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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벌교 탐방
일시:2011년 11월 7일 월요일~9일 수요일
탐방지:송광사, 선암사, 순천만, 벌교
2011년 11월 7일 월요일
* 서울김포 공항 출발
제주도에 갈 때 이곳 공항에서 비행기를 탑승한 적이 몇 번 있어 낯익은 공항이다. 주로 국내선인데도 김포 공항은 언제나 많은 사람들이 왕래한다. 미리 예약해둔 오전 11시 여수행 대한항공 항공권을 티케팅하고 탑승 게이트 앞에서 기다렸다. 여행은 국내든, 국외든 마음을 설레게 한다. 외국에 비하면 짧은 비행 거리지만 비행기를 타고 간다는 것만도 행복한 여정이다. 이번 여행지는 순천이다. 송광사와 순천만을 주로 하고 선암사와 시간이 허락하면 벌교까지 다녀올 예정이다. 여수 공항에서 순천까지 공항 버스가 있어서 비행기로 왕복 다녀오기로 한 것이다. 남편의 생일이 이 무렵이어서 생일 선물 여행이기도 하다. 우리는 문인부부다. 여행에서 얻는 글제가 참으로 소중하다. 비행기에 탑승하고 활주로로 이동한다. 우리 부부의 좌석은 3,3좌석 중에서 30E, 30F로 날개 앞쪽 창가다. 넓은 김포 공항이다. 비행기는 정시에 이륙했다. 나이 지긋한 여승무원이 주스와 음료를 싣고 다니며 나누어 준다. 오렌지 주스 한 잔 마시며 여수로 날아간다. 참으로 행복한 순간이다.
* 여수 공항 도착
여수 시가지가 보이고, 잠시 후 비행기는 정시에 여수 공항도 도착했다. 김포에서 약 40분 정도 소요되어 지금 시각 오전 11시 40분이다. 여수 공항은 아담하다. 그리 어수선 하지도 않고, 한산하지도 않고 조용하게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다. 공항 내에서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에 대하여 홍보하고 있다. 이번 여행은 순천을 목표로 한다. 여수는 전에 여행을 모두 하였기 때문이다. 순천이 여수 공항에서 가까워서 여수행 비행기로 왔다. 가벼운 배낭 하나로 가능해서, 짐을 부치지 않았기 때문에 속히 출구로 나왔다. 순천행 공항 버스가 바로 앞에서 대기하여 승차했다. 여수 공항을 뒤로 하고 순천으로 달린다.
* 순천역 도착
여수 공항에서 공항 벗를 타고 순천역으로 왔다. 30분 정도 소요된다. 아주 가까운 거리다. 운전기사는 여자인데 순천 여행에 대하여 묻는 말에 잘 대답해 주었다. 오늘 일정은 송광사에 가는 것이다. 순천역에서 하차하여 내린 그 자리에서 111번을 타면 된다. 순천역은 전에 여수 여행 왔을 때 들린 적이 있다. 깨끗하고 역사도 우람하다. 노란 국화가 가을을 노래하고 있다. 역 안으로 들어가 순천 여행 안내물을 가지고 나왔다. 순천역 앞은 시장으로 단감을 비롯한 여러가지 농산물이 많다. 생선구이 정식으로 점심식사를 맛있게 하고 송광사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 순천 송광사 가는 길
순천역에서 111번 버스를 탔다. 오늘이 순천 장날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탔다. 시골 어른들로 버스 안이 만원이다. 내 곁에도 할머니가 앉으셨다. 상어 말린 것, 양파 모종 등 좀처럼 보기 오려운 것들을 사 가지고 앞에 놓고는 구수하게 농촌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자유 여행의 값진 체험이다. 송광사까지는 순천역에서 1시간 10분 정도 소요된다. 평화로운 농춘 들녘과 산들이 차창을 스치며 도시를 떠났다는 것에 대하여 증명하듯 생생한 영상으로 맺힌다. 산길을 돌아가며 드넓은 호수 주암호가 비경을 선사한다. 호수의 끝자락인데도 아주 넓고 웅장하다. 더욱 깊은 산길을 따라 달려 송광사에 도착했다. 가을 정취가 아름다운 조계산 산길, 산내음 가득 배인 길을 걸어 올랐다.
* 순천 송광사
송광사는 양산 통도사, 합천 해인사와 함께우리나라 3대 사찰 중 하나다. 불교에서 불, 법, 승의 삼대보전 사찰로 양산 통도사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불보사찰, 합천 해인사는 불경의 팔만대장경이 있는 법보사찰, 순천 송광사는 많은 승려의 승보사찰이다. 법정 스님이 머물던 절이며 또한 작년에 이곳 송광사에서 타계하셨다. 송광사는 조계산에 깊은 골에 위치하고 있는데 앉은 자태에도 상당히 고아하고 아름답다. 잘 다듬어진 뜨락과 건물들이 수려하다. 절을 싸고 도는 물이 장관이고, 법정 스님의 말씀이 사진과 함께 있어 영혼을 맑게 한다. 화장실이 나무로 지어진 아득한 낭떠러지의 재래식이지만 들어서는 입구가 참으로 정갈하다. 대웅전 마당으로 들어서니 건물이 웅장하고 불상이 아주 크다. 벽면에 탱화와 함께 그림에 대한 해석이 큰 울림을 준다. 효봉스님을 모신 전각의 무무문(無無門)에 앞에서는 무소유의 평안함이 절로 느껴진다. 오늘 이곳 산사에서 유숙하려 했으나 시간이 넉넉히 남아서 떠나기로 했다. 징검다리가 애잔한 불심으로 마지막 걸음을 배웅하는 송광사, 이 가을 흐뭇하고 보람된 사찰 탐방이다.
* 송광사 출발
생각보다 빨리 송광사를 관람하게 되어 오늘 일정은 선암사까지 가기로 했다. 111번 시내버스를 타고 승주읍에 가서 선암사행 1번 버스를 환승하면 된다. 송광사에서 버스 정류장까지는 가깝다. 낙엽을 밟으며 내려왔다. 주변에는 식당과 가게가 많다. 단감이 먹음직하여 몇 개 사서 먹으며 버스를 기다렸다. 조계산 고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조계산 깊은 곳에 자리한 그윽한 풍경의 산사다. 송광사에서 선암사로 가는 길은 산을 구비구비 돌아 나간다. 산으로 둘러싸인 주암호가 석양에 더욱 아름답다.
2011년 11월 8일 화요일
* 순천 선암사의 아침
새벽 일찍 일어났다. 어젯밤 늦게 선암사에 도착하여 어느 아주머니가 소개해준 할머니민박집에서 잤다. 고향집 같은 향수가 스미는 숙소다. 방이 따뜻하여 여행으로 고단한 온몸을 녹여주었다. 계획은 선암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하려고 저녁 시간에 들어왔는데 늦가을 해가 금새 져서 그만 어둔 밤에 도착했다. 절까지 가기에는 너무 늦었고, 또 버스 정류장에서 선암사까지는 많이 걸어야 한다는데 밤길도 어둡고, 그래서 이곳에서 자게 된 것이다. 상큼한 산사의 공기, 이 하나만으로도로 족하여서 행복한 아침이다. 할머니가 정성껏 지어준 아침밥을 맛있게 먹고 식사를 선암사로 향했다.
* 순천 선암사
아침 일찍 올라와서 스님들 외에는 아무도 없다. 상큼하고 고요한 산사의 아침이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절에 오니 남다른 감회로 상념이 침잠한다. 선암사는 사람의 손길이 많이 닿지 않고 자연과 아주 친밀한 밀어를 나누는 정감어린 절이다. 시골풍의 돌담길, 순진한 눈망울의 꽃들, 초롱초롱한 연등 행렬, 한국 전통기와지붕의 부속 건물들, 나무로 지은 측간, 소망을 쌓은 작은 돌탑들, 고운 연못 등 주저리 주저리 열린 빨간 감나무와 함께 세인의 속진을 내려놓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정경이다. 어머니 품속 같은 절이라 하면 부족하지 않은 표현이 될까. 봄에 오면 매화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절창이라는데 지금은 가을이라서 매화꽃은 보지 못하지만 뒤켠의 울창한 전나무 숲과 단풍나무, 은행나무 노란 잎들이 따스한 감성을 부른다. 넓고 포근한 산사다.
* 선암사 하산 길
오를 때도 많이 걸었던 산길이다. 주차장에서 좀 멀리 떨어져 있는 산사라서 그렇다. 그러나 완만한 산길이어서 힘들지는 않다. 계속 따라오는 계곡물도 절창이고 산길 양쪽에 줄지어 걸어둔 연등이 또한 걸음을 행복하게 해준다. 가을 단풍과 여러가지 고운 색상의 연등 행렬이 보아도 또 보아도 장관이다. 보물로 지정한 아치형 다리가 육중하다. 삼인당 둥근 연못이 있고 그 안에 동그랗게 떠 있는 섬이 고아하다. 선암사의 긴 하산길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풍경들이다.
* 순천 감나무
순천에서 감이 많이 생산된다는 것은 이미 순천역에 도착하던 첫날 알게 되었다. 지금 선암사에서 순천 시내로 나가는 버스 안에서 바라보는 감나무가 아주 인상적이다. 가로수로 심어 놓기도 하고, 산녘 비탈에 자생하는 나무로도 서 있고, 감나무 농장도 있고 감나무가 지천이다. 단감이라서 그냥 따 먹어도 되는 감나무들이다. 입안에 달콤한 단감 향내가 녹아드는 느낌이다. 그러나 이곳 사람들은 저것이 생업일 수도 있다는 대목에서 풍요로운 가을을 기원했다. 하얀 억새가 지키는 아름다운 호수에서 물안개가 뽀얗게 피어오른다. 감나무와 함께 정겨운 풍경이다.
* 순천시 승주읍
지난 밤,이곳에서 선암사행 버스를 탔던 곳이다. 송광사에서 선암사로 가기 위해서는 승주읍에서 환승한다. 어제 순천역에서 111번 버스로 송광사에 들어가서 관람하고 그곳에서 템플스테이를 할까 했는데 저녁까지는 좀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선암사로 향했던 것이다. 어제는 승주읍에서 캄캄할 때 선암사행 버스를 탔는데 오늘은 환한 낮에 지나면서 승주읍 제대로 보게 되어 좋다. 승주 초등학교, 승주 중학교, 우체국, 정류장 등 다정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소박하고 아담한 순천의 한 도시다.
* 순천 시가지
선암사에서 순천만으로 가기 위해서 순천역 방면행 시내버스 1번을 타고 오다가 순천대학교 직전 정류장에서 하차하여 순천만행 67번 버스를 기다렸다. 운전기사는 순천역까지 가서 환승하면 좀 복잡하다며 미리 내려준 것이다. 고마운 분이었다. 순천 시가지를 살펴보니 대로변 풍경이 우아하다. 울창한 나무 가로수가 촉촉히 단풍 들어 시가지를 더욱 빛내준다. 곁에는 순천대학교 건물이 우람하다. 깨끗한 도시다.
* 순천만 자연생태공원
순천만에 서식하는 흑두루미를 입구의 문 위에 날아오르는 모양으로 꾸며놓았다. 안으로 들어가니 넓은 주차장에는 곳곳에서 온 탐방객의 버스가 줄지어 있다. 입장권을 사서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에 들어가는 것을 시작으로 세계5대 연안습지 공원인 순천만 탐방이 전개된다. 순천만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 순천만의 갯벌, 철새, 갈대 그리고 천문대에 관한 전시물을 둘러보았다. 망원경으로 순천만에 서식하는 수백 마리의 흑두루미들도 보았다. 2013년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홍보관에서는 세계 여러나라에서 참여하여 함께 조성할 국제적 정원에 대한 홍보물이 영상으로 전시되어 있다. 손가락으로 터치하면 새로운 창이 열리며 모든 미래의 청사진이 전개된다. 신비로운 광경이다. 미래 정원의 도시로 가꾸어 나갈 순천, 바다와 접한 갯벌에서 지리적인 자연경관을 잘 활용하며 아주 정성껏 준비하는 모습이 담겨져 있다. 공원을 벗어나자 순천만 갈대밭 탐방로가 끝없이 전개된다. 게도 살아서 움직이고,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하천도 넓게 자리하고 갯벌에는 망둥어도 뛰고 살아 숨쉬는 순천만 자연생태 공원이다.
* 순천만 용산 전망대
자연생태공원과 천문대 등 관람을 마치고 갈대밭 길을 따라 용산 전망대로 향했다. 용산은 전망대가 있는 산이다. 갈대밭 길도 조금 먼 거리인데 산에 오르는 것까지는 약간 힘이 들겠지만 전망대는 꼭 가 보고 싶어 산길을 따라 걸었다. 빙그르 돌며 오르기 쉽도록 길을 잘 닦아 놓았다. 산과 산을 연결하는 나무 다리도 아름답다. 한참을 오르니 보조 전망대가 있다. 조금씩 바다가 보인다. 점점 높은 곳으로 올라가니 드디어 산정의 용산 전망대에 우뚝 서 있다. 반갑고 기뻐서 탄성이 절로 나온다. 해설하는 사람이 곳곳을 가리키며 설명해준다. 멀리 바다가 있고 ,학 모양의 학섬이 있고, 붉은 색깔의 칠면초, 구비진 바다의 물길, 동글동글 기하학적으로 형성된 갈대밭, 순천만에 서식하는 새떼들, 오리들, 유람선, 순천 시가지와 들녘 등등 비경이다. 둑을 쌓기 전에는 저 멀리까지 바다였단다. 긴 둑길이 경계선을 지으며 농토를 허락하고 있다. 전망대 바로 아랫층에 내려가 망원경으로 자세히 살펴보았다. 새들이 움직이는 모양이 선명하게 잡힌다. 오후 2시 30분을 정점으로 빠져나간 바닷물이 다시 들어온단다. 현재는 물이 가장 멀리 떠나간 정경이다. 순천만의 고운 전경을 한눈에 담고 다시 하산하여 용산 전망대를 내려왔다. 힘들었지만 보람찬 여정이었다.
* 순천만 갈대밭 비경
용산 전망대에서 하산하여 다시 갈대밭으로 들어섰다. 광활한 갈대밭이 보고 또 보아도 여전히 비경이다. 갈대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사람들이 움직이는 모습도 아름답다. 자연과 인간이 하나되는 순간이다. 바닷물이 서서히 갯벌을 따라 흘러드는 시간이서 아까보다는 물이 조금 많아진 것 같다. 갈대밭 속에 나무 배를 만들어 놓았다. 순천만에 대한 글이 돛의 휘장에 새겨져 펄럭인다. 배에 올라보니 짠물만 먹고 자란 갈대밭이 출렁이는 바다인양 금새라도 배를 몰고 나갈 것 같은 형상이다. 순천의 명소 소개와 함께 사진 촬영하도록 의자도 설치해 두었다. 금빛 풍요로운 갈대밭 길을 따라,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큰 하천의 다리를 건너 다시 입구의 생태공원으로 돌아왔다. 이제 우리는 벌교로 갈 예정이다.
* 순천 시내버스
순천만에서 나와 바로 앞 정류장에서 67번 시내버스를 기다렸다. 순천역 방면으로 가다가 도중에 내려서 벌교행 버스를 타기 위해서다. 정류장에 순천시의 관광안내도가 크게 걸려 있다. 여행객에게 아주 유익한 정보다. 순천은 시내버스 시스템이 아주 잘 되어 있다. 교통카드도 수도권에서 쓰는 것으로 모두 사용 가능하다. 현금은 1100원인데 교통카드는 1000원이다. 그리고 버스 안에 버스가 정차하는 정류장 이름을 차례대로 적어 부착해 두어서 이곳을 찾는 외객에게 큰 도움이 된다. 방송안내와 동일한 안내 이정표다. 가고자 하는 행선지를 한눈에 미리 볼 수 있도록 배려하는 버스 운행이 이방인에게는 참으로 고맙다. 순천만을 국제적인 정원으로 조성하며 방문객을 유치하기 위한 시의 교통정책이다. 이런 편리한 교통시스템은 지난 10월부터 이루어졌다고 인터넷 순천 뉴스에서 보았다. 버스도 아주 편안하고 쾌적하여 여정을 더욱 아름답게 엮어준다.
* 벌교 도착
순천에서 88번 버스를 타고 왔다. 순천시에서 보성군으로 행정구역을 넘어온 것이다. 초행이라서 운전기사에게 부탁하였더니 벌교 도심에서 하차 하도록 친절하게도 알려주었다. 작은 시골의 도시인데 푸짐한 거리 풍경이다. 즐비한 상가에는 단감과 참다래(키위)가 가득하다. 고구마도 있고 직접 생산하여 나온 농산물이라서 아주 싱싱하다. 벌교 기차역도 있다. 길게 뻗은 도심의 도로변에 벌교의 생활에 관련된 모든 가게와 시설이 갖춰져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이 길의 끝에서 끝으로 한번만 오가만 다 해결된다. 훈훈한 정이 흐르는 독특한 거리의 벌교다.
* 벌교 꼬막정식 석식
각처에서 꼬막정식 식사를 하기 위해 이곳에 많이 온다고 한다. 벌교의 꼬막은 TV 1박 2일 프로에서 방영되어 많이 알려졌다. 원조 꼬막식당을 찾아 갔다. 순천에서 버스로 와서 도심에 하차했는데 도심 거리가 황홀하다. 만국기가 공중에서 펄럭이고, 단감과 참다래(키위)가 노상에 수북하다. 저녁식사 후 먹으려고 단감을 조금 샀다. 아주머니는 넉넉한 손길로 많이도 담아준다. 상가 거리의 끝 부분에 식당이 있었다. 꼬막으로 5가지 요리를 주 메뉴로 하여 한상을 차려준다. 꼬막전, 꼬막무침, 꼬막회, 꼬막탕, 통꼬막 요리가 참으로 맛있다. 벽면에는 이곳 식당에 대한 여러가지 좋은 소개글과 사진이 걸려있다. 벌교 꼬막의 향기로운 석식을 마치고, 어스름 밤거리를 거닐며 숙소로 왔다.
2011년 11월 9일 수요일
* 벌교의 아침
지난 밤, 아주 편안한 휴식으로 상큼한 아침이다. 창문을 여니 벌교의 아침은 참으로 평화롭다. 거리에는 벌써 나온 상인도 있고, 차들이 도심 거리를 왕래하고, 고층 아파트도 큰 몫으로 풍경을 아름답게 그려내고, 산과 멀리 바다가 청아하다. 욕심 없이 열심히 살아가는 벌교 시민들의 소박함이 흠뻑 배인 정경이 고운 시선으로 다가온다.
* 벌교 장터
오늘이 벌교 장날이다. 그래서 벌교 도심의 양쪽 노변에는 장사 행렬이 장사진이다. 한쪽은 해산물, 한쪽은 과일로 나뉘어져 있다. 어촌의 아낙들이 벌교 특산물인 꼬막과 조개, 여러가지 생선 등 싱싱한 해산물을 팔고 있다. 또 건너편에서는 참다래(키위)와 단감을 수북하게 쌓아 놓고 판다. 긴 장터가 아주 인상적이다. 공중의 만국기도 아름답다. 얼마전 열렸던 꼬막 축제 때 걸어두었던 것 같다. 인심좋은 시골 장터, 보는 것만으로도 넉넉한 마음이다.
* 벌교 시가지
벌교 장터를 떠나 다리를 건너갔다. 태백산맥의 조정래 문학관으로 가기 위해서다. 벌교천 다리와 나란히 쳘교도 있어 낭만이다. 바로 가까이에 농토도 보이고 소박한 시가지다. 산이 빙 둘러 있어 안온하다. 대도시의 분주한 일상에서 떠나 이런 고요한 풍경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가슴 훈훈한 여정이다. 버스터미널 방면으로 올라갔다. 그 곁에 문학관이 있어서다. 벌교의 조용한 아침이 열리고 있다.
* 태백산맥 조정래 문학관
벌교의 제석산 아래, 조금 높은 산자락에 소설 태백산맥의 조정래 문학관이 오롯하게 세워져 있다. 벌교 시내에서도 보였던 현대식 건물이다. 벌교에서 순천으로 나가는 도로 곁에 안내간판이 있고 그 길을 따라 약간 걸어가면 있다. 문학관과 소설 속에 등장하는 무당 소화의 집과 현부자네 집이 있고, 위로는 흥교사 절이 있다. 현부자네 집 앞에는 아담한 연못이 있어 아름답다.
이곳 저곳 다 둘러보고 문학관에 입장하여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했다. 1층에는 소설 태백산맥에 대한 집필원고 및 역사적 소재를 전시해 두었고 2층에는 그림과 문학방사랑방이 있다. 3층 옥상으로 올라가니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였던 벌교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첨산과 홍교, 들녘, 바다 등이 애잔하다. 바닷물이 벌교 깊숙히 들어오기도 했단다. 그래서 벌교를 어머니 자궁과 같은 도시라고도 했단다. 문학관 곁에는 돌로 구성한 조각작품이 벽화처럼 붙어 있다. 돌 하나하나에 모든 사람들의 평안을 담았단다. 문학의 힘은 대단하여서 보성의 작은 도시 벌교를 찬란하게 조명하고 있다.
* 벌교 정류장
태백산맥 조정래 문학관 관람을 마치고 다시 순천로 가기 위해 정류장으로 갔다. 벌교 정류장에서 88번 버스를 타면 순천역까지 간다. 순천역에서 여수공항행 버스를 타려고 가는 것이다. 이곳 정류장 근처에는 벌교 종합버스 터미널이 있다. 그 앞에는 조정래길이라는 팻말이 높이 걸려 있다. 한 문학인의 이름으로 도로명이 지어진 것이다. 흐뭇한 일이다. 버스는 자주 있어서 조금 기다리자 왔다. 순천을 향해 달린다.
* 순천역 주변 풍경
벌교에서 다시 순천으로 왔다. 여수공항으로 가는 공항버스를 타기 위해서다. 순천역 앞에서 탄다. 순천 시내를 흐르는 동천강 긴 다리를 지나 순천역에 도착했다. 순천역 앞은 상당히 넓은 도로가 있어 수많은 차량이 왕래한다. 가로수도 울창하여 깊은 연륜을 드러내고 있다. 상가도 많다. 또한 시골에서 농사 지은 여러가지 농산물을 파는 여인들이 노상에 많다. 특히 단감이 거리에 즐비하여 푸짐한 장을 이루고 있다. 순천 단감이 유명하단다. 어제 뉴스에서 폐교 조치를 내렸다고 보도된 순천의 모대학 버스가 순천역 앞에 정차해 있다. 사람들은 안쓰러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지방 도시인데 참으로 깨끗하고, 또한 사람의 정이 훈훈하게 흐르는 정경이다.
* 여수공항 가는 길
순천역에서 오후 3시 30분 공항버스를 탔다. 운전기사는 계획 중인 순천만 국제 정원에 대하여 대단한 자부심으로 말해준다. 세계 여러나라에서 정원 조성에 참여할 드넓은 땅을 지나며 저곳에 정원이 완성되는 2013년에 다시 오란다. 멀리 광양만도 보이고 여수와 광양을 잇는 이순신 대교도 보인다. 어느덧 여수공항이 보인다. 규모는 아담하지만 그 건축물 모양은 예술적인 곡선으로 아름답다.
* 여수공항 출발
여수공항에 여유있게 도착했다. 국내선이라서 30분 전에만 티케팅을 하면 되는데 조금 일찍 온 것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이 나란히 있는데 우리가 예약한 것은 대한항공이어서 18:45분 서울김포행 항공권을 티케팅 했다. 1층에서 TV도 시청하고, 2층에서 아담한 공항을 둘러보았다. 사진과 가훈을 전시해두어 그윽한 정경이다. 탑승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는 정시에 이륙했다. 3,3 좌석인데 우리 부부의 좌석은 30A, 30B로 앞쪽 창가다. 어둔 밤, 지상에는 여수의 불빛이 찬란하다.
* 김포공항 도착
대한항공은 저녁 7시 40분경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캄캄한 밤이다. 여름이라면 환할 시간인데 겨울로 접어드는 계절이라서 그렇다. 하지만 여행은 언제나 낭만과 보람이 가슴에 자리하여 흐뭇하다. 짐을 부치지 않아서 출입구 통과 후 바로 리무진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짧은 비행 거리의 국내 여행지만 기차나 버스 여행과는 다른 의미로 행복한 여정이었다. 순천에 대하여, 벌교에 대하여 많은 것을 배웠다는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기쁜 밤, 집으로 가는 밤거리 풍경이 참으로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