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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명-오핸리 단편 선 마지막 잎새
저-오 헨리
출- 한국헤르만헤세
독정-2019.7.20.
<도시의 패배>
로버트 윔슬리는 도시로 올라와 승리하기 위해 매우 힘겨운 싸움을 해야만 했다. 그는 부와 명성을 얻는 반면 도시에 먹히고 말았다. 도시는 그가 원하는 것을 다 주었지만 그에게 도시의 낙인을 찍어 버렸다. 도시는 마음대로 그를 뜯어고치고 도장을 찍었다. 그에게 사교계 문을 열어주었지만 그를 선택받은 반추 동물의 무리와 함께 잘 다듬은 의례적 잔디밭에 가두어 버렸다. 뉴욕 시골 마을은 대도시의 성공한 이 젊은 변호사가 그곳 출신이라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 6개월 전만 해도 이 마을 사람들은 윔슬리가 작은 농장을 버리고 대도시로 떠난다고 했을 때 감귤 즙이 묻은 이빨 사이로 밀집을 빼내며 그를 조롱했고, 시골 사람 특유의 야유를 보냈다.
6년이 지나자 이제는 그 어느 살인 사건의 재판도 마차 여행 파티도, 자동차 사고나 무도회도 윔슬리의 이름 없이는 되는 일이 없었다. 양복쟁이들도 주름 하나 없는 그의 바지 재단에서 최신 유행을 알아내기 위해 거리에 숨어서 그를 기다렸다. 클럽 외국계 미국인과 그의 고객 명문가 사람들은 그의 등을 두드리며 즐거이 그의 이름 석 자를 불러 댔다. 윔슬리가 성공한 것은 앨리샤 반 더 풀과 결혼한 이후였다. 오래된 명문가의 딸이 접근 불가능한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살을 에듯 춥고 황량한 이 산에 오르려고 천명의 등산객이 그녀 주위에 줄을 서 있었지만 사교계라는 알프스 산맥은 그녀의 무릎에도 미치지 못했다. 앨리샤는 마타호른(알프스 산맥의 높은 산)처럼 고요하고 순결하며 자신감에 차서 홀로 우뚝 솟아 있었다. 그 어떤 샘물로도 줄달음치지 않았으며, 그 어떤 원숭이와도 함께 식사하지 않았고, 품평회에 나갈 개도 기르지 않았다. 그녀는 그야말로 반 더 풀 집안의 사람이었던 것이다. 샘물은 그녀가 장난을 치도록 만들어진 것이고, 원숭이는 다른 사람의 조상이 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며, 그녀 생각에 개는 장님과 파이프를 피워 대는 못마땅한 사람의 친구가 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윔슬리가 오른 마티호른이었다. 이 부부는 상류 사회라는 연못에 결정적 잔물결을 일으켰다.
어느 날 엘리샤는 로버트 윔슬리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보았다. 지적 편지는 아니지만 농작물과 어머니의 사랑과 농장 이야기로 가득 차 있었다. 돼지와 최근에 난 붉은 송아지의 안부를 순서대로 적고, 아들의 안부를 물었다. 말 그대로 흙냄새가 나는 고향에서 바로 날아온 편지였으며 벌이 자라나 죽을 때까지의 이야기, 순무 이야기, 새로 낳은 달걀에 대한 칭찬, 버려진 부모에 대한 이야기와 사과 값이 폭락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었다. 엘리샤가 물었다.
“왜 제게 어머니의 편지를 보여 주지 않으셨죠?”
앨리샤의 목소리를 들으면 항상 손잡이가 달린 오페라 안경이나 티파니에서 날아온 청구서, 오솔길을 따라 부드럽게 미끄러져 가는 썰매, 상들리에에 결린 유리 장식, 수녀원 지붕에 쌓인 눈, 보석 신청을 거부하는 경관이 떠올랐다.
“당신 어머님께서 농장을 방문해 달라고 초대하셨어요. 전 농장을 본 적 없어요. 로본트, 가서 두 주쯤 지내다 와요.”
“그럽시다 .나는 당신이 농장에 가는 것을 싫어하는 줄 알고 그 편지를 보여 주지 않은 거요. 당신이 가겠다니 나도 기쁘구려.”
엘리샤가 약간 열의를 보이며 말했다.
“제가 어머니께 편지를 쓰겠어요. 곧 짐을 꾸리고 제 생각에 트렁크 일곱 개면 충분할 것 같아요. 어머니는 사람을 많이 초대하지는 않으시죠. 집에서 파티를 자주 여시나요?”
로버트는 자리에서 일어나 시골 변호사가 법원의 이의 신청서를 처리하듯 일곱 개의 트렁크 중 여섯 개의 트렁크를 기각했다. 그는 농장 모습을 정의하고 그려 보고 설명하고 묘사하고 또 묘사했다. 하지만 그의 말은 자기가 듣기에도 이상했다. 그는 자신이 철저하게 도시물을 먹었는지 그 전까지는 깨닫지 못했다.
일주일 후에 그들은 도시에서 다섯 시간 떨어진 작은 시골 역에 도착했다.
“자동차를 가지고 오지 못했어, 하필 오늘이 아빠가 밭을 가는 날이야.”
이때 앨리샤는 얇은 옷을 입고 레이스 달린 파라솔을 팔랑거리며 북극 유령처럼, 노르웨이 눈 처녀처럼 하얗게 역 모퉁이를 돌아 나왔다. 동생 톰은 갑자기 마음의 안정을 잃었다. 블루진을 입은 그는 눈만 동그마니 뜨고 노새를 몰아 집에 오면서 내내 노새에게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들이 집으로 오는 동안 낮게 가라앉은 태양이 황금빛 노을을 아낌없이 행운의 밀밭 위로 퍼부었다. 도시는 멀리 사라지고 없었다. 길은 마치 여름옷에서 떨어진 리본처럼 숲과 골짜기와 언덕을 굽이굽이 돌며 이어졌다. 바람은 아폴로 신의 태양의 마차를 모는 말처럼 히히힝 콧소리를 내며 불어왔다.
이윽고 촘촘한 관목 숲 너머로 잿빛 농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길에서 집으로 이어지는 호두나무의 긴 행렬을 보았다. 그들은 들장미 향기와 시냇물 바닥에서 올라오는 버드나무의 서늘하고 습한 호흡을 느꼈다.
그러자 대지의 모든 목소리가 일제히 윔슬리의 영혼을 위해 노래를 불렀다. 바짝 마른 풀밭에서는 새소리와 벌레 소리가 들렸다. 여울에 잔물결을 일으키며 어두워지는 목장에서 목신의 피리 소리처럼. 공중에서 작은 벌레를 쫓던 쏙독새 소리도 더해졌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던 암소의 방울 소리도 친근하게 반주를 했다. 이 모든 소리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마침내 돌아오셨군요, 그렇죠?’
잊었던 대지의 옛 소리가 윔슬리에게 화답했다. 나뭇잎과 봉오리와 꽃들이 철없던 젊은 시절의 말로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온갖 무생물과 눈에 익은 돌과 울타리, 문과 밭이랑과 지붕과 구부러진 길도 마찬가지로, 무언가 그를 변화시키는 힘을 가졌다. 시골은 웃으며 그도 그 숨결을 느껴 가슴은 마치 순간적으로 옛사랑에게 이끌리듯 끌려 들어갔다. 도시는 멀리 사라지고 없었다. 옆에 앉아 있는 앨리샤가 마치 낯선 사람처럼 느껴졌다. 지금까지 그녀가 그렇게 멀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진 적은 없었다. 그녀가 지금의 분위기와 상태에 잘 어울리지 않아도 삐걱거리는 마차 안에서 그의 곁에 앉아 있는 그녀를 지금보다 더 우러러 본 적도 없었다.
그날 밤 저녁 식사가 끝나자 누렁이 개 버프를 포함한 모든 식구가 현관 앞에 둘러 앉았다. 엘리샤는 세련된 연회색 드레스를 입고서, 도도하지는 않지만 아무 말 없이 그늘 아래 앉았다. 로버트의 어머니는 그녀에게 잼과 요통에 대해 행복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했다. 톰은 계단 꼭대기에 앉았고 여동생 밀리와 팜은 반딧불이를 잡으려고 계단의 낮은 곳에 앉았다.
어머니는 버드나무로 만든 흔들의자에 앉았고, 아버지는 손잡이 한개가 떨어져 나간 커다란 안락의자에 앉았다. 버프는 사람들이 지나는 현관 한가운데에 사지를 죽 뻗고 엎드려 있었다. 어스럼한 박명의 장난꾸러기 요정과 꼬마 요정이 몰래 다가와 로버트의 심장에 추억의 통렬한 창을 던졌다. 솔 광기가 그의 영혼 속으로 들어왔다. 도시는 멀리 사라지고 없었다.
아버지는 파이프도 피우지 못하고 무거운 장화 속에서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엄격하게 예의를 갖추고 앉아 있었다. 로버트가 소리 쳤다.
“아버지, 그러실 필요 없어요.”
로버트는 파이프를 가져다가 불을 붙여 드렸다. 아버지의 장화를 움켜쥐고 잡아 뺐다. 나머지 한 짝이 갑자기 빠지면서 그만 뒤로 나가 떨어져 버프 위에 나동그라졌다. 버프가 겁을 먹고 짖어 대자 톰이 놀라듯 웃어 댔다. 로버트는 코트와 조기를 벗어 라일락 덤불 위로 던져 버렸다. 톰에게 소리쳤다.
“이리 나와. 네놈 등에 풀씨가 달라붙도록 해 주마. 나를 서울 촌놈이라고 놀렸겠다. 어서 한번 까불어 보시지.”
톰이 말뜻을 알아채고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들은 풀밭에서 마치 거인들이 매트 위에서 뒹귈듯이 세 번이나 씨름을 했다. 이 탁월한 변화사의 손에 톰은 두 번이나 풀잎을 씹어야 했다. 옷을 마구 풀어헤치고 숨을 헐떡이며 서로 힘자라을 하다가 현관으로 비틀거리며 돌아왔다. 밀리는 도시의 오빠에게 놀리듯 잔소리를 했다. 그러자 로버트는 곧바로 징그러운 여치를 잡아 여동생 밀리의 얼굴에 갖다 되었다. 밀리는 새된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는 유리처럼 말끔하게 생긴 오빠가 쫓아가자 오솔길로 도망쳤다. 그들은 400미터나 갔다가 돌아왔고 밀리는 의기양양한 서울 촌놈에게 충심으로 사과했다. 시골의 광기가 멈추지 않고 계속 그를 사로잡았다. 그는 허풍을 떨며 했다.
“너희처러 느려 빠진 시골뜨기들은 떼거리로 몰려와도 얼마든 해치울 수 있어. 불도그를 데려오든. 일꾼을 데려오든, 통나무 굴리는 사람을 데려오든 아무나 데려와 봐.”
로버트는 풀밭에서 재주를 넘었고 톰은 휘파람을 불며 놀려 댔다. 그러고 나서 로버트는 야아 하고 소리를 지르며 여란스레 뒤뜰로 달려가더니 늙어서 기동도 제대로 못하는 흑인 하인 아이크에게 밴조를 들려 데려왔다. 그리고 현관 위에 모래를 뿌리고는 노래에 맞추어 어려운 탭 댄스를 무려 반시간이나 추었다. 그는 노래를 불렀고 모두 비명을 지를 무서운 이야기를 했으며 시골 광대와 우스광스러운 촌뜨기 흉내도 냈다. 거의 미쳐 있었다. 피 속에 옛 시절이 되살아나 마구 꿈틀거렸다.
하도 설치자 어머니가 조용히 타이르려고 했다. 앨리샤가 무슨 말인가 할 듯하다가 입을 다물고 말았다. 이 모든 소동 내내 그녀는 아무에게도 속내를 비치지 않고 저녁 어스름 속에 마치 여리고 하얀 정령처럼 꼼짝도 않고 앉아 있었다. 이윽고 앨리사는 피곤하다며 방으로 올라가도 괜찮겠냐고 물었다. 그녀는 로버트를 지나쳐 갔다. 그는 저질 코미디 주인공처럼 헝클어진 머리에, 붉게 달아오른 얼굴, 온통 구겨진 옷을 입은 채 인기 있는 클럽 회원이자 선택받은 사교계의 총아로서 흠집 하나 없는 윔슬리는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모습으로 문가에 서 있었다. 그는 몇몇 살림 도구를 가지고 요술을 부리고 이제 가족들은 한결같이 그를 신봉해 우러러보고 있었다. 엘리샤가 지나갈 때 로버트는 깜작 놀랐다. 그는 그 동안 그녀가 옆에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러자 놀이도 잠잠해졌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한 시간 정도가 지나갔고 로버트도 위층으로 올라갔다.
로버트가 방으로 들어갔을 때, 앨리샤는 창가에 서 있었다. 그녀는 현관에 있었을 때와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창밖에는 꽃이 만발한 거대한 사과나무가 서 있었다.
로버트는 한숨을 쉬며 창가로 다가갔다. 그는 자신의 운명을 달게 받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스스로 속물임을 고백한 꼴이 되어 그녀의 모습에서 정의의 심판을 예상하고 있었다.
“로버트, 저는 제가 신사와 결혼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그런데 그녀는 왜 이렇게 그에게 가까이 다가와 서 있는 걸까?
“하지만 난 알았어요. 제가 결혼한 사람은...”
“그보다 더 훌륭한 남자라는 것을 말이에요. 봅, 여보, 제게 키스해 주지 않겠어요?”
이 말이 정말 엘리샤의 말입니까?
도시는 멀리 사라지고 없었다.
·영감이 떠오르길 기다리며 오물거릴 작은 초콜릿 상자까지 있었다. 사랑스러운 여자 같으니라고! 나는 글을 쓰기 위해 앉았다. 벽지는 당초무늬와 오달리스크 풍의 여자 그림이었는데 군데군데 부등변 사각형이 무늬도 눈에 띄었다. 나는 그 인물을 보년서 유머를 생각해 냈다.
· 길모퉁이는 그녀의 응접실이고 고원은 거실이여 길거리는 그녀의 정원 산책길이었다.
· 내가 그 방에 들어갔을 때, 세상의 모든 어리석은 일들이 문간에서 나를 떠나가 버렸다. 내 마음은 고상한 생각으로 잘 장식된 침상 위에서 감사로 가득찬 평안을 얻은 것 같았다. 15분 전만 해도 나는 버려진 익살꾼이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평온하고 차분한 철학자였다. 이젠 익살을 천박하게 추구하는 일과 기발한 이야기를 쉬지 않고 찾아 헤매는 일로부터 안식처를 찾은 것이다. 피터는 진실로 단조롭게 이야기했고 나는 그때부터 이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다.
<되찾은 인생>
· 여자는 자신이 숭배하는 남자에게는 불가능이란 없다고 믿는 법이 아니던가
“랠프, 무언가 하실 수 없겠어요? 한번 해 보세요. 네?”
지미는 입가에 묘하게 조용한 미소를 띠려 날카로운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에너벨, 당신이 달고 있는 그 장미를 내게 주겠소?” 그녀는 가슴에 꽂혀 있는 꽃을 풀어 그의 손에 올려놓았다. 지기믐 그것을 조끼 주머니에 꽂고는 코트를 벗고 소매를 걷어 올렸다. 그 순산 랠프 스펜서는 사라지고 지비 밸런타인이 그의 자리를 채웠다.
“자, 모두 문에서 비키세요.”
지미는 여행 가방을 탁자 위에 올려톻고 뚜겅을 열었다. 그때부터 주위에 누가 있는지 의식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는 괴쌍하게 생긴 반짝이는 도구를 질서정연하게 꺼내 놓고. 그 일을 할 때 늘 그랬듯이 자신만이 들을 수 있게 조용히 휘파람을 불었다. 살마들ㅇ은 마치 마법에라고 거린 것처럼 꼼짝 않은 채 깊은 침묵 속에서 그를 보았다. 불과 1분 만에 지미가 아끼는 드릴이 부드럽게 강철 속으로 둟고 들어갔다. 10분이 지나자 그 사진의 절도 기록을 깸과 동시에 마침내 문이 열렸다. 거의 쓰러지기 직전에 ㅇ단전한 상태로 사가사가 금고에서 뛰쳐나와 ㅁ어머니 팔에 안겼다. 문에는 덩치가 큰 경찰 남자가 그르 가로막듯이 서 있었다.
“벤 형사님, 안녕하세요! 마침내 오셨군요. 자, 가시죠. 이제 어찌 되든 상관없습니다.” 그러자 형사가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스펜서 쑈ㅛㅣ, 사람을 잘못 보신 것 가군요. 난 당신을 본 적 업 ㅅ는데요. 당신 마차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잖아요. 안 그래요?”
그리고는 벤 프라이스 형사는 돌아서서 거리를 따라 유유히 걸어 내려갔다.
(절도범 지미를 잡으려고 따라다니던 형사가 금고에 갇힌 아이를 꺼내주는 장면을 보고 스스로 사라져주는 이야기)
<화려한 의상 행렬에서 길을 잃다>
어떤 모퉁이에서 챈들러는 최신 유행의 레스토랑으로 동아갈지 말지를 궁리하머 잠깐 멈춰 섰다. 바로 그때 어떵 여자가 길모퉁이로 뒤어가다 빙판에서 미끄러져 그만 넘어졌다. 챈들러는 그녀가 일어서도록 친절하게 부축해 주었다. 그녀는 절뚝거리며 건물의 벽으로 가더니 벽에 기대서서 다소곳하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아무래도 발목이 삔 것 같아요. 넘어질 때 접질렀거든요.”
“많이 아프십니까?”
“발목에 힘을 줄 때만 아파요. 곧 걸을 수 있을 거예요.”
“도움이 필요하시면, 제가 택시를 부르든가, 아니면 ...... .”
“감사합니다만 귀찮게 해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폐를 끼치고 싶지 않습니다.”
챈들러가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에게 호감이 갔다. 그녀는 세련되고 예뻤고 눈은 유쾌하면서도 상얀했다. 그녀는 상점의 여점원이나 입는 수수한 검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그녀의 윤기 나는 진갈색 머리카락은, 장식이라고는 우단으로 된 리본만 달려 있는 검은 밀짚 모자 아래 둘둘 말려 있었다. 그녀는 훌륭한 유형의 자존심이 강한 근로 여성의 모델 같은 자세를 하고 있었다. 젊은 건축사의 머릿속에 감작스러운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이 여자와 함께 저녁을 먹으면 어떨까 생각했다. 이 여자는 지금까지 화려하지만 외롭게 이어져 온 그의 곡예에 빠져 있는 무언가를 채워 줄 것이다. 이 여자하가 사귀는 것만 보탠다면, 우아하고 화려한 그의 잛은 전성기는 곱으로 더 즐거운 것이 되리라. 이 여자는 매네로 보나 말하는 투로 보나 얌전한 숙녀가 분명했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복장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녀와 함께 식사를 하면 기블 것 같았다.
이런 생각이 챈들러의 마음속을 빠르게 스쳐갔고 그는 그녀에게 저녁 식사를 제안하기로 결심했다. 물론 실례이긴 하지만, 월급쟁이 생활을 하는 여자들은 종종 이런 일에서 너무 닥딱한 것을 싫어하기도 하는 법이다. 그런 여자들은 일반적으로 남자를 약삭빠르게 판단했으며, 쓸모없는 관습에 ㄹ얽매이기보다는 자신의 판단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었가. 그가 가지고 있는 10달러면, 잘 쓰기만 하면 그들 둘이 훌륭한 식사를 하느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전ㄱ 식사를 함께 하는 것이 이 여자의 판에 박힌 무료한 삶에 놀랑누 경험이 될 것은 틀림없다. 또한 그녀가 생기 발랄하게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그 자신에게도 승리감과 가븜을 가져다 줄 것이다. 그는 솔직하지만 약간 무겁게 말했다.
“제 새앆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더 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리도 쉬고 제 부탁ㄹ도 들어줄 방안을 제시합니다. 당신이 넘어질 때 저는 혼자 저녁 먹으로 가려는 길이었죠. 저와 함께 아늑한 분위기에서 저녁을 먹으면 당신 아픈 다리도 집에 갈 수 있을 정도로 나아질 것입니다.”
여자는 재발리 챈들러의 깨끗하고 쾌활한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녀의 눈이 한순간 매우 밝게 반짝이더니 천진난맘하게 웃었가. 그녀가 망설이며 말했다.
“하지만 우린 서로 잘 모르는 사이잖아요.”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괜찮으시다면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저는 타워스 챚ㄴ들러라고 합니다. 가능한 한 당신을 유쾌하게 해 드리면서 저녁 먹은 후에, 그냥 헤어지거나 아니면 집까지 안전하게 바대다 드리죠. 어느 쪽이든 당신 편한 대로 하세요.”
그녀가 흠잡을 데 없는 그의 옷차림을 힐끗 보고 말했다. “어쩌죠! 제드레와 모자가 너무 낡아서요.”
“신경 쓰지 마십시오, 당신은 가장 세련된 만찬 예복을 입은 어떤 사람보다도 더 매혹적입니다.”
그녀는 절름거리며 걸어 보더니 마침내 챈들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아직도 발목이 아프긴 해요. 챈들러씨, 당신의 재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매리앤이라고 불러 주세요.”
“이리 오세요. 메리앤 양ㅇ. 그리 많이 걷지 않아도 됩니다. 다음 블록에 아주 훌륭한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아루매로 제 팔에 그렇게 기대셔야 할 것 같네요. 천천히 걸으세요. 저는 항상 혼자 외로이 식사를 했죠. 당신이 얼음판에서 미끄러진 덕분에 이렇게 함께 식사를 하니 기쁘군요.“
두 사람이 자리를 잡고 나서 품위 있는 웨이터가 왔다 갔다 하며 시중을 들자, 챈들러는 그의 규칙적인 외출이 진정한 기쁨으로 가득 차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관혁악단이 대화르 기분좋게 할 정도로 부드럽게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그와 함께 앚아있는 여자는 비록 싸구려 모자와 드레스를 입고 있었지만, 타나고난 미모와 몸매에 더해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녀는 발랄하지만 차분하고 솔직하게 생긴 푸른 눈을 지닌 챈들러를 바라보았는데, 그 역시 그녀 자신과 마찬가지로 감탄할 만큼 매혹적이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맨해튼의 광기와 난폭한 허례허식, 허풍의 박테리아. 겉치레의 전염병이 챈들러를 덮쳤다. 눈앞에는 자신을 쳐다보는 여자의 눈이 있었다. 그는 코미디 같은 무대 위에서 하룻밤 동안이라도 유행의 바람둥이이자 맣은 재산과 풍류 기질을 가진 게으름뱅이 역할을 하기로 작정했다. 그는 그 역할을 위한 옷을 입었으며 가가 거느린 그 모든 훌융한 천사들도 그가 이런 연기를 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는 매리앤에게 사교 클럽과 골프와 승마. 사냥개, 무도회, 해외여행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뉴욕 북쪽 휴양지 리치먼드에서 요트에 대해서까지 슬며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이 장황한 이야기에 그녀가 매우 감명 받은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엄청난 재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되는 대로 꾸며 냈고, 가난한 사람들이 존경하는 몇몇 사람의 이름을 아주 친한 것처럼 언급했다. 그는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뽑아내려 했다.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당신이 말하는 식의 삶은 너무 덧없고 무의미해보이는군요. 당신에게 더 흥미 있는 일은 없나요?”
“우리처럼 무위도식하는 사람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살맘들이죠.”
저녁 식사가 끝나고 웨이터에게 후한 팁을 준 후, 두 사람은 그ㄷㄹ이 만났던 길모퉁이로 걸어 나왔다. 메리엔 양은 이제 매우 잘 걸었으며 절룩거리는 것도 눈치 챌 수 없을 정도였다.
“좋은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해요. 이제 집에 가야 해요. 저녁은 매우 훌륭했습니다. 탠들러 씨.”
채9ㄴ들러는 그녀와 악수하고 진심 어린 미소를 지으며 사교 클럽에서 하는 브리지 게임에 대해 몇 마디 더 했다. 그녀가 동쪽으로 상당히 빠른 속도로 걷는 것을 잠시 보다가,. 천천히 집으로 돌아왔다.
‘정말 멋있는 여자였어. 그녀가 역시 옳았어. 난 욕을 먹어도 싸, 그 모든 허황된 것들 대신에 진실을 말했더라며, 우리는 어쩌면..... .“
여자는 빠른 속도로 도시를 가로질러 멋지고 아담한 저택에 도착했ㄷ. 서둘러 이층ㅇ 방으로 올가갔는데 근사한 실내복을 입은 예븐 아가씨가 금심스럽게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이런 말광량이 같으니라고, 이런 식으로 우리를 겁주는 일을 언제 그만둘 거니? 그 거지 같은 낡은 옷을 입고 메리의 모자를 쓰고 뛰쳐나간 지 벌써 두 시간이 지냤어. 엄마가 얼마나 놀라셨는데. 루이스를 자동차에 태워 너를 찾으러 보냈다고. 이 철딱서니 없는 못된 계집애야.”
아가씨가 초인종을 누르가 금방 하녀가 들어왔다.
“메리, 엄마에게 매리앤이 돌아왔다고 전해 드려.”
메리앤이 울상을 하며 언니에게 변명했다.
“야단치지 마. 언니, 난 그냥 의상실에 갔던 거야. 픙킇색 대신 연본홍색 안감을 넣으라고 하려고 말이야.내 낡은 옷과 메리의 모자가 내가 원했던 색깔이었거든, 정말이지 모든 사람이 내가 여점원인 줄 알더라니까. 길에서 미끄러져서 발목을 삐었어. 걸을 수가 ㅇ벗어서 절뚝거리며 레스토랑에 들어가 괜찮아질 때까지 않아 있었지, 뭐. 그래서 늦은 거야.”
두 여자는 창가에 앉아 차량의 홍수와 불빛을 내다보았다. 동생이 언니 무릎을 껴안고 머리를 기댔다.
“우리도 언젠가 결혼을 해야 되겠지. 언니 내가 사랑할 수 있는 남자가 어떤 종류인지 말해 줄까? 난 진하고 상냥한 파란 눈을 지니고, 불상한 여자에게 다정하게 잘 해주며 잘 생기고 마음도 하착하지만 게으름 부리지 않는 남자라면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그런 남자라도 야망과 세상에서 이루어야 할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잇어야만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 그가 자기 길을 가는 것을 내가 도울 수 있다면, 그가 아무리 가난해도 상관하지 않을 거야. 게으른 남자는 아무리 파란 눈을 가지고 있어도 결코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아.”
<돈의 신과 사랑의 신>
아들이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 고민하자 아버지는 아들 몰레 일을 꾸며 아들이 좋아하는 여자가 더나기 전에 길이 막히도록 마차. 경찰관 등을 돈으로 고용하여 여자에게 고백할 시간을 얻도록 해줘서 고백으로 결혼에 성공하는 이야기-
알았다. 얘야, 그래도 가끔은 위대한 동의 신에게 향불이라도 피워 바치는 것을 잊지 마라. 넌 돈으로 시간을 살 수 없다고 했지? 글쎄, 물론 돈을 주고 시간을 포장해서 집으로 배달시킬 수는 없겠지. 하지만 시간 신이 금광을 지나다가 돌에 치여 발부리를 다친 것을 본 적은 있단다.
· 고모는 좀이 먹도록 낡은 상자에서 예스럽고 오래도닌 금반지 하나는 꺼내 리처드에게 주며 말했다.
“얘야, 오늘 밤 이것 끼고 가거라. 네 어머니가 내게 주신 거다. 그 반지가 사랑의 행운을 준단다. 너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주라고 부탁했다.”
리차드는 마차에서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맴ㄴ하튼의 모든 차가 이 주위로 몰려든 것 같았다. 다시 자리에 앉으면서 “우리가 완전히 갇힌 것 같군요, 한 시간 안에 이 혼잡이 풀릴 것 같지는 않은데요. 제가 반지만 떨어뜨리지 ㅇ낳앟더라면, 우리가...... .”
“반지 좀 보여 주세요. 이제 어쩔 수 없잖아요, 신경 쓰지 않기로 했어요. 연극도 어차피 지겨울 테고요.”
그날 밤 누군가 아버지이 방문을 두들겼다. 고모였다.
“오빠, 리차드가 약혼했어요. 극장으로 오는 동안 길이 심하게 막혔고, 마차가 바져나오는 데 두 시산이나 걸렸다지 뭐예요. 오빠, 다시는 돈의 위력에 대해 뽐내지 마세요. 진실한 사랑의 상징이 행복을 찾게 되었어요. 돈과는 아무 상관 없는 작은 반지를 길에 떨어뜰셨고 그것을 찾으려고 마차에서 내렸는데 길이 막혀 버린 동안 그 애가 사랑을 고백하고 그녀 마음을 빼앗았어요. 오빠, 돈이란 진실한 사랑과 비교하면 얼마나 하찮은 것인가요.”
“좋아, 그 애가 원하는 것을 얻었다니 기쁘구나. 이 일로 돈이 든다면 얼마든지 주겠다고 그 애한테 말했거든.”
“하지만 돈이 무슨 소용이 되었겠어요?”
“내가 읽는 책에 나오는 해적이 지금 배에 구멍이 뚫렸는데 돈의 가치를 너무 잘 아니까 절대 돈을 포기하지 않을 거야. 이 책을 마저 일도록 날 좀 내버려 다오.”
다음 날 어떤 사람이 아버지를 찾아와서 어제 길이 막히도록 꾸민 수고비를 받아갔다.
“자네, 혹시 길이 막힌 그곳에서 살이 통통하게 찐 소년이 활을 들고 화살을 쏘는 것(로마 신화의 사랑의 신 큐피트를 묘사)을 보지 못했나?”
<백작과 결혼식 손님>
·로켓(사진이나 기념품을 넣어 목걸이처럼 달고 다니는 작고 예쁜 상자)-
어떤 여자가 사진관에서 어떤 남자의 사진을 사서 로켓에 넣고 다니다가 한 남자를 만나 자기 애인이 백작인데 죽었다고 로켓을 보여준다. 나중에 거짓말을 털어놓으며 여자가 남자에게 내 이야기를 다 믿었는냐고 하자 남자는
“글세, 그렇게 많이는 안 믿었지. 왜냐하면 로켓 속에 당신이 보관한 사진이 바로 거물 마이크의 사진이었으니까.”마이크가 우리 결혼식에 오겠다는 말에 신부가 난처해질까봐 당황하는남자-그는 동정적이지만 쾌활한 친구 역할을 하고 싶었다. 그녀의 슬픔이 줄어든 것은 아니었지만, 반 시간 동안 그들은 두 접시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천장창이 있는 방>
사구려 방을 얻어 세든 리슨양
“바로 저 별에요. 반짝이는 저 큰 별 말고 그 옆에 푸른 별. 제 방에서는 천장창을 통해 매일 밤 저 별을 볼 수 있죠. 제가 그 별을 빌리 잭슨이라 이름 붙였어요.”
누가 비꼬듯 “아, 리슨양, 난 당신이 천문학인줄 몰랐어요.”
또 누군가가 잘난 체 하며“당신이 말하는 별은 카시오페아 자리의 감마라는 별이에요. 광도는 거의 2등급이고, 자오선을 지나는 것은...... .”
젊은 에번스이 말을 끊고 리슨양 편을 들었다.
“하지만 빌리 잭슨이란 이름이 훨씬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요.”
“맞아요. 리슨 양은 옛날 점성가들과 마찬가지로 별에 이름 붙일 권리를 가지고 있지요.”
리슨 양은 우수에 잠김 목소리로 말했다
“저 별은 낮은 곳에서는 원래 잘 안 보여요. 제 방에서 봐야 잘 보용ㅅ. 우물 바닥에서는 대낮에도 별을 볼 수 있어요. 밤이면 제 방은 탄광의 갱도 같아서 밤의 여신이 드레스에 달고 있는 커다란 다이아몬드처럼 빌리 잭슨이 잘 보이거든요. 그 방에서 리슨양이 구직이 되지 ㅇ낳아 굶어 쓰러지자 누가 구급차를 불렀고 구급차 의사 월리엄(애칭은 빌리)이 그 방을 잘 알 듯 천장방을 네 계단씩 뛰어 올라가 환자를 구해 병원으로 갔고 다음날 신문 기사
‘사건을 맡은 구급차 의사 빌리는 그 환자가 곧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구가 딸린 셋방>
성인의 조각상이 그 안에 서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랬더라도 꼬마 도깨비와 악렬이 그것을 어둠 속으로 질질 끌어다 가구가 딸려 있는 아래쪽 셋방의 신성치 못한 방구석에 쳐박아 놓았을지도 모른다. 썩은 가구에서 반사되는 어렴풋한 빛과 너덜너덜한 천ㅇ르 씌운 침대와 두 개의 의자, 두 창문 사이에 달린 자그마한 사구려 벽거울, 한두 개의 싸구려 그림 액자가 그나마 위안을 주었다. 벽에 찍혀 있는 작은 지ᅟᅮᆫ은 이 방에 갇혀 있던 어린아이들이 태양과 공기를 찾아 손가락을 더듬거렸음을 말해주었다. 폭탄이 터진 흔적처럼 번쩍이며 튀긴 자국을 보면, 누군가 벽을 향해 집어던진 유리잔이나 병이 냉ㅇ물과 함께 산산이 터진 것을 알 수 잇었다. 벽 사이의 거울에는 누군가 유리칼로 메리라는 이름을 꼬ㅓ부랑글씨로 휘갈려 놓은 것이 보엿다. 가구 달린 셋방에 살던 사람들은 모두 이 방의 화려해 보이지만 차가운 분위기를 어 디상 견디지 못해 몹시 화가 나 서 그 분풀이를 이 방에다 해댔을 것이다. 마룻바닥의 널빤지도 제각기 겪은 고통처럼 저마의 신음소리와 비명을 지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