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연지못
햇살이 따사로워 연지못로 산책하러 갔다. 연지못에 경관조명 작업이 끝나서 밤이면 선화리 들판이 곱게 화장한다. 등에 불이 켜지면서 선화리 한적한 마을에 새로운 명소가 되었다. 아직은 집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지만, 날씨가 풀리면 밤에 가볼 생각이다. 연지못은 수척한 모습으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새들도 보이지 않고 강태공도 빈집만 남겨둔 채 모두 사라졌다.
바람이 불지만 매서운 바람은 아니다. 그래도 몇 사람이 운동한다. 얼마나 단단히 챙겨 입고 나왔는지 몸이 뒤뚱거린다. 벌써 모자 밑으로 땀이 난다. 운동이 두 배 된다고 생각하면서 씩씩하게 걸었다. 지나간 사계절의 풍경이 사진처럼 스쳐 간다. 겨울이 오롯이 잠겨 있는 연지의 늦은 오후의 풍경이 추워 보인다, 은행나무 가지에 까치가 만들어 놓은 빈 둥지가 유난히 쓸쓸하게 느껴진다.
연지 가장자리로 조명등이 설치되었다. 어둠이 내리면 불이 하나둘 들어오면서 연지못은 곱게 화장 한다. 추운 겨울밤을 따스하게 만들어준다. 누군가는 연인과 데이트하면서 추억을 만들고 누군가는 헤어진 여자 친구를 그리워하며 걸을 것이다. 서산에는 해가 지고 있다. 하루가 연지에 잠기고 있다, 나의 하루도 복사꽃처럼 연못을 곱게 물들이며 잠긴다. - 2024년1월12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