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그에게서 님의 향기가
지은이 한승원의 작품은 이번이 두번째다.
유일하게 읽은 한승원의 작품은 초의선사를 그린 <초의>라는 소설이다.
차향기 물씬 풍겨나는 소설이었다.
워낙 내가 정약용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 소설이 출간되었을 때 꼭 읽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실행에 옮겼다.
노론 벽파에 외롭게 싸우는 정조가 가장 신임했던 인물.
그래서 노론 벽파의 표적이 되었던 인물 정약용.
그래서 나는 한나라당과 외롭게 싸우는 노무현이 가장 신임했던 유시민을
정약용과 자주 견주었다.
그리고 노론 벽파에 맞써 개혁을 추진했던 정조를
한나라당과 기득권에 맞써 개혁을 추진했던 노무현과 비교해 보곤 했다.
정조의 의문의 죽음으로 그가 꿈꾸던 개혁은 미완으로 끝을 맺고 말았다.
그리고 오늘날 노무현의 억울한 죽음으로 그가 꿈꾸던 개혁 역시 미완으로 끝을 맺고 말았다.
정조의 뒤를 이어 정권을 잡은 노론 벽파는 정약용을 유배보냈다.
노무현이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유시민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지고 근신하였다.
그 기간에 유시민은 정신적 유배 상태라고 하였다.
어찌하여 이리도 비슷한지 모르겠다.
정조의 신임을 얻었던 정약용은 노론 벽파의 공격대상이었고,
골구 노론 벽파는 정약용을 죽이려고 별 수를 다 썼다.
마치 정권을 놓은 노무현을 못잡아먹어 안달난 그들처럼 말이다.
노론 벽파가 정약용을 마구 공격하는 것을 보자,
그들에게 마구 당하던 노무현이 생각났다.
정약용에게 유시민의 향기도 나고, 노무현의 향기도 났다.
소설을 읽는 내내 유시민이 생각나고, 노무현이 생각나서 또 다시 눈물이 흘렀다.
원래 세상이라는 곳이 그런 곳인가 보다.
1. 행복했던 시절
노무현의 참여정부 시절 5년.
나에게는 너무 행복했다.
많은 사람들이 언론에 속아서, 노무현에게 등을 돌리고
그의 지지율의 떨어져도 그리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최소한 나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를 지지하고 좋아하는 이들이 적으니까,
그를 공유하는 양이 많아진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더 좋기도 하였다.
그를 평가하는 것이 지지율은 아니다.
그의 진면목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를 끝까지 지지하였다.
그렇듯,
정약용의 시대에도 정조가 왕위에 있을 때 그나마 행복한 시절이었다.
정조의 무한 신임을 받았던 정약용.
정조는 노론 벽파 세력을 견제하고 위해 남인 세력을 중용하려고 그 중심에 정약용이 있었다.
서용보, 심환지 등 노론 벽파는 감시와 멸시의 눈으로 정약용을 바라보았다.
2. 천주학
당시 천주학이 성행하였는데,
많은 학자들도 새로운 학문이라는 생각으로 천주학을 접했다.
그런 학자 중에 정약용도 속했다.
당시 천주학은 학문으로 접한 이들도 있고, 하나의 신앙으로 생각한 이들도 있었다.
유학의 조선에 있어 천주학은 이단이었다.
정약용의 첫째형 정약현의 죽은 첫번째 부인의 남동생인 이벽은
천주학으로 아버지와 갈등하다가 청산가리를 먹고 죽은 사건까지 있었다.
알게 모르게 신앙으로써 천주학이 퍼져가고 있었다.
...
비록 학문으로 접했던 것이지만, 정약용이 천주학을 접했다는 사실을 알게된 노론은
정조에게 계속하여 상소를 하였다.
어쩔 수 없이 정조는 정약용을 금정찰방으로 좌천시켰다.
이때 정약용은 완전히 천주학과 결별하였다.
자신을 신임하는 정조를 위해서도 천주학을 멀리해야했다.
그리고 노론벽파의 감시의 눈을 언제가 치켜 뜨고 있었기 때문이다.
금정찰방으로 있던 정약용.
그는 다른 찰방과 달리 겸손한 모습에 부하들이 놀랠 정도였다.
사람이 자리를 만든다고 했던가.
정약용은 어떤 자리든지 원칙을 중시하고 성실하게 일을 하여
부하들에게 강한 신임을 얻게 되었다.
마치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일했던 노무현과 복지부 장관으로 일했던 유시민을 보는 듯하다.
형식적인 좌천이었기 때문에,
정조는 얼마안있어 정약용을 승지로 복귀시켰다.
그러자, 이번에 노론은 정약용 뿐만 아니라, 형인 약전, 약종까지 물고 늘어졌다.
그래서 정조는 스스로 죄를 지었다는 상소를 올리고, 황해도 곡산 부사로 좌천하였다.
그들이 노무현의 주변을 모두 공격하고, 노무현 스스로 죄를 지었다고 먼저 이야기하는 것과 너무 비슷하다.
곡산부사로써 정약용.
부정부패를 없애서 백성들의 말을 뒤담아 듣는 부사가 된다.
어려운 일이 맡겨도 현명하고 공평하게 처리하는 정약용.
3. 의문의 죽음
정조와 정약용은 대화도 자주 나누었다.
곡산 부사에서 돌아와 형조참의를 정약용에게 시킨 정조.
정조가 정약용에게 형조참의를 시킨 이유는,
정약용이 죄만 보지 말고, 사람을 볼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정조가 종기가 났는데, 그 정도가 심했다.
정조는 자신의 운명을 예상했는지,
정약용과 대화를 나누면서 지난 시절을 회상하고 후회하기도 하였다.
그중에 하나가 그가 실시했던 문체반정이다.
이 문체반정에 대해 정조는 후회를 하였다.
실제로 후회를 했는데, 이 소설을 지은 지은이의 상상력인지 모르겠지만,
정조는 문체반정을 후회하였다.
자신이 중용했던 남인 세력들이 천주학을 접해 노론의 공격을 받게 되자,
노론이 접했던 가벼운 문학을 비판하기 위해 들고 나온 것이 문체반정이었다.
문체반정으로 인해 정조는 박지원을 중심으로 한 백탑파와 사이가 안좋았졌기 때문에
아마 소설의 지은이는 정조가 문체반정을 후회하는 장면을 넣은 것 같다.
즉 문체반정은 정약용과 남인 세력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또 화성 행궁을 떠날 때,
제대로 된 무술하나 할 줄 모르는 정약용을 무위로 뽑아 호위하게 하였으니,
정조의 정약용에 대한 신임이 어느 정도인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정조가 끝내 종기로 인해 죽고 만다.
개혁을 끝내 완성하지 못하고...
정조의 죽음은 독살설이라고도 하는데,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몇달 전 정조와 반대파인 심환지 사이에 오간 편지가 발견되어
독살설이 잘못되었다는 판명되었다고 하는데, 나는 그 연관성을 잘 모르겠다.
정황을 봐서 정조의 죽음은 의문점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가 죽자마자 순조가 왕위에 오르고 정순대비가 수렴청정을 시작하였고,
노론 벽파가 정권을 휘여 잡고, 정치 보복을 시작하였다.
4. 정치 보복
정약용은 첫째형 약현, 둘째형 약전, 셋째형 약종이 있었따.
첫째형 약현은 정약용의 아버지 정재원의 첫번째 부인의 아들이고,
첫번째 부인이 죽고 두번째 부인에게서 약전, 약종, 약용을 얻었다.
약용은 둘째형 약전과 가장 친했다.
그리고 이 형제들 중에 약종은 좀 유별났다.
어린 시절부터 형제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고, 유학보다 도교에 심취해 있었다.
천주학도 가장 나중에 접하게 되었다.
다른 형제들과 매형인 이승훈으로부터 천주학을 접한 약종은,
이후 깊은 믿음으로 받들었다.
약용은 약현의 첫번째 딸 명련과 결혼한 황사영에게 천주학을 전파시켰다.
나라에게 천주학을 금하고 있고, 조선의 유학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
약용을 비롯한 다른 형제들은 천주학을 버렸지만, 약종은 끝까지 버리지 않았다.
정조가 죽은 뒤 정권을 잡은 노론 벽파는 남인을 몰아내기 위해 생각해 낸 것이 천주학이었다.
천주학을 믿었던 이들을 모두 잡아들였다.
이런 노론 벽파의 핵심은 서용보, 목만중, 홍희운 등이 있었다.
이들의 최종 목표는 정약용이었다.
먼저 끝까지 믿음을 버리지 않았던 정약종과 이승훈은 효수형에 처해졌다.
이승훈의 외삼촌이자 정조의 신임을 받았던 이가환은 곤장을 맞고 죽었다.
정약용과 정약전은 배교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었지만,
예전에 천주학을 접했다는 사실 하나로 유배를 가게 되었다.
요즘 유행하는 용어를 사용하면 '포괄적' 신앙죄가 되겠다. 젠장.
그렇게 정약전은 강진으로, 정약용은 경상도 장기현으로 유배를 가게 되었다.
5. 장기현 유배생활
장기현에서 유배생활을 하는 정약용.
장기에는 죽림서원이 있었다.
죽림서원은 노론의 정진적 지주인 송시열을 배향하는 곳이다.
정약용은 지난 과거를 잊고 화해의 뜻으로 죽림서원에서 송시열을 배향하려고 하였지만,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박대를 당했다.
연정의 뜻을 보였던 노무현이 반대당에게 무시당한 것과 유사한 장면이다.
유배지에 있었지만, 정약용은 자식들에게 편지를 통해 인성교육을 계속 하였다.
그리고, 틈틈히 글을 썼는데,
어떤 병에는 어떤 약초가 좋다는 것을 쉽게 풀어쓴 <촌병혹치>가 이때 쓰여진 것이다.
그렇게 유배생활을 하던 정약용.
어느날 한양에서 금부도사가 내려왔다.
조카사위 황사영이 잡혔다면서 정약용을 서울로 압송해갔다.
책제목 : 다산 1
지은이 : 한승원
펴낸곳 : 랜덤하우스코리아
펴낸날 : 2008년 6월 13일
정가 : 10,000 원
독서기간: 2009.05.30 - 2009.06.02
페이지: 336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