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휘자: 잉고 메츠마허 (Ingo Metzmacher)
* 바이올린: 파트리샤 코파친스카야 (Patricia Kopatchinskaja)
프로그램
-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 브루크너 교향곡 5번 (1878년 판본, 노바크 에디션)
3월 첫째 주는 공연의 주였다. 정명훈 선생님 지휘와 조성진 협연의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공연부터 비롯해서 카운터테너 필립 자루스키의 내한공연과 아담 피셔 지휘의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까지.. 정말 다양한 공연들이 한 주 동안 펼쳐졌는데 한 주의 마무리를 장식할 공연이 바로 잉고 메츠마허 지휘의 서울시향 공연이었다. 이 공연은 개인적으로 서울시향 공연 중 가장 기대가 되는 공연이었고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된 공연이었다. 맨발의 바이올리니스트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져 있는 파트리샤 코파친스카야가 쇼스타코비치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으로 처음으로 내한공연을 하고 현대음악 분야에서 유명한 독일 태생 지휘자 잉고 메츠마허가 서울시향과 첫 지휘를 선보일 예정이었기 때문이었다.
파트리샤 코파친스카야 (출처: Marco Borggreve)
화려한 라인업에 힘입어 서울시향이 어떤 연주를 들려줄지 상당히 기대가 되었고 그렇게 3월 11일, 잠실에 위치한 롯데콘서트홀로 서둘러 발걸음을 향했다.
롯데콘서트홀
1부: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워낙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라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었는데 기대에 부응한 엄청난 연주였다. 음악에 완전히 몰입해 단원들과 지휘자와 호흡하며 연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광란의 2악장에서는 정말 말 그대로 미친 듯이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음악의 몰입감을 더했다. 약간 과장된 제스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뛰어난 연주력이 뒷받침되었고 거기에 행동(?)까지 추가가 되니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보통 국내 오케스트라의 공연에서 유명한 협연자가 협연하면 협연자만 부각되기 마련인데 이번 공연에서 협연자도 협연자지만 서울시향의 뛰어난 연주력에 상당히 놀랐다. 모든 악기가 밸런스가 잘 맞았고 관악기와 타악기가 압권이었다. 쇼스타코비치 음악 자체의 매력 또한 느낄 수 있었는데 음산하고 느리게 시종일관 유지되는 1악장부터 시작하여 광란의 2악장과 3악장에서의 사색하는 카덴차, 그리고 광란과 익살스러움 결합된 종반부까지 보통의 협주곡과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을 감상했다. 사회적인 억압을 받을수록 예술적 창조성이 더욱더 꽃을 피우는 걸까..?
2부: 브루크너 교향곡 5번 (1878년 판본, 노바크 에디션)
브루크너 교향곡 5번은 1부의 감동이 무색해질 정도로 근래 보기 힘든 굉장한 호연이었다. 여태까지는 브루크너의 교향곡, 그중에 특히 잘 연주되지 않는 교향곡을 들었을 때는 선율이 난해하고 몰입이 끊기는 흐름을 이유로 음악이 잘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브루크너 교향곡 5번을 들으면서 낯선 멜로디임에도 불구하고 음악 자체에 강력한 인상을 받았고 지루함 없이 1시간 15분 동안 재미있게 감상했다. 가장 큰 이유는 서울시향의 흔치 않은 뛰어난 연주가 아닐까 싶다. 평소 약점으로 손꼽히던 현 파트가 이번 연주에서는 꽃을 피웠고 관악기 또한 시원시원했다. 전체적인 악기의 밸런스가 너무나 잘 맞으니 유럽 오케스트라 못지않은 깔끔한 소리가 나왔다. 브루크너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자신의 해석을 제대로 오케스트라에 주입시킨 지휘자 잉고 메츠마허의 활약이 단연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지휘자 잉고 메츠마허 (출처: 서울시향 홈페이지)
그리고 브루크너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던 공연을 같이 보러 간 분의 견해를 말하자면 브루크너의 음악은 선율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반복되는 멜로디의 변주를 통한 음악의 다채로움에 치중해 있어 공연이 끝난 이후 비록 특정 멜로디가 기억나진 않지만 하나의 거룩한 음악을 들은 것은 확실하다. 개인적으로도 이 견해에 공감하는 바이고 헨델과 바흐부터 이어져 온 대위법을 브루크너만의 스타일로 한층 더 확장해 그것을 자신의 교향곡에 주입시켰다고 생각한다. 결론은 여태까지 감상한 국내 오케스트라 연주의 브루크너 교향곡 중에서는 이번 서울시향의 브루크너 5번 연주가 최고였다!
이 공연을 보고 난 후는 서울시향이 국내 오케스트라 중에서는 가장 뛰어난 오케스트라임에 확신이 들었다. 2주 뒤에 작년을 끝으로 서울시향 음악감독직에서 물러난 오스모 벤스케가 서울시향을 이끌고 지휘하는 시벨리우스 또한 상당히 기대가 된다!
클래식 음악의 즐거움, 클락(樂) by 리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