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가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서가에 꽂힌 수많은 책들 앞에 서있으면 뭔가 막 채워지는 것 같다. 그런 느낌은 ‘책을 좋아하지만 절대로 읽진 않는’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 무의식중에 자리 잡은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기분이 울적하거나 축축 처질 때 분위기 전환 겸 종종 서점을 찾는다. 충일한 느낌에 마구 골라왔다가 장식품으로 고이 모셔져있는 책들에 가끔 현타가 오기도 하지만.
그렇게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서점에서 소프님의 공연 계획이 잡혔다.(공연이라기 보단 미니 콘서트다.) 어쨌거나... 책방에서 콘서트? 그것도 교보나 영풍도 아니고 동네 책방에서??
시간 : 2022. 09. 08. 오후 7시 30분.
장소 : 최인아 책방.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696-39 더 그레이스 빌딩 4층(선릉역 7번 출구)
참가비 : 35,000원 (마감됨)
아무리 강남이라곤 하지만 대체 어떤 서점이기에 울 소프님을 모실 수 있는지... 과연 그 깜냥이 되는지 조사하면 다 나오는 인터넷을 통해 알아봤다.
최인아 책방은
2016년 8월 18일 역삼동에서 5천 권 정도로 오픈했다고 한다. 3층과 4층을 합친 규모는 70평 정도다. 보통의 서점들과 달리 엘리베이터를 타야하는 진입장벽의 핸디캡을 안고 시작했으니 보통 배짱이 아니다.
대단한 배짱의 여장부는 최인아씨로 제일기획(부사장) 출신이란다. 책을 통해 사람과 소통하고 싶다는 야심을 구체화했다는데, 아이디어로 살아남는 광고 바닥 사람이라서 그런지 마케팅이 남다르다. 서가의 제목부터가 시/소설/수필/경제...로 분류되는 일반 서점과 다르다. 예를 들어 ‘삶이 무기력할 때 읽고 싶은 책’ 이런 식이다. 한 코너에는 지인들로부터 추천받은 책을 모아두었다. 160명으로부터 10권씩 추천받았다고 하니 도합 1600권이다. 그 책들에는 책마다 북-카드가 꽂혀있으며 해당 책을 추천하는 이유가 적혀있다고 한다. 엄청난 마당발이 아닐 수 없다. 16명도 아니고 160명이라니. 그것도 1권도 아니고 10권씩이나. 또 책방에서 강연회도 하고 콘서트도 연다.
울 소프님의 이번 레퍼토리는
‘The man I love’ ‘I could have danced all night’ 등 최근에 앨범으로 발매한 뮤지컬 넘버들. 잠깐의 외도(?)로 독집 앨범까지 발매하고 각종 공연에서도 유용하게 써먹으니 돌멩이 하나로 수십 마리의 새를 잡은 셈이다.
사실 이번 책방 콘서트에 대해선 작은 근심거리가 있다.
콘서트홀이나 오페라하우스는 대표적 음향관련 건축물. 그런 건축물의 설계에 있어서는 눈에 보이는 외관(디자인)보다는 최적의 음향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가 된다. 따라서 계획단계에서부터 충분한 사례를 바탕으로 목표하는 음-환경 수준을 결정하고, 그에 대한 객관적인 설계지표(실내 용적, 목표 잔향시간, 평면 형상, 가변음향 구현 등)를 설정한 후, 컴퓨터 시뮬레이션 및 축소모형을 통해 (실제 설계에 들어가기 전) 도출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점검하게 된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보다 자세한 내용은 알 필요가 없겠고, 시시콜콜하게 음향설계 어쩌고 따지는 까닭은... 8일 소프님이 노래할 공간이 일반 상업용 건물 내에 들어선 서점이기 때문이다. 서점에 특별한 음향설계가 적용되었을 리 만무하다. 그 말은 소리가 제멋대로 공간을 떠돌아다닌다는 얘기다. 적당한 요철과 굴곡을 통해 걸러질 것은 걸러지고(흡음) 튕겨질 것은 튕겨져야 할(반사) 소리가 청중에게 집중되지 못한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자칫 난반사의 메아리나 웅웅거리는 소음이 될 수도 있다.
명필이 붓 가리랴?
다행스럽게도 울 소프님은 명필가다. 따라서 이러한 공간적 열악함을 극복해내고 서점 콘서트에 참석한 청중들에게 색다른 감동을 선사하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스크린 영화와 안방 영화가 다르듯) 팬의 입장에선 120%의 감동이 100%로 줄어들지 않을까... 그것이 걱정이다.
첫댓글 저 건물이 웨딩홀(하우스웨딩)로 운영 되던곳이었고,(지금도하나?) 그 전에는 갤러리로 운영되던 단기간동안 주인이 여러번 바뀐 부침이 많았던 곳인데. . 건물 정면 도로.건너편은 선,정릉이 자리하고 있죠. 강남있을땐 자주 산책 가던곳이라 익숙하기도 하고, 시간당 비용을 내고.책을 읽는 북카페죠. ;;; 오픈하고 두어번 가보고 운영 시스템 맘에.안들어 안가던곳인데. . 소프님께서 빛내주시리라 믿습니다.
전 안 가본 책방이라 아무 느낌이 없네요. 다만, 자료를 조사하다 보니 쥔장이 언론 플레이에 상당히 능하더라구요. 아무래도 광고판 출신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