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8일 연중 제14주간 월요일
<제 딸이 방금 죽었습니다. 그러나 가셔서 손을 얹으시면 살아날 것입니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9,18-26
18 예수님께서 말씀을 하고 계실 때, 한 회당장이 와서 예수님께 엎드려 절하며, “제 딸이 방금 죽었습니다.
그러나 가셔서 아이에게 손을 얹으시면 살아날 것입니다.” 하고 말하였다.
19 예수님께서는 일어나시어 제자들과 함께 그를 따라가셨다.
20 그때에 열두 해 동안 혈루증을 앓는 여자가 예수님 뒤로 다가가, 그분의 옷자락 술에 손을 대었다.
21 그는 속으로 ‘내가 저분의 옷에 손을 대기만 하여도 구원을 받겠지.’ 하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22 예수님께서 돌아서시어 그 여자를 보시며 이르셨다. “딸아, 용기를 내어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바로 그때에 그 부인은 구원을 받았다.
23 예수님께서 회당장의 집에 이르시어 피리를 부는 이들과 소란을 피우는 군중을 보시고,
24 “물러들 가거라. 저 소녀는 죽은 것이 아니라 자고 있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들은 예수님을 비웃었다.
25 군중이 쫓겨난 뒤에 예수님께서 안으로 들어가시어 소녀의 손을 잡으셨다. 그러자 소녀가 일어났다.
26 그 소문이 그 지방에 두루 퍼졌다.
암과 싸워 이기려면
말기 암이라는 예비 진단을 받았을 때 나는 담담하게 그 사실을 받아들였습니다. 가족들은 혹시 암이 아니라 큰 종양을 오진한 것이 아닌지 생각하기도 하였고, 나를 진정시키느라고 애쓰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러나 나는 암이 5년이나 내 안에서 살았는데도 내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고, 5년 동안이나 나는 정말 무엇을 하고 살았나 하는 자책감이 더 컸습니다. 그래서 ‘나는 죽어 마땅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나를 괴롭혔습니다. 병원에서는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직검사를 하고, MRI를 찍고, PET CT를 찍고 근 한 달 가까이 여러 가지 검사를 하였습니다. 그때마다 예비진단이 사실임이 밝혀지고 있었습니다.
어떤 의사는 암을 진단하기 위해서 조직검사를 하고, X-Lay를 촬영할 때마다 암은 빠른 속도로 진행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처음에 1기이던 암이 검사를 끝날 때쯤이면 2기가 되고 3기가 된다고 합니다. 그건 그만큼 암에 대한 공포가 병의 속도를 빠르게 한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심리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와 불안감으로 심신이 병약해져서 면역력이 약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면역력이 약해졌을 때를 노려서 암세포는 기승을 부리고 불안과 심약함을 영양분으로 해서 갑자기 성장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나도 검사하는 한 달 동안 갑자기 암이 더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는지 통증이 심하게 나타나고 암의 증상이 눈에 띄게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암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 느끼는 감정은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심장병으로 어렵게 살고 있는데 암까지 걸렸으니 이제는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를 오히려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만들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정밀검사를 하다보니까 고칠 수 있다는 확률이 점점 떨어지고, 두려움이 증폭되면서 겁도 나고, 수술을 하거나 항암치료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생각이 나를 지배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치료를 해서 무슨 소용이 있는가 하는 생각이 점점 나를 비참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마음의 평정을 찾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냥 성경을 읽고 묵상하고 영적 독서를 하면서 돌파구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오늘 복음을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하혈하던 여인이
[‘내가 저분의 옷에 손을 대기만 하여도 구원을 받겠지.’ 하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예수님께서 돌아서시어 그 여자를 보시며 이르셨다. “딸아, 용기를 내어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바로 그때에 그 부인은 구원을 받았다.]라는 복음입니다.
내가 암에 걸린 이후에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주님께 매달리며 기도하였는가? 라는 것에 마음이 걸렸습니다. 주님의 옷에 손을 대기만 하여도 구원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그 간절한 마음이 있었다면 지금 이렇게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용기를 내라는 주님의 말씀이 다시 나에게 용기를 내게 했습니다. 믿음에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고백할 때에도 용기가 필요한 것처럼 그렇게 용기가 필요합니다. 믿음에 용기가 필요하다는 주님의 말씀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가 조금이라도 알 것 같았습니다.
아무리 난치병이라고 하여도 주님께서 은총으로 살려 주실 것이라는 믿음이 생겨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아무런 쓸모가 없는 사람이지만 하느님께서는 필요하신 구석이 있으시다면 살려주실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암이 서서히 친구처럼 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5년이나 같이 살았으니 친구라고 해도 별로 문제가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암을 거부하지 않고도 당당하게 받아들여지고 서서히 달래면서 암이란 놈과 이별해야 한다는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적적으로 암과 이별하는 싸움에 돌입하였습니다. 수술을 받은 지 벌써 14년이 되어갑니다. 그리고 완치 판정을 받은 지 이제 2년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어지간히 자신감을 얻기까지 하였습니다.
주님께서 나를 구원해 주실 것이라는 믿음에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혈루증을 앓는 여인이 주님의 옷깃이라도 만지려는 그 순수한 믿음의 첫발을 내 딛는 그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믿음을 지키기 위해서 매순간 용기를 내야 합니다. 또한 믿음을 성장시키기 위해서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자세에서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로 믿음을 키워가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내가 지금 주님과 믿음을 두려워한다면 내게는 영영 믿음이 뿌리 내리지 못할 것입니다. 내가 주님께 무엇을 간구한다고 하여도 주님께서 노여워하시겠습니까? 내가 주님께 나를 구원해 달라고 간절히 바라는데 주님께서 마다하시겠습니까? 주님께 다가오기를 항상 바라시는 주님께 용기를 내십시오. 믿음은 용기를 내야 깊어지고 두터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