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부처님오신 날이니 발길닿는대로 가다가 사찰구경 시켜주면 좋겠다 싶습니다. 그렇게 나선 길, 하늘은 청명, 대기는 햇빛으로 반짝거리고, 어딜가나 신록들이 지천이라 제주도 5월의 푸르름은 싱그러움 그 자체입니다.
한라산을 감싸고 도는 드라이브길은 이제 많이 훤해졌습니다. 어느 지점에선가는 한라산 정상이 뚜렷하게 보이곤해서 정상으로 가는 너른 둔덕들에 솟아나는 들풀들이 일일이 눈에 잡힐 듯 또렷한 시야가 일품인 그런 봄날입니다.
그렇게 5.16도로를 거쳐 다시 제주에서 성판악을 거쳐 돈네코 방향으로 내려오는 드라이브길, 돈네코에 거의 다달을 즈음 눈에 들어오는 사찰명 효명사! 왠지 풍광이 좋을 것 같아 급하게 휘어지는 산길을 따라 들어가 봅니다. 가까이 다가와보니 한라산 선돌이라고 쓰인 안내문에 더욱 호기심 발동!
좁은 산길따라 차들이 틈도 없이 주차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초파일이라 산사를 찾은 사람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사찰입구를 지나쳐서 주차를 하고는 아이들과 함께 산길산책하듯 걸어봅니다.
사찰 가까이 우리를 맞이하는 것은 한라산 선돌이 보인다는 산신각! 간절함은 현실을 끌어 당긴다는 말에 웃음이 피식 납니다. 이제는 간절함이란 것도 다 내려놓고 사는 양, 세월이 주는 절박함에의 희석의식이 지금의 평화인 듯 합니다. 연실 사진을 찍어대는 태균이, 멋진곳=사진 공식이 잘 잡혀있습니다.
사찰맞아?싶게 한라산 산신님을 모신 재단이 어디 샤머니즘 재단 앞에 온 것처럼 느껴집니다. 아련히 잡히는 한라산 정상 선돌이 창 밖으로 펼쳐져 있으니 명당자리 대목입니다. 녀석들, 시범을 보이는대로 넙쭉넙쭉 절도 잘하고 손을 모으고 구복도 해보고...
정작 절은 절모양이 아니라 판넬건물식이라 정식 사찰급보다는 스님 개인이 운영하는 듯해 보입니다. 그러나저러나 한라산의 정기를 내리받은 터는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자연들에 둘러쌓여 있습니다. 제주도에 와서 거의 보지못한 계곡과 계곡을 흐르는 물줄기까지 다 주변에 포진했으니 절모양만 갖추면 명사찰 요소는 다분합니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을 모아놓은 천연수영장에 아이들이 모여서 신나게 바위를 오르락내리락 즐거운 소리가 한라산에 퍼지고 있습니다.
부처님오신 날이라고 사찰에서 주는 점심에 태균이 관심을 보이길래 한 그릇받아서 주니 밥알 다섯개나 입에 대보고는 그대로 제게 건네줍니다. 성의를 다해 비우느라 힘들었네요. 야채야 나무랄 데 없지만 들쩍지근한 고추장이 너무 달아서 제가 원래 단음식에 아주 취약합니다.
사찰보다 주변 풍경과 한라산의 색다른 모습 속에서 정기를 듬뿍 받은 양 우리는 성의를 다해 자연을 감상하고 불교를 배웠습니다. 자세히는 모르나 사찰에 있고싶어 하는 도예선배에게 절사진과 풍경을 보내주었더니, 준이 포함 우리 모두에게 부처님의 가피加被가 있기를 빈다고 답장이 왔습니다.
가피加被라는 말을 처음 알았습니다. 불교용어로 간절히 원하면 이루게 해주는 불보살 위신력이라고 하니 산신각에서 보았던 '간절히 원하면 현실을 끌어 당긴다는 그 말이 바로 가피였던겁니다. 사찰을 좋아하긴 하지만 법회에 참석해 본 적은 없으니 이런 용어를 접할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산사 작은 절과 너른 자연풍경 속에서 한라산 등반을 대신한 듯한 기분입니다. 태균이가 남겨준 엄마사진은 늘 정겹습니다.
태균이의 한참 밝아진 눈을 보여주는 이런 사진들이 너무 좋습니다.
너무 피곤해서 집에 좀 일찍 돌아온 후 늦은 점심을 챙겨주고나니, 태균이 수산한못 세바퀴를 결코 빼놓지 않습니다. 식사마치자마자 어찌해 볼 도리도 없이 그냥 내뺐습니다. 뒤늦게 따라가보니 혼자 열심히 걷고 있습니다. 엄마 사진찍어주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그림자에 그대로 나와있네요.
엄마기다리면서 혼자 쉬었다가 열심히 걸어가는 자신의 흔적도 영상으로 남겨놓았으니... 숨소리와 뭔가 의미가 있는 듯한 혼자소리가 섞여있는 기묘한 영상이 흥미롭습니다.
그렇게 태균이는 오늘할일을 철저하게 이수한 후 집으로 가버리고 빈들판에서 고사리를 따는데 왜 이리 많은지... 끝없이 내어주는 선물같습니다.
갑자기 불어닥치는 돌풍 속에서 한아름 고사리를 안고... 비록 두 개밖에 못 찾았지만 다시 주어진 5잎클로버와 4잎클로버를 안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오늘의 네잎클로버를 보니 세잎에서 어떻게 네잎으로 변모해가는지 그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듯 해서 더 귀하게 느껴집니다. 세상의 진실은 결과보다는 과정에 있는 법이니까요!
첫댓글 절을 보니 정식 조계종 사찰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도 이제 겨우 불교 입문 2개월차라 완전 초보수준이지만, 보통 절에는 부처님이 계신 대웅전(큰 영웅이 계신곳)이 있고 그 위로 불교가 우리나라에 정착하면서 민간 신앙을 흡수한 산신각(산신령), 독성각(독성, 나반존자), 칠성각(북두칠성)이 따로 있거나 이 세 분이 같이 있는 삼성각이 존재합니다. 제주같이 바다가 있는 곳에는 용왕각도 있더라구요.
여기 산신각은 한라산이 있는 곳이니 한라산 산신령님이겠네요. 저는 병직이가 장애등급을 받고 온갖 감각추구로 빙의들린것 처럼 힘들게 할때도 종교에 의지하지 않았는데, 지금 종교를 가진 이유는 아이가 성장하는데 제가 할수있는 정량적 지원외에 정성을 조금이라도 보태고 싶어서 입니다. 기도를 한다고 제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진 않겠지만, 태양을 향해 선 사람은 아무래도 남들보다 그늘이 덜 하겠지하는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두 청년의 절 하는 모습이, 또 엄마의 모습이 넘 좋습니다.
오늘 따라 대표님 모습이 멋있습니다.
저는 그림이와 떨어진게 한달 지났는데, 그리움이 사무칩니다.
같이 있음 덤덤 통보리자루인데요.
태균씨 동영상에서 숨소리와 함께 발성되는 소리가 묘하게
저의 마음을 터치합니다.
수산한못이 하루의 엄격한 루틴입니디.
그점도 뭔가 저의 죽은듯한 감각에 죽비가 되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