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A(H1N1)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감염자가 속출해 5월 21일 기준으로 감염자 수는 전 세계 41개국에서 1만 1000명을 넘어섰다. 지난 5월 2일 국내에서도 처음으로 감염자가 나왔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는 확산속도가 주춤하고 있다. 하지만 이웃국가 일본에서 감염자가 급격히 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강하지만 병원성은 약하다. 전문가들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수분만 잘 섭취해도 낫는다고 충고한다. 이와 함께 세계보건기구(WHO)는 항바이러스제를 남용하지 말 것을 각국에 요청하고 있다. 내성을 갖는 변종 바이러스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인플루엔자 대유행(팬데믹)의 전초전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신종 인플루엔자가 1918년 스페인 독감 때처럼 봄에 유행한 뒤 훨씬 막강해져 겨울철에 다시 찾아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게다가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H5N1)와 결합할 경우 전파력이 큰 고병원성의 ‘괴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병원성 인플루엔자는 우리 몸에서 어떤 반응을 일으킬까. 감염자는 면역계가 지나치게 활성화돼 감염 부위에 수많은 면역세포가 몰리면서 염증이 심해지고, 상황이 악화되면 결국 호흡곤란으로 사망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사이토카인 폭풍’이라 부른다. 스페인 독감 때는 전 세계에서 약 5000만 명이 사망했다. 신종 인플루엔자가 팬데믹이 되는 일을 막기 위해 역학자는 질병의 전파경로를 밝혀낸 뒤 환자와 2차 감염자를 격리하고 방역조치를 취해 질병을 조기에 차단한다. 미지의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나타날 경우 백신을 신속히 생산할 수 있는 국가 시스템을 갖추는 일 또한 중요하다.
홍콩 정부는 지난 5월 1일 신종 인플루엔자 감염자가 묵었던 메트로파크 호텔의 투숙객 전부를 1주일간 격리하는 조치를 취했다. 투숙객이 마스크를 쓴 채 창밖을 바라보는 모습이 안쓰럽다.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A(H1N1)가 확산되면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졌다. 초기에는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불리며 지난해 유행했던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이어 인수공통질병이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을 불러 일으켰다.
현재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항바이러스제로 타미플루와 릴렌자가 쓰이고 있다. 하지만 두 제품의 재고가 턱없이 부족하다. 백신을 개발하기까지는 앞으로 몇 달이 더 걸릴 전망이다. 약제에 내성을 가진 바이러스가 생기진 않을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사태가 인플루엔자 대유행의 전초전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한 진실을 살펴본다.
Q1.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
바이러스는 DNA 또는 RNA의 형태로 유전물질을 전달해 유전과 증식, 진화를 한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생명체인 박테리아와 달리 물질대사에 필요한 단백질을 스스로 합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존에 필요한 모든 물질을 숙주세포에서 얻는다. 박테리아는 세포막과 세포벽을 갖지만, 바이러스는 중심부의 핵산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단백질 껍질이 전부며 세포막과 세포벽이 없다. 숙주세포 밖에서 결정체로 존재하는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단계인 셈이다.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총 8개의 RNA 절편(각각 HA, NA, NS, M, NP, PB1, PB2, PA 유전자를 담고 있다)을 갖고 있는 RNA 바이러스다. 모든 바이러스는 DNA나 RNA 중 한 가지 핵산을 갖고 있는데, 이를 기준으로 DNA 바이러스와 RNA 바이러스로 나뉜다. 대표적인 RNA 바이러스로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외에 에볼라 바이러스, 에이즈 바이러스 등이 있다. 천연두 바이러스와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DNA 바이러스다. DNA 바이러스는 돌연변이가 잘 생기지 않지만 RNA 바이러스는 돌연변이가 잘 생겨 예방이 어렵다.
Q2. 인플루엔자 A형과 H1N1의 의미?
투과전자현미경(TEM)으로 찍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사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RNA(보라색 부분)의 형태로 유전물질을 전달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숙주의 종류와 게놈의 구조와 형태, 표면 당단백질의 변이 정도에 따라 A형, B형, C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A형 바이러스 중 일부는 인플루엔자 대유행(팬데믹)과 유행성 독감을 일으키며 B형은 일반적인 독감을 일으킨다. C형은 증세가 약한 감기를 일으킨다.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A형으로 크기가 약 80~120nm(나노미터, 1nm=10-9m)정도며 구형이다. 표면에는 헤마글루티닌(HA)과 뉴라미니다아제(NA)라는 두 가지 당단백질이 돌기처럼 솟아 있다. 헤마글루티닌은 H1에서 H16까지 16종류가 있으며, 뉴라미니다아제는 N1에서 N9까지 9종류가 있다. 두 당단백질의 조합에 따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총 144가지(16×9) 아형(subtype)으로 구분되며, H3N2, H5N1과 같은 식으로 나타낸다. 이번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H1N1형이다.
이렇게 이름 붙이는 이유는 두 당단백질이 바이러스의 복제와 증식에 열쇠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헤마글루티닌은 바이러스가 숙주세포로 들어갈 때 필요한 열쇠라면, 뉴라미니다아제는 증식된 바이러스가 숙주세포에서 빠져나올 때 필요한 열쇠다. 헤마글루티닌은 바이러스가 숙주세포 표면에 있는 시알산과 결합하도록 만든다. 그 뒤 바이러스는 숙주의 세포막과 자신의 외피를 융합시켜 RNA를 숙주세포의 세포질에 넣는다.
숙주세포로 들어간 바이러스의 RNA는 세포핵으로 이동해 복제되며 세포질에서는 새로운 바이러스를 만드는 데 필요한 단백질이 합성된다. 이렇게 RNA와 단백질이 합성되면 숙주세포 표면에서는 새로운 바이러스를 방출할 준비를 한다. 이때 뉴라미니다아제는 숙주표면의 시알산에서 바이러스를 분리해 복제된 바이러스를 방출하는 역할을 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기존에 만들어진 독감 예방 백신이 잘 듣지 않는다. 돌연변이가 잘 생기고 바이러스 유전자가 뒤섞이는 재편성이 흔하기 때문이다.
Q3. 계절성 독감의 의미?
현재까지 발견된 감기 바이러스는 200종이 넘는다. 그 중 겨울철 계절성 독감을 일으키는 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코나 목 같은 상부 호흡기와 폐를 포함한 하부 호흡기에 감염을 일으킬 때 발생하며 갑작스런 고열이나 두통, 근육통 같은 증상을 일으킨다.
일반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에는 리노바이러스나 아데노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등이 있다. 감기는 코와 목 부분을 포함한 상부 호흡기에 바이러스가 침범할 때 걸리며 바이러스에 따라 콧물, 코막힘, 목 부위의 통증, 기침과 근육통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감기의 절반 정도는 리노바이러스가 일으키며 콧물이 많이 나는 게 특징이다. 아데노 바이러스는 목감기를 일으킨다.
겨울철 독감에 잘 걸리는 이유는 기온이 낮은 계절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낮은 습도가 독감의 감염을 쉽게 만들어 증상을 악화시키고 전염성을 더 높인다.
미국 오리건주립대 제프리 샤먼 교수팀은 지난 2월 절대습도가 낮을수록 독감 발병률과 전염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겨울철로 접어든 남반구에서 철새나 오리 등 조류가 북반구로 이동하며 고병원성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옮기는 일이 늘고 있다. 계절이나 온도와 관계없이 독감이 유행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가 가속되면서 동남아의 열대성 기후에 토착화된 바이러스가 점점 북상하고 있다고 말한다. 계절성 독감이라는 말이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Q4. 왜 돌연변이가 일어날 확률이 큰가?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여러 가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돼지 몸속에서 재편성되면서 생긴 변종으로 보인다.
한 번 예방접종을 하면 항체가 생겨 평생 다시 걸리지 않는 홍역 같은 질병과 달리 독감은 매년 예방 접종을 해야 한다.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역시 기존에 만들어진 독감 예방 백신이 듣지 않는다.
천연두 바이러스 같은 DNA 바이러스는 일단 백신을 개발하면 퇴치하기 쉽다. 돌연변이가 잘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80년 5월 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33차 총회에서 지구상에서 천연두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RNA 바이러스는 돌연변이가 DNA 바이러스보다 더 잘 일어나 몸속의 항체나 항바이러스제와 같은 약품에 내성을 갖기에 유리하다. RNA 바이러스는 유전자 복제오류를 스스로 교정할 능력이 없어 유전정보인 게놈을 복제할 때 DNA 바이러스보다 돌연변이가 일어날 확률이 약 10만~1000만 배 크기 때문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 중에서도 변이가 특히 심하다. 돌연변이 외에 하나의 숙주세포에 두 종류 이상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동시에 감염될 경우 숙주 세포 안에서 바이러스 유전자가 뒤섞이는 재편성(reassortment)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북미AI 바이러스(PB2, PA)와 인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PB1), 유라시안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NA, M)에 북미의 전통적인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HA, NP, NS)까지 4가지 바이러스의 RNA가 뒤섞여 생긴 변종이다. 전문가들은 “돼지에서 각 바이러스가 재편성되면서 생긴 변종으로 보인다”고 설명한다. 초기에 돼지 인플루엔자로 불린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서울대 수의대 김재홍 교수는 “RNA 바이러스가 가진 불안정성도 점변이(point mutation) 같은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점변이는 RNA 복제과정에서 RNA를 구성하는 뉴클레오티드 1~2개가 뒤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원본 RNA의 일부분이 A(아데닌)-T(티민)-G(구아닌)으로 이뤄져 있는데, 복제 과정에서 티민이 들어갈 자리에 U(우라실)이 삽입돼 A-U-G가 되는 식이다.
RNA를 구성하는 5탄당인 리보오스는 DNA를 구성하는 5탄당인 디옥시리보오스보다 히드록시기(-OH) 하나를 더 갖고 있어 상대적으로 불안정하다. 히드록시기의 산소원자에 있는 2쌍의 비공유전자쌍이 주변의 다른 분자와 반응하려는 성질이 크기 때문이다. 디옥시리보오스는 리보오스의 2번 탄소에 붙어있던 히드록시기가 떨어져나간 형태다.
Q5. 돼지나 닭이 감염되는 인플루엔자에 사람이 왜 감염될까?
1997년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닭이나 오리 같은 가금류에서 사람으로 전염돼 심각한 독감을 일으킬 수 있음이 밝혀져 큰 충격을 줬다.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도 초기 ‘돼지 인플루엔자’로 불리며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다. 인수공통질병이 점차 확산되는 게 아닌가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돼지에서 사람으로 전파된 경로가 밝혀지지 않아 명칭을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바꿨지만 전문가들은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근래에 돼지에서 사람으로 전파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서 가장 최근에 일어난 변이가 돼지 인플루엔자 유전자끼리 뒤섞여 나타났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서로 다른 종 사이에는 질병이 잘 전염되지 않는다. 각 동물마다 질병의 수용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종간장벽이라고 한다. 그런데 돼지나 닭이 감염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사람이 왜 감염될까.
일반적으로 조류의 호흡기 상피세포에 있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수용체(α-2.3)는 포유류가 갖는 수용체(α-2.6)와 다르다. 그런데 사람은 폐 근처의 하부 호흡기에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H5N1)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는 수용체(α-2.3)를 적은 양이지만 추가로 갖고 있다. 하지만 가까이서 고농도의 H5N1에 노출되지 않을 경우 바이러스가 하부 호흡기까지 도달하지 않기 때문에 조류 인플루엔자에 쉽게 감염되지는 않는다. 충남대 수의대 김철중 교수는 “돼지는 호흡기에 2가지 수용체를 모두 갖고 있어 조류와 사람 모두에게서 전염될 수 있다”며 “돼지는 여러 가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섞일 수 있는 중간 숙주인 셈”이라고 말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침에 섞여 공기로도 전파된다. 환자는 기침할 때 일회용 티슈나 손수건으로 막아 바이러스를 퍼뜨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호흡기로 전염되며 음식물로는 전파되지 않는다. 바이러스의 수용체가 호흡기에만 존재해 식용으로 섭취하는 살코기 부분이 감염 될 확률은 낮기 때문이다. 또한 71℃ 이상의 열로 요리하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사멸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일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선의 방법은 손을 잘 씻는 것이다. 손에 묻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코나 입에 닿을 때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거리는 공기로도 전파되므로 환자는 기침할 때 일회용 티슈나 손수건으로 막아야하며 마스크를 착용해 바이러스를 퍼뜨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서울대 수의대 김재홍 교수는 “기온 28℃, 습도 35~40% 조건에서 바이러스가 책상 같은 비침투성 표면에 묻을 경우 약 24~48시간 생존하지만 일회용 티슈나 손수건으로 막을 경우 생존률이 15분 미만으로 떨어져 전파되는 일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한 번 사용한 마스크나 티슈를 재사용해서는 안 된다.
타미플루는 바이러스가 기관지나 폐로 퍼지기 전 12시간 안에 복용해야 효과가 높다.
Q6. 타미플루 언제 먹어야 하나?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와 릴렌자는 복제된 바이러스가 뉴라미니다아제로 시알산을 끊고 숙주세포에서 빠져나가는 일을 막는다. 그래서 바이러스가 기관지나 폐로 퍼지기 전에 사용해야 효과가 높다. 몸에서 열이 나기 시작한 뒤 12시간 안에 사용하면 48시간이 지난 뒤 사용했을 때보다 몸속에서 바이러스가 생존하는 기간을 약 3일 정도 줄일 수 있다.
타미플루나 릴렌자를 예방용으로 사용할 경우 효과가 있을까.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은 건강한 사람이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할 경우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걸릴 확률이 70~80% 가량 줄어든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항바이러스제를 예방용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지난 5월 12일 WHO의 백신 전문가인 신도 니키 박사는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자 중 약 10%만 타미플루나 릴렌자를 사용해야 할 환자들”이라며 “예방용으로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하지 말 것”을 각국에 요청했다.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빠르게 퍼졌지만 병원성이 약해 휴식을 취하며 물을 충분히 먹으면 낫기 때문에 타미플루를 과처방하지 말 것도 권고했다. 예방용으로 사용할 경우 정작 사태가 악화됐을 때 약제가 부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성을 가진 바이러스가 출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언제 신종 인플루엔자에 걸릴지 모르는데 계속 약을 먹을 수도 없는 일이다.
타미플루와 릴렌자가 신종 인플루엔자를 치료하는 원리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와 릴렌자는 복제된 바이러스가 숙주세포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의 전염병 전문가인 스코트 래인 박사는 “항바이러스제를 남용하는 것은 내성을 가진 바이러스를 선발하는 일이나 마찬가지”라고 경고했다. 내성을 갖지 못한 바이러스는 모두 사라지고 돌연변이로 내성을 갖게 된 바이러스만 살아남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미 2001년 당시 인플루엔자A 바이러스(H1N1)에 감염돼 타미플루를 복용한 43명의 일본인 가운데 7명에게서 타미플루에 내성을 가진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또한 2004년 일본에서 인플루엔자A 바이러스(H3N2)에 감염돼 타미플루 처방을 받은 50명의 어린이들 가운데 9명에게서 타미플루에 내성을 가진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유정란에 바이러스를 접종시켜 백신을 대량 생산하는 데 필요한 종자 바이러스를 증식시킨다.
Q7. 타미플루와 릴렌자가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무력하게 만드는 메커니즘은?
타미플루가 뉴라미니다아제의 활성부위와 결합하려면 활성부위의 일부 아미노산이 재배열되면서 구조가 변해야 한다. 활성부위의 E276이라는 아미노산이 회전하면서 아미노산 R224와 결합하면 타미플루의 곁사슬이 결합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뀐다. 그런데 일부 바이러스는 뉴라미니다아제 활성부위의 아미노산에 변이(H274Y, R292K, N294S)가 생겼으며 그 결과 아미노산 E276가 회전하지 않아 타미플루는 더 이상 뉴라미니다아제와 결합할 수 없게 된다.
활성부위에 있는 아미노산인 발린과 물 분자가 결합해 타미플루가 결합하는 일을 막는 변이(E119V)도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변이는 릴렌자가 활성부위와 결합할 때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릴렌자는 활성부위 구조의 변화가 없어도 바로 결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높은 비율로 내성을 갖는 바이러스가 나타난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불충분한 양을 복용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뿌리 뽑는 데 실패했을 뿐 아니라 증상이 심하지 않은 환자에게도 항바이러스제를 남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Q8. 신종 인플루엔자 팬데믹 될까?
전문가들은 신종 인플루엔자가 전 세계로 계속 퍼져 나가며 대유행(팬데믹)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발생 초기보다 사망자 수나 전파속도는 줄었지만 쉽게 사라질 조짐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신종 인플루엔자가 1918년 스페인 독감 때처럼 한 번 유행한 뒤 겨울철에 다시 찾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다행히 초기 우려와 달리 신종인플루엔자는 독성이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신종 인플루엔자 발생 초기에 멕시코에서 사망자가 많았던 이유는 위생 환경이 좋지 않은 곳에 살며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들이 폐렴 등 2차 질병으로 사망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의료 환경도 좋지 않아 적절히 항생제로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가 대부분이었다.
팬데믹을 판별하는 3가지 기준은 ‘바이러스가 많은 변이를 일으켜 종간장벽을 뛰어 넘었는가’ ‘인체 감염시 얼마나 치명적인가’ ‘인간에서 또 다른 인간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되는가’이다. 현재까지 인류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스페인 독감(H1N1)으로 사망률이 10%가 넘었다. 1918년에서 1919년 사이에 약 5억 명의 사람이 감염돼 그중 약 5000만 명의 사람들이 사망했다.
하지만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스페인 독감과 H1N1으로 아형은 같지만 병원성과 전파성이 다르다. 신종 인플루엔자는 스페인 독감보다 전파성은 높지만 병원성은 떨어진다. 각 유전자가 가진 염기서열이 스페인 독감과 다르기 때문이다.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염기서열 분석 결과 스페인 독감이나 조류 인플루엔자(H5N1)처럼 고병원성 바이러스의 HA 유전자에서 나타나는 이염기 아미노산이 없고 NS1과 PB2 유전자에도 병원성 관련된 변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전파력이 강한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동남아 지역에 퍼져 조류독감을 일으킨 H5N1과 뒤섞일 경우 병원성이 강하면서 동시에 전파력이 강한 신종 바이러스가 나타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
동남아 지역은 비록 기온이 높다고 하지만 닭이나 오리, 돼지의 서식지가 사람이 사는 곳과 분리되지 않고 마당에서 함께 사는 경우가 많아 바이러스가 뒤섞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울대 수의대 김재홍 교수는 “바이러스는 종간장벽이 있어 다른 종에 쉽게 전파되지 않지만 일단 종간장벽이 깨지면 급격히 변이가 일어나면서 병원성이 커지고 숙주의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며 “그 결과 바이러스가 급격히 퍼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팬데믹을 막기 위해서는 뉴라미니다아제의 기능을 막는 타미플루나 릴렌자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바이러스의 생활사를 정확히 이해해 여러 부분을 타깃으로 삼는 치료제를 다양하게 개발해야 한다. 여러 가지 치료제에 대한 내성을 한꺼번에 지닌 바이러스는 출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앞으로 팬데믹을 초래할 수 있는 미지의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나타날 경우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신속히 생산할 수 있는 국가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와 녹십자가 합작해 전남 화순에 신축한 독감 백신 공장도 유사시 독감 백신 생산 시스템에서 팬데믹 인플루엔자 백신을 생산하겠다는 전략이 담겨 있다. 또한 백신 생산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차원의 연구도 필요하다.
국내 연구진 세계 최초 백신주 개발
충남대 수의학과 서상희 교수팀은 지난 5월 15일 유전자 재조합 기법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인체 백신주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서 교수팀은 미국 질병관리센터(CDC)에서 분양 받은 신종 인플루엔자 표준 바이러스의 RNA유전자에서 HA와 NA 유전자를 추출했다. 이 두 개의 유전자를 일반 독감 백신이나 유행성 독감 백신을 생산하는 데 쓰이는 6개 유전자와 재조합 시킨 뒤 사람과 원숭이에서 유래한 세포에 접종시킨 뒤 배양했다. 서 교수팀은 CDC에 백신주개발 사실을 통보했으며 이 백신이 인체에 대해 안전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대량생산을 할 예정이다.
첫댓글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