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수가 50% 현실화…의사들 "죽도록 일해야 본전"
10월부터 시행되는 4대 중증질환자들에 대한 초음파 검사 급여화에 대한 실체가 정해졌다.
지난해 10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급여화가 결정된 지 10개월만이다.
초음파 급여화의 핵심인 ‘초음파 급여화 행위분류(안)(이하 행위분류)’은 7개 분류 43개 행위(표 참조)로 결정됐다.
마지막까지 심장 분류 중 소아심장 관련 행위 세분화를 놓고 정부와 의료계가 의견 차를 보이는 등 진통을 겪었지만 결국 정부가 제시한 안이 최종 확정됐다.
수가의 경우 그동안 의료계가 우려했던 사태가 벌어졌다. 지금까지 각 의료기관에서 받아오던 관행수가의 50% 선에서 수가가 결정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7일 ‘2013년도 22차 건정심’을 개최하고 초음파 급여화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분류안이 이미 확정된 상태에서 진행된 건정심에서는 수가산정 기준을 정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당초 정부가 제시한 안(관행수가의 30% 수준에서 보전)과 의료계 안(관행수가 100% 보전), 조정안(관행수가의 50% 수준에서 보전)이 오른 상황에서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결국 조정안을 통한 수가 산출로 결론이 났다.
초음파 급여화 대상은 이미 결정된 것처럼 오는 10월부터 4대 중증질환자를 대상으로 우선 실시되며, 정부가 예상하고 있는 대상은 ▲암 질환 90만명 ▲뇌혈관질환 3만명 ▲심장질환 7만명 ▲희귀난치질환 59만명 등이다.
질환에 따라 2~4회까지 보장되는데, 가장 대상이 많은 암환자의 경우 치료 전후 각 1회와 추적검사 시 6개월마다 1회 등 총 4회 지급된다.
뇌혈관질환자의 경우 산정특례 적용기간 내 2회, 심장질환자는 수술(시술) 전후 각 1회 포함해 산정특례 적용기간 내 최대 3회, 희귀난치성질환자는 1년에 2회 범위 내에서 각각 지급된다. 각 질병별로 급여범위를 넘어서 초음파검사를 받을 경우 100/100으로 본인부담하게 된다.
중증질환 외 일반환자의 초음파검사의 경우 정부 계획에 따라 오는 2014년 범용1(뇌혈류검사, 상복부(위, 신장 등), 하복부(맹장 등)), 2015년 범용2(산전초음파, 생식기, 골관절 등)로 확대될 예정이다.
당장 올해 10월부터 시작되는 중증질환자 초음파 급여화 소요재정은 3,317억원으로 산출됐다. 소요재정은 ‘중증질환자(159만명)×급여횟수(2~4회)×조정안에 따른 평균수가×공단부담금(90~95%)’의 산출방식으로 계산했다.
한편 오는 10월부터 중증질환자를 대상으로 초음파 급여화가 시작되는 만큼 이들이 주로 찾는 상급종합병원부터 초음파 급여화의 타격을 직접 받을 전망이다.
일부 상급종합병원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당장 초음파 급여화로 한해 수백억원의 진료수익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초음파 검사와 관련한 인력 수급을 중단한 상급종합병원이 있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
초음파 행위분류, 정부 ‘勝’
초음파 급여 관련 행위분류에서는 정부가 압승했다. 초음파 급여화가 결정된 후 각 관련 학회와의 조율을 통해 대한의사협회가 최초로 낸 의견은 290개 행위로 분류하는 안이었다.
이후 정부와 의료계 간 계속된 협의 과정에서 168개, 56개로 줄어든 분류안은 결국 7개 분류(두경부, 흉부, 심장, 복부·골반, 근골격·연부, 혈관, 임산부) 43개 행위로 줄었다. 당초 의협이 주장했던 행위분류의 1/7 수준이다.
특히 의료계가 마지막까지 주장했던 ‘선천성심질환’ 관련 행위를 따로 분류하는 안은 결국 ‘선천성심질환은 추가점수 부여’라는 정부 주장이 그대로 반영되는 결정이 내려졌다.
소아 심장초음파의 경우 성인을 검사할 때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판독도 힘들기 때문에 반드시 별도 행위로 분류해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주장이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한소아심장학회 정조원 이사(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는 “소아심장초음파의 경우 현장에서는 3년 정도 봐야 제대로 보고, 대체로 10년은 봐야 한다고 여기고 있다”며 “(따로 분류가 안된 상황에서) 정부가 이야기 하는 가중치라도 많이 받았으면 하지만 다른 과와 관계도 있어 힘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 이사는 “흉부외과 등 기피 과들의 전공의 모집이 힘든 상황인데, 소아심장 분야에서도 향후 전공의 모집이나 수련하는 전문의 수급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삼성서울병원 소아흉부외과 전태국 교수는 “성인 초음파의 경우 초음파기사가 촬영하고 그 중 문제되는 환자를 담당의가 체크하는 식으로 할 수 있지만 소아심장초음파의 경우 의사 중에서도 숙련된 의사가 촬영해야 한다”며 “성인심장초음파의 경우 전문의 취득 후 전임의 1~2년만 해도 믿을 수 있지만 소아심장의 경우 더 많은 경험과 훈련이 필요하다. 병원 입장에서는 지금도 소아심장분야가 내리막길인데 (이번 행위분류를 통해) 더욱 어려워질 것 같다. 장기적으로 10~20년 후 국내에 소아심장을 책임질 사람이 없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행위분류를 통해 당장 의료기관이 입게 되는 금전적 손해는 물론이고, 의료계 주장을 무시한 분류가 자칫 특정과 기피현상을 키우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관행수가 50%, 현실됐다
초음파 급여화에 따른 수가는 결국 우려했던 대로 관행수가의 50% 수준에서 결정됐다. 건정심에 오른 정부와 의료계의 수가산출안, 이 둘을 조율한 조정안 중 조정안이 수가산출 기준으로 채택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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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바탕으로 한 대표적인 초음파 검사 수가를 살펴보면 ▲복부초음파 간․담낭․담도․비장․췌장 5만4,563원 ▲경흉부 심초음파(TTE) 일반 6만6,267원/정밀 10만234원 ▲태아정밀초음파 임신 제1삼분기 4만9,156원/제2, 제3분기 6만8,150원 등이다.
수가 결정을 위해 정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관련 연구를 진행했고, 의협과 대한병원협회를 대표로 한 의료계는 연세대 산학협력단 손명세 교수 연구팀에 1억원의 ‘초음파검사 원가분석 및 건강보험 적용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양 측이 진행한 연구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인 부분은 의사업무량, 즉 초음파 검사를 한번 하는데 의사가 얼마의 시간을 사용하느냐는 것이었다. 27일 건정심 자료에 정부와 의료계가 주장하는 의사업무량이 나와있다.
복부 중 간초음파를 예로 들면 정부는 심평원 연구를 바탕으로 의사업무량을 22분으로 봤다. 반면 의료계는 65분을 의사업무량으로 산출해 양 측 연구 간 무려 43분의 차이가 났다. 양 측의 의견을 조율한 조정안의 의사업무량은 30분이었으며, 결국 조정안이 채택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가 책정한 간초음파 수가는 4만450원, 의료계가 책정한 수가는 11만3,780원, 조정안은 5만4,560원이었으며, 앞으로 조정안을 통해 산출된 5만4,560원이 중증질환자 대상 간초음파의 기본수가가 된다.
즉,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질환자 한명에게 간초음파를 실시할 경우 종별가산(30%)을 포함해 7만928원, 종합병원은 종별가산(25%)을 적용해 6만8,200원을 받을 수 있다.
참고로 지난해 5월 건강세상네트워크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공동으로 조사한 의료기관 비급여 진료비용 고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분석대상 26개)의 복부초음파 가격대는 ▲15~19만원이 46.2%로 가장 많았으며 ▲10~14만원(34.6%) ▲5~9만원(11.5%) ▲20만원 이상(7.7%) 순이었다. 이를 종합한 상급종합병원의 복부초음파 평균 가격은 14만2,473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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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병원(분석대상 157개)의 경우 ▲5~9만원이 61.3%로 가장 많았으며 ▲10~14만원(31.6%) ▲15~19만원(5.8%) ▲5만원 미만(1.3%) 순이었다. 종합병원의 복부초음파 평균 가격은 8만8,036원이었다.
각 의료기관별로 초음파검사비 차이가 많다는 것을 고려해 평균 가격으로 계산했을 때, 조정안을 통해 수가가 확정된 상황에서 상급종합병원은 종별가산(25%)을 포함해 현장 평균(14만 2,473원)보다 7만1,545원, 종합병원은 현장 평균(8만8,036원)보다 1만9,836원 검사비가 낮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선택진료비 등 다른 변수를 감안하면 각 의료기관들이 받게되는 금액은 조금 더 많아진다.
의료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초음파 급여화 수가 결정 소식을 접한 의료계는 패닉상태에 빠졌다.
병협 나춘균 대변인은 건정심 종료 직후 “관행수가에서 50%를 보전하는 조정안에 대해 강하게 반대의사를 전달했지만 아쉽게도 조정안으로 결정됐다”며 “불만족스럽지만 받아드리기로 했다. 향후 복지부가 추가적인 보완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의협 관계자는 “관행수가의 100%를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결국 안됐다”며 “앞으로가 문제다. 의원급 수가는 이보다 더 낮게 책정될 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이근영 보험위원장은 “초음파 검사는 MRI나 CT와 다르게 검사하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업무량도 많은데 관행수가의 50% 밖에 반영 안했다는 건 말이 안된다”며 “이렇게 되면 병원들이 받는 타격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산부인과는 정말 큰일 났다. 분만 수가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산과의 주 수입원이 초음파 검사였는데, 이게 반토막 났다”며 “포괄수가제에 이어 초음파검사까지 관행 수가의 50%로 결정돼 엄청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학계에서도 예상했지만 현실화되니 허탈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소아심장학회 정조원 이사는 “국민들에게 저렴하게 초음파 검사를 해드리면 좋다는 것을 우리도 알고 있다. 하지만 현 의료계 시스템에서 알지만 하지 못하는 부분”이라며 “결국 낮아신 수가에서 일을 더 많이해 보충하는 방법뿐인데, 자연스레 검사의 질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정 이사는 “의료계에서 지금과 같은 관행수가를 책정한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학회 차원에서도 향후 대책을 논의하겠지만 솔직히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당분간 혼란 클 듯
정부가 정한 급여대상의 일반원칙을 보면 ‘급여대상 질환자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요양급여하지 않으며, 급여대상 질환자에 해당되나 산정횟수를 초과하는 경우 전액본인부담한다’고 명시했다.
복부 중 간 초음파를 예로 들어보자. 4대중증질환자들이 이 초음파검사를 받았을 경우 보험급여가 가능한 횟수(2~4회) 내에서는 기본수가(5만4,560원)의 5~10%인 2,728~5,456원을 내면 된다.
하지만 보험급여 횟수를 넘어서는 순간 기본수가의 100%를 본인부담해야 한다. 정부 정책을 잘 모르는 환자의 경우 같은 초음파검사를 받아도 몇천원을 내다가 갑자기 몇만원을 내는 상황을 갑자기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일반 환자의 경우는 더하다. 이들에게는 중증질환자에게 적용되는 기본수가조차 적용되지 않는다. 즉, 10월이 되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병원에서 정한 검사료를 100% 내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계획이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당분간 의문을 품은 환자들의 문의와 항의는 고스란히 의료기관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배경택 과장은 “이런 혼란을 막기 위해 정부 계획이 있는 것”이라며 “2014년과 2015년 계속되는 급여화에서 수가 책정과 관련해서도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그 때 재정상황과 각계의 요구사항을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 어떻게 진행될 것이라고 명확히 이야기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한편 당장 초음파 급여화 영향을 받게 되는 상급종합병원들은 아직까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초음파 급여화 파장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다”며 “병원 차원에서 아직 특별한 대응책 마련에 나서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초음파실 등 관련 부서에서 따로 회의를 하는 것 같지만 병원 차원에서 대대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진 않다”며 “아직 조용하다”고 말했다.
반면 당장 초음파 급여화의 여파를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의원급 의료기관들은 상대적으로 초음파 급여화보다는 병원급 의료기관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병원급 의료기관이 초음파 급여화로 인해 입게 되는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의원급 의료기관 영역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한의원협회 윤용선 회장은 “의료전달체계 측면에서 상급종합병원으로 갈수록 중증질환을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정책이 계속되면 큰 병원들이 외래 등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 의원급 의료기관과 경쟁하게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