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 30만 시대가 낳은 그늘과 안철수 유령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황 장 수
어제 건보공단은 신고된 직장가입자 1248만 명중 세전 소득이 1억원 이상인 사람이 32만 3천명으로 전체의 2.6% 수준이라고 밝혔다.
일부 대기업의 성과급과 상여금 및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의 확대가 임금소득자 중 억대 연봉자를 10년 전에 비해 10배나 늘리고 있는 이유로 꼽힌다.
산업 양극화로 인한 잘나가는 수출대기업과 신분세습에 따른 교육 양극화로 고소득 전문직이 늘어나며 생긴 사회현상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언론이 마치 고소득자가 대폭 늘어난 바람직한 현상으로 이를 보도했다.
나는 어제 한 TV 경제채널 프로그램에 토론자로 나갔다가 한 다른 토론자가 이 문제를 『저소득층에도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이미 신분상승의 사다리가 대학 입학 때부터 사라져 버렸고 평생 그 격차는 확대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실제 현실이다』라고 반박한바 있다.
억대 연봉자 32만 3000명 뒤에 가려진 그늘에는 월 200만원 이하 소득자 638만 명(51%)가 월 100만원 이하를 버는 213만 명의 근로소득자가 있다. 또 가계대출의 연 이자만 한해 56조원으로 2010년 GNP의 4.8%인 빚더미 현실도 존재한다.
또한 우리나라 비정규직 및 영세ㆍ하청업체 근로자 831만 명의 평균 월 급여는 134만 8000원이며 연간 노동시간이 OECD 평균(1749시간)보다 440시간 많은 2193 시간으로 세계 최장의 노동을 하고 있다.
또 월 평균 가계소득에서 세금, 국민연금, 의료보험, 경조사비 등으로 써보지도 못하고 나가는 『비소비 지출』이 20%나 된다.
또 올해 가구당 가처분 소득 대비 금융 부채가 110%인데 이는 100만원 벌어 110만원을 갚아야 한다는 뜻이며 1가구당 평균 부채가 5천 205만원이라고 한다. 특히 저소득층과 자영업자 그리고 연령별로는 20~30대 가구의 재무구조가 아주 나빠지고 있으며 적자인생에서 벗어날 길이 없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 당황한 정치권은 부자증세를 거론하고 있으며 1억2천만 원 이상 소득자에 38% 이상의 세금을 적용하자고 거론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주식, 파생상품의 양도차익 과세와 미술품 등의 과세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부동산 양도소득과 임대료에 대한 엄격한 과세 적용은 정치권에서 거론하고 있지 않다. 국회의원 3명 중 1명이 강남에 집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지난 1996년에서 2005년까지 우리나라 부동산 전체 거래에서 발생한 양도소득차액은 2000조원 정도로 추정되며 이중 세금으로 환수된 것은 불과 5%인 100조원에 불과하다.
결국 부유한 강남으로 상징되는 계층이 끼리끼리의 인맥네트워크로 정보를 입수해 부동산 투기와 주식 등 금융투기 골동품 등 사치재 투기로 세금을 거의 내지 않고 번 돈으로 사교육과 유학 등을 통해 억대 연봉 자녀를 생산해 내는 것이 우리 사회의 축소된 계급 구조이다.
냉정히 말하면 50%가 넘는 월 200만원 이하의 계층은 평생 소득이나 신분상승이 거의 불가능한 채 허덕이며 빚으로 살아갈 것이고 그의 자녀 또한 그보다 못한 신세가 되어 이제 집도, 결혼도, 직장도, 꿈도 잃어버린 채 살아갈 것이다.
연봉 6000만원 이하를 받는 중산층 이하 나머지 계층의 삶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자식이 대학을 가면 신분상승이 이뤄지는 시대가 아니라 어느 대학에 갔느냐에 따라 인생이 결정되고 어떤 부모에게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인생이 결정되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바로잡아야 될지 답이 나오지 않기에 냉소가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안철수를 실체가 없는 유령이라고 부른다. 맞는 말이다.
20~40대의 트랜드가 되어버린 안철수 현상은 바로 이런 냉혹한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기성정치권이 스스로 만들어낸 『유령』이다.
그런데도 여야 정당은 이것을 모르고 안철수 현상의 실체가 잡히지 않는다고 고민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이 강남 유권자를 의식해 부유세에 멈칫거리는 모습은 천길 절벽을 향해 돌진하는 들소 떼처럼 보인다.
이 지경이 되어서도 기껏 수십만도 안되는 강남 부자들에 덜미가 잡혀 어정쩡한 모습이 곧 유령에 잡아먹힐 줄 알면서도 겁에 질려 도망도 가지 못하는 굳어버린 아이처럼 보인다.
전통적 이벤트인 신장개업에 열중하는 야권 또한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리게 가고 있다.
어제 억대연봉 30만을 보도하는 인터넷뉴스 바로 옆에 인상된 전세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자살한 신혼 가장 기사가 실렸다.
얼마 전 한 신문의 칼럼에 영국의 저명한 경제분석가가 말한 내용이 기억난다. 『한국의 양극화가 극단적으로 심화되고 있어 내년 대선에서 소수의 부유층에 대한 다수의 고통 받는 저소득층의 표에 의한 심판이 예상된다』는 내용이었다.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른 채 화석처럼 굳어버린 공룡들이 멸종해 가는 사이에 냉소가 키운 유령이 스멀거리며 세상을 희롱하며 떠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