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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이
많아 너그러운 어머니산 덕유산(德裕山).
무주군 안성면 공정리 칠연계곡은 그 포근한 젖가슴이
애지중지 품고 있는 8개 계곡중 하나. 구천동 계곡 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사시사철 거친 물소리가 울려퍼지는 숨은
청정지대. 짙은 녹음 사이로 낙엽송이 하늘을 찌를듯
솟아있고 굵직한 노송들은 파릇한 햇솔방울을 맺은 채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다. 등산길도 비교적 부드럽고
완만해 어려움이 없다.
계곡 입구엔 2개의 망봉 사이로 용추폭포가 자리잡고 있다. 숲 사이로 햇살이 비치면 용소는 그대로 한폭의 풍경화가 된다. 노승에게 시주한 착한 며느리를 구박한 노랭이 시아버지를 혼내주기 위해 노승이 도술로 홍수를 일으켜 만든 폭포라는 전설이 있다. 폭포 앞 용추교에서 전경을 볼 수 있다. 양편 절벽의 「사탄정」과 「용운정」에 앉는 것만으로도 더위를 잊을 수 있다.
안성매표소를 지나 물소리를 들으며 40분쯤 걸으면 그윽한 숲속에 칠연폭포(七淵瀑布)가 나온다. 계곡물이 흘러 바위를 깎고 물을 걸러내며 연달아 일곱개의 폭포와 소를 만들었다. 폭포 근처엔 1907년 항일투쟁에서 옥쇄한 의병들을 안장한 「칠연의총」이 있다. 칠연폭포에서 3시간만 더가면 덕유산의 주봉인 향적봉(해발 1,614m). 호젓한 숲길을 따라 정상에 오르면 우뚝솟은 바위 아래로 고산초원이 넓게 펼쳐진다.
향적봉은 전북과 경남의 경계를 이루는 봉우리. 야생 백목련 산대나무 구상나무 주목 고사목이 시시각각으로 춤추는 구름과 어울려 선경을 이룬다. 철쭉이 진 자리에 들어선 소담스런 야생화. 수줍은 모습의 연보라색꽃 털치손이풀에 이어 6월 중순부턴 노란 원추리꽃이 화려한 정원을 꾸민다. 산정 대피소 부근엔 이성계가 산신제 도중 기원해 흘러나왔다는 샘물이 있어 등산객들의 갈증을 달래준다.
◇진안 죽도유원지
1,000리를 굽이돌아 서해로 흘러드는 금강 물줄기. 불그스름한 물결이 일렁이는 강변 억새밭길을 거슬러 진안군 상전면 수동리에 도착하면 금강이 발원하는 죽도(竹島)가 나온다. 덕유산에서 흘러나온 대량천과 장수천이 섬 앞에서 만난 뒤 섬을 휘감아 천혜의 피서지를 만들었다.
죽도는 산대나무가 많고 섬 앞에 천반산(해발 647m)이 죽순처럼 솟았다 해서 생겨난 이름. 넓은 모래사장과 자갈밭, 유난히 맑고 차가운 물이 매력이다. 고립된 섬이지만 아무리 가물어도 물줄기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섬 초입엔 폭포가 사시사철 거친 폭발음을 토해낸다.
70년대 중반 물줄기 일부를 돌려 논을 만들려고 산어귀를 폭파한 자리에 생겼다. 폭포 아래엔 다이버들을 유혹하는 깊은 소(沼)가 있다. 큰비가 내려 물줄기가 거칠어지고 강변에 물이 차면 비로소 섬의 진경이 드러난다.
폭포 아래로 길게 펼쳐진 유원지엔 민박집도 많지만 텐트를 치고 캠핑해야 제맛. 진입로와 자갈밭이 거칠어 4륜구동 오프로드 캠핑에 제격. 쏘가리 메기 어름치 모래무지 피라미 등 민물고기가 많이 살고 있어 천렵하기에 좋다. 다슬기도 주울 수 있다. 천반산 위에 오르면 냉풍이 부는 송판서굴에서 무더위를 식힐 수 있다.
이곳은 「정여립 모반사건」의 근거지. 조선조 선조때 동·서인의 당쟁에서 역신으로 몰린 정여립이 피신했다가 관군에게 발각되자 자결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4가구가 옹기종기 모여사는 작은 산촌. 들꽃과 나무들이 풍성한 산자락엔 한봉 벌통이 즐비하다. 2000년 말 죽도의 아랫물줄기에 용담댐이 들어서면 이곳은 수몰지구가 되고 섬을 중심으로 아름다운 호수가 태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