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버스 타봤어요?"
당사자 면접 당시, 양규남씨가 제게 물었습니다.
예전에 한 번쯤 타봤던 것 같은데 잘 알지는 못한다 답했습니다.
더숨99지원센터에 오고 나서
한상명 선생님께서 군산 버스 타는 법을 알려주셨습니다.
척동 버스와 우성여객 차고지 들어가는 버스.
단번에 알아들은 체 했지만 실은 알쏭달쏭했습니다.
규남씨 집이 있는 미룡동에 나갔다가 활동을 마치고 다시 돌아오는 길,
저 멀리서 (주황색) 버스가 보이면 일단 가슴이 콩닥거립니다.
번호판이 읽힐 때까지 한참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1번(군산여객)으로 시작하면 한숨을 내쉬고
2번(우성여객)으로 시작하면 기대를 품고 "혹시 차고지까지 들어가시나요?"라고 묻습니다.
그동안 교통 카드를 (거의) 다 썼습니다.
그만큼 부지런히 군산 버스를 타고 다니며
규남씨와 규남씨 둘레사람을 만났습니다.
규남씨는 본인 취향과 강점을 잘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무엇보다 꽃을 참 좋아하십니다.
종이접기, 컬러링북, 스티커북에서도 꽃을 고르셨고
미술학원, 비누 공방, 전시회에서도 꽃을 찾으셨습니다.
손재주도 좋으십니다.
눈대중으로 힐끔 보시더니 달력을 한 번에 그리기도 하시고
미역국은 레시피를 따로 찾아보지 않아도 능숙하게 끓이십니다.
그림 솜씨는 일취월장, 놀랍습니다.
규남씨는 제 마당 제 삶터 자기 일상생활을 잘 누리고 계십니다.
미룡주공아파트, 한진택배, 미룡탁구클럽, 미술의전당, 이곡교회, 홈마트, 미룡정육점...
미룡동 방방곡곡 길눈이 밝으십니다.
일 마치고 집 돌아오시면 샤워하고 식사 챙겨 드시고,
탁구장 가서 운동하시거나 본인 할 일 하시고,
화요일에는 미술학원, 일요일에는 이곡교회 다녀오시고,
주말에는 종종 양가네 식구들끼리 모여서 시간 보내시거나 볼링 치십니다.
규남씨는 둘레사람을 잘 살필 줄 아는 정 많은 어른입니다.
동생들 생일이 찾아오면 어김없이 미역국을 손수 챙기시고
공방에서 직접 만드신 비누는 상자에 잘 포장해서 고마운 둘레사람에게 선물하십니다.
전담 선생님 워라밸을 생각해주기도 하시고, 실습생을 대접해주기도 하십니다.
규남씨 곁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양가네 식구들, 귀숙씨, 희진씨, 혜림씨, 규석씨.
미룡탁구클럽 관장님, 이곡교회 목사님, 한진택배 사장님, 새로 만난 미술의전당 선생님.
룸메이트 종술씨, 예담씨. 한상명 선생님과 더숨99지원센터 선생님들.
향기 나는 꽃에 나비가 머물 듯 규남씨와 규남씨 둘레사람 사이의 관계도 그러합니다.
이번 여름, 규남씨의 삶과 사람살이에 잠시잠깐 초대되어서
저의 삶과 사람살이도 뒤돌아보고 앞을 내다보기도 하고, 잘 배우고 잘 누렸습니다.
본인 삶과 사람살이에 저를 초대해주신 규남씨, 고맙습니다.
시설 사회사업을 잘 경험할 수 있도록 실습 지도해주신
한상명 선생님, 김정현 선생님, 전유나 선생님 고맙습니다.
함께 실습하며 좋은 추억 나눈 동료, 신보현 선생님 고맙습니다.
단기사회사업 기간 동안 따뜻하게 환영해주신
더숨99지원센터 원장님, 목사님, 직원 선생님들, 입주자분들,
날마다 식사 챙겨주신 영양사 조리사 선생님들,
특강으로 배움을 풍성하게 해주신 양기순 선생님, 강동훈 선생님, 김주희 선생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보금자리 한 켠을 내어준 정빈씨 고맙습니다.
이제는 군산 버스를 보면 주황색을 좋아하시는 규남씨가 떠오를 것 같습니다.
군산에서 버스 타고 돌아다니는 것은 자신 있습니다.
앞으로도 더숨 입주자분들의 삶과 사람살이를,
그 삶과 사람살이를 지원하시는 선생님들의 손길과 발걸음을
기억하고 응원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2022년 여름방학 단기 사회사업 실습생, 이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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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기사회사업 활동은 수료회 발표 자료로 소개 설명 정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