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酌(야작)
이식(李植:1584~1647)
본관은 덕수. 자는 여고(汝固), 호는 택당(澤堂)
저서로는 『택당집』· 『두시비해(杜詩批解』등이 있다
솔밭(솔숲) 아래 술을 지고 가니
携酒松林下 휴주송림하
솔바람 술항아리에 부네
松風吹酒缸 송풍취주항
술에 취해 가는 사람 또 일어나는 사람
酒行人亦起 주행인역기
외로운 달은 앞 강에 잠겼네
孤月墮前江 고월타전강
*
나의 벗들은 대부분 술을 일찍 배웠다
벌써 국민학교 때
지게 작대기에 막걸리 한말 짜리 말통을 묶어서
솔숲 미뿔(산소, 무덤, 묘)에 가서
밤늦도록 술을 마셨다
공부는 뒷전이고
놀기에 급급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중학교 졸업식날
우리 집 사랑방에서 술을 마셨는데
이틀 동안 깨어나지 못해 집안이 난리 난 적도 있었다
아버님이 술을 즐겨하셔서
어머님은 술을 빚어서 다락방에 놓아둔다
어느 날 친구하고 홀짝홀짝 마시다가
어머님에게 들켜버렸다
친구와 도망가는데
어머님이 따라오시지 않았다
혹시나 남들이 볼까,
남사스럽다고....
이 시의 화자도
벗들과 술항아리를 들고 가서
소나무 아래서
불어라, 마셔라! 하면서
어느새 취한 사람은 가고
하나 둘 일어나서 보니
벌써 달이 앞 강에 내려앉았다
얼마나 즐거웠으면
얼마나 그리운 벗들이기에
밤이 되도록 놀았을까.
그들이 나눈 이야기가 새삼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