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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덕션 노트 ===
<바보들의 행진>(1975) / 102분
ㅇ 제작사 : 화천공사
ㅇ 각본 : 최인호
ㅇ 감독 : 하길종
ㅇ 출연 : 윤문섭, 하재영, 이영옥
70년대 한국영화 대표작 <바보들의 행진> 블루레이로 만나다
한국영상자료원, <바보들의 행진> 블루레이 출시
한국영상자료원(원장 이병훈)이 1970년대 한국영화의 대표작 <바보들의 행진>(하길종, 1975)을 블루레이로 출시했다.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은 당대 한국 대학생들의 삶과 고민을 진솔하게 담아 내어 당대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았을 뿐 아니라, 1970년대 한국 청춘영화, 나아가 한국영화의 대표작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다. 한국영상자료원은 2004년 이후 지금까지 80편에 가까운 한국고전영화를 고품질 DVD로 출시하여 한국영화의 저변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호평을 받아왔으나, 블루레이 출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첫 출시작으로 <바보들의 행진>과 함께 김기영의 대표작 <하녀>가 동시 발매된다.
바보가 행진하던 시대, 청춘을 어루만지다
하길종은 미국의 영화과 대학원을 졸업한 최초의 한국영화 감독으로, 데뷔 당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1970년 귀국 후 1971년 만든 그의 데뷔작 <화분>은 권력에 대한 예리한 비판, 동성애 묘사, 실험적인 편집 등으로 오늘날까지 파격적인 작품으로 회자되고 있으나, 개봉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후 역시 실험적인 작품인 <수절>을 거쳐 세번째로 만든 극영화가 <바보들의 행진>이다.
최인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하길종 감독 특유의 실험성과 상업성이 절묘하게 어우러졌고, 비평적으로나 흥행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영화로 인해 하길종은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의 위상에 오른다. 1970년대 중반 암울한 한국사회를 무대로 병태와 영철, 영자라는 평범한 대학생의 좌충우돌과 우정, 슬픔과 좌절을 어루만지는 이 영화는 당대 대중 뿐 아니라 오늘날 관객에까지 큰 울림을 준다. 이 영화는 2013년 한국영상자료원이 선정한 한국영화 100선에서 <하녀>, <오발탄>과 아울러 공동 1위에 오른 바도 있다.
검열서류가 서플먼트에
<바보들의 행진>은 정부의 검열로 시나리오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시나리오를 검열한 정부(예술문화윤리위원회)는 전면 개작을, 이후 재심에서도 9개 처의 수정 및 삭제를 명했다. 이후 실사 검열에서는 다시 12개 처가 삭제 혹은 수정되었다. 이로 인해 애초 하길종이 가졌던 비판적인 의도는 상당 부분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최종 삭제된 장면 중 일부는 원본 필름에 보존되었고 이번 블루레이 본편에 수록되어 있다. <바보들의 행진> 블루레이 서플먼트에는 이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검열서류와 당시 삭제된 장면만 따로 모은 영상자료, 이에 대한 영상자료원 정종화 수집부장의 해설이 소책자에 포함되어 있다. 이는 이 영화 뿐 아니라 한국영화 검열사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그 외 투트랙의 음성 코멘터리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 역시 이 블루레이의 강점이다. 한국의 대표적 영화평론가 정성일의 음성 코멘터리는 이 영화의 영화사적 의미, 하길종 감독의 영화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최고의 안내자가 될 것이다. 또한 한국영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해외 관객을 위해 달시 파켓의 영어 코멘터리가 수록되었다. 그 외에도 스틸사진 갤러리가 포함되었고, 소책자에는 정종화 부장의 글 외에 영상자료원 조준형 연구부장의 하길종 감독 소개와 영화평론가 김영진의 작품 소개가 수록되어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이후에도 매년 한국영화의 걸작 2-3편을 엄선하여 가능한 최상의 화질과 서플먼트로 블루레이를 제작할 예정이다.
=== 줄거리 ===
대학생들이 일등병의 구령에 맞춰 팬티 바람으로 연병장을 행진한다. 그들은 입대 여부를 가리기 위한 신체검사를 받는다. 그 중 영철(하재영)은 불합격을 받고 병태(윤문섭)는 합격이다.
대학 캠퍼스. 철학과의 강의가 끝나고, 철학과 학생인 병태와 영철은 불문과 여학생들과의 과 미팅에 참가하기로 한다. 함께 목욕탕에 들렸다 미팅 장소로 가는 길, 둘은 장발 단속에 걸린다. 파출소에서 도망친 둘은 미팅 장소에 늦게 도착한다. 영철은 짝 순자(김영숙)를 만나지만, 병태는 짝이 없다. 병태의 짝인 영자(이영옥)는 그를 밖으로 불러낸다. 영자는 따라오는 병태를 포장마차에서 기다리게 하고, 교수 집에 찾아가 학점을 달라고 떼를 쓴다. 영자는 시험 성적을 대체할 리포트를 병태에게 대신 써 달라고 하고, 병태는 다시 만나는 조건으로 승낙한다. 병태와 영철은 영자의 연극 공연에 갔다가, 순자까지 합류해 맥주를 마신다. 영철은 자신은 바보라며, 돈을 벌면 고래 사냥을 가겠다고 말한다. 영자는 병태가 참가한 과대항 축구 경기를 본 후, 캠퍼스에서 데이트하다 동갑인 그와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드디어 영철은 순자와 데이트를 하지만, 그녀는 술 취한 영철을 둔 채 가 버리고 그는 통행금지에 걸려 구치소에 간다.
강의를 하던 철학과 교수가 응원 연습 갈 사람은 나가라 하고, 병태는 혼자 남아 상념에 젖는다. 영철은 병태와 같이 경찰서에서 나오다, 찾아온 아버지에게 용돈을 달라고 한다. 무료한 대학생활에 지친 병태는 과대항 술 먹기 대회에 참가한다. 영철은 순자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지만 거절당하고, 영자는 병태와 테니스를 친 후 샤워하면서 이제 만나지 말자고 말한다. 영철은 담배를 피다 신학과 교수에게 뺨을 맞고 병태와 같이 항구까지 뛰어간다. 영철은 고래를 잡으러 가겠다며 자전거를 타고 떠나고, 병태는 캠퍼스로 돌아와 무기한 휴강 공고를 본다. 영철은 바닷가 벼랑에서 떨어져 자살하고, 입영 열차를 탄 병태를 찾아온 영자는 첫 키스로 그를 보낸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3.26 1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