서는 고개를 내밀고 방안을 살폈다. 그러다가 온 방바닥에 핏물이 뿌려져 있고 시체들이 피를 낭자 하게 흘리며 쓰러져 있는 것을 보자 크게 놀라 부르짖었다. [사람을 죽였다!] 위소보는 두 손에 각기 한 자루씩 계도를 들고 호통을 내질렀다. [왜 소리를 지르느냐? 빨리 그 아가리를 닥쳐라! 그렇지 않으면 한 칼 에 하나씩 모조리 찔러 죽이고 말겠다.] 사람들은 시퍼런 계도를 보자 놀라 쩔쩔 매었다. 위소보는 세 덩이의 은자를 꺼냈다. 각 덩이마다 모두 다섯 냥씩 나갔다. 그는 그 은자를 사환에게 내주며 호통을 내질렀다. [빨리 가서 두 대의 커다란 수레를 빌려 오도록 하시오. 다섯 냥의 은 자는 그대에게 수고비로 주도록 하지.] 그 사환은 놀람과 기쁨에 나는 듯 달려나가서 삽시간에 커다란 수레를 빌려 왔다. 위소보는 다시 사십 냥의 은자를 꺼내서 주인에게 내밀며 큰소리로 말 했다. [여섯 명의 고약한 라마들은 자기들끼리 싸우다가 서로 죽고 죽인 것이 오. 그대들이 친히 목격하지 않았소, 그렇지 않소?] 그 주인이 어찌 감히 그렇지 않다고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그는 그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위소보는 다시 말했다. [이 사십 냥의 은자는 방세와 밥값으로 하시오.] 그는 아가와 힘을 합쳐 백의 여승을 떠메서 수레로 옮겼다. 그리고 이 불 자락으로 그녀의 몸을 감싸 주었다. 이어 사환에게 혈도를짚힌 라마 를 다른 한 대의 수레로 옮기도록 했다. 위소보는 아가에게 말했다. [그대는 사부를 모시도록 하시오. 나는 그와 함께 수레에 타겠소.] 두 사람은 수레 위에 올랐다. 의소보는 큰길을 따라 남쪽으로 가자고 명을 한 후 속으로 생각했다. (사태께서는 몸에 중상을 입고 계시는데 다시 라마가 공격을 해 온다면 큰일이다.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내서는 사태가 조섭을 하도록 해야겠 다.) 그 라마가 혈도를 풀게 되면 위소보는 그 라마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그는 걱정이 되어서 밧줄을 구해다가는 그 라마의 손과 발을 꽁꽁 묶었 다. 십여 리쯤 나가게 되었을 때 아가는 갑자기 수레를 세우라고 부르 짖었다. 그녀는 수레에서 달려나와 위소보의 수레 앞으로 오더니 당황 하고 다급한 기색으로 말했다. [사부님의 숨소리가 점점 약해지고 있어요. 아무래도 아무래도.......] 위소보는 깜짝 놀라 재빨리 수레에서 내려가 보았다. 백의 여승의 숨결 은 이미 실낱 같았다. 아가는 매우 슬프게 울면서 말했다. [효과가 좋은 내상약이라도 있있으면 좋겠어요. 우리 빨리 의원을 찾아 가도록 하죠. 그런데 이런 곳에는....] 위소보는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태후는 자기에게 서른 알의 알약을 주지 않았던가? 그것은 무슨 설삼윽섬환이라 했으며 이 약을 복 용하게 된다면 몸이 건강해질 뿐만 아니라 독이 해소되고, 또한 상처를 치료하는 데 영험하기 짝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스물두 알 은 홍 교주와 홍 부인에게 전해 주라고 하지 않았던가? 위소보는 즉시 품속에서 그 옥병을 꺼내었다. [효과 좋은 내상약이 나에게 없지는 않소.] 그는 두 알을 손바닥에 쏟았다가 손가락으로 집어서는 백의 여승의 입 에 넣어 주었다. 아가는 물주전자를 찾아와서 사부에게 두 모금을 먹여 주었다. 위소보는 이 기회를 빌어 백의 여승의 수레 안에 앉아 있는 아가와 마 주보는 꼴이 되자 말했다. [사태가 약을 먹게 된 이후 어떻게 될 것인지 나는 시시각각 그녀를 지 켜야겠소.] 그는 두 대의 수레를 다시 앞으로 나가도록 명했다. 차 한 잔 마실 시 간이 흘렀을 때 백의 여승은 갑자기 길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천천히 눈 을 떴다. 아가는 크게 기뻐서 소리쳤다. [사부님, 이제 좀 괜찮으세요?] 백의 여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위소보는 재빨리 다시 두 알의 알약을 꺼내고 말했다. [사태, 알약이 효과가 있다면 다시 두 알을 더 잡수시도록 하십시오.] 백의 여승은 희미하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나직이 말했다. [이미 충분하네. 나는 운기행공하여 그 약기운이 퍼지도록 해야겠으니 수레를, 수레를 세우도록 하게.] 위소보는 말했다. [예,예.] 그는 분부하여 수레를 세우게 했다. 백의 여승은 아가에게 자기의 몸을 부축하게 해서는 가부좌를 틀고 앉 아 눈을 감고 운기행공에 들어갔다. 아가는 눈 한번 돌리지 않고 사부를 바라보고 있었고 위소보 또한 눈 한번 돌리지 않고 아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가의 얼굴에 처음에는 깊은 근심의 빚이 보였으나 점점 찌푸렸던 아 름다운 눈썹이 펴지기 시작했고 두 눈에는 환한 광채가 빛나기 시작했 다. 다시 잠시 후 조그만 입가에는 한가닥의 미소마저 떠올랐다. 위소보는 백의 여승을 볼 필요도 없이 그녀가 운기행공하여 상처를 치 료하는 것이 크게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잠시 후 아가는 더욱더 기쁜 빛을 띄웠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만약 수레 안에 사태가 없고 그저 나와 소미녀 두 사람만 있게 되었을 때 그녀의 얼굴빚이 저토록 기뻐한다면 그야말로, 그야말로 나로서는 흐뭇해 어쩔 줄 모를 것이다.) 별안간 아가는 고개를 쳐들었다. 그러다가 그가 멍하니 자기를 바라보 고 있는 것을 보고는 대뜸 두 뺨을 붉게 물들이며 소리내어 꾸짖으려고 했다. 그러나 혹시 사부의 운기행공에 방해가 될까봐 목구멍까지 올라 오던 한 마디를 다시 집어삼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매섭게 위소보를 홀겨 주었다. 위소보는 그녀를 향해 웃어 보이 고는 그녀의 눈길을 따라 백의 여승을 쳐다보았다. 백의 여승의 정신은 매우 차분해 보였으며 숨소리도 차츰 안정되어 갔다. 백의 여승은 숨을 내쉬더니 눈을 뜨고 나직이 말했다. [이제 가도 된다.] 위소보는 말했다. [좀더 쉬셔도 상관이 없습니다.] 백의 여승은 말했다. [그럴 필요 없네.] 위소보는 다시 다섯 냥의 은자를 꺼내서는 차부(車夫)들에게 나누어 주 고 그들에게 빨리 수레를 몰라고 당부했다. 그 당시만 해도 한 대의 수레를 빌리는 데는 일 전 반이면 충분했다. 두 명의 차부는 그가 매우 너그러운 것을 보고 크게 기뻐하며 연신 고 맙다는 말을 했다. 백의 여승은 천천히 말했다. [소보, 그대가 나에게 복용시켜 준 것은 어떤 약이지?] 위소보는 말했다. [그것은 설삼옥섬환이라는 것으로서 약효가 아주 영험하다고 들었습니 다.] 백의 여승은 얼굴에 기쁜 빚을 띠며 말했다. [설삼과 옥섬, 두 가지 물건은 모두 상처를 치료하고 몸을 크게 보호하 는 성약으로서 기사회생의 공효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뜻밖에도 내가 그 약을 먹게 되었구나. 이야말로 내 명이 다하지 않은 탓이다.] 그녀는 중상을 입은 후였는데도 말하는 것이 매우 평온한 음성이었으며 중기(中氣)가 부족한 현상 같은 것은 볼 수가 없었다. 아가는 기뻐서 말했다. [사부님, 어르신께서는 다 나으셨나요?] 백의 여승은 말했다. [죽지 않게 되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저에게 아직도 스물여덟 개가 있으니 사태께서 사용하도록 하십시오.] 그는 옥병을 건네주었다. 그러나 백의 여승은 받지 않았다. [이제 기껏해야 두세 알만 더 먹으면 충분해. 그토록 많이 필요없다.] 위소보는 본래 성격이 시원시원한 편이라 속으로 생각했다. (서른 알의 알약을 그대에게 다 먹여도 무슨 상관이 있겠소? 알약은 늙 은 갈보에게 또 어디 있겠지.) 그는 말했다. [이 알약은 사태의 몸에 요긴한 듯합니다. 이 환약이 쓸모가 있다면 다 음에 제가 소황제를 보게 되었을 때 다시 그에게 좀더 달라고 하면 됩 니다.] 그는 옥병을 그녀의 손에 건네주었다. 백의 여승은 고개를 끄덕였으나 여전히 옥병을 그에게 되돌려 주었다. 다시 한동안 길을 갔다. 백의 여 승은 말했다. [가다가 조용한 곳이 있으면 수레를 멈추고서 그 라마에게 따져 봐야겠 다.] 위소보는 대답했다. [예.] 그는 수레를 산골짜기 조용한 곳으로 몰도록 명했다. 그리고는 차부를 시켜서는 그 라마를 떠메어 땅바닥에 눕히도록 했다. 그 후에 차부들에게 노새를 끌고 산 뒤로 돌아가서는 풀을 먹이도록 하 고 입을 열었다. [내가 부를 때까지 오지 않도록 하시오.] 두 명의 차부는 대답하고 나서 노새를 끌고 떠났다. 백의 여승은 말했 다. [그대가 물어 보게.] 위소보는 비수를 뽑아들고는 삭, 하니 나뭇가지 하나를 잘랐다. 그리고는 듬성듬성 비수로 작은 가지들을 쳐냈다. 삽시간에 나뭇가지는 나무 막대기가 되었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노 형, 당신은 이와 같은 모양의 사람 막대기로 변하고 싶소?] 그 라마는 그 비수가 그토록 예리한 것을 보고 이미 가슴 속이 서늘해 진 터라 떨리는 음성으로 되물었다. [나으리, 사람 막대기라는 게 무엇이죠?]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의 두 팔을 자르고, 귀, 코도 자르며, 전신의 울퉁불퉁 돋아난 물 건이 있으면 모조리 평평하게 자르면 사람 막대기가 되지. 매우 재미있 는데 당신 몸으로 한번 시험해 보지 않으시겠소?] 위소보는 비수를 그의 코에 갖다대고 몇 번 문질렀다. 그러자 그 라마 는 급히 말했다. [목숨만 살려주시오!] 위소보는 말했다. [나는 당신에게 결코 거짓말하는 것이 아니오. 매우 재미있소. 당신의 몸을 한번쯤 시험해도 무방하오.] 라마는 말했다. [아닙니다. 재미없을 것입니다.] 위소보는 말했다. [당신은 해보지도 않고서 어떻게 재미 없다는 것을 안단 말이오? 우리 시험해 본 이후 다시 이야기하도록 합시다.] 그는 비수를 그의 어깻죽지에 갖다대는 척했다. 라마는 애걸했다. [나으리,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소인이 대담하게 사태의 위엄을 거슬 리게 되었으니 실로 못할 짓을 했습니다요.] 위소보는 말했다. [좋소. 내 한 마디 물으면 당신은 한 마디 대답을 하도록 하시오. 반 마디의 거짓이라도 섞여 있다면 당신을 나무 막대기로 만들고 말겠소. 그리고 나는 당신을 이곳에다가 심고는 약간의 비료를 주고 물을 끼얹 겠소. 그렇게 열흘이고 보름이 지나게 된다면 당신의 어깻죽지에서 두 발과 귀, 그리고 코가 돋아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죠.] 라마는 말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소승은 솔직히 대답을 하도 록 하지요.] 위소보는 말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이오? 어째서 사태의 위엄을 거슬렸소?] 라마는 말했다. [소승은 호파음(呼巴音)이라 부르는데 서장의 라마입니다. 대사형 상결 (柔結)의 명을 받아 저분 사태를 사로잡으려고 했습니다.] 위소보는 속으로 상결이라는 이름이라면 오대산에서 들어본 적이 있다 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그는 물었다. [저 사태께서는 그냥 가만히 계시고 또 그렇다고 해서 당신의 그 고약 한 사형에게 죄를 짓지도 않았는데 당신들은 어쩨서 이토록 당돌한 행 동을 한단 말이오?] 호파음은 말했다. [대사형께서는 우리들의 활불에게 있던 여덟 권의 보경(寶經)을 저분 사태에게 도적질 아니, 아니 도적질이 아니라 빌려갔기 때문에 사태에 게 되돌려 달라고 요청하려는 것이었소이다.] 위소보는 말했다. [어떤 보경이오?] 호파음은 말했다. [차엄 고토오경(差奄古吐烏經)이라는 것입니다.] 위소보는 말했다. [터무니없는 소리. 무슨 놈의 그런 이름이 다 있단 말이오?] 호파음은 말했다. [예, 예. 이것은 우리 서장의 말입니다. 한나라 말로서는 바로 사십이 장경이랍니다.] 위소보는 말했다. [당신네 고약한 사형은 어떻게 사태께서 사십이장경을 갖고 계시다는 것을 알았소?] 호파음은 말했다. [저도 모릅니다.] 위소보는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당신이 모른다고? 그렇다면 혓바닥을 남겨서 어디에 쓰겠나? 혓바닥을 내밀어라.] 위소보는 비수를 쳐들었다. 호파음은 혓바닥을 내밀려 하지 않고 애걸했다. [소승은 정말 모릅니다.] 위소보는 말했다. [당신의 고약한 사형이 서장에 있다면 이토록 빨리 당신들을 보낼 수 있겠는가?] 호파음은 말했다. [대사형과 우리 및 사람은 본래 모두 북경에 있었소이다. 그러니까 북 경에서 이곳까지 쫓아온 것이죠.] 위소보는 고개를 끄덕이며 어느 정도 그 사연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생각했다. (이것이야말로 늙은 갈보가 알린 것이로군.) 그는 물었다. [당신들의 고약한 라마들 가운데 무공에 있어서 당신보다 고강하거나 당신과 비슷한 사람들은 몇 명이나 되오?] 호파음은 말했다. [우리들은 동문 사형제로서 모두 열세 사람인데 사태에게 맞아서 다섯 이 죽었으니 아직 여덟 명이 남아 있죠.] 위소보는 속으로 여간 놀라지 않으며 호통을 쳤다. [뭐가 여덟 명이란 말이오? 당신도 사람이라고 할 수 있소? 당신은 조 만간 사람 막대기로 변하고 말걸.] 호파음은 말했다. [나으리께서는 소승을 사람 막대기로 변화시키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셨 지 않습니까?] 위소보는 말했다. [그 나머지 일곱 개의 사람 막대기들은 지금 어디로 갔소?] 호파음은 말했다. [우리 대사형의 재간은 고강하기 이를 데 없으니 결코 사람 막대기로 변하지 않을 것이오.] 위소보는 그의 허리께를 힘껏 걷어차고는 욕을 했다. [이 고약한 도적 같으니, 죽음을 코앞에 두고서도 무슨 큰소리를 치는 것이냐? 너의 그 고약한 사형의 재간이 아무리 크다고 하더라도 나는 사람 막대기 모양으로 가지를 치듯 팔을 잘라내 보여 주겠다.] 호파음은 말했다. [예,예.] 그러나 얼굴 표정은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위 소보는 거듭 한참 동안 질문을 던졌으나 다시 알아낼 만한 것이 없었 다. 그는 수레 안으로 들어가 휘장을 내리고는 나직이 호파음의 말을 전하 고 다시 말했다. [사태, 또 일곱 명의 라마들이 있답니다. 만약 일제히 공격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상대하기가 쉽지 않겠습니다. 평소 같으면 사태께서는 마음에 두지 않겠지만 지금 사태께서는 몸이 편찮으시니.......] 백의 여승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설사 내가 무사하다고 하더라도 역시 혼자서 여섯 명을 상대해서 이기 기는 어렵더군. 더군다나 무공이 저 사람들보다 횔썬 뛰어나다는 대사 형이 있지 않은가? 소문에 들으니 상결은 서장 밀종의 제일 고수라고 하며 대수인신공(大手印神功)은 이미 절정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하더 군.] 위소보는 말했다. [저에게 한 가지 계책이 있습니다. 다만 너무나 사태의 위풍을 떨어뜨 리는 것 같아서 말씀드리기가 거북합니다.] 백의 여승은 한숨을 내쉬었다. [촌가인에게 또 무슨 위풍이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대에게 어떤 계 책이 있지?] 위소보는 말했다. [우리들은 인적이 드문 곳으로 찾아 들어가 농가를 빌려 숨도록 하지 요. 그리고 사태께서는 시골 여자의 옷차림으로 바꾸어 입고는 침대 위 에 누워 상처를 치료하도록 하시구요. 아가 소저와 저는 시골 소저와 소년의 옷차림을 하고서는 사태의 아들과 딸 노릇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백의 여승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가가 말했다. [그대는 사람이 나쁘더니 생각해낸 계책도 나쁘군요. 사부님은 당대의 고인이신데 그와 같이 숨는다면 그야말로 상대방을 두려워 숨는 꼴이 되지 않겠어요?] 백의 여승은 말했다. [아니다. 그 계책은 쓸만하다. 자네들 두 사람은 나의 조카와 질녀로 분장하도록 하여라.] 위소보는 기뻐서 말했다. [예,예.]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대의 조카와 조카며느리로 했으면 가장 좋겠소이다.) 아가는 그를 흘겨 주었다. 사부가 그의 계책을 받아들인 데 대해서 퍽 이나 내키지 않는 얼굴 표정이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이 라마를 살려 두게 된다면 우리의 행적이 발각되기 쉬우니 아예 산 채로 매장을 해버리는 게 어떨까요?] |
첫댓글 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