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110) - 천혜경로원의 맛있는 민어파티
어느새 금년도 절반고개를 넘어 7월에 접어들었다. 가는 세월이 빠른 것을 절감하며 더 좋은 날들을 이루어가시기 바란다. 반 년 동안 잘 보낸 것을 기념이라도 하듯 6월 30일에 천혜경로원에서 요즈음이 제철인 민어파티가 열렸다. 경로원에서는 가끔 특식을 제공하는데 kg당 3만원이 넘는 고급 생선을 여러 마리 사서 온 식구가 맘껏 들게 한 것이다. 때에 맞는 좋은 음식으로 입은 물론 마음도 즐겁게 해준 천혜경로원에 감사한 마음이다.
얼마 전 생일을 맞이한 경로원의 할아버지에게 무엇을 드시고 싶은가 물으니 민어가 좋다고 하였지만 너무 비싸서 엄두를 내지 못하리라 여겼다. 하지만 강은수 천혜경로원장은 큰마음 먹고 민어탕을 끓어드려 할아버지를 감동케 하였는데 워낙 비싼 생선이라 마음껏 들게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고 한다. 그런데 며칠 전 경로원에 사는 할아버지의 아들이 아버지의 팔순에 즈음하여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 드리라고 100만원을 쾌척하자 이 돈으로 몽땅 민어를 샀다.
제철의 민어는 전라남도 신안군 앞바다가 주산지다. 마침 영양급식팀 여직원의 남편에게 이곳의 지인으로부터 좋은 민어가 나왔다는 연락이 왔다. 경로원에서는 봉고차에 10여 명의 관광객을 태우고 지도읍의 수협공판장(작년 여름에 지인들과 함께 이곳을 찾아 민어를 사가지고 인근식당에서 조리해 먹은 적이 있다.)까지 달려가 10여kg이나 되는 큰 민어를 포함하여 네 마리나 사왔다. 다음날 점심 때 민어파티가 열렸다. 경로원의 어른들과 직원, 가까이 있는 후원자들이 민어파티에 초대되었다. 때마침 서울에서 내려온 큰아들과 대구에 사는 처제도 후원자 자격으로 합석하여 전국구 파티가 된 셈이다.
아내는 젊은 시절에 시어머니께서 6월에는 민어가 제 맛이라며 끓여주는 민어탕을 여러 차례 먹은 적이 있다고 말하는데 정작 어머니는 좋아하는 민어탕이라며 생선과 국물을 입에 떠 넣어드려도 별다른 감흥이 없으시다. 나이 드시니 입맛도 가시었을까.
천혜경로원의 음식과 여러 서비스는 전국의 복지시설 가운데 최고라 하여도 손색이 없다. 끼니를 잇기 어려운 50년대의 어려운 시절에 100여 명의 어른들을 봉양하느라 얼마나 힘든 세월을 견디어 왔던가, 고된 시련을 이기고 아늑한 시설에서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보살핌을 받는 어른들의 삶이 우리 사회 전체에 확산되면 좋으리라.
민어를 소재로 글을 쓸 줄 어찌 알았을까, 오늘 조선일보(2011. 7. 1)에 '제철 우리맛 민어'라는 주제로 민어가 여름철에 가장 좋은 보양음식이라며 민어의 여러 효능과 생태를 잘 설명해 놓았기에 이를 소개한다.
"닭·개는 비켜라"… 정1품 보양식 민어 납시오
조만간 장마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무더위가 시작된다. 민어(民魚)를 먹어야 할 때가 왔다. 여름 보양식으로 말이다. 보양식이라고 하면 닭, 개, 장어 따위가 자웅을 겨루는 요즘이다. 그러나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이들은 민어 앞에서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민어는 과거에는 회어(魚回 魚·'동의보감'), 면어(魚免魚·'습유기')라 부르기도 했다. 보신탕이나 삼계탕은 평민들이 먹었고, 사대부들은 민어탕을 즐겼다. "민어탕이 일품(一品), 도미탕이 이품(二品), 보신탕이 삼품(三品)"이란 말이 있었을 정도다
.◆당당한 풍채… 버릴 게 없다
사대부들이 민어를 선호한 데는 그럴 만한 까닭이 있다. 일단 풍채가 당당하다. 몸길이가 적어도 70㎝, 크게는 1m가 넘기도 한다. 몸무게가 10㎏은 나가야 제대로 맛이 난다고 한다. 30㎏ 가까이 나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생선이지만 비린내가 없고 담백하다. 가시가 적고 살이 많아 먹기 편하다. 그래서 전(煎) 감으론 민어를 최고로 쳤다. 민어는 한반도 근해 깊이 15~100m 진흙 질 연안에 산다. 가을이면 제주도 근해로 이동해 겨울을 나고, 여름이면 서해에서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는다. 민어가 여름 보양식이 된 건 이때(7~8월)가 제철이기 때문이다. 민어는 8월 산란기를 앞두고 몸집도 커지고 기름도 가장 오른다.
민어요리로 이름난 서울 용산구 '남해일식' 박태식 주방장은 "6월 중순부터 7월 말 알배기 직전까지는 암컷이 맛있고, 8월 초 암컷이 알을 배기 시작한 후부터는 수컷이 더 낫다"고 했다. 알 밴 암컷은 알에 영양이 쏠리기 때문에 살에서 기름기가 빠져 퍽퍽하다. 민어회는 떡처럼 도톰하게 썰어 먹는 것이 특징이다. 처음 보면 '이렇게 두꺼운 회를 어찌 씹어 먹나' 싶지만 부드럽고 차지기가 인절미 같다. 씹을수록 살에서 단맛이 배 나와 입안에 감돈다. 민어는 비늘과 쓸개 빼고는 버리는 부위가 없달 정도로 알뜰한 생선이다. 포를 떠서 회와 전으로 먹고 남은 살과 머리, 뼈로는 매운탕을 끓인다. 과거 양반들은 쇠고기와 무로 끓인 국물과 쌀뜨물에 민어와 파, 미나리를 넣고 끓인 고급 탕국 '민어감정'도 즐겼다. 부레와 껍질은 살짝 데쳐서 기름소금에 찍어 먹는다. 쫄깃쫄깃 씹는 맛이 별미다. 민어알은 으뜸 어란 재료로 꼽힌다. 아가미에 붙어 있는 부레는 값비싼 한약재이기도 하다. 부레를 잘게 잘라 볶으면 진주 같은 구슬 모양이 된다. '아교구(阿膠球)'라고 한다. 허약 체질 개선과 피로 회복에, 토혈·코피·설사를 다스리는 데 한약재로 쓴다.
◆조기와 사촌… 신안이 주생산지
민어는 조기와 같이 경골어류 농어목 민어과에 속한다. 영어 이름도 민어는 '크로커(croaker)', 조기는 '옐로 크로커(yellow croaker)'이다. 영양성분도 서로 비슷하다. '사람의 기운을 북돋아준다'고 해서 '조기(助氣)'라지만 분석해보면 다른 생선에 비해 영양소가 특출하지 않은 것처럼, 민어도 과학적으론 영양성분이 다른 생선보다 대단하지는 않다.
전남 신안군에 속한 작은 섬 재원도에는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민어 파시(波市)가 열렸다. 재원도 토박이들은 "여름 산란기가 되면 알을 낳으러 몰려든 민어가 '꺽꺽' 우는소리에 잠을 못 잘 정도였다"고 기억한다. 남획으로 지금은 민어잡이가 예전만 못하다. 그래도 재원도 일대는 여전히 민어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곳이다. 하지만 잡은 민어는 재원도가 아니라 같은 신안군에 속한 증도면 지도읍 송도 수협 어판장에 모인다. 재원도 바로 옆에 있다. 재원도와 마찬가지로 섬이지만, 다리로 뭍과 연결돼 민어를 비롯해 신안 앞바다에서 잡히는 모든 해산물이 여기에 모여 거래되고 전국으로 팔려나간다. 송도수협공판장 중개인이자 '유달수산' 주인인 주영자씨는 "요즘 민어가 나오기 시작했다"면서 "5㎏ 이하짜리는 1㎏당 3만원, 5㎏ 이상은 1㎏당 3만5000~4만원, 10㎏ 이상이면 1㎏당 4만~5만원쯤 한다"고 했다. 여기에 민어를 잡아서 먹기 알맞게 떠주는 비용이 1㎏당 1500원 추가된다. 주씨는 "7월 중순 이후부터는 물량도 늘어나고 가격도 조금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첫댓글 그 어렵고 배곺은 시절엔 쇠고기 한 점도 시샘하시며 더 드실려고했는데 이젠 욕구가 다양해서 계절음식 아니면 무공해를 찾으실 정도로 부자 (?)가 되었음을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또 여러가지로 도움을 주시는 후원자님들의 도움이있었기에
입맛을 마춰드릴 수가 있답니다. 이곳에 사시는 동안 최선을 다해서 봉양할겁니다. 천혜경로원 만세~~~
많은 분들은 아니지만 귀하신 분들 몇 분이라도 대접해드릴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기록으로 남겨주시고 격려해주신 김태호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상당기간 민어에 미치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