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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13인의 작가가 바라본, 어린이의 삶을 변화시키는 결정적 순간들
사계절아동문고 100권 기념 작품집 동시 출간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 사건, 사람, 시간과 공간이 있다. 아마 요즘의 우리에겐 코로나19가 그런 존재가 아닐까? 팬데믹의 한가운데에서 오늘날 어린이문학계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작가들에게 물었다.
‘지금, 오늘의 어린이들에게 어떤 사람, 어떤 사건, 어떤 시공간이 자신을 이전과 다른 ‘나’로 만드는 계기가 될까요?’
그리고 그 답으로 사계절아동문고 100권『정의로운 은재』와 101권 『다이너마이트』를 선보인다.
늘 다니던 골목에서 고양이가 두 발로 걸어 나오는 것을 목격한 순간, 붉은색 양말을 신고 연거푸 어시스트를 성공시키는 여자아이에게서 운명을 느끼던 순간, 이웃집에서 들려오는 둔탁한 소음을 의아해하는 순간…, 저마다 다른 변곡점을 통과하며 어린이들은 미처 몰랐던 삶의 진실을 발견하기도 하고, 또 다른 세계에 대한 열망을 인식하기도 한다.
황선미, 이금이, 김중미, 전성현, 오하림, 강경수… 사계절아동문고 시리즈 100권을 기념하며 기획된 이번 단편집에는 그 이름만으로도 믿음을 주는 중견 작가부터 차기작이 기대되는 신진 작가까지, 한국 어린이문학의 저력을 보여 주는 작가들이 참여했다. 이들이 그려 낸 다채로운 삶의 단면들은 어쩌면 이 책을 읽는 누군가의 삶에 소중한 변곡점이 되어 줄 것이다.
목차
여는 글
정의로운 은재 _오하림
그날 밤, 홍이와 길동이 _진형민
골목이 열리는 순간 _황선미
살아 있는 맛 _전성현
손톱 끝만큼의 이해 _최나미
바이, 바이 _강경수
오늘의 어린이에게
상세 이미지
저자 소개
강경수
낙서와 공상, 아들과 장난치며 놀기를 좋아한다. 만화를 그리면서 그림을 시작했고, 쓰고 그린 첫 그림책 《거짓말 같은 이야기》로 2011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 논픽션 부문 라가치 상을 수상했다. 지구촌에서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아이들의 현실을 담은 이 책은 대만·브라질·중국·스페인 등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 출간되어 세계 곳곳의 독자들에게 어린이 인권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독특하면서도 위트 넘치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입니다. 만화에 빠져 10년간 만화를 그렸지만, 지금은 어린이책 일러스트의 매력을 알고 그림책 작가로 활동 중입니다. 쓰고 그린 그림책으로는 「코드네임」 시리즈, 『거짓말 같은 이야기』, 『왜×100』, 『화가 나!』, 『내 친구의 다리를 돌려 줘!』, 『커다란 방귀』, 『나의 엄마』, 『나의 아버지』, 『꽃을 선물할게』, 『다이빙의 왕』 등이 있습니다. 『거짓말 같은 이야기』로 2011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 논픽션 부문 라가치 상 우수상을 받았으며 『똥방패』, 『공자 아저씨네 빵 가게』, 『다리미야 세상을 주름잡아라』, 『잠들지 못하는 밤』,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시리즈 등의 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오하림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들 이야기를 쓰고 있다. 첫 동화 『순재와 키완』으로 제1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전성현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습니다. 귀신이 무서워하는 고양이 두 마리와 개 한 마리를 키웁니다. 판타지와 SF 작품을 좋아하고 소행성과 평행우주에 관심이 많아요. 200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그래 그건 너였어」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제15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을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는『잃어버린 일기장』, 『두 개의 달』, 『사이렌』, 『어느 날, 사라진』, 『진짜 가짜』(공저) 등이 있습니다.
진형민
1970년 서울 변두리에서 태어났다. 그동안 방송 작가, 대안학교 교사로 일했고 교육 잡지 편집 일을 하기도 했다. ‘한겨레 아동문학작가학교’에서 동화를 공부했다. 2012년 『기호 3번 안석뽕』으로 창비좋은어린이책 수상. 동화 『꼴뚜기』 『소리 질러, 운동장』 『우리는 돈 벌러 갑니다』 『사랑이 훅!』 등을 썼고 청소년소설집 『불안의 주파수』 『존재의 아우성』 『웃음을 선물할게』 『아무것도 모르면서』에 작품을 실었다.
최나미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여대 아동학과를 졸업했다. '한겨레 작가학교'를 졸업하면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우리시대의 가족과 부모, 아이의 일상을 조명함으로써 “21세기 어린이문학사의 분기점이 된”(아동문학평론가 유영진)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또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경계에 선 청소년의 심리와 내면을 인물들 간의 ‘관계’를 통해 탁월하게 풀어낸 작품들로 호평을 받고 있다. 지은 책으로 『바람이 울다 잠든 숲』, 『진휘 바이러스』, 『엄마의 마흔번째 생일』,『걱정쟁이 열세 살』,『셋 둘 하나』,『단어장』,『진실 게임』,『움직이는 섬』,『학교 영웅 전설』,『고래가 뛰는 이유』,『천사를 미워해도 되나요?』,『옹주의 결혼식』,『빨주노초파남보똥』(공저)이 있다.
황선미
사실적이면서도 섬세한 심리 묘사와 마음을 어루만지는 이야기로 수많은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 작품을 통해, 때로는 여러 자리를 통해 항상 어린이들 가까이에서 함께하고 있다. 지금까지 60여 권의 책을 썼고,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대통령 표창, SBS 어린이 미디어 대상, 아동문학평론 신인상, 세종아동문학상, 소천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있다.
1963년 충청남도 홍성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와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5년 단편 「구슬아, 구슬아」로 아동문학평론 신인문학상을, 중편 「마음에 심는 꽃」으로 농민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1997년에는 제1회 탐라문학상 동화 부문을 수상했고, 『나쁜 어린이표』, 『마당을 나온 암탉』, 『까치우는 아침』, 『내 푸른 자전거』, 『여름 나무』, 『앵초의 노란 집』, 『샘마을 몽당깨비』, 『목걸이 열쇠』, 『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 『들키고 싶은 비밀』, 『엑시트』, 『세상에서 제일 달고나』 등을 썼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학교에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혼자 캄캄해질 때까지 학교에 남아 동화책을 읽곤 했던 그녀의 글은, 발랄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글을 써나가는 다른 90년대 여성작가들 달리 깊은 주제 의식을 담고 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그 대표적 예. 근대 · 문명을 상징하는 '마당'과 탈근대·자연을 상징하는 저수지를 배경으로, 암탉 잎싹의 자유를 향한 의지와 아름다운 모성애를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2000년에 출간한 그녀의 대표작 『마당을 나온 암탉』은 알을 품어 병아리를 만들어 보겠다는 소망을 갖고 살던 암탉 잎싹의 이야기다. 양계장에서 편하게 사는 것을 포기하고 안전한 마당을 나온 잎싹은 우연히 청둥오리의 알을 품게 되는데, 그렇게 부화한 청둥오리를 사랑과 정성으로 키우고 자신의 목숨을 족제비에게 내주기까지 한다. 고통스럽지만 자신의 꿈과 자유, 그리고 사랑을 실현해나가는 삶을 아름다운 동화로 그려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죽음’을 전면에 내세워 어린이문학의 금기에 도전했고, 국내 창작동화로는 첫 번째 밀리언셀러를 기록하였다. 애니메이션 영화로 제작해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다 관객을 동원하였고, 뮤지컬, 연극, 판소리 등 다양한 공연으로도 선보이고 있다. 미국 펭귄출판사를 비롯해 수십 개국에 번역 출간되었다. 2012년 국제 안데르센 상 후보에 올랐으며, 2014년 런던국제도서전 ‘오늘의 작가’로 선정, 폴란드 ‘올해의 아름다운 책’ 등을 수상했다.
줄거리
「정의로운 은재」
하루 세 번, 나쁜 아이들에게 투명 양동이로 물을 끼얹을 수 있는 모임 ‘정의의 양동이’ 회원이 된 은재와 승연이. 남에게 상처 주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서 쉴 틈이 없지만, 은재는 단호하게 심판을 내린다. 그런데 정의로운 은재에게 정의의 양동이가 날아들다니!
「그날 밤, 홍이와 길동이」
선녀의 딸 홍이는 함께 하늘 나라로 가자는 엄마의 제안을 마다하고 친구 길동이를 찾아간다. 그런데 길동이 아버지가 툭하면 아들을 구박하고, 이번에도 광에 가두었다는 것! 홍이와 잔소리쟁이 사슴, 떡 좋아하는 호랑이는 길동이를 구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골목이 열리는 순간」
리나는 하굣길에 늘 다니던 골목이 열리더니, 빨간 가방을 멘 고양이가 두 발로 걸어나오는 것을 목격한다. 어젯밤에는 3년 전 연재가 중단된 《아름다운 가면》의 후속편이 인터넷에 올라왔는데, 리나 말고는 아무도 본 아이가 없다. 이 신기한 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아이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평생 친구가 될 텐데!
「살아 있는 맛」
신종 바이러스 때문에 학교도, 놀이터도 갈 수 없게 되었다. TV에선 바이러스의 숙주가 어떤 동물인지 추측하고, 온라인 수업에선 식용 동물들은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는 인터뷰가 나왔다. 민재는 문득 의문을 느낀다. 사람들이 가둔 동물들이, 이번엔 사람들을 가둔 게 아닐까?
「손톱 끝만큼의 이해」
늘 투닥거리던 아빠와 할머니는 할머니가 나라를 위한 집회에 나가면서 더욱 나빠졌다. 할머니가 집회에 나갔다가 다치고 돌아오자, 아빠는 할머니 친구분들게 따지겠다며 집을 나가는데…. 조금도 양보하지 않는 두 사람 사이에서 주홍이는 답답함을 느낀다.
「바이, 바이」
아침에 학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던 ‘나’는 어느 순간 폐허가 된 도시를 헤매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러다 강아지 한 마리와 친구가 되지만, 금세 이 강아지가 왜 곁에 있는지조차 생각나지 않는다. 말과 행동은 점점 더 느려지고, 강렬한 배고픔만 느껴진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출판사 리뷰
나와 세계가 맞닥뜨린 변화의 순간에 주목하다
2001년 ‘남북어린이가 함께 읽는 전래동화/창작동화’ 시리즈로 출발한 사계절아동문고가 20년 만에 100번째 책을 내놓는다. ‘시대정신을 담은 어린이책’을 모토로 삼은 사계절아동문고는 세계 30개국으로 번역 출간된 『마당을 나온 암탉』, 생태동화의 시작점으로 불리는 『생명이 들려준 이야기』, 동화에서 전형적인 역할을 맡아 온 ‘엄마’의 삶을 생각하게 한 『엄마의 마흔 번째 생일』 등 10대에 접어든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든 세대가 함께 읽고 사유할 수 있는 어린이문학을 출간해 왔다.
사계절아동문고 100권을 기념하여 내놓는 두 권의 작품집 『정의로운 은재』와 『다이너마이트』는 ‘지금, 우리, 삶’에 주목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겪었을 ‘삶이 변화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누군가에게는, 아마도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이번 코로나19가 삶의 큰 전환점이 되었을 것이다. 팬데믹 이전, 우리를 둘러싼 지구 환경, 재난 등으로 삶이 통째로 변해 버린 이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삶이 변화하는 순간은 꼭 이런 현실적인 상황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미지의 존재, 미지의 시간, 미지의 공간 역시 우리에게 그런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그 ‘변화’는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어서, 삶의 변곡점을 겪어 내며 우리는 또 한 번 자라나는 순간을 맞이한다. 과연 오늘날 어린이들의 삶은 어떤 순간으로 인해 변화할까? 그 변화는 어린이와 세계를 어떻게 만나게 하고, 어떻게 불화하게 하며, 그리하여 어떤 삶을 살아가게 할까?
저마다 오롯한 작품 세계를 지닌 13명의 어린이문학 작가들이 『정의로운 은재』와 『다이너마이트』를 통해 이 질문에 대한 흥미로운 대답을 보내 왔다. 이 대답은 불안한 시대의 어린이에게 보내는 공감과 위로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내가 알고 있는 것만이 ‘진짜’라고 할 수 있을까? -『정의로운 은재』
범죄 뉴스를 보며 ‘나한테 힘이 있었더라면!’ 하고 주먹을 불끈 쥐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정의로운 은재」의 주인공 은재에게는 정말로 그런 힘이 생겼다. 하루 세 번, 나쁜 짓을 한 아이에게 투명 양동이로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정의의 양동이’ 회원이 된 것이다. 남을 위협하고, 밀치고, 악담하는 아이… 은재는 나쁜 아이들을 단호히 응징한다. 그런 은재가 친구의 옷차림에 대해 진심으로 ‘충고’한 순간, 정의의 양동이는 은재를 향한다.
데뷔작 『순재와 키완』을 통해 ‘인류의 미래와 한 인간의 미래 중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게 한 오하림 작가는 신작 「정의로운 은재」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정의’란 무엇인지를 묻는다. 남의 물건을 빼앗는 것과 외모를 평가하는 것, 둘 중 무엇이 더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누구에게 양동이를 써야 할지 한 번도 고민해 보지 않은 은재처럼 스스로가 정의롭다고 자신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가 하면 황선미 작가의 「골목이 열리는 순간」은 ‘리나’가 두 발로 걷는 고양이와 마주치며 시작된다. 친구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던 리나는 그 마법 같은 이야기를 나눌 ‘단 한 명의 친구’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오늘의 어린이에게 ‘이야기가 왜 필요한가’를 생각하게 하는 매력적인 판타지다. 『정의로운 은재』의 단편들은 옛이야기에 어린이의 현실을 절묘하게 투영하고(「그날 밤, 홍이와 길동이」, 진형민), 장년층과 노년층의 갈등을 편견 없는 어린이의 시점으로 바라보며(「손톱 끝만큼의 이해」, 최나미), 바이러스로 인해 활동이 제한된 사람들과 사람이 우리에 가둔 동물들을 비교하는(「살아 있는 맛」, 전성현) 시도를 통해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믿었던 세계에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불안해할 것 없다. 익숙한 세계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세계로 떠날 용기, 전복적인 상상력은 어린이의 성장을 북돋우는 힘이기 때문이다.
아직 둘 곳 없는 마음, 그 마음 깊은 곳에 수놓인 불꽃! -『다이너마이트』
‘도훈’이는 코로나19 때문에 못 하는 것이 너무 많다. 요양원에 계신 할아버지를 만날 수도 없고, 농사 지은 것을 오일장에 내다 팔 수도 없고, 아빠는 매일 야근이다. 친구 ‘하루’를 만나 BTS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다. 다시 학교에 가면 좀 나아질까? 글쎄, 엄마가 외국인이고, 여자 같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는 도훈이에게 학교는 별로 기대되는 곳이 아니다. 김중미 작가의 「다이너마이트」는 코로나19가 바꾼 어린이의 일상을 현실적으로 그렸다. 코로나19가 사라진다고 해도, 편견은 쉬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훈이에게 ‘학교’는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까? 마스크를 쓰고 1미터쯤 떨어져 앉아야 하는데도 가정 방문을 온 담임선생님은 그 의문에 해답이 되어 준다.
담임선생님은 도훈이의 일상과 고민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는 어른이며 학교에 희망을 품게 하는 존재다. 그 희망의 연결고리는 이 책의 제목이자 도훈이가 좋아하는 BTS의 노래인 ‘다이너마이트’다. 남다르다는 이유로 소외되었지만, 도훈이는 ‘다이너마이트’ 가사처럼 ‘언젠가 주위 사람들을 환하게 비추는 다이너마이트 같은 불꽃’이 되기를 꿈꾼다. 모든 어린이가 저마다 고유한 빛깔을 환히 드러내며 어우러지는 순간은 불꽃놀이처럼 찬란하고 아름답지 않을까?
『다이너마이트』 속 어린이들은 성별이나 겉모습, 환경 같은 고정관념이나 현실적 제약에지지 않고, 희망을 찾기 위해 애쓴다. ‘만약 다시 학교에 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답답한 현실을 견딜 힘을 얻고(「구멍」, 이금이), 학교 갈 때 늘 지나던 징검다리의 모양에서조차 내일에 대한 기대감을 찾는다.(「상병차포마」, 김선정) 그치지 않는 비로 삶터를 떠나는 가족을 그린 김민령 작가의 「고양이가 한 마리도 오지 않던 날」과 가정의 어린이 학대를 정면으로 다룬 김태호 작가의 「멍한 하늘」은 타인의 위험을 외면하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 때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삶의 결정적 순간에 우리가 늘 옳은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아이가 터무니없는 소문과 싸워 가는 모습을 바라만 보았던 「나의 탄두리 치킨」(박효미)의 소년은 자신의 이기심과 비겁함을 깨달았기에 어제와 다른 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거대한 변화에 휩쓸리고, 현실에 부딪히고, 실수를 저지르더라도 어린이에게는 더 나은 나를, 새로운 세계를 만들 힘이 있다. 그렇게 믿는 순간이야말로, 놓쳐서는 안 될 삶의 변곡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