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방생주(老蚌生珠)/민병옥
진주는 광물 속에서 캐내는 보물이 아니라 조개의 몸 안에서 만들어진다. 조개는 모래알 같은 이물질이 들어오면 체액을 분비하여 이물질을 없애는 고통을 감내하며 그 체액이 쌓이고 쌓여 진주가 된다고 한다. 진주는 아픈 상처를 영롱한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결과라 할 수 있다.
우리 몸 안에 들어온 상처는 아름다운 진주가 될 수도 있고 보기 흉한 흉터가 될 수도 있다. 그 상처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 상처를 통해 합당한 목표에 이르면 진주가 되고, 불만을 터뜨리면 흉터가 된다. 음식도 시간이 흐를수록 부패하는 것이 있고 발효하는 것이 있는 것처럼 사람도 나이가 들수록 늙어가는 사람이 있고 익어가는 사람이 있다.
“백발은 영광의 면류관, 외로운 길에서 얻어진다.”고 한다. 백발은 인생의 연륜에서 지혜가 많은 사람을 상징하며, 그것은 하늘의 영광으로 얻어진 면류관이라고 한다. 이는 인생의 외로운 고행에서 얻어지기 때문에 아름다운 진주에 비유할 수 있다.
천국의 하늘문은 진주로 되어 있다고 한다.(묵시 21,21) 친국의 문은 아름답기는 하나 얼마나 들어가기 어려운 것인가? 조개의 몸 안에서 진주가 생기는 것처럼 좋은 삶의 결과로 그 문을 들어서기 때문에 진주문으로 비유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황혼의 삶을 사는 우리는 ‘노인이 되어 가는가 아니면 어른이 되어 가는가.’하고 반문해 볼지어다. 세월의 열차에 편승하여 아무 의미 없이 시간을 죽이면서 살고 있지는 않은가. 천국문이 진주로 되어 있으나 좁은 문이라 낙타가 바늘귀를 들어가기보다 어렵다고 하지 않는가. 그 문을 통과하려면 놀고먹으며 비대한 몸으로는 통과할 수 없으리라.
안셀름 그륀은 그의 저서 <황혼의 미학>에서 늙는 기술도 배우고 익히라고 했다. 노후를 아름답게 보내기 위해서 새 삶을 설계하고 거기에 합당한 노력을 하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배워 지혜롭게 살라는 것이다. 남을 위한 작은 일에 감사하고 보람을 느끼는 삶이 멋지고 아름다운 삶이 아닐까. 부귀와 영화를 누린 솔로몬도 늘그막에 가서는 “허무로다, 허무!”하고 그의 저서 <코헬렛>에서 한탄(恨歎)하고 있다.
주변을 살펴보면 늘그막에 악기를 배워 양로원이나 요양원의 어르신을 찾아가 봉사하는 사람이 있고, 병원에서 환자에게 머리를 감기는 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병원에서 수술받고 투병 중에 나이가 지긋한 봉사자가 와서 머리를 감겨주었다. 지금도 그 당시를 회상하면 그분이 백발이며 표정이 환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그런 일을 통해서 보람되고 얼마나 뿌듯한지 자신이 힐링된다고 한다. 이웃에게 다가가 나누고 돕고 사는 것이 하늘이 내려준 사명이다. 조그마한 일에도 남을 위한 봉사가 쌓이고 쌓이면 하늘문을 들어서는 진주가 되리라.
‘아픈 만큼 성숙한다.’라는 말이 있다. 진주가 아픔의 결과로 생기는 것처럼 우리의 인생길도 굴곡의 험난한 길이다. 그 길에서 좌절하지 말고 조개가 진주를 품기 위한 고통처럼 아픔을 이겨내면 한결 평탄하고 아름다운 길이 펼쳐지리라. ‘늙은 조개가 진주를 품는다.’
첫댓글 비오님!
누군가 늦다고 생각이 들때 시작함이 가장 빠른 길이라 했거늘
나이가 들어도 마음 먹기에 따라 삶이 달라지기에
노방생주(老蚌生珠)가 답인것 같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