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를 타고 다시 소를 찾는구나 / 대원 큰스님
산승(대원스님)이 청암사 강원에서 공부할 때인데,
아침 새벽에 강고봉스님(高峰泰秀 1901-1969)이 내려가시는 것을
뒤따라 가보니 잠시 주위에 포행하러 나오신 것이었다.
그때 마을의 일꾼이 헐레벌떡 올라왔다.
고봉스님을 만나서 인사를 하니
“어쩐 일로 새벽 일찍 여기를 올라오느냐?”
“어젯밤에 마구간에 매어 놓은 소가 오늘 아침에 없어져서
소를 찾으러 올라왔습니다.”
“그래? 나도 소를 잃어서 소를 찾으러 나왔다네.”
“스님도 소가 있습니까?”
“나도 소가 있지.”
“절에 소가 있는 걸 몰랐는데, 소 있다는 말은 오늘 처음 들어봅니다.”
“자네가 그 소가 보인다면 내가 이런 말 하겠는가?”
그런 대화를 뒤에서 듣고 웃은 적이 있었다.
예전에 어느 학인이 강사스님께 절을 하고 물었다.
“제가 안개 속에서 소를 잃어버렸는데
어떻게 해야 그 소를 찾을 수 있겠습니까?”
“안개가 걷히고 나면 찾으리라.”
이번엔 학인이 조실스님께 가서 절을 하고 물었다.
“제가 안개 속에서 소를 잃어버렸는데
어떻게 해야 그 소를 찾겠습니까?”
“시자야! 짚단 여물을 한 단 가져오너라!”
시자가 가져오니 조실스님이 그 학인에게 주면서
“먹게!”
거기서 물은 학인은 깨달았다.
斫來無影樹 (작래무영수)
燋盡海上漚 (초진해상구)
可笑尋牛客 (가소심우객)
騎牛更覓牛 (기우갱멱우)
그림자 없는 나무를 베어다가
바다 위의 거품을 다 태웠네
우습구나 소를 찾는 객이여!
소를 타고 다시 소를 찾는구나.
(서산대사가 소요태능에게 준 시)
(학산 대원 선사)
출처 : 학림사 오등선원 지대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