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약 엄청나게 소모” 후퇴 공식인정한 러…北김정은에 손 내민 이유가?© 제공: 헤럴드경제 |
지난 2019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모습 [로이터]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손을 내민 건 1년6개월차에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어갈 무기 확보가 시급하기 때문이라는 서방 전문가의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대반격'에 나선 우크라이나가 최근 여러 전선에서 조금씩 전진하는 등 성과를 내는 것으로 보여 푸틴 대통령의 마음은 더 급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러시아 정부 관계자는 최근 미국 언론이 보도한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회담 개최를 위한 조율이 진행 중이라고 일본 방송 NHK가 7일 보도했다. 러 정부 관계자는 전날 NHK에 양국 정상회담을 위한 조율이 진행되고 있고, 장소로는 블라디보스토크 앞바다 섬에 있는 대학(극동연방대)도 포함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두 정상이 러시아 극동에 있는 군 관련 시설을 방문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무기 거래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6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남부전선의 요충지인 자포리자주 로보티네에서 후퇴했다고 공식 인정한 상태다. 로보티네를 탈환했다는 우크라이나의 주장을 부인하다가 보름 만에야 '전술적 후퇴'라며 마지못해 시인한 모양새다. 우크라이나군은 로보티네에 이어 인근 베르보베, 토크마크를 되찾고 남쪽 아조우해 해안까지 진격하면서 2014년 러시아에 강제병합된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육상통로를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우크라이나군이 뚫은 건 러시아군의 삼중 방어선 중 한 겹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러시아 측은 상당한 경각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경고날린 美…“러에 무기 제공하면 대가 치를 것”© 제공: 헤럴드경제 |
지난 2019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회담을 앞두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로이터] |
이런 전황이 러시아에 긍정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는 데는 포탄과 무기 부족이 한 요인이 됐을 테며, 이것이 푸틴 대통령으로 하여금 북한이 보유한 다량의 옛 소비에트연방(소련)제 무기에 관심을 갖게 했을 것이라고 서방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은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는 엄청난 속도로 탄약을 소모 중"이라며 이런 양상은 우크라이나군도 동일하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 주도 서방 연합에 대량의 탄약과 중화기, 탱크, 미사일, 전투기 등을 원조받는 우크라이나와 달리 러시아는 다른 나라로부터 무기를 지원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는 국가는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거나 제재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볼턴은 이미 '따돌림 국가'로 인식되고 있는 북한에 러시아가 손을 내민 건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러시아와 북한이 유사한 무기체계를 갖는 점 또한 이런 선택을 내리기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