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눈물
감초아씨 06.07.01
몇 해전
교회에서 그냥 눈인사정도로만 지냈던 그녀가
어느 날부터 새벽기도에 보이기 시작했다
눈물을 뚝뚝~ 흘리는 모습을 하곤말이다
빨간색 벤츠를 몰고
블랙슈트에 오렌지스색 스카프를 매고
오렌지색 샌들과 가방을 명품으로 휘감아
내가 남다른 패션감각을 칭찬하노라면 수줍게 웃던
절대로 거만하지 않고 심성이 착하고 여린 그녀였다
딱한 번 그녀 집에 초대받아 방문했는데
아주 오래된 옛날 집을 개조해서 만든 대저택이었다
이 넓은 잔디를 누가 깎느냐고 혀를 내돌릴 때
함께 간이가 니수준으로 생각 말라고 옆구리를 찔렀다(ㅎㅎ~)
자기가 할 줄 아는 음식은
갈비찜과 은대구찜 뿐이라며
한국서 날아온 김치들과 함께 상을 차렸는데
테이블 세팅은
티스픈 까지도 장미빛 물결이 넘실대는 로얄 본차이나다
스물이 넘는 사람수대로 색깔도 완전일치...
햐~ 주부의 센스라고 해야하나?
아님 사치의 극치라해야하나?
잔디깎기 걱정하듯 설거지가 염려되어 부엌으로 나가려니
이미 멕시칸 도우미가.....
옆에 친구는 제발 니수준을 생각 말라고 또 한번 찔렀다
그렇게 이쁜것 멋진 것 다지니고
여느 부호들의 호사를 다 누린 그녀가
대체 무슨 근심이 있어
기도하는 코끝으로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지는 것일까?
기도는 개인의 프라이버시이기 땜에
뉘게 물어 볼 수도 없는지라
혼자서만 그런 의문을 갖었을 뿐
그러다가 홀연히 다른 교회로 옮겨가
그녀는 내 기억에서 사라져갔다
엊그제
마켓에서 그녀의 딸들을 보았다
우리 딸이 그 아이와 친구여서 인사를 하니
자기의 남동생을 자랑한다
한국에서 데려온 귀여운 사내아이.....
아이의 나이 서너 살로 볼 때
몇 해전 그녀의 콧등을 타고 내리던 눈물의 의문이
오늘에야 풀리게 되었다
남편이 사업차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동안
다른 여자에게서 그 아이가 생겨났고
그녀의 눈물과 기도는
남편의 늦둥이 아들을 미국에 데려와
자식으로 키우게 됐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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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눈물
rm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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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13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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