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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작가·국제펜 한국본부 이사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지난 21일 회고록 ‘꿈이 모여 역사가 되다’를 출간했다.
그는 그 회고록에서 지난 20대 대통령선거에서의 더불어민주당 패배 원인을 검찰, 언론, 관료집단 카르텔로 지목하며 윤석열 대통령과 여권의 차기 주자로 부상하고 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까지를 비판했다고 전해진다.
한 장관에 향해 그는 “전형적으로 한동훈 같은 인물이 그 카르텔의 중심”이며 “검찰, 언론, 관료 집단을 부유층, 기득권층의 2세들이 다 차지해가고 있다”라고 증언했단다.
이어“강남 3구 출신, 특목고 출신, SKY 대학 출신들이 공무원 사회의 주류를 이루게 됐다. 우리 사회 장래로 볼 때 굉장히 나쁘다. 보수적 엘리트 카르텔이 각 분야를 좌지우지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자기 눈에 들어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고 상대편의 눈에 박힌 티눈을 헐뜯는 형국이다. 필자는 그의 회고록에 관심도 없으며 읽고 싶지도 않은데 보도를 통해 전해지는 그의 확증 편향적인 정치성향을 바라보며 같은 청양을 고향으로 둔 사람으로서 안타깝기만 하다.
나이 들어 조용히 자신의 정치적인 삶을 정리하고 반성하며 국민이 나아갈 길을 분명하게 제시할 수 있는 회고록을 쓸 수는 없었나 하고 생각하니 참으로 아쉽다.
이 전 총리는 운동권의 중심에 서 있다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 정치에 입문한 사람이다. 7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당과 정부의 요직을 두루 거치는 동안 국민들에게 비쳐진 그의 모습은 긍정적인 면도 있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부정적인 면도 있는 사람이다.
군사정권이 빚어낸 유신체제에서 민주화 운동에 편승해 입지를 세웠고, 원 없이 그 체제 속에서 정치력을 발휘하긴 했지만, 거부감 또한 많은 사람이다. 그중에서도 교육계의 정서를 망가뜨리면서 구조조정을 해서 한때는 교육자들의 원성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다.
이제 정치적 역정을 두루 거친 원로로서 인생을 정리하는 회고록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국가의 장래나 민생의 안정에 대해 비전을 주지는 못할망정 상대편을 비난하고 헐뜯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역시 딱한 일이다.
그 회고록에서의 발언에 대해 한동훈 법무장관은 되받아쳤다고 한다. "이 나라의 진짜 기득권 카르텔은 운동권 카르텔이라고 많은 국민들이 생각하실 것 같다"고 말이다
우리 대한민국의 정치 중심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 주역이 바뀐 것은 사실이다. 건국 초에는 좌우 이념이 대립하면서 김구, 이승만, 신익희, 조병옥, 조봉암 등 애국지사들이 정치 카르텔의 중심이었다.
군사 정부에서 들어와서는 군 출신 장성들이나 사관학교 출신들의 젊은 장교들이 영입되어 활개를 쳤다. 그러다가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면서 민주화 운동이라는 이슈를 내걸고 나타난 운동권 학생 출신들이 등장했다.
최근에는 비정치화를 표방하면서 순수하게 시민운동을 해왔던 윤미향과 같은 NGO 단체들까지 길게 목을 늘어뜨리고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리고 이해찬 전 총리의 회고록에 나타난 것처럼 예나 지금이나 입법·행정·사법 고시출신들이 영입되어 장치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들은 정치권에서의 인재 등용의 길일 뿐 시시비비를 따지며 비난받을 대상은 아니라고 본다.
그들은 부모에게 바르게 양육되었으며, 학교 교육을 받는 동안에도 최선을 다해 자기를 계발한 사람들이다. 말 한마디나 행동 하나도 가볍게 한 사람들이 아니다. 지나가는 말로 쉽게 매도될 사람들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이 전 총리는 최민희 전 의원과 대담 형식으로 집필한 이 회고록에서 다시 지난 대선과 관련해 "윤석열 쪽의 비리 의혹은 증거가 나와도 검찰이 수사하지 않고, 언론은 외면해 버린 반면에 이재명 후보는 아무런 증거가 없어도 의혹을 부풀렸다"고 말했다 한다.
필자는 지금 언론 보도를 통해 그의 회고록을 언급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이런 정도라면 얼른 서점에 가서 그의 회고록을 한 권 구입하고 싶어진다. 끝까지 읽으면서 회고록에 대해서 보다 객관적인 그리고 바른 판단을 해야 할 것 같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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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김명환 시인님 제 칼럼 원고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좋은 날 되셔요
올려주신 칼럼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