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음성에서 과수원을 운영하는 강준섭씨(50)는 올봄부터 어깨가 찢어질 듯한 통증으로 밤잠을 설쳤다. 팔을 움직이거나 들어 올릴 때 콕콕 쑤시고 아리는 증상이 갈수록 심해졌다. 남편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지경이 된 그는 결국 버티지 못하고 병원을 찾았다. 강씨의 진단명은 오십견이었다.
신규철 박사(정형외과 전문의)는 “오십견은 중장년층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이라면서 “많은 이들이 ‘나이가 들어가며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통증’으로 가볍게 여겨 강씨처럼 병을 키워 병원을 찾는다”고 지적했다.
◆극심한 어깨 통증으로 밤잠 설친다면 오십견 의심해야=오십견이란 명칭은 주로 50대 이상에서 발병률이 높아서 나온 것이다. 정확한 병명은 ‘유착성 관절낭염’이다. 어깨 관절을 둘러싼 주머니 형태의 관절낭에 염증이 생기고 유착이 진행되며 쪼그라들어 운동 범위가 제한되는 것은 물론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발병 원인은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주로 어깨 관절과 주변 조직의 퇴행을 꼽는 의학 전문가가 많다.
오십견은 단순 어깨 결림, 근육통으로 시작해 시간이 갈수록 통증이 심해지고 어깨 관절의 운동 범위가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 관절이 굳는 만큼 스스로 팔을 올리는 것에도 어려움을 호소한다.
회전근개 파열과 다른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오십견은 회전근개 파열과는 달리 다른 사람이 도움을 줘도 동작을 시행하기가 어렵다.
오십견의 가장 큰 특징은 다른 어깨질환과 견줘 누워 있을 때 통증이 악화하고 야간에 통증이 더 극심해진다는 점이다. 오십견은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어 치료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 대한정형외과학회지에 게재된 ‘동결견(유착성 관절낭염) 환자의 수면 상태와 삶의 질 평가’를 살펴보면 환자는 극심한 어깨 통증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고, 수면장애까지 겪을 확률이 높았다. 이런 생활을 지속하면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당뇨와 오십견간 연관성도 뚜렷하다. 당뇨 환자는 일반인보다 오십견 발병 위험이 2∼4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남수 정형외과 전문의는 “당뇨 환자가 앓는 오십견은 회복 기간이 길고 재발 위험이 큰 편”이라면서 “오십견의 치료에 쓰는 스테로이드제가 일시적으로 혈당 수치를 높일 수 있어 치료할 때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방치 기간 길어지면 만성 통증으로 발전=흔히 오십견에 대해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라 생각해 파스나 소염제 등으로 통증을 버티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치료를 차일피일 미루면 어깨 관절은 굳어질 대로 굳어져 작은 움직임에도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마련이다. 세수를 하거나 옷을 갈아입는 것 같은 간단한 동작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말이다.
방치 기간이 길어지면 자칫 만성 통증으로 발전하거나 운동장애 같은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오랫동안 어깨에 불편함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그에 따른 치료법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오십견 초기에는 보존 치료가 먼저다. 관절 주변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을 줄 약물·주사 치료를 진행한다. 통증을 줄여주는 체외충격파 치료도 병행할 수 있다.
이러한 보존 치료에도 효과가 미미하고, 관절운동 제한이 심하다면 도수조작술인 ‘브리즈망’을 고려한다. 브리즈망은 어깨에 부분 마취를 하고 통증을 못 느끼는 상태에서 의사가 굳어버린 어깨 관절낭과 주변 근육을 직접 풀어주는 방식이다.
환자도 치료 과정이나 치료 후 어깨를 풀어주는 활동을 게을리해선 안된다. 수건 등을 이용해 혼자서 할 수 있는 운동도 얼마든지 있다.
먼저 아프지 않은 쪽 손으로 수건을 쥔 후 그것을 어깨를 통과해 등 뒤로 넘긴다. 아픈 쪽 손 역시 등 뒤로 이동해 내려간 수건 끝을 잡는다. 아프지 않은 쪽 팔을 천천히 올린 후 5초간 자세를 유지하고선 천천히 내린다. 수건을 올릴 때 상체를 꼿꼿하게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 동작은 10회 반복하는 것을 한 주기로 설정하고 3세트 시행하면 된다.
조 전문의는 “관절 주변 질환은 시술·수술만큼 중요한 것이 재활”이라면서 “어깨 관절이 자꾸 굳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어깨 가동 범위를 회복하려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