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무꾼은 마을의 수호신이라고도 불리던 오래된 고목을 베어냈다.
2. 그 고목은 사실 뿌리가 너무 길게 뻗어 주변 토지의 농사를 망치고 있었고, 나무꾼 역시 피해자 중 하나였다.
3. 나무꾼은 베어낸 나무를 상품으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판매했고, 이 과정에서 교묘한 술수로 가격을 높여 부르기도 서슴지 않았다.
4. 많은 돈을 벌게 된 나무꾼은 이를 통해 얻은 수익을 모두 농사를 망친 마을 주민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5. 나무꾼이 한 일이 마을에 알려지며, 사람들이 나무꾼의 행적을 칭송했다.
6. 그러나 이는 사실 이후에 있을 이장 선거를 위해 마을 사람들의 환심을 사고자 했던 나무꾼의 전략이었다.
7. 나무꾼이 이장 선거에 당선된다.
[그루터기 아래의 진실]
강원도 낙성리마을 북쪽 산기슭에는 오래전부터 아무도 손대지 못한 고목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 고목을 ‘수호신’ 혹은 마을의 ‘정령’이라 불렀고, 매년 풍요와 안녕을 위한 제를 지냈다. 그러한 고목은 마을의 상징이자 오래된 유산이다. 고목을 해치는 자는 마을의 저주를 받는다는 말도 전해졌다.
유난히 따사로운 어느 아침, 마을에서도 보이는 그 큰 고목이 베어져 있었다.
그 옆에는 나무꾼 종수가 땀에 젖은 채 도끼를 쥐고 서 있었다.
마을 어르신들은 너무 놀라 산기슭을 한달음에 올라가 종수를 보며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미쳤어?”
“네가 감히 수호신을…”
뒤이어 마을 사람들은 몰려와 그를 둘러싸 비난하고 수호신이 죽었다며 좌절하는 할머니들과 걱정과 놀란 표정으로 어르신들의 눈치를 살피는 아낙네들 쓰러진 나무가 마냥 신기한 아이들이 있었다.
종수는 말없이 나무를 내려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 나무 때문에… 내 밭도, 당신들 밭도 몇 년째 망가졌잖소.”
“그래도 이건 아니지!”
“네가 무슨 권리로 결정해?”
고목을 벤 대가는 컸다. 그날 이후 종수는 마을의 '역적'이 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종수를 바라보던 사람들의 분위기가 하나 둘 달라지기 시작했다.
종수는 그가 베어낸 고목으로 장작과 가구를 만들어 팔았다. 장터에서는 “수호신의 나무”라며 높은 값에 불티나게 팔렸다. 아무개는 종수가 떼부자가 될 계략이었다며 입을 놀렸으나, 종수는 제 수중에만 그 수익을 놀리지 않았다. 가난한 아이들 교복을 맞춰주고, 병든 노인의 약값을 대신 냈다. 마을의 많은 사람들이 종수 덕을 보았다.
어느 날, 마을 회관 앞에서 종수와 사람들이 다시 마주쳤다.
“대체 왜 그러는 거요? 죄책감 때문이오?”
“착한 척 그만해. 다 이장 선거용 아니야?”
종수는 그 말을 부정하지도, 인정하지도 않았다.
다만 조용히 말했다.
“왜긴요. 내가 그 나무를 잘랐으니까, 그 대가를 치르든 누리든 할 뿐이오.”
시간이 지나고, 이장 선거가 다가왔다. 종수는 누군가에게는 역적, 누군가에게는 수호신이 되어 있었다. 그를 미워하는 이와 그를 지지하는 이, 그 누구도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그렇게 선거일이 다가왔고, 종수는 그루터기 조용히 앉아 말없이 마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종수 옆에 한 노인이 다가와 물었다.
“종수야, 자네는 뭘 위해 그 나무를 벤 거냐.
그 나무가 마을을 망친다고 진심으로 믿었나,
아니면… 마을을 움직이고 싶었나?”
종수는 고개를 들었다.
입술이 떨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을 아이들이 그루터기 주위를 돌며 뛰놀고 있었다.
한 아이가 물었다.
“아저씨 쓰러진 나무는 어디로 갔어요?”
종수가 대답했다.
“그건… 너희가 크면 직접 알게 될 거다.”
투표함이 열림과 동시에 낙성리마을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