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통영 행 버스, 두 좌석을 간신히 마련하여 버스에 올랐다.
옆 좌석에 여대생 2명이 앉아있기에 어디 여행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1박2일 섬 여행을 계획하고 가는 중이란다. 단체여행팀도 보인다.
통영시에 속한 여러 섬 가운데 육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섬 중 하나인 매물도,
서울에서는 1박2일을 계획해야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비경을 지닌 섬들이 있기에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통영에는 한산도 장사도 사량도 매물도가 알려져 있고 한려해상공원으로서 가볼만한 섬이 많다.
그 중 매물도는 단연 빼어난 곳이다. 알려지기로는 소매물도이다.
특히 유람선은 장사도와 한산도 연화도를 묶어 섬을 들러 관람할 수 있도록 운행이 되고 있었다.
통영에서 동남쪽으로 배로는 90분 가량 걸리며 약 26킬로 떨어진 매물도는
두 개의 섬으로 나뉘어서 대매물도와 소매물도가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
두 섬은 서로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어 취향에 따라 가볼 수 있다.
작은 섬이지만 기암괴석과 동굴 등 썰물 때를 이용해등대섬으로 건너가 보고 싶으면 소매물도를,
마을 돌담길과 초원길 바닷가의 벼랑길을 걷고 싶다면 대매물도가 좋다. 모두다 탄성이 절로 나오는 곳이다.
외지인은 정보가 부족하여 두 섬을 하루에 돌아보기가 쉽지 않은데
그곳에 가서야 두섬을 하루에 둘러볼수있는 방법을 알았다.
주말 시즌이면 관광객이 몰려 당일 나오는 배 시간을 반드시 예약을 해야만 하므로
아무 때나 배를 타고 나올 수 없다. 왜냐하면 많은 인원을 실을 수 있는 쾌속선 대신
작은 정기여객선(정원 169명)만 운항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영 항 근처에 숙소를 정하였다.
저녁에 항구의 야외 문화광장에서는 작은 음악회가 열리고 있었다.
1시간가량 색소폰과 노래를 감상하며 바닷바람을 쐬니 여행의 즐거움이 한층 맛깔스런 느낌이 든다.
이른 아침 6시경 대합실은 여행객으로 붐비고 있었다.
일찍부터 표를 구하려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데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매표만 하면 구입이 쉽겠지만 섬에서 나오는 시간을 일일이 묻고 조정하여
왕복표를 팔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지만 사람들이 잘도 참고 기다려준다.
오늘따라 통영의 날씨가 쾌청하여 벌써 더위를 예약하듯 바깥 온도가 심상치 않게 더워지기 시작한다.
일찍 승선하여 선실 방에 자리를 잡았다. 조식으로 잘 알려진 충무 김밥을 사서 배에 올랐다.
1인분이 4천원이다. 김밥 한 줄 이천 원이면 충분한데 비싸다 는 생각이 들어 살펴보니
손가락 크기 8개의 맨 김밥에 따로 무김치와 오징어무침을 싸서 준다.
맛있다는 느낌은 안 들었지만 색다른 충무김밥을 현지에서 맛보았다.
다도해를 빠져나와 1시간쯤 달렸다.
넓은 바다로 나오자 맑은 날씨에 갑작스레 안개가 낀가 싶더니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욱해진다.
길눈 밝은 선장도 빨리 달리지 못하고 기적을 울리며 엉금엉금 주위를 살피며 운행을 할 정도였다.
현지 사람에게 물어보니 오늘은 날씨가 맑지 못할 것이라 한다.
가끔씩 해무가 낄 경우가 있는데 걷히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대매물도에는 당금항과 대항 두 개의 선착장이 있다. 섬 인구 70여 명 중
대부분이 노인들이며 민박을 하는 팬션 주인은 그래도 젊은 편이다.
요즈음은 육지에서 섬으로 이사오는 사람들로 인구가 미미하게 늘어나고 있지만 젊은 사람들 구경하기가 어려웠다.
관광객이 많아 민박 시설이 갖추어져 있고 투숙객들은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한가롭게 경치를 즐기고 있었다.
시멘트로 튼튼하게 만들어놓은 방파제 안쪽 선착장이 꽤나 커서 많은 배를 수용할 수 있도록 넉넉하게 보인다.
날씨가 갑자기 악화할 경우 인근 홍도 어장의 어선들이 가장 빨리 대피할 수 있는 섬이 이곳 당금항이라 한다.
선착장에서 내리자마자 서울의 산동네처럼 바로 동네 고샅을 따라 올라갔다.
나즈막한 동산에 옛 매물도 분교가 자리하고 여기가 둘레길의 시작이다.
다듬어진 길을 따라 조망하며 섬을 한 바퀴 도는데 3시간이면 충분하다.
분교 운동장에서 내려다보이는 선착장 반대편 너머로
푸른바다와 함께 목너미 해변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모래대신 몽돌이 깔려있어 몽돌 해변이라고도 부르는데
자라목같이 바다가 길쭉하게 육지로 들어와 해변을 만들어 놓았다.
주상절리처럼 깎아내린 바위 절벽과 몽돌해변의 경치가 아름다워 사진을 몇 컷 눌렀다.
이곳에서 산허리를 보듬고 길을 따라 오르면 산위에 전망대가 나온다.
영화 서편제에서 스승과 제자가 북을 치며 타령을 읊조리면서
길을 따라 발을 옮기듯 숲 사이로 산길이 구불구불 나있어 운치와 흥을 돋운다.
자르르 윤기 흐르는 동백나무가 숲을 이루었다.
섬이 동백나무 군락지로 덮여 있고 300년 된 후박나무는 섬의 명물이다.
아내는 제법자란 쑥을 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진다. 섬을 보러왔는지 쑥을 캐러 왔는지 원.
여기저기 널린 제법 자란 쑥을 캐느라 정신줄을 놓는다.
마침 창원에서 왔다는 다른 일행 중에 현지인이 있었는데 자기동네를 소상하게 소개해주어 길을 잘 찾을 수 있었다.
그분도 여기 쑥은 약이 될 정도로 좋은 쑥이라며 자랑을 한다.
전망대에 올라서 섬 끝 편을 보면 우뚝 솟은 장군봉(210m)이 있다. 해무가 다시 짙어진다.
산봉우리를 가렸다가는 다시 보일 듯 말 듯 바람에 흩날리며 구름위로 봉우리가 솟아오른다..
날씨가 고르지 않아 바다 멀리 경치를 볼 수 없어 발을 굴렀다.
장군봉에서 날씨가 좋은날은 일본의 대마도가 보일만큼 전망이 좋다는데 오늘은 아니다.
이곳에 장군봉의 전설을 형상화 해놓은 말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동네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장군봉에서 바라보는 소매물도의 전경은 한 폭 그림 같다고 한다.
직접 섬에 들어가서 보는 것 보다 멀리서 바라보는 그곳의 경치가 더 아름답다고 입을 모은다.
모처럼의 기회에 소매물도를 보지 못해 해무를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바로 아래 대항 선착장과 마을이 예쁘게 엎드려있어 보기에 참 좋았다.
당금항 선착장에 어선이 수시로 드나든다.
어선에서 큰 망태기 하나를 내려놓기에 가보았더니 방금 따온 미역을 가득 담아 내려놓았다.
이곳 특산물인 미역인데 넓은 선착장에 널려있는 해초(미역)들이 해빛에 말려서 가공되어가고 있었다.
거제도에서 매물도가 15분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여서 묶음여행을 하면 좋을 것 같다.
오지이면서도 낙도 대매물도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숨 쉬는
다채로운 볼거리가 있는 곳이기에 행복한 여행지로 인상에 남는다. -ju-
통영의 별미 바다장어구이와 멸치회가 일품임품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