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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도시] 04
S#1. 노래방 / 늦저녁.
<여러분>을 열창하고 있는 유희.
유준과 나란히 앉은 은수. 조금 불편해 보인다.
유희 (간주 시작되자 유준에게) 메모리!
유준, 유희가 말한 노래를 찾아, 예약한다.
유희 ♫ 내가 만약 외로울 때면, 누가 위로해주지~(호응하라고 좌중에 손짓)
유준 (마이크에 대고) 오줌두 안눈다.
은수 (예약곡 8개를 보고는 알만하다) 다 남유꺼구나?
유희 (유준 마이크 뺏으며) 우씨! 노래 하구 싶어 죽겠는데 어떡해애! 웬 종일, (입 털기를 한다) 부르르르르르 해봐, 속 터지지~. 우씨, 할거야, 아무도 날 멈출 수 엄(..하다가 노래 시작되자 말 끊고 노래시작)
유준 완전 리싸이틀이다.
S#2. 노래방 앞 복도.
은수의 핸드폰 액정. 부재중 전화 4통. 모두 태오에게서 온 것이다.
은수, 전화 건다.
은수 어. 전화했었지, 미안. 시끄러워서 몰랐어...
태오 아직 안 끝났어요?
은수 어, (짧은 망설임. 안을 흘끗 의식하고) 어.. 아직.(거짓말이 몹시 찔리는 표정)
태오 힘들겠다.
은수 (더욱 찔리는 표정) 어~.. (어떡해애~) 괜찮아~.
태오 내가 델러갈까?
은수 (화들짝) 아냐아냐, 힘든데 뭘.
태오 히이~ 미안~, 벌써 집에 왔어요. (은수, 휴유~) 대신, 주말에 영화 보러 가요! 내가 보여줄게!
은수 어. 좋아, 그게 좋겠다.
S#3. 노래방 안
여덟 번째 노래 ‘메모리’를 열창 중인 유희.
은수와 유준... 이젠 좀 지쳐보인다..
‘메모리’ 끝나면, 맥주캔 들어 은수에게 건배를 권하는 유준.
건배하는 은수, 아직도 유준이 좀 거북하다.. 어색하게 웃는다.
유희 노래 점수 85점.
유희 (목 축이려 맥주 들이키다) 이기 미칬나. (얼른 시작을 누르면, ‘I don't know how to love him' 이 나온다.)
전주 시작되자, 유준과 은수, 눈을 맞춘다.
유준 듣기 싫은 지, 고개 돌린다.
유희 (처절) ♪‘I don't know how to love him...'
뚱한 표정의 유준. 유희를 씁쓸하게 보는 은수...
유희 ♫ what to do how to move him...
하는데, 음악 뚝 그친다.
유희 어! 뭐야, (리모콘 들고 있는 유준을 보고 빽!) 야! 이! 남유준!
유준 이크! 실수,실수!
유희 실수우?
유준 실수실수!
은수 실수가 아니다... 우리 모두 저 노래를 싫어한다...
유희, 유준을 쫙 째려보고는 맘이 좀 상했는지, “오줌이나 눠야겠다”하고 밖으로 나간다.
유희, 나가고.. 잠시 침묵하는 유준과 은수의 얼굴 위로..
은수 정확히 말하면, 유희가 저 노래를 부르는 것을.....
유준 (씹듯이 내뱉는 혼잣말) 아직두 그런 새끼를 못 잊구.. 생긴 건, 찔러두 피한방울 안 나오게 생긴 게, 어떻게 저렇게 미련한지..(리모콘을 꾹 누른다)
시작되는 노래. 동물원의 <변해가네>. 은수가 어! 하고 유준을 보면,
유준 (분위기 바꿔 웃으며 마이크 주며) 내가 시켰어.. 니 꺼...
은수 (노래 벌써 시작했다. 마이크 받고) ....♫ (느낀 그대로를) 말 하고~ 생각한 그대로만 움직이며, 누가 뭐라해도 돌아보지 않으며.. (하다가 노래 그치고) 남유준.
유준 (보면)
은수 (다시 노래) ♫ 그리 길지 않은 나의 인생을 혼자 남겨진거라 생각하며 누가 뭐라해도 돌아보지 않으며... (다시 노래 그치고) 유준아...
유준 (웃으며) 왜애.
은수 어색해. (웃으며) 십년 만에, 나 어색해애.
유준 (어깨를 으쓱) 좋잖아? 도전정신을 가지라메!
은수 (웃으며) 남유가 내 시누가 되는 건 좀 그렇잖아?
남유가 너한테, ‘형부~’, 그렇잖아?
유준 (피식 웃으며) 영수한테 밀렸구나.
은수 영수?
<인서트> 영수의 차안.
책을 90도 돌려주곤.. 머쓱하게 웃는 영수.. //
은수 (잠깐 영수를 생각한 표정. 웃고는) 밀리다 마다.
유희 (들어오며) 뭐가 밀려.
유준 유희야, (대뜸) ‘형부~’ 해봐.
유희 엥?
유준 (자기를 탁탁 치며) 형부우~ 해보라구, 나한테.
유희 (은수에게) 얘, 왜 이러냐?
은수 (모른 척)
유희 형부우~.
유준 (음미해본다... 그러다 팟 웃고는) 웃기긴.. 하네.. (푸하하 웃으며) 쫌 웃기긴 웃기다. (다시 푸하하)
유희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얘, 왜 이러냐.
cut to
환상의 골든트리오. 현진영의 ‘흐린 기억속의 그대.’를 부르고 있다.
호흡이 척척. 제대로 신났다!
S#4. 은수 원룸 골목, 밤.
은수와 유준이 걷고 있다. 팔이 살짝 스치면, 미세하게 떨어진다.
은수 고마워.
유준 우리 온수가 또 겁 많잖아. (뜸) 온수!
은수 (약간 긴장)
유준 빠꾸는 하지 말자..
은수 빠꾸?
유준 (뒤로 몇 걸음 갔다가 다시 돌아오며) 뒤로 가진 말자구.. 우리... 일기장 같았잖아..
은수 (아주 작게 따라한다) 일기장..
유준 (씩씩하게) 하고 싶은 말 있음 하고. 응? 자식~! (웃음. 스노 팰리스 올려다본다) 들어가.
은수 응. (들어가려다) 유준아. (유준이 보면) 고마워.
유준 (가만히 보다 곧 자기답게 헐렁~) 마이 프레져! (찡긋 웃고 돌아선다)
은수, 멀어지는 유준을 보다 스노 팰리스로 들어간다.
S#5. 은수 원룸 /이른 아침.
출근 준비를 마친 은수, 신을 신고 나가려다, “아차차” 하며 들어온다.
화장대 위, 침대 위를 보는 데 찾는 게 없나 보다. “아~ 씨...”
이불까지 들춰 보고는 포기하고 빠르게 슬리퍼 꿰고 밖으로..
S#6. 공중전화부스 & PC방 / 이른 아침.
슬리퍼 끌고 숨차게 뛰어와 부스 안으로 들어가 전화를 거는 은수.
은수 어. 나. (상대가 못 알아 들었는지) 나! /
유희 온수?
은수 (급하다) 어, 나. 아씨, 늦었는데, 이게 어디갔어~.
유희 또오? 알았어! 일단 뛰!
은수 어! (냉큼 끊고 마구 뛰어 돌아간다)
S#7. 은수 원룸 안 / 이른 아침.
슬리퍼 짝 아무렇게나 벗어재끼며 들어서는 은수.
들어서자마자, 잔뜩 숨을 죽이고 주위를 살핀다.
곧 울리는 전화벨. 침대아래 커버 들추면 얌전히 울리고 있는 핸드폰.
은수 우~ 이기 놀리나~. (받는다)찾았어. 바~로 침대 밑에 (어?)재인이야?
재인E 그래, 나다. 뭘 또 찾냐?
은수 씨~, 재인이야?
재인E 아, 왜애~, 나라서 억울해?
은수 오분만 일찍 하지이~. (억울) 금 안 뛰었짜나아~!
S#8. PC방 / 이른 아침.
뚜뚜뚜.. 전화기 안쪽에서 통화중 연결음 흘러나오는 가운데,
유희 (핸드폰 닫으며) 아~, 뭐여~.
출근 복장의 유희, 주위를 둘러보며 한숨 포옥~.
S#9. 은수 원룸 / 이른 아침.
전화 받으며, 급히 밖으로 나가며, 냉장고 옆에 세워둔 블라인드를 본다. 그 블라인드 위로, 문 잠그는 소리 들리며..
은수 (즐거운 목소리) 혼자 사는 불편...
S#10. 혼자 사는 불편 몽타쥬.
<은수 원룸/ 몇 달 전>
혼자 블라인드를 설치해 보려고 낑낑대는 은수. 도저히 안 되겠는지,
의자에서 내려와 블라인드를 냉장고 옆에 패대기치듯 세워 둔다. /
<시장, 과일가게>
은수 (수박을 보며 고민하다) 반 쪽두 파세요?
주인 (서글서글) 아가씨, 이쁘니까 팔아야지. (바로 칼 든다)
은수 잠깐만요! 아저씨, 반에... 반두 파세요?
주인 (수박에 들이대던 칼 거두고, 보다가 가라고 손짓) /
<회식자리>
과일 안주 중 수박을 먹는 은수.
다 먹고 냉큼 하다 더 들어 맛있게 먹는 은수 위로,
은수 그깟 수박.. 안 먹음 그만이고, 블라인드 없어도 잠만 잘 잔다!
어떻게 한 독립인데!!!
S#11. 백화점 / 저녁.
재인과 그릇을 보러 다니는 은수.
은수 토요일?
재인 (찻잔 들고) 아~ 이쁘다. 우아~ 하게 (마시는 시늉) 왜, 안 돼?
은수 아니~, 주말에 영화 보기루 한 게 있긴 있는데, 토욜일지 일욜일지 몰라서.
재인 안 돼~, 웨딩 촬영을 친구도 없이 어떻게 해.
은수 유희는. 물어봤어?
재인 (챙~!) 유희? (은수, 아차차차,) 됐어! 됐어됐어, 오지마!
은수 (얼른) 알써, 가께. 가면되잖아~.
재인 (유희를 두고) 나뿐 년.. (그래도 궁금은 하니까) 그래서, 회사는 진짜루 관둔대?
은수 관둔대가 아니구 관뒀어. 벌써.
재인 진짜 똥빼짱이다. 허. 세상, 그 좋은 직장을.. 잘났어 정마알!
아니, 도대체 뭐 땜에 관둔대?
은수 배우하구싶대. 알잖아~, 뮤지컬.
재인 챠아~~!!! 배우우? 챠아! 세상 똑똑한 척은 혼자 다 하는 게...
뭐? 배우우? 아니, 정신이 있니, 없니,
S#12. 뮤지컬 아카데미, 연습실 / 같은 시각.
유희가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와, 불을 켠다. 아무도 없는 연습실.
(그 위로, 은수와 재인의 대화 이어진다.)
재인 솔직히 지가 동네 노래방에서나 가수구 땐써지, 무슨 배우를 해, 그 나이에~.
은수 에이, 하고 싶다잖아~.
연습실 안쪽 라커룸. 유희, 옷을 갈아입는다.
재인 그래애! 지 인생 지가 알아서 하겠지이. 천하에 잘난 남유흰데에.
은수 그래. 알아서 할 거야아.
S#13. 다시 백화점 / 현재, 저녁
재인 (가격표 보고) 오~ 비싸. 솔직히, 걔 나 무시하지.
은수 (아니라고) 으응? 무시느은.
재인 (매장 나오며, 발끈) 너두 나 무시해? 못됐어, 진짜. 배배 꼬여갖구. 솔직히, 유희 잘나구 똑똑한 거 아는데, 아니, 그렇게 잘났으면서 왜 콤플렉스를 못 버리냐. 안 그래? 걔, 옛날부터 그랬잖아, 집 얘기만 나오면 예민하게 굴구, 집에두 안 데려가구. (에스컬레이터 쪽으로)
S#14. 다시 뮤지컬 연습실/ 같은 시각.
거울 앞에 서 있는 유희. 호흡을 가다듬는 게 보인다.
재인 나한테만 그러니, 걔가? 유준이 한테두 그러잖아. 아니, 돈 많은 집에 태어난 게 내 잘못이니? 내 잘못이야?
자기 모습을 응시하는 유희, 배에 힘을 모으고 연습해본다.
입털기. “부르르르르르르르. 부르르르르르르르.”
S#15. 다시 백화점 / 같은 시각.
에스컬레이터 타고 내려오다, 캐쥬얼 매장 옷을 보는 은수.
은수 잠깐만. (매장으로 가서 옷 하나를 대본다) 어때?
재인 야~ (옷 뺏어 도로 내려놓고) 애들이냐~. (은수, 머쓱)
S#16. 은수 집 / 밤.
태오와 블라인드를 맞들고 거는 은수./
cut to
한 손엔 피자를 든 은수, 블라인드를 주욱 당겨보며 흐무읏.
역시 한손에 피자를 들고 은수 방 물건들을 보고 있던 태오.
태오 (액자를 들며) 친구들?
은수 응. (가리킨다) 유희, 재인이, 나.
태오 와~ 이렇게 생기신 분들이구나아~ (이어, 곁에 놓인 중학 때 사진을 보고) 어? 몇 살 때야? 넘 귀엽다.
은수 중학교 때.
태오 자기, 나나같다.
은수 나나?
태오 응. (양갈래로 땋은 머리의 어린 은수를 가리키며) 미래소년 코난에 나오는.
은수 (마음에 든다) 흠~.
태오 포비가 나나 첨보구 뭐라 그랬게. (은수가 보면) 저거두 먹는 거야? (은수와 같이 푸하하 웃고) 크~ 야하지.
은수 (꿀밤 콩. 웃고는 나머지 친구들을 가리키며) 재인이, 유희.
태오 엥? (숏커트의 유희를 가리키며) 유희누나? (사진 두 개를 대보며) 같은 사람이예요?
은수 (웃음) 엉. 놀랍지?
현재와 과거의 유희 사진, 나란히 보이며 그 위로,
은수 학교마다 그런 여자애 있잖아. 숏컷트에 완전 미소년 같은 애...
<인서트> 은수가 다닌 여자 중학교 축제
가장 행렬이 지나간다. 양갈래 땋은 머리에 인디언 분장을 한 은수가 지나간다.
이어, 옷깃을 잔뜩 세운 드라큘라 복장을 한 학생 지나간다.
은수 유희가 그랬어. 걘 또 공부두 잘했그든? 무지무지. (드라큘라, 스탠드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미소년의 포스를 내뿜은 유희의 얼굴이 드러난다. 여학생들 자지러진다) 빠~지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지~.
유희, 스탠드 쪽으로 윙크 제대로 쏨!
더욱 자지러지는 여학생들. “꺅!!”“오빠~!”“언니~!” //
태오 (여전히 사진 보며 절래절래) 와~...
은수 (침대에 앉아 피자 먹으며) 반창회 함, 유희 땜에 배신감 느낀 애들 숱해 많았다.
태오 아니, 어떻게 이렇게 변해요?
은수 스무살 때.. (생각한다...) 니코친 같은 놈을 만났거든.
태오 니코친 같은 놈?
은수 백해무익한 놈, 담배 같은 놈.
태오 흠.... 그래두.. (사진 다시 보며) 이렇게 변할람... 무지 사랑했나 본데..
은수 (혼잣말처럼) 사랑?... 했지~. 왜 그런 사람있잖아. 무지하게 꾸겨져서 같이 있는 사람까지 힘들게 하는.. 좋게 말함 방황하는 청춘이지만, 으.. (절래절래)싫어. 치기만땅에 세상 고민 지 혼자 다하는 애들. 으...
태오 그래서요?
은수 뭐가 그래서야, 그딴 놈 유희가 뻥! 차버렸지!
태오 우... 독하네..
은수 독하긴... 걔 진짜 후졌어, 진짜진짜 후진 놈이었어... 으...(생각 털듯 도리도리)
태오 (웃음) 자기 친구들 보고 싶다. 보여 줄 거죠?
은수 친구들? (보이지 않게 주저.) 그래, 언제, 봐서. (무마하는 미소)
S#17. 고속도로, 윤포토 차안 / 아침.
은수, 정신없이 골아 떨어졌다. (운전은 호영. 보조석에 윤포토)
윤포토 (룸미러로 은수를 보고 귀엽다는 듯 웃음) 챠~. (하다 은수 옆 장미경에게) 장미경씬 왠일이야?
장미경 (쌩하게) 왜요? 전 옴 안돼요?
윤포토 아니, 오은수 전담 프로젝트래서~.
장미경 아는 처지에 돕구 살아야죠!
윤포토 누굴?
장미경 (마침 고개를 미경 어깨에 툭 떨어뜨린 은수 손으로 가리킴) 오은수~.
활기찬 음악과 함께, 청도 (또는 논산) 쪽으로 빠지는 윤포토의 차.
S#18. 딸기밭, 현장 체험 현장. 오전.
시원하게 펼쳐진 탐스러운 4월의 딸기 밭. 농장 체험이 한창이다.
사람들 북적북적 즐겁게 딸기를 따고,
은수는 윤포토와 현장 스케치 중.
은수 눈에, 영수를 사이에 두고 앉아있는 꼬맹이와 장미경이 보인다.
꼬맹이 (영수에게 딸기물이 든 손을 흔들어 보이며 ‘손이’) 빨개요~! (영수 손 보고) 아저씨두~!
영수 (자기 손 들어 보이고) 맛있는 물이다.
장미경 얘! 아저씨가 뭐니~? (영수 무지 의식) 형이지~,
영수 (어색한 미소. 뜨하게.) 아저씨, 맞는데요.
장미경 (무안. 새침) 그러네요?
S#19. 찻집 / 낮.
재인과 닥터배, 케익을 곁들여 차를 마시고 있다.
재인, 쇼핑백에서 티셔츠를 꺼내 보여주며,
재인 (발랄하게) 어때요? 귀엽죠? 우리, 신혼여행 때 입을려구 산 건데..
닥터배 (별 관심 안두고 대강 미소.)
재인 (티셔츠 프린트 가리켜) 봐요, 얘 꼬리가 왜 없는지 알아요? (티 한 장을 더 꺼내서) 쨘~, 히이~.. (꼬리가리켜) 여깄잖아요, 커플티.. 귀엽죠?
재인, 웃으며 닥터배를 보는데, 닥터배는 얌전히 자기 케익을 떼어 먹고 있다. 재인 말엔 이미 무관심. 그럴수록 더욱 힘을 내 보는 재인.
재인 이게 딱 한 세트 남았었거든요? 내가 먼저 봤는데~, 어떤 여자가 새치기를 할라 그러잖아요, 근데 (반응 없으니 조금씩 무안) 딱 한 장 남은 건데.. 그 여자두 결혼하나 본데.. (흘긋 닥터배 눈치 보고, 닥터배 케잌 한 귀퉁이를 떼어) 맛있어요?
재인, 닥터배의 케익을 맛보는데,
닥터배, 뭔가가 걸린 듯 뚝. 재인을 본다.
재인 응~ 맛있다~, 담엔 이거 먹어야 겠다. (자기 접시 밀어주며) 내꺼두 먹(어봐요..)
하는데, 닥터배, 자기 케익 재인의 스푼이 닿았던 데를 떼어내고 있다.
재인, 말문이 막힌다. 밀었던 자기 접시, 슬그머니 다시 당기며..
재인 그래서, 내가 산거예요.. (어색한 미소)
S#20. 딸기 체험 현장 / 오후.
딸기 와인을 만드는 체험 순서.
갓 딴 싱싱한 딸기가 가득한 뜰.
강사 ... 그렇게 다시 열흘이 지나면, 맛있는 딸기 와인이 완성되는 거구요, 완성된 와인은 한 달 후에 병입하게 되구, 6개월 가량 숙성시키게 돼요, 지금 만드신 와인은 가을에 댁으로 보내드릴 거구요, 자, 그럼 딸기 꼭지부터 따 볼까요? /
꼭지를 딴 딸기를 열심히 손으로 으깨는 사람들. 영수가 제일 열심히다.
순영 아~, 사장니임, 젤 신나신 거 아세요?
홍이사 냅 둬요, 사장님한텐 소풍이다, 이게. (은수에게) 오대리님!
은수 네?
홍이사 보시기만 할 거예요? 체험을 해야, 기사를 쓰죠.
은수 (웃으며 와서 소매를 걷으면)
꼬맹이 (은수에게) 손 씻어야 되는데? (하다가 윤포토가 카메라 들이밀면 잽싸게 V를 그린다)
이어, 스틸 컷으로 현장 스케치 이어진다. 마지막 컷은 나무 아래 졸고 있는 은수. /
스틸 컷, 실사로 바뀌며, 은수 사진을 찍고 살금살금 물러나는 윤포토, 쭈쭈바 두 개 들고 다가오는 영수와 (은수의 조는 꼴을 두고) 미소 교환. 영수 쭈쭈바 권하면, 윤포토 됐다는 미소 짓고 가고, 은수 곁에 앉는 영수. 쭈쭈바 꼭지를 딴다.
은수 (기척에 깨어나서 영수 보고 화들짝!) 어. 어~. (무안한 웃음)
영수 (드실래요? 하듯 쭈쭈바 하나 내밀고) 고단하셨나 봐요.
은수 (미소 지으며 쭈쭈바 받고) 아녜요, 아녜요.
은수, 쭈쭈바 꼭지 떼서 입에 물고 잠시 영수와 나란히 쭈쭈바 먹으며 말이 없다가,
은수 날씨가.. (‘좋아요’ 하듯 미소. ).. 이런 날 사무실 있음..
영수 (다음 말 기다리는 눈짓) ...?
은수 억울하죠오~. (뜸) 날씨 너무 화창하면요. 안 그러세요?
영수 음..
은수 (다시) 아~ 사장님이시지~?
영수 (미소. 혼잣말. 되새기듯..) 사장니임..
은수 (쭈쭈바 가리켜) 사장님이 이런 거두 드세요?
영수 (쭈쭈바 비닐에 바람 훅 불고는) 네. 사장님이니까.
은수, 풋, 웃고는 자기도 비닐에 바람 훅.
S#21. 찻집 앞 / 오후.
저벅저벅 걸어 나오는 닥터배, 재인이 바로 뒤따라오는데도,
유리문을 잡아 주지 않아, 재인 코앞에서 문이 닫힌다.
반동으로 육중하게 흔들리는 유리문.
재인, 문을 열고 따라 나와, 발렛에게 키를 받는 닥터배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닥터배 타요, 가다가 내려 줄게요.
재인 (주저하다) 아녜요, 택시 탈게요. 바쁜데 들어가 보세요.
닥터배 그럴래요, 그럼? (차에 타고) 모범타요. (차 출발한다)
S#22. 택시안, 오후.
택시 기사, 룸미러를 흘깃댄다.
룸미러 안, 재인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다.
택시기사 아가씨, ** 사거린데, 어디로 가요?
재인 (훌쩍) 우회전이요~.
택시기사 (재인이 보다) 저.. 이쁜 아가씨가 왜..
재인 몰라요, (앙~ 울음 터지며) 모른척 하셨어야.. 앙~ 난 몰라, 눈물 더 나잖아~, 앙~ (본격적으로 애처럼 울기 시작)
택시기사, 티슈를 내민다.
재인, 코 팽! 풀고, 다시 앙~
S#23. 딸기 체험현장 / 해질녘.
석양을 받으며 체조 비슷한 걸 하고 있는 영수.
영수 곁에 두어 명의 아이들이 따라하고 있다.
움직임이 너무 느려서 기이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다..
그걸 보고 있는, 나무 그늘의 홍이사와 은수..
(사람들은 거의 다 돌아가서 한산하다. 장미경은 정신없이 졸고 있고,
윤포토는 근처에서 풍경을 찍고 있다.)
순영 (행사 마무리 하다 영수를 보고) 해바라기 체조네? 나두 해야지!
순영, 쪼로록 뒤에 가서 영수를 따라 한다.
은수 해바라기 체조요?
홍이사 (웃음) 해바라기가요, (지고 있는 해를 가리키며) 해를 좋아하잖아요. 해가 떨어지는 바로 고,순간까지, 얼굴을 서쪽으루 이렇게 (목을 쭉 뻗고)빼고 있다가요, 해 떨어지잖아요? 그럼 다시 밤새~도록 (아주 느리게 뺀 목을 반대로 돌리며) 이렇~게, 돌려놓거든요, 얼굴을. 동쪽으루. 젤 먼저 아침해를 받으려구요. (웃음. 다시 아주 느리게 고개 돌리는 흉내) 밤새~~도록.
영수, 마침 아주 느리게 목을 돌리는 동작 중.
홍이사 직원들이 붙인 거예요, 너무 느려서. 해바라기 체조.
은수, 웃고는 해바라기 체조를 하는 영수를 본다.
홍이사 어떤 거 같아요?
은수 네?
홍이사 우리 사장님.
은수 .......좀... 달라보여요... 농장에선.
홍이사 느리구... 좋은 사람이예요..
은수 (웃음) 느리구.. 좋은 사람..?
S#24. 은수 회사
<인서트> - 서울의 야경.
<인서트> - 불 밝힌 커뮤니케이션 프렌즈.
은수 정신없이 일하고 있다.
최대리 (멀리서) 오대리! 보람증권 칼럼 두매 정도 줄여줄 수 있어?
은수 (고개들고)옙!
은수, 고개 든 김에 뭔가가 생각난 듯,
은수 (배시시.. 아주 천천히 목 돌리고는) 흠... 해바라기 체조라..
하는데, 멀리서 으아악 비명소리가 들린다.
은수, ‘으음~’ 비명소리를 음미하는 듯.
여직원OFF (먼데서 들려옴) 어떡해! 어떡해!
최대리OFF 왜왜왜! 날아간 겨? 얼마나! 몽따앙~? 으아아악, 미친다.
그리고 컴퓨터 탕탕 두드리는 소리.
이 모든 소리를 마치 노랫소리처럼 듣고 있는 은수의 얼굴에서,
은수 (음미하듯) 아~, 이 청아한 비명 소리~~! 자고로 마감은, 비명과 함께 시작된다.
cut to
사다리를 그리는 최대리. 최대리 근처 모여있는 직원들.
최대리 (장미경에게) 아, 빨 와요~
장미경 자기들이나 해. 난 빠질래, (절래절래) 식욕이 없어..
최대리 진짜죠? 진짜 우리끼리 합니다? (또 저런다, 식으로 좌중과 눈 맞춤. 사다리 하나 지우고) 탑시다!
은수 (그 중 하나를 찍는데)
장미경 (은수 향해) 자기, 나이 먹구 찐 살은 내리지두 않는다~.
은수 (아랑 곳 없이, 2천원 당첨된 사다리 두고) 앗싸아!
S#25. 맥주 바 / 한 밤중.
은수와 태오, 나란히 붙어 앉아 술을 마신다. 은수 한참 수다 중.
음악이 조금 시끄럽다.
은수 으아~~, 내가 정말, 그 선배 뽑아준 커피 값만 모았어두 강남에 아파트를 한 채 샀다. 사다리타재면 이슬만 먹구 사는 종달새 같은 얼굴루 맨날, 식욕이 없대. (건너편 한 여자를 의식한다, 그러나 아닌 척 말 이어감) 근데, 결국은 먹는다? 것두 왕창! 왕왕왕창!
태오 하하, 귀엽네~.
건너편 테이블. 여자 둘이 술을 마시고 있다.
여자들, 태오를 흘긋거린다. 귀엽다고 하는 거 같다.
은수, 기분이 나쁘진 않은데 신경은 좀 쓰인다.
대화를 자연스레 이어가면서도 계속 여자 쪽을 신경 쓰는 은수.
은수 (여자들 때문인지 약간 오바끼. 두 손으로 테이블을 탁탁치며) 뭐? 귀엽다구? 아니, 귀엽다니! 귀엽다니이!
태오 (웃음) 재밌잖아요. 그런 캐릭터. 나중에 써먹어야지?
은수 (다시 테이블 탁탁 치며) 니가 곱게 자라.. (하는데)
태오 스톱!
은수 (테이블에 손 놓은 채 스톱) 스톱?
태오 (가만히 테이블 위 은수 손을 본다. 흐으~. 웃음)
은수 (왜 그러는지 빨리 말하라고) 어어?
태오 고백할 거 있는데, (뜸) 흐~. 우리 첨 만났을 때, 나, 자기 손가락 봤는데.
은수 (자기 손을 내려다보며) 손가락?
태오 (끄덕. 은수 손가락을 하나씩 짚으며) 구우삼은... 반지있나?... 구우 오오는... 반지 짜국있나?.. 크흐.. 나, 응큼하죠.
은수 챠~
그러나 기분 좋다. 웃음이 실실.. 동시에 이토록 다정한 남자를 흘끗대는 건너편 여자들을 의식.. 왠지 으쓱?
여자들 일어선다. 나가려는지 은수네 테이블 쪽으로 온다.
태오 (여자들 존재 전혀 모름. 가슴을 쓸어내리며) 아~ 고백했더니 시워언하다! (해맑은 웃음)
여자 (대뜸 태오에게) 여자 친구세요?
태오 (음악이 시끄러워 못 알아들었다) 네?
여자 (‘나.. 참..’ 하는 웃음. 은수를 고갯짓으로 짧게 가리키곤) 여자 친구 세요?
태오 (못알아 들었다. 귀 기울이며) 네?
은수는 알아들었다. ‘뭐 이딴 게 다 있어’ 하는 표정이 살짝.
그러나 표정관리 들어간다.
여자 여자친구냐구요! 여자친(구냐..)
태오 (알아들었다. 하! 하하! 하고 웃고는 은수를 흘끗 보고) 아뇨?
은수, 챙~! 태오를 보는데, 은수 어깨를 다정하게 꼬옥 감싸 안는 태오.
태오 (여자를 빤히 보며) 친구 아닌데요? 무지무지하게 사랑하는 여잔데요?
S#26. 은수 원룸, 오밤중.
은수, 뭔가를 거칠게 타타다닥 쓰고 있다.
은수 (혼잣말 버럭!) 아니, 버르장머리 없는 것들이 사~람을 앞에 두고..!
모니터 보면, 그렇고 그런 사연들을 올리는 게시판...
은수 (궁시렁) 이것들이 눈이 없나~, 코가 없나~..(더욱 피치를 올리며 쓴다)
모니터 보면,
‘아니, 오밤중에 술집에서, 좋아죽겠다는 표정으로.............’
은수E 아니, 오밤중에 술집에서, 좋아죽겠다는 표정으루 다정하게 소곤대는 남녀가 연인이 아니면, 도대체가 뭘로 보인단 말이예욧!! 것두 나란히 앉아있는 남녀가 말이예욧!!’
쓰다가, 옆에 둔 손거울을 들어 척 들여다본다.
은수 (혼잣말. 스르로를 얼른다) 이뻐이뻐. 무쟈~ 어려 보여. 당~연히 애인으로 보이지.. (하다가) 자신감을 가져엇!
거울 척 놓고, 쓰던 글을 삭제해버린다.
모니터를 보다가 입맛 다시며 검색창에 넣는다.
검색어 - ‘연하남’
좌르륵 쏟아지는 연하남과 사귀는 여자들의 하소연 목록.
은수, 클릭해 열고 훑어보며, 남일 구경하듯 팔짱끼고 혀를 ‘쯧쯧쯧쯧..’
S#27. 프레쉬 캣 / 늦은 오후.
은수와 마주 앉아 딸기체험 사진들을 보고 있는 영수의 얼굴.
은수 (시안1 보여주며) 이게 일차 레이아웃 한 건데.. 음.. (시안2와 비교하며) 요렇게 (사진 위치 바뀐 거 짚어주며) 바꿀 수두 있구...
하는데 은수에게 전화 온다. 은수, 그냥 있으면..
영수 받으세요.
은수 (확인하면 태오 전화. 그냥 주머니에 핸드폰 다시 넣고) 아. 아녜요. (영수가 여전히 받아두 된다는 얼굴이자) 괜찮아요. (다시 일로 돌아와 기사 제목 보며 혼잣말처럼) 제목이 너무 큰가..?
영수 그 사진은 안너요?
은수 네?
영수 (사진들 묶음에서 한 장을 찾아) 이거요.
보면, 나무에 기대 졸고 있는 은수를 찍은 사진.
은수 어. 아... 아직은 짤림 안 되거든요.. (웃음) 회사...
영수도 웃는다.
S#28. 은수 동네 골목-스노팰리스 계단 / 밤.
태오에게 전화하는 은수. 골목으로 접어든다.
은수 어. 전화했었지.
태오E 네에. 많이~.
은수 미안~. 일 하느라구.
태오 (어딘가 계단에 앉아있다) 마감두 끝났는데, 그 회사 일 너무 시킨 다. 힘들죠~.
은수 괜찮아. 집에 다 왔어. (태오, 계단서 일어난다) 자긴 어디야?
태오 집. (웃으며 계단 내려와 밖으로)
은수 잘 했네. 늦었다, 얼른 자~.
태오E 네~.
은수 아. 깜빡했다. 낼 영화 못 볼 거 같애.
태오E ....
은수 (전화기에 집중하느라 고개 숙이고) 여보세요? 태오야, 여보..
태오 (코 앞에 와있다. 크게) 왜 못봐요!
은수 (화들짝 비명) 엄마! (태오 보고) 허어~... 깜짝이야!
태오 (웃으며) 왜 못보냐구요오!
은수 (잡고 흔들며) 이게~.. 죽는지 알았잖아아~.
태오 흐~ 진짜 겁쟁이네..
은수 (흘기며 계단으로 들어선다) 집이라메.
태오 지입. 우리 지입.
은수 챠~. 웃겨어.
태오 (따라붙으며) 낼 어디가요?
은수 응. 재인이 웨딩촬영. (205호 앞 도착) 말한대놓구 까먹었네. (도어락 비밀번호 누르며) 언제부터 기다린 거야.
태오 (번호 유심히 보며) 아~까아까부터. 지루해 죽는지 알았네.
은수 (번호 보는 게 신경 쓰인다. 또르르 해제소리) 누가 기다리래?
태오 가야겠다.
은수 (문 열며) 잘 가~.
태오 우씨. (냉큼 먼저 들어서며) 오늘만 아님 진짜 갔다.
S#29. 은수 원룸 안, 밤.
은수 (따라 들어서며) 뭔데, 오늘이.
태오 아~ 너무 하네에! 오느을! (장미 한 송이를 내밀며) 우리 만난 지 어언~ 한 달!
은수, 꽃 받으면,
태오 (박명수 흉내) 인제 아셨쎄요오? 0324별! (은수 보면) 담부턴 들어와서 기다려야지?
은수 (보이지 않게 흠칫, 허걱. 작게 혼잣말) 들어와서..?
태오 (이미 은수 사진을 보고 있는 태오. 귀여워 죽겠다는 듯) 아유~, 나나./
cut to
유리 꽃병에 꽂혀있는 장미꽃 한 송이. /
cut to
스웨터를 걸치고 있는 은수, 시계를 본다. 새벽 2시..
옆을 보면, 잠들어 있는 태오가 보인다.
은수, 잠시 고민하듯 태오를 보다가 가만히 흔든다. 깊이 잠든 태오.
은수, 조금 더 세게 태오를 흔든다.
은수 태오야.
태오 (눈도 못 뜨고 겨우) 어! 안자요?
은수 집에 가야지이.
태오 어. 벌써 아침이예요?
은수 아니. 근데, 두시두 넘었어.
태오 졸려.., 더 잘래..
은수 그럼 좋은데, 재인이 촬영 일찍이야..
태오 (아직도 졸음에 취해 대충) 응.. 알았어..요
은수 (다시 흔든다) 태오야.
태오 (여전히 눈감고) 응.... 같이 일어날게..
은수 그게 아니구, 자기, 일어나 봐.
태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몸 일으킨다) 왜요?
은수 집에 가서 편하게 자, 아침 잠두 많잖아, 아침에 깨우기두 그렇구 혼자두구 가기두 그렇잖아..
태오 일어날 수 있어요. (활짝) 같이 갈까?
자기 친구들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같이 가요! 우리!
은수 (올 것이 왔다) 내 친구...? (떠올려 본다...)
<인서트>
재인 (턱시도를 입은 닥터배를 가리키며) 이쪽은 타잔.
닥터배 (손을 내민다) 서른 일곱, 비뇨기과 전문읩니다.
은수 (후드 티를 입은 태오를 가리키며) 이쪽은 코난.
태오 (닥터배의 손을 맞잡고 악수하며) 스물 넷, 무직이죠.
말간 얼굴로 은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태오의 얼굴.
은수 (겨우 웃으며 좋게) 다음에~. 그럼 좋은데~, 나두 그 사람 처음 보는 거라, 어떤 사람인지두 모르구.... 재인이두 아마 불편할 거야.. (자기를 보는 태오를 보자 좀 궁색해지지만 더욱 힘을 내서) 맞어! 자기, 낮엔 알바두 있다며. 편하게 자야지. 응?
태오, 가만히 은수를 응시한다.
은수, 찔끔 하는데, 태오, 은수의 의중을 안 걸까?
태오 그래요. 가는 게 좋겠다.,(밝게 웃어주며) 나두 낼 일할라면.
태오, 일어나서 빠르게 옷을 입는다.
은수, 그 모습을 보고 있다. 마음이 좀 복잡하다. /
태오 (문 쪽으로 가며 다정하게) 갈게요. 나오지 마요. 얼른 누워.
은수 (문 앞에서 배웅하며) 응... 조심해서 가. 어. 택..시빈.. 있어?
태오 (아주 짧게 착잡. 그러나 은수를 돌아볼 땐 티내지 않고 부드럽게)있어요. (문 열고 나가며 다정하게) 얼른 자요.
은수 태오야.
태오 (보며) 응?
은수 ...(복잡하다..).. 아니야.
태오, 은수를 보다.. 다 괜찮다는 듯 미소...
그리고 문 안쪽으로 한 발자국 들어와 은수를 꼬옥 안아준다.
태오 사랑해요.
은수 (꼭 안은 채.. 미안하기도... 맘이 뜨겁기도... 복잡..) 나두야.. 나두.. 사랑해...
태오 (마지막으로 은수 이마에 입 맞추고) 갈게?
은수 (천천히 태오 몸 놓아주며...) 응..
태오 나가고, 문이 닫힌다..
은수, 저절로 숨이 훅~ 나와서 문 닫은 채로 가만히 잠시.., /
창밖으로, 골목을 걸어 나가는 태오가 보인다.
은수, 그 모습을 보고 있다. /
침대에 누운 은수, 뒤척인다.
S#30. 청담동 뷰티숍, 아침.
이마를 까고 맨얼굴로 거울 앞에 앉아있는 재인과, 뒤에 앉아있는 은수가 보인다.
재인 (거울 속 은수를 보며) 에이씨, 진짜 환장하겠어~.
은수 왜.
재인 (드레스를 가리키며) 저렇게 쭈글쭈글한 애를 어떻게 입으라는 거야.
은수 (드레스 돌아보고) 이쁘네. 뭐. 일부러 저런 거 아냐?
스탭 (메이크 업하며) 이뻐요.
재인 그래요? (은수에게) 그래? (드레스 돌아보고) 진짜 괜찮아? (스탭에게) 괜찮아요?
스탭 신부님 입으시면 더 예쁠 거예요.
은수 (웃으며 쥐어박듯) 이뻐,이뻐. 의심이 많냐, 애가? (둘레둘레) 그 분은?
재인 (변명하듯) 으응~. 늦네, 좀. 곧 올 거야. 여자 쪽이 오래 걸리니까, 천천히 오랬거든.
은수 (옆에 앉으며) 유희, 진짜루 안 불렀다.
재인 됐다니까아!
은수 으이그..
한 남자가 들어선다. 닥터배다.
스탭 오셨어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재인 (반색) 왔어요? 일찍 왔네요?
닥터배 (미소)
재인 (은수에게) 인사해, 나 결혼할 사람. (닥터배에게) 말했죠? 얘가, 은수예요. 말했잖아요, 은수라구, 내 베스트프렌.
닥터배 (아주 예의바르게) 처음 뵙겠습니다. 배기훈이라고 합니다.
은수 안녕하세요? 이제야, 용안을 뵙네요.
재인은 웃는데, 닥터배, 예의바르긴 하지만, ‘무슨 소리지?’ 하는 표정.. 왠지 좀 사람이 맨들거린달까? 웃던 재인도 약간 무안..
닥터 배 (예의바르게) 반갑습니다.
은수 (뭔가 어색. 무마하려 밝게) 우리, 재인이 잘 부탁드려요오!
닥터배, 은수 말에 미간이 순간적으로 찌푸려 들었다 펴진다.
그리고 예의바른 억지 미소정도? 그대로 대답 없이 재인에게
닥터배 아직 멀었어요?
스탭 신랑님두 이쪽으로 앉으세요.
닥터배 (은수에게와는 또 달리 딱딱하게) 난 됐어요.
스탭 (상냥하게) 티나지 않게 베이스만 살짝 봐드릴게요.
닥터배 (신경질 묻는다) 난, 분칠 안합니다.
스탭 (여전히 상냥하게) 그래두, 아주 안하시면, 신부님 피부톤이랑...
닥터배 (말 자른다) 탈의실이 어디요, 옷이나 줘요.
같은 말 길게 시키지 말고.
스탭 (무안하지만, 꾹 참는다) 알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닥터배, 따라 나가고. 재인 무안해서
재인 (변명하듯) 사람이, 원래 좀 고지식해.
은수 뭐어, 남자가 고집두 쫌 있어야지이.
재인 (붙들 듯) 그치? (그리고 돌연 확인하듯) 그렇겠지?
은수, 재인을 본다.
<인서트> - 1부
재인 - (가슴에 손을 척대며) 느낌이 와. (활짝!) 타.잔! //
S#31. 웨딩 촬영 스튜디오, 오전.
재인의 웨딩촬영이 진행되고 있다...
은수, 멀찍이 서서 물끄러미 보고 있다....
은수의 시선을 타고 이어져..
S#32. 샤브샤브 집, 정오경.
재인, 고기를 익혀서 닥터배의 접시에 놓아준다.
자기는 먹는 둥 마는 둥, 야채도 골고루 번갈아 놓아준다..
은수, 그런 재인을 물끄러미 보는데,
재인, 은수와 눈이 마주치자,
재인 (작게 웃고는 입모양으로) 많이 먹어~.
S#33. 청담동, 대로변.
닥터배, 성큼 성큼 앞서 걸어간다.
재인, 어깨에 주렁주렁 쇼핑백을 매고 뒤 따른다..
재인 타.
닥터배 타십시오.
재인 응. 은수야, 타~. 가다가 내려줄게.
은수 아냐, 배부르다. (닥터배에게) 들어가세요, 전 좀 걸을려구요.
닥터배 (나이스하게 알겠다는 미소 짓고 차에 올라탐)
재인 (차에 타고) 타구 가지. 고마워, 전화할게~?
은수 응. (손 흔든다..)
재인의 차, 출발한다. 은수, 바라본다..
은수 그곳엔, 내가 모르는 재인이가 있었다..
은수, 돌아서 걷기 시작한다.
S#34. 닥터배 차안, 낮.
닥터배 (혼잣말처럼 내 뱉는다) 잘.. 부탁 한다...? 무슨 뜻이예요?
재인 네?
닥터배 (미소를 띠고) 은영씨 말이에요, 나한테 잘 부탁한다잖아요,
좀 오버쎈스 아닌가?
재인 뭐가요?
닥터배 (여전히 미소, 약간의 냉소) 그런 거야, 내가 알아서 하는 거지,
왜 남일 자기일 구별들을 못하시는지... (노래하듯)이상들 해요~
재인 (맘 상한다) 다들 그냥 하는 말인데요, 뭐..
닥터배 ... (어깨 으쓱)
재인 그리구, 은수예요. (뜸) 은영씨가 아니구..
S#35. 대로변, 낮.
걷고 있는 은수, 생각이 많아 보인다.
S#36. 청담동 까페, 오후.
발렛 알바 중인 태오./
건너편 까페 안.
엎드리듯 팔에 얼굴을 묻은 채 창밖으로 태오를 보고 있는 은수...
은수 우리가 가려는 곳이 어디인지.. 우리가 제발 알았으면 좋겠다...
cut to
까페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서는 태오.
태오 (시원하게 웃으며) 오래 기다렸죠?
은수 아니야.
태오 웬일이예요. 불쑥. 늦게나 끝날 줄 알았더니.
은수 (절절하게 진심이다.. 미소) 보고 싶어서...
태오 정말?
은수 (끄덕)
태오 왜 그래요.. 안 좋은 일 있었어요?
은수 (미소) 아니야.. 정말 자기 보구 싶어서 온거야.. 보니까 좋다..
태오 (걱정) 이상해.. 기운두 없어보이구..
은수 (장난스레 웃으며) 아니라니까안!
태오 (알았다는 듯 밝게 같이 웃고는) 예뻤어요, 재인 누나?
은수, 답하려는데 유니폼을 입은 종업원, 메뉴판을 내민다.
태오 괜찮아요. 금방 나갈 거예요. (종업원 메뉴판을 치우려는데)
은수 (종업원에게) 아니예요, (메뉴판 받아 태오에게 주며) 마실 거예요.
(태오에게) 뭐 할래?
태오 (종업원 한번 보고 은수에게) 에이, 나가요, 우리.
종업원 알겠다는 듯 메뉴판 치우려는 데,
은수 (순간 빽!) 그냥 좀 마셔!
태오, 놀란다. 충격 받은 듯.
은수, 더 놀라고 당황했다. 어쩔 줄을 모른다...
은수 ... 미안, 아. 그러니까, 그게.. 내가아, (종업원 알아서 뒤로 물러서고) 밖에서. 그러니까 내가아.. (말문이 막힌다.. 너무 미안하고 이상하게 서럽기도 하고.. 어쩔 줄은 모르겠고.. 겨우 다시) 내가아, 너무 오래 걸었더니..
태오 (자연스럽고 기품 있게) 여기요. (종업원 돌아보면) 메뉴판 좀 주시겠어요?
종업원 메뉴판 놓고 간다.
태오 메뉴판을 열고는 보다가, 자기를 보고 있는 은수를 본다.
태오의 눈길... ‘됐다고, 그렇게 변명하려 애쓰지 않아도 난 괜찮다고, 뭔가 그럴 일이 있었겠지.. 자기 마음 다 안다고...’ 말하는 듯 하다.
그렇게 다정하게.. 위로하듯... 은수를 본다.
은수... 눈이 뜨거워진다... (우는 건 아님.)
S#37. 은수 회사, 월요일, 오전.
각자 새로 나온 책을 들여다보며, 군데군데 서 있는 직원들.
보람 찬 얼굴이다..
은수도, 책 두 권을 품에 살포시 안고 희열을 만끽하는 중...
은수 (감동에 겨워) 아~~ 따끈따끈~ 아~.... (하다가 환희의 표정 사라지고 표정 굳어짐) 요번 마감엔 유난히 사고가 많았다.. 마감, 그, 후.폭.풍...
<회의실> / 오전.
안이사 (무지 심각. 초초. 물론 입가엔 하얀침) 이거이거..
좌중, 죄지은 듯 조용~... 은수, 흘긋 황부장과 김명민을 본다..
안이사 (펼쳐친 브로셔를 탁탁치며) 두 번째도 아니고, 거래 트구 인제 처음인데, 초장부터 대체 일을 어떻게들 하는 거냐아~, 이 말이요!!
안이사, 황부장과 김명민을 노려보며, 브로셔를 다시 탁탁 친다.
자기 앞에 펼쳐놓은 브로셔의 사진을 내려다 보는 은수.
기공식 테입 커팅 사진 아래, 참석자 명단 설명 중,
‘부장 김상식’이 보인다.
은수 (전혀 안타깝지 않은 목소리로) 안타깝게도 김삼식은 ‘부장’이 아니라 ‘부사장’이었던 것이다! (김명민과 황부장을 보며) 황부장, 김명진 콤비의 실책.. (약간 꼬소한 표정)
안이사 자, 어떻게들 할 건지 대책들 내놔 봐요. 장대리부터 시계반대 방향!
장미경 그게 뭐.. 그냥 두면 안 되나? 솔직히, 누가 이런 거까지 일일이 보겠어요, 까짓 부장이나, 부사장이나. 설마 쪼짠하게..
은수 대책 없는 낙관주의. 장선배.
안이사 (흥분) 부장이나 부사장이나? 부장이나 부사장이나!? 그럼 자네한텐 ‘사원’이나 ‘사장’이나구, 동네 ‘이장’이나 회사 ‘이사’난가? (버럭)도대체가 말이 되는 소릴해야지, 말이 되는 소릴..
김명진 명백한 저희 쪽 실수잖아요, 책임을 져야죠. 전량 다시 찍는 방법 밖에 없다고 봅니다.
은수 허~, 자네. 지끔 이거, 자네가 저지른 거야아~,
황부장 (얼른) 이봐, 김명진이. 재인쇄 들어가면 추가 비용이 얼만지 계산이나 해봤나? (설설 기며) 이사님, 제가 입이 열 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다 아랫사람 잘 못 갈친 제 불찰입니다...
은수 (눈총 쏘며,) 허! 능구렁! 횡설수설하는 척하면서, 김명진이한테다 뒤집어 씌운다...
안이사, 눈을 감고 한동안 말이 없다. 고뇌하는 듯... 드디어,
안이사 (단호하게) 붙여!
순간, 일동, 허걱! ‘죽었다’ 하는 표정.
은수의 눈 질끔 감는 억울한 얼굴에서
<인서트>
불을 밝히고 앉아, 밤새도록 스티커를 붙이고 있는 사원들..//
은수 (앗! 생각났다! 눈 번쩍 뜨고) 그냥...
(하나 둘 은수를 본다).. 고쳐서 다시 찍으면 되지 않나요?
모두가 바짝 은수 주목.
은수 어쩌면 난 천잴 지도 모른다!
은수 (느릿느릿) 찍긴 찍는 거예요.. (뜸) 딱 천부만 고쳐서.
장미경 (활짝! 끼어든다) 특제하자는 얘기구나? 그래애! 본사 들어가는 거만!
은수, 도도하게 미소로 긍정.
모두들 순식간에 업 된다. 김명진만 빼고. 장미경 완전 들떠 좔좔.
장미경 솔직히 수정테입 붙이면 지저분하잖아요, 신뢰두 떨어지구, 특제하면 서로 깨끗하게 넘어가는 거죠, 회사 밖에 돌린 책이야 그쪽이 알게 뭐예요? (은수 보며 감탄) 히야~
안이사 그래. 오대리가 머리가 좋네~. (은수, 으쓱)
황부장 오대리가 원래 잔머리는 잘 돌아갑니다!
은수, ‘엥? 칭찬이야? 욕이야?’ 하는 표정인데,
김명진 그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거죠. 빤히 보이는 거짓말을. 옳지 않아요, 그건.
장미경 (기다렸다는 듯이 면박) 옳지가 않아? 그래애, 옳지가 않지~. 근데, 우리가 지금 누구 땜에 그 옳지 않은 걸 하게 된 건데? 명진씨 아냐?
김명진 ....
안이사 자! (호탕하게) 천부는 그렇고, 넉넉하게 천오백부만 다시 찍는 걸로 마무리하지.
사람들 안도, 흡족 속에 우르르 일어나는데, 명진이 신경 쓰이는 은수.
자기 가까이 놓인, 명진 물건을 챙겨주려 하는데,
(은수가 느끼기엔) 채가듯 가져가는 명진.
은수 잘났다.. 정말.. 누군 뭐 진짜, 양심에 구멍이라도 났니? /
(경과) <사무실> / 오후.
불나게 울리는 전화!
은수 받으면, 다짜고짜 왈왈대는 아줌마 음성
아줌마E 거기 코무니테이 뭐죠!
은수 네?
아줌마E 거 사장대요! 사장 바꿔, (은수, “무슨 일이신지..” 하려는데, 짬도 안주고) 아니, 아침부터 전화통이 불이 나서, 사람이 살수가 있나, 애는 빽빽 울지,.. 멀쩡한 가정집 전화를 뭐, 보람증권? ...
은수, 찡그린다. 전화기 너머로 아줌마 왈왈대는 소리 새어나오며,
은수, 장미경 그리고 황부장과 눈을 맞춘다.
은수 후폭풍 제2탄.. 광고지면 전화번호 오타사건.
S#38. 언덕배기 다세대 연립 주택가. 오후.
은수, 주스박스를 들고 주소를 보며 기웃기웃 집을 찾고 있다.
오르막 낑낑.. 얼굴엔 짜증이 가득..
S#39. 은수 회사. 오후. 조금 전 상황 F.B.
은수와 장미경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각자의 자리에 앉아있다.
귀는 황부장의 전화에 잔뜩 쏠려있다.
황부장 그래, 김실장, 나 프렌즈에 황인데, 참한 여자 알바생하나...(상대방 듣더니) 낼~? 허~ 우린 당장이 급한데... 거 참.. 낼은 꼭 되는 거지?
은수와 장미경, 얼굴 찌그러진다...
황부장, 전화를 끊는 순간, 장미경 돌연 비명을 지른다.
장미경 오! 마이 가앗! (컴퓨터를 손으로 마구 두드리기 시작)
은수, 그런 장미경을 기가 차다는 듯이 본다.
황부장 (그 광경을 보고는) 오대리~!
은수, 얼굴 완전 울화통.
S#40. 연립주택 현관 앞 . 오후.
은수, 조심스레 문을 두드린다. 애 우는 소리 들린다.
아줌마OFF (잔뜩 짜증난 목소리 버럭) 누구세요?
은수 아, 저기, 안녕하세요? 보람증권 전화 때문에 온 사람인데요,
문 열린다. 다짜고짜 들고있던 무선 전화를 은수에게 퍽 안기는 아줌마.
아줌마 내 살다살다.. 무슨 이런 경우가!
은수 (설설기며 전화 받고) 네. (텔레마켓터처럼 하이톤으로) 아! 네, 고객님. 보람증권 고객 사은 담당잡니다! 네. 네 고객님, 죄송하지만, 자세한 문의는 **** 에 ****번으로 해주시겠습니까? 네, ***에 *****....
S#41. 연립주택 안 / 오후.
은수, 전화기 들고 설설 기듯 집안으로 들어선다.
전화기 내밀면, 주인 여자, 전화기를 충전기에 탁 꽂는다.
은수 (주스 내밀며) 죄송합니다~, 저희가 이런 일이 없는데... /
전화가 울리면, 받는 은수. 같은 말을 반복한다. /
젓가락으로 짜장면 그릇 랲을 문대는 은수.
주인이 째려보면, 머리를 조아리는.. 그러다 전화가 오면,
“네! 보람증권입”하다 이 집에 온 전화인지, 주인에게 전화기 넘기는../
은수, 짜장면을 꾸역꾸역 다 먹어가는데,
안 됐는지 말없이 물잔을 놓고 가는 아줌마.
바보같인 해맑게 웃는 은수.. /
핸드폰으로 전화가 오는데 무선전화 동시에 울리면,
아줌마 핸드폰 받으라는 시늉하며 무선전화 받고는,
주인여자 (어설픈 하이톤으로) 아! 네! 보람증권 고객 사은 행사팀이예요. 고객님 죄송한데요?....
은수, 웃으며 밖으로 나옴..
S#42. 연립 밖, 골목 & 태오 방. / 해질녘.
은수 (전화에) 내가 진짜 이렇게 까지 하면서 이 회사에 다녀야 되는 질 모르겠다.
태오E (유쾌한 웃음소리)
은수 웃음이 나오니?
태오 아, 미안해요, 미안미안. 너무 웃겨서! 근데, 자기네 잘못두 아니라면서 자기네가 해야 돼요?
은수 그럼, 고객사 홍보담당이랑, 니가 잘했니, 내가 잘했니 한판 붙니?
태오 사회생활 어렵구나~!
은수 걸 인제 알아? (태오 웃음 소리) 자긴 어디야? 뭐해?
태오 (스토리 보드를 그리고 있다) 집.
은수 집? (의심스럽게) 누구 지입?
태오 (무심결에) 우리 집. (했다가 생각났다는 듯 “하하” 웃고는) 아니아니, 우리 집 말구, 내 집. 엄마 집. 우리 집 말구. (하하) 자기! 토욜에 뭐해요?
은수 왜애?
태오 (억울하다는 듯) 왜애?! 영화 보러 가자니까. 저번에두 못 갔잖아~.
은수 맞다. 히~. 재밌는 거 보러가자아~, 쩌번에두 못갔으니까안?
S#43. 호프집 / 저녁.
술 마시고 있는 유희, 수아, 지욱 그리고 두 명 더.
수아 와~ 쩐다.. 반장님, 무지하게 공부 잘했나부다...
유희 그 반장 소리 좀.. 안 함 안 되겠니.
수아 언니라 그래두 돼요? (유희, ‘당근이지’, 고개 끄덕이려는데) 원래 내가 언니 소리 잘하는데, 띠동갑은 첨이라서...
유희 (혼잣말. 허걱.) 띠.. 동.갑..(하는데)
여기저기, “띠동갑?”, 수아 “말띠이! (유희에게) 맞죠, 말띠이?”.. “맞네! 와, 하하. 진짜 둘이 띠동갑이네”
지욱 (수아에게) 니가 더 삭았어~. 띠동갑으루 안보여~, 니랑 남여사님이 랑~.
유희 (허걱. 혼잣말) 남여사..니임?
수아 (동시에) 우씨! 오빠 얼굴이 더 쩔어!
지욱 부산에선 표준이야~.
유희 (술잔 탁 놓고) 내가 여사냐?
수아 (푸하하 웃으며) 오빠 맨날 그렇게 불러요.
지욱 (태연) 어울리는데~?
유희 야! 이! (숨 폭폭) 어! 이!
S#44. 은수 집 &유희 집 / 밤.
유희E 열받어열받어열받어~!!!
은수 (맥주 캔 들고 푸하하 웃는다)
유희E 웃지마~! 내가 여사면 너두 여사야~! 오여사아!
은수는 맥주 홀짝이며, 유희는 이불 뒤집어쓰고 집전화로 통화 중
유희 열 받어, 이것들, 술 값두 당연히 내가 낸다구 생각하구, 와~..
돈 내라니까, 죄다 꾸깃꾸깃 천원짜리~ 와~. 난 왤케 되는 일이 없냐!
은수E 뭐가 또 되는 일이 없.
유희 핸드폰두 흘렸다니까아아아!! 눈물나게 온수가 그립다니까아!!!!
은수 안 돼애~.
유희 아! 왜애!? 모하는데에?
은수 그냥 영화 보는 거긴 한데에, 지난 번에두 약속 빵꾸냈단 말야~.
유희 우씨.. 이왕 낸 빵꾸 한 번 더 내애~!
은수 안 돼~. 허리긴 애 있잖아.
유희 찢어졌어!!
은수 (그럴 줄 알았다) 어째 오래간다 했다. 두 달이면 장수했다.
유희 나쁜년. (한탄) 미친다, 내가. 가뜩이나 (안방 의식. 목소리 낮춰) 백수 돼서 (목소리 복귀) 한 푼이 아쉬운 판에 찐따 붙는 나부랭이에, 어서 전화기는 흘리구 다니지, 하나 있는 친구라곤 완전 쌩까지...
은수 전화는 걸어 봤어? 안 받어?
유희 줄창 했지이! 밧데리 꺼져 있어. 어떤 놈이 냅따 팔아먹겠지!
은수 남여사~. 힘내~.
유희 주거어어!!!
S#45. 극장 앞/ 토요일, 늦은 오후.
복작이는 극장 앞 인파들 사이에서 태오를 발견하는 은수.
태오, 손을 흔들며 사람들을 헤치고 은수에게 다가온다.
S#46. 이동통신사 대리점, 같은 시각.
전화기를 구경하는 유희.
유희 (이쁜 거 가리키며) 얼마예요?
직원 72만원입니다.
유희 흡! (너무 비싸다) 저기, 전화 한통만 쓸게요.
유희, 전화를 건다. 기대도 없는 듯. 그런데, 벨소리 들어간다!
유희 (놀라서) 어! 된다! (누군가 받는다. 긴장하는 유희)
남자E 여보세요?
유희 (도전적으로) 여보세요! 저기요, 그 전화 주우신거죠?
남자E ......
유희 (말이 없자, ‘이게!’ 하듯) 여부세요! 여부(하는데..)
남자E 유희야..
유희 (너무 놀라 뚝 멈춘다)
남자E (다급하게) 여보세요? 유희야, 유(희야..)
유희, 전화를 끊어버린다.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 듯...
S#47. 극장 로비 / 늦은 오후.
팝콘을 사오는 태오.
은수 자기, 나 화장실 좀.
S#48. 극장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 화장실을 나오는 은수.
세면대에 가서 손을 씻고 거울을 보고 머리를 매만지고...
한가하게 손을 말리고... 이제 됐지? 화장실을 나서려는데,
화장실로 들어서는 중년여인의 뒷모습.
은수, 놀란다!
은수 엄마.
엄마 (당황한 기색) 어! 막내야.
은수 웬일이야, 엄마가.. (여기)?
엄마 (당황을 감추고) 어~, 영화 보러 왔지이. 왜, 난 영화두 못 보냐?
은수 (당황) 아니이, 그냥.. 근데 누구랑?
엄마 어~, 친구우.. (다시) 김포아줌마~.
은수 아~ 아줌마~..
엄마 넌?
은수 아! 유희이..
엄마 어~
은수 (조심스레) 엄마, 뭐 봐?
엄마 (조심스레) 넌?
은수 나?.... ***
엄마 (보이지 않는 안도의 기색) 아줌마랑 난, &&&&.
은수 (안도!) 아~. 잘했네에.. 그거 재밌다드라. 영화 시작한다!.. 나 먼저..
엄마 그래. 가. (돌아서는 은수에게) 집에 좀 와!
은수 (돌아보고) 알았어요. (돌아서서 총총)
화장실 나오자마자 코앞에서 기다리는 태오의 소매를 채듯이 잡고 급히 상영관 쪽으로 걸으며, 흘긋 돌아보고, 휴우~, 숨을 내쉬는 은수.
S#49. 극장 안
은수, 영화를 보고 있다. 집중이 안 되는 듯.
태오는 은수의 손을 꼭 잡고 영화에 몰입해 있다.
S#50. 유희의 집 앞 골목 / 저녁.
유희, 멍하게 걸어오는데, 골목 끝에 서 있는 남자.
멍한 유희, 의식하지 못하고 지나치는데,
남자 유희야.
유희 (놀라서 뚝 멈춤)
남자 .....
유희, 남자 얼굴을 홱, 하고 한번 보더니,
두 번 다시 보지 않고 단호하게 다시 걷는다.
남자 (유희의 팔을 잡으며) 잠깐만, 유희야!
유희 (낮고 무섭게) 가!
유희, 대문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남아 있는 남자, 유희의 첫사랑 니코친 허찬석이다.
S#51. 극장 / 저녁
영화 상영이 끝나고 우르르 자리에서 일어나는 관객들.
나가는 사람들 때문에 비켜주느라 태오 일어서려하면,
은수, 태오의 소매를 잡는다.
은수 잠깐.
태오 응?
은수 쫌만 있다가..
태오 어?
은수 (핑계. 웃으며 스크린 가리켜) 자막. 보구 가야지~.
태오 (그런 은수가 좋아서) 와~ (자리에 다시 앉는다) 일등 관객!
은수 히~. (너스레) 영화는 꼭 극장에서! 핸드폰 끄구, 앞자리 차지 말구,(태오 웃으면 자막보고) 나중에 자기 이름두 나오겠지? (태오가 보면) 저기.
태오, 흐무읏! 은수가 너무 좋다. 그러나 막상 은수는 왠지 불안한 얼굴.
S#52. 극장 로비 / 저녁.
은수, 태오와 걸어 나온다. 주변을 슬쩍 살피며.. 그러다, 본다!!
반사적으로 태오 옷깃 잡아 세우며, 숨이 멎듯 정지하는 은수.
멀리, 인파들을 헤치고 걸어 나가는 엄마의 뒷모습.
그리고, 그 곁에 한 남자.
엄마, 얼결에 뭔가를 떨어뜨리고,
남자가 그것을 주어주는 모습이 보인다.
얼어붙은 은수..
태오 왜 그래요, 자기.
은수 (태오를 보며 겨우) 아니, 아니야.
은수, 태오에게 웃어보이곤 다시금 본다.
인파 사이로 멀어지는 엄마와 그 곁에 선 낯선 남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