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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난투 25인 전원 체포. 전설의 백검사……. 맞죠?
신일: 맞어.
뜨아한 표정이 되는 철중.
신일: (바지 추스르며 힐끗 보고 피식 웃음) 그래서? 쫄았냐?
철중: 제가요? 왜요?
신일: 허구헌 날 치즈 하이 하던 놈이 똥 씹은 얼굴을 풀지를 못해.
철중: 남의 돈 뺏은 놈, 남의 살에 연장 박은 놈……. 만날 그런 놈들만 보니까 멀쩡한 사람 들한테두 그런 놈들 대하듯 할까봐 연습한 거지. 누가……. 저런…….
신일: 저런 뭐?
철중: 저런…….
신일: (피식 피식 웃으며) 저런 위대한 선배님?
철중: 아, 몰라요. 암튼 내 살인 미소는 구린 놈들 앞에선 절대 안 나오니까.
신일: (살인 미소란 표현에 기가 막혀서) 아무리 바빠도 거울은 좀 봐라. (철중 어깨를 툭툭 짚으며) 이제 겨우 자료 모으기 시작한 사건인데 저 정도 거물이 일부러 아는 체 했다는 건 제대로 짚었다는 증거니까, 똥 그만 씹고 얼굴 풀어.
철중, 신일을 보고 씩 웃고.
신일도 씩 웃는다.
그리고 신일 먼저 나가는데 손을 씻다가 신일 손을 씻지 않은 것이 생각난 듯 소변기 한 번 보고 자기 어깨 보고 찝찝한 표정이 되는 철중.
씬 35. 서울지검 주차장/낮.
계단 올라가다가 바라바라 바라방 요란한 크락션 소리에 돌아보는 철중.
석신이 엄청나게 화려한 오토바이를 폼 나게 몰고 들어와 멋지게 선다.
그냥 저절로 피식 웃는 철중.
석신: (오토바이에서 내리면서 점게) 부러운 시선에 머물지 마시고 과감하게 라이더의 세계로 들어오시죠.
철중: (웃으며) 안 효준 이사는?
석신: 지금 그 댁에서 오는 길인데, 아직 소식 없으시데요.
철중: 얼마 됐지?
석신: 일주일이요.
느낌이 좋지 않은 표정이 되는 철중.
씬 36. 검사 집무실/낮.
굳은 얼굴로 앉아 책상을 톡톡 두드리는 철중.
그 볼펜 아래 놓인 종이 보이면 명선-조승우- 안 효준- 조승준.
교통사고- 재단 매각……. 일주일 연락 두절…….
등의 메모가 적혀있다.
노크 소리 들리고 들어오는 박 계장.
철중: (일어서며) 명선 재단 수색 영장 나왔죠?
박 계장: (난감한 표정으로) 안 나왔습니다.
상의를 입으려다가 멈칫하는 철중.
박 계장 손에 들린 기각 영장을 뺏듯이 받아보는 철중.
씬 37. 검찰청 복도/낮.
거친 걸음으로 마구 걸어가는 철중.
그 때 맞은편에서 박차장이 걸어오고.
철중: 차장님.
박 차장: 어, 그래.
철중: 수색 영장.
박 차장: 어, 그거 내가 안 내줬지.
철중: 그거.
박 차장: 나쁜 놈들 잡어, 나쁜 놈들. 우리 강력부가 그렇게 한가한가? 이미 벌어진 강력 범죄 수사도 다 감당 못하는데도 뺑소니 교통사고에 검사가 매달려서. 이게 무슨 짓이야?
철중: 뺑소니 사고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닙니다.
박 차장: 그러면? 명선에 무슨 악감정 있어서 이러는 건가?
철중: 무슨 뜻으로 하시는 말씀이십니까?
박 차장: 몰라 물어?
사람들 하나 둘 방에서 나오거나 모여들기 시작하고.
철중: 차장님이야 말로 이러시는 거 명선이랑 무슨 좋은 관계 시길래.
박 차장: 잘 한다 잘 한다 하니까 어디까지 기어올라?
철중: 차장님!
신일: (v. o) 강철중 검사!
돌아보면 신일이 두 사람을 보고 있다가 천천히 걸어온다.
신일이 주변 사람들 돌아보자 흩어지는 구경꾼들.
신일: (박차장 보고) 죄송합니다, 차장님.
철중: 부장님.
신일: 방으로 돌아가지, 강 검사.
뭔가 한 마디 더 하려다가 돌아서서 가는 철중.
씬 38. 철중의 집무실/낮.
거칠게 들어와 털썩 앉는 철중.
씬 39. 박차장의 방/낮.
박차장이 들어오고 뒤따라 들어오는 신일.
박 차장: (소파로 앉으며) 어……. 정신없는 놈, 김 부장이 왜 저 놈 때문에 골치 썩는 지 이제 알겠네. 명색이 검사가 저렇게 천지분간을 못해서 어떻게 하나.
신일: (맞은편에 앉으며) 범죄다 싶은 데 꽂히면 좌우를 못 보니까 검사하는 겁니다.
박 차장: 뭐?
신일: 제 돈으로 증인들, 참고인들 밥 사줘가면서, 차비 대줘가면서 수사하구, 나쁜 놈 잡는 일인데 목숨 걸라 그러면……. 그것도 내놓을 놈입니다. 그래서 골치 썩는 겁니다. 아까운 놈, 지 명줄 줄여가면서 검사질 할까봐.
박 차장: 자네 지금. 부장이 그 모양이니까 부서 검사가 저 꼴이지? 평검사가 날뛰면 부장 이 잡아줘야 할 거 아닌가?
신일: 부장은……. 평검사가 검찰 안팎의 보이지 않는 압력을 느끼지 않도록, 앞만 보고 똑 바로 수사할 수 있게 해주는 게 본연의 임무이자 역할이라고 배웠습니다.
박 차장: 말……. 가려서 하는 건 안 배웠나?
신일: 사람 눈치 보고 말 가려서 하면 검사가 아니라……. 줄섰다가 정년퇴직하는 밥버러지 되는 거 아닙니까?
그 때, 여비서가 들어와 박차장과 신일에게 메모를 전달한다.
메모 펴 보는 박 차장. 의아한 얼굴.
씬 40. 서울지검 대강당 앞 복도/낮.
걸어오는 조 검사, 고개를 갸웃갸웃 거린다.
그러다가 맞은편에서 이리저리 눈치를 보며 오는 다른 검사1을 만난다.
조 검사: 어, 무슨 일인데 이리로 나오라 그래? 사무실루 안 오구?
검사1: 무슨 소리야?
조 검사: 할 말 있다고 대강당으루 오라며? 메신저로.
그 때, 뒤에서 뛰어오는 검사2.
검사2: (겁먹은 얼굴로 두리번거리며) 박선배. 그거 사실이에요?
검사1: 뭐가?
검사2: 다 들통 났으니까 빨리 피해야 된다고.
검사1: 얜 또 뭐야?
그 때, 웅성거리며 대여섯 명의 검사들이 더 몰려온다.
대강당 입구에 서서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박차장과 신일.
그 때, 강당 안쪽에서 마이크 소리가 들려온다.
철중: (E) 자리에 착석해 주십시오.
의아하게 보던 검사들 강당 문을 열면, 조명이 꺼진 강당 안, 전면 스크린에 뭔가가 투사되고 있다.
씬 41. 대강당 안.
부장 급 몇 명을 포함, 수 십 명의 검사들이 앉아있는 가운데 들어와 앉는 박차장과 신일. 어색한 듯 조금 떨어진 자리를 잡는다.
전면에 명선의 사진이 뜨고 그 위로 정리된 사건일지가 떠오른다.
그리고 무대 위로 나오는 철중.
철중: 명선의 전임 이사장 조 인국씨가 1년 전 심근경색으로 돌연사한 후, 장남 조승준씨 가 그 자리를 물려받았습니다. 그러나 승계 후 2주 만에 사고를 당해 1년째 혼수상태입니다. 명선 재단은 차남 조승우씨를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화면에 건물 사진이 떠오르고.
철중: 그 후 1년 간 50년 전통의 명선은 재단이 소유하고 있던 모든 기관을 차례로 매 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전국의 사립 유치원 7개, 사립 초등학교 다섯 개, 사립 중 고등학교 3개와 예술 대학 2개, 골프장 2개, 체육관 1개와 병원 1개입니다.
몇몇 중년들과 승우가 파티장이나 세미나 장에서 찍은 사진들이 스크린에 투사된다.
철중: 이렇게 형성된 거액의 자금은 해외에 골프 학교 건립을 위해 빠져 나갔는데, 현재 까지 해외로 유출된 금액은 확인된 것만 약 5천 억 원 입니다. 분명 개인이 해외로 내보낼 수 없는 금액임에도 불구하고 조승우씨는 다양한 인맥을 활용하여 해외 골프 학교 건립이라는 명목으로…….
그 때, 어두운 객석에서 누군가 소리친다.
“지금 무슨 짓 하는 거야? 강 철중, 너 지금 니가 표적 수사하고 있다고 광고 하냐?”
객석 중간에 앉아있는 부장급 검사들.
어째야 하나 눈치보고 있는데.
신일: (철중을 쏘아보며) 저 정도 개 짖는 소리에 중단할 거면서 시작했나?
보일 듯 말 듯 미소하는 철중.
철중: 골프 학교 건립을 위한 골프장 매입 가계약은, 확인 결과 조승우씨 개인 명의로 이뤄졌습니다. 조승우씨가 골프장을 학교 시설로 이용하지 않고 개인 사업 목적으로 이용한다 해도 아무런 법적 제한 장치가 없습니다.
불이 밝혀진다.
철중: 결국 명문 사학 재단의 재산이 개인 재산으로 둔갑되어 해외로 빠져 나가는 일에 교육계, 언론, 정계가 힘을 모아 도와준 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의 명선이 있기까지 평생을 바쳐온 이사 한 사람이 이 문제를 수사해 달라고 검찰청에 찾아왔고……. 그 다음날 여행을 떠났다는데 오늘로 열흘 째 소식이 없습니다.
검사들의 모습이 철중의 POV로 천천히 보인다.
철중: 그런데……. 이 수사에 대해 참 말이 많습니다. (넥타이를 느슨하게 하며) 전 이렇게 구린내 풀풀 풍기는 사건, (스크린에 떠있는 승우 사진을 힐끗 돌아보며) 이런 놈 수사 못한다면, 검사질도 계속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쪽팔려서요.
철중이 돌아보고 객석은 잠잠하다.
뚜벅뚜벅 걸어 나가는 철중.
씬 42. 부장 검사실/저녁.
문 열고 들어오는 신일.
소파에 앉아있는 철중의 뒷모습이 보인다. 어쩐지 긴장하고 있는 듯하다
신일: (걸어 들어가며) 그렇게 좌불안석할 거, 뭣 땜에 일을 크게 벌이냐? 왜, 소집하는 김에 총장님도 한 번 모시지? 쪽팔려? 너 때문에 내가.
하면서 앞으로 돌아 들어가면 철중, 앉아서 졸고 있다……. 기보다 아예 자고 있다.
하……. 어이없는 신일.
(시간 경과)
아예 소파에 누워 자고 있는 철중.
담요도 덮여있다.
돌아눕다가 소파 등받이에 코가 막혀 숨을 쉬기 어려워진 철중. 그제야 깬다.
깨고 일어나 두리번거리면 책상에 앉아 일을 하고 있는 신일.
신일: (서류에 눈 떼지 않은 채로) 죄 짓는 놈들은 돌아가면서 죄 짓고, 휴식하고 또 나오고 하지만 우리는 뺑이 치면서 30년이다. (철중 보고) 잠자는 거, 먹는 거, 싸는 거 무시하지 마라. 안 그러면 체포 영장 손에 쥔 채로 응급실 실려 가는 수 있으니까.
피식 웃는 철중.
신일: 웃기는……. (일거나 그런 인상이 없으셨다는 거죠?
김 사장: (역시 조금 과장된 반응으로) 아휴, 그럼요, 다 합법적으로 확인하구, 본인한테 도 장 받구, 모든 절차가 합법적이고……. 명선 이사장님이 아주 예의가 바르구. 뭐. 착하시더라고요.
박 계장: (강석신을 보며) 그만 가시게 하지?
강석신: (일어서며) 예. 수고 하셨는데 마실 것 좀 드릴까요? (냉장고 문 열고) 콜라 어떠세요?
김 사장: (기겁을 하며) 저……. 저……. 코, 콜라……. 안 마십니다. 콜라 됐어요.
엄청나게 두려워하는 반응에 콜라를 꺼내던 강석신, 의아해 한다.
씬 44. 자료 조사실/낮.
방을 채운 회의용 넓은 테이블. 그 위에 산더미 같은 자료를 쌓아 놓고 조사하고 있는 철중과 직원1, 2, 3.
강석신, 철중 옆으로 다가와 콜라를 내려놓으며 조용히 말한다.
뒤따라 박 계장도 들어온다.
강석신: 그 아저씨 좀 이상합니다.
철중: (서류 넘기며) 뭐가?
강석신: 뭔가에 되게 졸았어요.
천천히 고개 드는 철중. 생각한다.
철중: 안 효준 이사한테 직접 도장 받았대?
석신: 예. 인감도 확인했는데 이상 없었습니다.
씬 45. 골프장/낮.
라운딩을 하는 승우, 부총재, 차 국장, 최행장.
승우: (퍼팅할 준비를 하며) 국위선양도 마음이 맞아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버님 학교 일 하실 때도 그랬죠. 답답한 공무원들 덕분에 몇 년씩 준비한 프로젝트 엎어지고.
퍼팅하는 승우.
공이 홀컵으로 들어가고.
박수치는 멤버들.
씬 46. 골프장 주차장/저녁.
차 트렁크에 골프 가방을 싣는 기사들.
그 때, 정훈의 지시로 승우의 경호원들이 멤버들의 트렁크에 골프 가방을 하나씩 더 싣는다.
나란히 서 있다가 의아한 시선으로 승우를 보는 멤버들.
승우: 제가 하는 일이 아직도 제대로 알려지지를 못해서 오해가 좀 있는 것 같습니다.
부총재: (끄덕이며) 오해가 있으면 풀어야지. 그런 거 하라고 후원회 있는 것 아닙니까, 차 국장?
차 국장: 예, 물론입니다.
차갑게 미소하는 승우.
씬 47. 방송국 세트장.
여자와 남자 MC가 앉아 있고 좌우로 네 명의 패널이 앉아있는 교양프로그램 녹화 현장.
남자 MC: (카메라를 보며) 기획 특집 한국의 미래를 꿈꾼다, 오늘 그 세 번째 시간으로 스포츠 스타 육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스텝들 뒤로 조용히 나타난 차 국장.
스튜디오 문이 열리고 멈칫 돌아보는 차 국장.
들어오는 것은 정훈이다.
굳어지는 차 국장의 얼굴.
씬 48. 방송국 회의실.
프로듀서들 10여 명이 앉아있고 들어오는 차 국장.
차 국장: 스포츠 기획 특집 한 번 더 제대로 해보지.
의아한 시선을 주고받는 PD들.
PD1: 또 요?
차 국장: 막연하게 접근하지 말고 체계적으로 스포츠 스타를 육성하는 사례를 좀 찾아보고.
PD2: (슬쩍 눈치 보며) 명선……. 말씀입니까?
차 국장: (무심한 듯 끄덕이며) 뭐……. 거기 괜찮겠네. 명선에서 해외에 건립하는 골프 학교 집 중 취재해서 이번 주 중에 편성 잡아 보자고
씬 49. 최행장 사무실/낮.
최행장이 사인을 하고 있고 그 앞에 결재를 받으려고 직원이 서있다.
최행장: (결재한 서류를 건네주며) 명선 조이사장 출금……. 차질 없지?
직원: 말씀대로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만 전례가 없는 일이라.
최행장: 모든 일엔 시작이라는 게 있는 법이니까 밀어붙이고……. 혹시 뭐 걸리는 사안 있으면 일민당 부총재님께 즉시 연락 드려서 도움 받고.
직원: 예, 알겠습니다.
씬 50. 소회의실/저녁.
박 계장이 칠판에 자료를 써가며 브리핑 하고 있고 철중과 나머지 직원들 책상에 앉아 있다. 철중을 제외한 직원들은 모두 노트북을 펼쳐 놓고 있다.
박 계장: 재단 시설 및 교육 기관 매각은 각 기관별로 조건이 모두 다릅니다. 현찰 거래가 된 곳은 유치원 한 곳 뿐이고, 나머지는 해외 골프 학교에 대한 재투자나…….장기간 의 임대, 해외 부동산과의 교환 등의 형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현재 명선을 통해 해외로 나가는 자금 규모가 정확하게 측정되기는 어렵습니다.
철중: (수사관 한 명 돌아보며) 명선 주 거래 은행하고 조승우 개인 주거래 은행이 다르지?
수사관1: 예, 명선 재단은 그동안 조일 은행하고 거래해 왔고요, 조승우씨는 한서뱅크하고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철중: 한서 뱅크 안에 조승우 자금 숨어있는 걸 다 털어 봅시다.
박 계장: 뚜렷한 사유 없이 은행 전체 자금을 조사해 들어가는 건 좀 무리가 따릅니다.
철중: 그러면, (석신 보며) 리스트.
석신: (프린트 된 종이를 전체에게 돌리며) 그 동안 조승우가 개인적으로 밀접하게 접촉 한 각계 유력인사 25명입니다.
철중: 매스컴 플레이, 거래 허가 관련 뒤 봐주기……. 뭐 이런 거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제일 높은 인간들이니까, 이 사람들 쪽으로 들어간 자금만 우선 잡아내 봅시다.
박 계장: (석신에게 프린트물 받아보고서) 이 사람들에게서 직접적 혐의가 발견된 게 아닌 데 계좌 추적했다가 문제가 커지지 않겠습니까?
철중: 혐의 발견하면 되죠. 보세요, 무슨 게이트, 스캔들, 사태……. 터질 때마다 한 다리씩 걸쳤던 위인들입니다. (종이 흔들어 보이며) 지 버릇 개 주나……. 해 먹던 놈이 계속 해 먹지.
석신: (중후하게 끄덕이며) 옳습니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했습니다.
철중: 그건 좋은 일에 쓰는 표현 아냐?
석신: (눈 끔벅거리다가) 라이더들 사이에선 나쁜 놈한테 쓰는 표현입니다.
어이구, 하는 느낌으로 석신 머리 한번 툭 치는 철중.
철중: 밥 먹고 갑시다. 오늘 유식한 라이더가 쏜다. 그랬지?
석신: 6천원 이하 한도에서 쏩니다.
철중: 1년에 한 번 생일인데 좀 더 쓰지?
석신: 6천 5백 원.
티격태격하며 회
철중: 아니, 검찰 통 털어서 내가 제일 비과학적이고 불합리하지.
승우: 내가 운이 나쁘군.
철중: 어.
승우: (한숨 쉬며) 안 효준 이사를 마지막으로 본 건 장학증서 수여식이 있던 날 밤, 형 병원에서고, 형 병실을 지키고 있던 안 이사님이 많이 안타까워하신 것 외에 특별한 일은 없었고, 나와 안이사님 공동 명의로 돼있는 골프장 매각도 그 이전에 순조롭게 진행됐고. 또 물을 것 있나?
갑자기 이 개새끼! 소리를 지르며 피의자들끼리 어깨를 부딪치며 싸움이 벌어지고.
달려든 수사관들이 둘을 떼놓는다.
동시에 돌아본 철중과 승우.
어느 순간 시선이 마주친다.
철중: 저쪽이 백 배 쉬워. 잡기도 쉽고, 자백 받기도 쉽고, 개과천선시키기도 쉽지. 많이 배우고, 많이 가져서 도망갈 길도 많은 것들은.
승우: (말 끊으며) 진짜 쉽군. (뭐가? 하는 느낌으로 보는 철중에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자기 콤플렉스를 그렇게 쉽게 드러낼 수 있다는 게……. 일정부분 부럽네.
철중: 콤플렉스?
승우: 한국 참 신기하지. 민주 자본주의 사회라고 떠들면서 많이 가진 건 무조건 죄야. 못 가진 콤플렉스끼리 힘을 모아 부자들을 공격하면서 그게 정의라고 부르짖기까지 하거든.
철중: (끄덕이며) 아……. 그거……. 아버지 피땀으로 부자 놀이 하는 애들 때문에 좋은 부자들 까지 숨죽이고 사는 거야. 착한 부자가 나 부자다……. 하고 살게 해줘야지. 그래야 열 심히 일해서 정직하게 부자 될 희망을 좀 가져보잖아.
승우: 컴퓨터도 못 다루고, 비합리적인데 이상주의자이기까지 하면……. 그런 사람이 검사해 도 되나?
철중: 어, 돼. 왜 되는지……. 니 손에 수갑 채우면서 가르쳐줄게.
승우: 기대하지.
철중: 이 미친 새끼야!
일순 방 안의 모두가 철중을 본다.
석신: (눈을 감고 중얼거리듯) 피의자 및 참고인에게 욕설이나 인격 모독의 발언을 하여 모멸감을 주는 자는 중징계를…….
철중: (빙긋이 웃으며) 지금 저한테 그렇게 말씀하시고 싶은 거 꾹 참고 기대한다고 말 씀하셨죠? (악수를 청하며) 이렇게 예의바르게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주 만 나서 수사에 도움 받도록 하겠습니다.
천천히 일어나 악수를 받는 승우. 입에는 비틀린 웃음이 걸려있다.
포옹하듯 철중을 가까이 하는 승우.
승우: (철중의 귀에 대고) 아냐……. 진짜 기대할게……. 너두……. 기대해라.
승우의 눈이 살벌하게 빛난다.
슥 포옹 풀고 나가며 일일이 수사관들에게 목례하는 승우.
걸음걸이며 미소가 우아하기 그지없다.
씬 56. 도로/저녁.
승용차 뒷자리에 앉아 창밖을 보며 생각에 잠기는 승우.
승우: 정훈아.
조수석의 정훈이 돌아본다.
승우: 전화해라.
씬 57. 소회의실/저녁.
침통한 표정으로 조용히 중국음식을 먹고 있는 철중과 일동.
석신이 단무지를 먹는 소리가 유달리 크게 들리자 일동 석신을 보고.
서로 눈이 마주치자 후다닥 시선을 거둬들이고 먹는데 집중한 척 한다.
그런 모습을 쭉 보다가 갑자기 젓가락 딱 놓는 철중.
철중: 말을 해! 말을! 왜요? 조승우 그렇게 만만찮은 놈인 거 몰랐어요? 나랑 하면서 쉬 운 수사 있었어? 조승우 실제로 보니까 겁나?
석신: 검사님.
철중: 왜!
석신: 그런 거 아니구요.
철중: 그럼 뭐, 왜? 석신 (우물쭈물) 그냥……. 저희는…….
철중: 말해.
석신: 두 분이 계신 거, 모르는 사람이 보면……. 조승우가……. 검사구……. 검사님이……. 범인 이구 그렇게 볼 같아서…….
일동을 보는 철중.
철중: (표정은 전혀 웃지 않으면서 혼잣말처럼 낮고, 빠르게) 치즈, 위스키, 시베리안 허 스키, 스와로브스키…….
석신: 아니……. 그렇더라구요……. 우아하게 잘 사는 사람 괴롭히는 나쁜 놈 된 기분이 들어서.
철중: 우리가 개냐?
석신: 네?
철중: 개새끼들 그러잖아. (곱게) 저리가……. 그러면 꼬리 치면서 쫓아오고(거칠게)이리 와! 그러면 무서워서 도망가구. 예의 바르게 인사하는 얼굴로 그 새끼가 무슨 생각하는 지……. 그거 못 보면. 우리 개야.
문득 숙연해지는 일동.
철중: (피식 웃고 기지개 켜며) 딱 두 시간씩만 자고 움직입시다.
그 때, 노크 소리와 함께 여직원이 들어오고.
여직원: 검사님, 댁에서 전화 왔습니다.
철중: 집이라니?
여직원: 오피스텔 관리인인데요, 도둑이 들었다고 와 보셔야겠다구요.
철중: 됐어, 훔쳐갈 것두 없어.
여직원: 그렇게 말했는데.
뭐? 하는 느낌으로 인상 확 구겨지는 철중.
여직원: (찔끔하면서) 그래도 확인 하시고 문도 고치고 그래야 된다고.
철중: 내버려둬요. 지금 못 움직여. 나자야 돼.
석신: (대뜸 나서며 조금 오버하고) 아, 이런 개 같은 자식들이! 거기가 어디라고, (기운 차게 철중을 돌아보며) 걱정 마시고 업무에 전념하십시오,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철중: 됐다니까.
석신: 아닙니다.
석신이 사과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읽은 듯 피식 웃는 철중.
철중: (자기 키 주며) 차루 가. 피곤할 때 오토바이 위험하다.
씩 웃으며 열쇠 받는 석신.
석신이 나가고, 의자에 길게 누워 잠 잘 자세 취하는 철중.
씬 58. 서울지검 주차장/밤.
철중의 차에 올라타는 석신.
출발한다.
씬 59. 도로/밤.
기분 좋게 차를 몰고 가는 석신.
적한 도로로 접어든 석신.
어디서부턴가 오토바이들이 하나, 둘 쫓아온다.
석신: (피식 웃으며) 라이더가 라이더를 알아보나……. 아……. 내 바이크를 갖구 왔어야 실력발휘를 해주는 데 말이야……. 서운하네.
그러면서 길 한쪽으로 차를 붙여 길을 터주려는 석신.
그러나 교묘하게 석신의 진행을 막으며 어느새 포위하는 형국이 된다.
멈칫하는 석신의 얼굴.
선두의 라이더 하나가 슬쩍 차를 돌아보며 차번호를 확인하는 것이 보이고.
선두가 뒤를 향해 손짓을 하는 순간 갑자기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석신 차의 뒤 유리가 나간다.
억. 놀라며 핸들을 꺾는 석신.
동시에 운전석을 향해 날아오는 야구 배트.
한 번, 두 번, 세 번. 이어지는 야구 방망이.
입술 굳게 문 석신, 핸들을 잡고 크게 방향을 돌리는데 순간 석신의 눈앞으로 쏘듯이 들어오는 급커브와 가파른 경사로가 시커먼 아귀처럼 입을 벌리고 있다.
쾅! 엄청난 굉음이 들리고.
씬 60. 회의실/밤.
엎드려 잠이 든 철중과 수사관들.
쾅! 앞 신과 연결된 불길하게 큰 소리에 놀라 번쩍 고개를 드는 일동.
문이 생각보다 세게 열린 듯 자기도 당황해서 서있는 박 계장.
박 계장: 죄송합니다.
철중: (길게 기지개를 켜며) 아뇨……. (얼굴을 짝짝 때리며) 이제 일어나야지.
하는데 울리는 철중의 핸드폰.
두 번째 공공의 적 2
씬 31. 몽타주.
승우의 집안 족보를 슬라이드 화면으로 띄워놓고 브리핑하는 계장1.
승우가 병원에서 나오는 모습, 파티 장에서 중년들과 만나는 모습, 장학재단 사진 등 다양한 사진을 회의 테이블에 펼쳐 놓고 설명하고 듣는 철중과 강력부 식구들.
굉장한 분량의 서류철을 쌓아 놓고 하나씩 검토하는 철중과 계장들.
씬 32. 서울지검 화장실/저녁.
정신없이 세수를 하는 철중. 티셔츠 차림이다.
잠을 쫓는 세수인 듯하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채로 나가려는 철중.
그 때 들어오는 조 검사와 마주친다.
조 검사: 어? 선배님, 아직 그렇게 계세요? (시계 보며) 출발해야 되는데, 양복 갖다 놓은 거 있으세요?
철중: 뭐가?
조 검사: 홈커밍데이요.
눈만 껌벅이는 철중.
조 검사: 아, 왜 온갖 걸 다 기억하시면서 이런 모임 약속은 기억하시는 게 없어요, 도대체.
철중: 관심 없는 건 지워져. (나가며) 나 안 간다. 말씀.
조 검사: (잡으며) 안돼요. 부장님이 모시던 강력부 부장님들 오신다구, 해외 출장, 부모님 초상 외에는 전원 집합이랬어요.
철중: 나 지금 양복도 없는데.
씬 33. 고기 집/밤.
수십 명의 전 현직 검사들이 소박한 고기 집에 둘러앉아있다.
꽤 작은 양복을 억지로 껴입고 불편한 얼굴로 앉아있는 철중. 고기 하나를 집으려 해도 불편한 모습이다.
나이 든 전직 검사들이 인자한 표정으로 후배들에게 술잔을 권하는 분위기.
전직1: 여러 가지로 나아졌다고 하지만 결국 수사는 사람이 하는 거니까 힘 드는 건 마찬 가지겠지.
현직1: 예.
전직2: 사이버 수사대라는 거 도움은 좀 받나?
현직2: 그럼요.
전직3: 술을 좀 줄이면 괜찮은데……. 이게 또 한 달에 스무날 야근하면서 술 힘 안 빌리구 못 버티거든, 우리두 다 해봐서 알어.
현직3: 저희 술은 다 선배님들께 배웠습니다.
전직4: 마누라한테 잘해, 은퇴하는 순간부터. 밥 빌어먹는 게 큰일이야.
현직4: 변호사 사무실 개업하시면서 칙사 대접 받으시는 거 아니었습니까?
그러다가 신일에게 술 따라주는 나이 든 전직1.
전직1: (무심한 듯) 명선……. 재단이라고 아나?
신일: (술잔 받다가 멈칫) 예.
힐끗 철중 보는 신일.
동시에 철중도 신일을 돌아본다.
그 시선을 따라 전직1도 시선을 옮기고.
철중의 표정이 반사적으로 굳어지는데 푸근한 미소가 번지는 전직1의 얼굴.
전직1: (술병을 들어 보이며) 한 잔 받겠나?
술병 너머로 보이는 전직1의 얼굴이 음흉한 듯 인자한 듯 애매하다.
씬 34. 화장실.
소변기 앞에 나란히 선 철중과 신일.
철중: 81년도 지진회 사건, 83년도 길성 나이트 난투 25인 전원 체포. 전설의 백검사……. 맞죠?
신일: 맞어.
뜨아한 표정이 되는 철중.
신일: (바지 추스르며 힐끗 보고 피식 웃음) 그래서? 쫄았냐?
철중: 제가요? 왜요?
신일: 허구헌 날 치즈 하이 하던 놈이 똥 씹은 얼굴을 풀지를 못해.
철중: 남의 돈 뺏은 놈, 남의 살에 연장 박은 놈……. 만날 그런 놈들만 보니까 멀쩡한 사람 들한테두 그런 놈들 대하듯 할까봐 연습한 거지. 누가……. 저런…….
신일: 저런 뭐?
철중: 저런…….
신일: (피식 피식 웃으며) 저런 위대한 선배님?
철중: 아, 몰라요. 암튼 내 살인 미소는 구린 놈들 앞에선 절대 안 나오니까.
신일: (살인 미소란 표현에 기가 막혀서) 아무리 바빠도 거울은 좀 봐라. (철중 어깨를 툭툭 짚으며) 이제 겨우 자료 모으기 시작한 사건인데 저 정도 거물이 일부러 아는 체 했다는 건 제대로 짚었다는 증거니까, 똥 그만 씹고 얼굴 풀어.
철중, 신일을 보고 씩 웃고.
신일도 씩 웃는다.
그리고 신일 먼저 나가는데 손을 씻다가 신일 손을 씻지 않은 것이 생각난 듯 소변기 한 번 보고 자기 어깨 보고 찝찝한 표정이 되는 철중.
씬 35. 서울지검 주차장/낮.
계단 올라가다가 바라바라 바라방 요란한 크락션 소리에 돌아보는 철중.
석신이 엄청나게 화려한 오토바이를 폼 나게 몰고 들어와 멋지게 선다.
그냥 저절로 피식 웃는 철중.
석신: (오토바이에서 내리면서 점게) 부러운 시선에 머물지 마시고 과감하게 라이더의 세계로 들어오시죠.
철중: (웃으며) 안 효준 이사는?
석신: 지금 그 댁에서 오는 길인데, 아직 소식 없으시데요.
철중: 얼마 됐지?
석신: 일주일이요.
느낌이 좋지 않은 표정이 되는 철중.
씬 36. 검사 집무실/낮.
굳은 얼굴로 앉아 책상을 톡톡 두드리는 철중.
그 볼펜 아래 놓인 종이 보이면 명선-조승우- 안 효준- 조승준.
교통사고- 재단 매각……. 일주일 연락 두절…….
등의 메모가 적혀있다.
노크 소리 들리고 들어오는 박 계장.
철중: (일어서며) 명선 재단 수색 영장 나왔죠?
박 계장: (난감한 표정으로) 안 나왔습니다.
상의를 입으려다가 멈칫하는 철중.
박 계장 손에 들린 기각 영장을 뺏듯이 받아보는 철중.
씬 37. 검찰청 복도/낮.
거친 걸음으로 마구 걸어가는 철중.
그 때 맞은편에서 박차장이 걸어오고.
철중: 차장님.
박 차장: 어, 그래.
철중: 수색 영장.
박 차장: 어, 그거 내가 안 내줬지.
철중: 그거.
박 차장: 나쁜 놈들 잡어, 나쁜 놈들. 우리 강력부가 그렇게 한가한가? 이미 벌어진 강력 범죄 수사도 다 감당 못하는데도 뺑소니 교통사고에 검사가 매달려서. 이게 무슨 짓이야?
철중: 뺑소니 사고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닙니다.
박 차장: 그러면? 명선에 무슨 악감정 있어서 이러는 건가?
철중: 무슨 뜻으로 하시는 말씀이십니까?
박 차장: 몰라 물어?
사람들 하나 둘 방에서 나오거나 모여들기 시작하고.
철중: 차장님이야 말로 이러시는 거 명선이랑 무슨 좋은 관계 시길래.
박 차장: 잘 한다 잘 한다 하니까 어디까지 기어올라?
철중: 차장님!
신일: (v. o) 강철중 검사!
돌아보면 신일이 두 사람을 보고 있다가 천천히 걸어온다.
신일이 주변 사람들 돌아보자 흩어지는 구경꾼들.
신일: (박차장 보고) 죄송합니다, 차장님.
철중: 부장님.
신일: 방으로 돌아가지, 강 검사.
뭔가 한 마디 더 하려다가 돌아서서 가는 철중.
씬 38. 철중의 집무실/낮.
거칠게 들어와 털썩 앉는 철중.
씬 39. 박차장의 방/낮.
박차장이 들어오고 뒤따라 들어오는 신일.
박 차장: (소파로 앉으며) 어……. 정신없는 놈, 김 부장이 왜 저 놈 때문에 골치 썩는 지 이제 알겠네. 명색이 검사가 저렇게 천지분간을 못해서 어떻게 하나.
신일: (맞은편에 앉으며) 범죄다 싶은 데 꽂히면 좌우를 못 보니까 검사하는 겁니다.
박 차장: 뭐?
신일: 제 돈으로 증인들, 참고인들 밥 사줘가면서, 차비 대줘가면서 수사하구, 나쁜 놈 잡는 일인데 목숨 걸라 그러면……. 그것도 내놓을 놈입니다. 그래서 골치 썩는 겁니다. 아까운 놈, 지 명줄 줄여가면서 검사질 할까봐.
박 차장: 자네 지금. 부장이 그 모양이니까 부서 검사가 저 꼴이지? 평검사가 날뛰면 부장 이 잡아줘야 할 거 아닌가?
신일: 부장은……. 평검사가 검찰 안팎의 보이지 않는 압력을 느끼지 않도록, 앞만 보고 똑 바로 수사할 수 있게 해주는 게 본연의 임무이자 역할이라고 배웠습니다.
박 차장: 말……. 가려서 하는 건 안 배웠나?
신일: 사람 눈치 보고 말 가려서 하면 검사가 아니라……. 줄섰다가 정년퇴직하는 밥버러지 되는 거 아닙니까?
그 때, 여비서가 들어와 박차장과 신일에게 메모를 전달한다.
메모 펴 보는 박 차장. 의아한 얼굴.
씬 40. 서울지검 대강당 앞 복도/낮.
걸어오는 조 검사, 고개를 갸웃갸웃 거린다.
그러다가 맞은편에서 이리저리 눈치를 보며 오는 다른 검사1을 만난다.
조 검사: 어, 무슨 일인데 이리로 나오라 그래? 사무실루 안 오구?
검사1: 무슨 소리야?
조 검사: 할 말 있다고 대강당으루 오라며? 메신저로.
그 때, 뒤에서 뛰어오는 검사2.
검사2: (겁먹은 얼굴로 두리번거리며) 박선배. 그거 사실이에요?
검사1: 뭐가?
검사2: 다 들통 났으니까 빨리 피해야 된다고.
검사1: 얜 또 뭐야?
그 때, 웅성거리며 대여섯 명의 검사들이 더 몰려온다.
대강당 입구에 서서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박차장과 신일.
그 때, 강당 안쪽에서 마이크 소리가 들려온다.
철중: (E) 자리에 착석해 주십시오.
의아하게 보던 검사들 강당 문을 열면, 조명이 꺼진 강당 안, 전면 스크린에 뭔가가 투사되고 있다.
씬 41. 대강당 안.
부장 급 몇 명을 포함, 수 십 명의 검사들이 앉아있는 가운데 들어와 앉는 박차장과 신일. 어색한 듯 조금 떨어진 자리를 잡는다.
전면에 명선의 사진이 뜨고 그 위로 정리된 사건일지가 떠오른다.
그리고 무대 위로 나오는 철중.
철중: 명선의 전임 이사장 조 인국씨가 1년 전 심근경색으로 돌연사한 후, 장남 조승준씨 가 그 자리를 물려받았습니다. 그러나 승계 후 2주 만에 사고를 당해 1년째 혼수상태입니다. 명선 재단은 차남 조승우씨를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어디서 봤더라…….
낯익은 총과 총집…….
조 검사 걸음을 멈춘다.
조 검사 로비에서 경비로 변장한 상연과 스쳤던 것이 생각난다.
경비가 허리에 찼던 건…….
진짜 권총이었다…….
조 검사……. 표정이 변한다.
그리고 상연의 얼굴을 떠올린다. 희미한 얼굴…….
씬 36. 성당.
웅장한 성당의 천장과 벽의 스테인그라스.
카메라 느슨히 지나가는데 신자들 사이에 재영이가 있다.
눈을 감고……. 기도하는 듯.
벽 쪽의 고해성사 실 등이 들어와 있고 신자들 몇이 줄을 서 있다.
씬 37. 고해 성사실 안.
신부가 앉은 칸과 신자가 앉은 칸이 있다.
두 공간은 작은 쪽간으로 연결되어 있고 상대 쪽의 코 입 목선 등이 보이지…….
재영이가 작은 창구로 보인다.
신부: 네……. 고백성사 본지 얼마나 됐죠?
칸막이 구멍으로 재영의 얼굴.
재영: 안녕하셔요.
신부: ……. 윽! 또 왔구나……. 미치겠네.
신부: 후……. 그래 고백하시고…….
재영: 이번 주는 일을 그다지 많이 하지는 않았어요.
신부: 아……. 그래요?
재영: 다섯 정도……. 죽였습니다.
신부: 저런……. 그래……. 농구부 한 팀이구만……. 그래도 행결 조금 죽였네요. 사이……. 후……. 무슨 말을 할까?
신부: 그래……. 아무튼 될 수 있으면 사람을 죽이지. 말고 정 힘들면, 그렇게 숫자 좀 줄여나가고……. 휴…….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그래. 보석으로 묵주기도 한단 하시고 가는 길에 성당 주변 쓰레기 좀 주우시고…….
재영: (죄를 모두 씻어 밝아진 얼굴로) 네…….
신부의 얼굴.
씬 38. 성당 앞 도로.
재영이가 차에 오른다.
정우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우: 거기서 죄를 말하면 속이 편해져?
재영: 그치……. 아무래도……. 우리 하는 일이 어디 가서 대놓고 말할만한 건 아니니까…….
정우: 우리가 하는 일이 그렇게 큰 죄야?
재영: 죄라긴……. 좀 뭐하지만……. 그냥, 뉴스에는 나오니까…….
정우: 야, 뉴스에 나오면 다 죄냐?
재영: 야, 자식 거 정말……. 아무튼 가서 고백을 하면 좋아……. 기분이, 너도 해봐 언제……. 그러면 알아.
차는 떠나고……. 정우의 얼굴은 야릇한 표정…….
씬 39. 도로.
김 반장과 조 검사가 도로 위에 서있다.
그 둘 위엔 과속 감시 카메라가 있다.
조 검사, 손을 올려 카메라 방향에다 대어 본다.
김 반장, 그런 조 검사를 본다.
조 검사: 반장님, 그날 밤 11시 삼십 분부터 12시까지 저 카메라에 찍힌 사진 좀 찾아 주실래요?
김 반장, 조 검사와 카메라를 번갈아 본다.
씬 40. 도로/김 반장의 차안.
달리는 차안.
조 검사. 뭔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조 검사……. 그러다간……. 속도 계기판을 본다.
조 검사: 김 반장님……. 속도 좀 내 보실래요?
김 반장: 네? 네…….
속도계 올라간다.
시속 130을 가리킬 때…….
조 검사: 됐어요……. 유지해 보세요…….
130킬로 달리는 차. 조 검사 숨을 고른 뒤 갑자기총을 견착 시키는 자세로 유리창 밖으로 겨눠본다.
김 반장, 조 검사가 자신 쪽으로 총을 겨누는 동작에 깜짝 놀란다.
조 검사, 창밖으로 총을 겨눈 동작…….에서 멈춰 본다.
손이 흔들린다. 정확하게 겨눌 수 없다.
조 검사……. 자세를 풀고 앞을 본 채 씨익 웃어 본다.
그의 표정엔……. 센 놈을 만났다는 묘한 즐거움이 들어있다.
씬 41. 도로/밤.
정우의 자동차……. 어떤 차를 쫓고 있다.
느슨히 그 자동차를 쫓는다.
정우의 옆자리엔 총 한정과 의뢰서.
의뢰서는 우편물로 온 건지 뜯어진 우편물밖에 나와 있다.
여인(이후 화이라고 부른다.) 의 사진. 잘 안 나와 얼굴의 식별은 어렵다.
화이의 자동차 신호 대기에 걸려 서 있다.
정우의 차가 화이의 차 옆에 다가서서 선다.
붉은 신호등, 정우, 총을 장전한다.
그리고 옆의 운전석에 겨눈다.
정우: (혼잣말로) 긴장하지 마세요……. 잠깐이면 끝나요. 아프게 안 할게요…….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옆 차의 실내등이 커진다.
그리고 화이의 모습이 정우의 눈에 들어온다.
정우 무엇엔 가 에 홀린 듯 방아쇠에서 손가락이 풀린다.
화이, 차안에서 무엇인가 찾는 듯 모응 움직이며 뒤척인다.
그러다간 신호가 바뀌자. 화이의 차 움직인다.
정우 멍하니. 있다간 아차 하며 그 차를 다시 쫓는다.
씬 42. 화이의 아파트 앞.
화이가 차를 세우고 들어간다.
그 모습을 정우가 저편 자신의 차안에서 보고 있다.
숨을 고르는 정우.
씬 43. 엘리베이터.
정우, 엘리베이터 안에서 있다.
숨을 고르며……. 엘리베이터 벽면에 반사되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혼자 말을 한다.
엘리베이터 램프는 점점 숫자가 올라가고 있다.
정우: 헤이, 왜 그래? 촌스럽게……. 짜증난다. 괜히 폼 잡지 말고 시원하게 끝내라…….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씬 44. 화이 아파트 문 앞.
엘리베이터에서 나온 정우, 몸을 화이의 문 앞으로 돌리려는데, 문에서 나오는 화이.
정우 자연스럽게 몸을 반대편 문 앞으로 돌린다.
정우, 아무렇지 않게 맞은 편 대문 문고리를 잡고 이리저리 돌리다간 주머니를 뒤지며 열쇠를 찾는 시늉을 한다.
화이 그런 정우를 살짝 본다.
화이: 저기요…….
정우. 몸이 굳는다. 왜 말을 시킬까…….
정우: 네?
화이: 안녕하셔요…….
정우: 네? 아네……. 전 이 정우라고 합니다.
화이: 네? 아, 이름을 왜 얘기할까?
정우는 여자와의 대화는 무척이나 서툰 듯이 긴장하고 있다.
그때, 정우의 시선에 화이의 얼굴이 자세히 들어온다.
아, 이쁘다. 근데……. 헉……. 배가……. 남산만하다.
아기를 가졌구나…….
화이: 잠깐만요…….
화이 다시 집안으로 들어간다.
정우 어떻게 해야 될지를 모른다.
주머니를 뒤져 권총을 꺼내 총알을 확인하고 다시 넣는다.
엘리베이터를 누르고 다시 내려가다가…….
화이가 다시 나온다.
손에 작은 접시를 들었다.
화이: (접시를 주며) 이거.
정우: 이게…….
화이: 떡드세요. 진작에 인사를 드려야 되는데……. 늦었어요. 이사 오고 정신이 없어놔서…….
….
재영: 소음기 끼고?
(도로인서트)
재연 화면 속의 정우, 뭔가 생각하더니……. 자신의 총에 소음기를 낀다.
정우: 소음기 꼈지……. 도로 한복판인데. 그래서 총을 겨누고 댕길려고 그러는데…….
하연: 차 유리 안 내리고?
(도로인서트)
재연속의 정우, 유리를 내리려고 한다.
그 순간 들리는 소리.
정우: 유리……. (잠시 생각하다가)를 안 내렸지, 내리면 밖에서 보이는데.
재연 속의 정우, 다시 유리를 올린다.
재연 속 정우의 표정. 이래라 저래라 더러워서 못해먹겠다.
정우: 그래서 그 여자 머리를 보고 땡길려고 했는데…….
상연: 그쪽 차안이 보였어?
인서트 속의 화이, 그 소릴 들었는지 얼른 차안의 실내등을 끈다.
정우: 안보이지 밤이니까……. 내 말은 그냥 머리 쪽을 향해서 겨눴다는 말이지…….
상연: 그리고?
정우: 그리고 뭐……. 고민하나? 그냥 땡길려고 그러는데……. 중간에 오토바이가 들어오는 거야.
(도로 인서트)
화이와 정우 차 중간에 양아치 같은 폭주족이 뒤에 깻잎머리 기집애를 태우고 들어온다.
재영: 아니, 오토바이가 끼어 들어왔다고 못 쏴…….
정우: 야! (잠시 생각하다가) 경차를 오토바이였단 말이야.
(도로인서트)
양아치……. 복장만 경찰복으로 바뀌어있고 뒤에 기집애는 그대로다.
기집애만 앞에 양아치를 한 번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상연: 쏘긴 쏜 거야?
정우: 결국엔 못 쐈지……. 신호가 바뀌어서 따라가려고 했는데……. 아니……. 갑자기 차가 말을 안 듣는 거야…….
(도로인서트)
재연 화면 속의 정우, 차를 몰려고 하는데……. 핸들이 빠진다.
빠진 핸들을 잡고 해도 해도 노무 한다 라는 인상을 짓는 재연 속의 정우.
상황 설명이 끝났다.
모두 잠시 침묵.
상연: 스케줄 차질 빚지 말게 해라. 큰 작업 앞두고 괜히 골치 아파지니까…….
일어서서 자리를 뜬다.
정우: 근데 그 여자……. 애기를 가졌던데……. 몰랐었어?
상연 의외다.
상연: 뭐?
정우: 배가 이렇게 부르던데?
하연: 그래, 임산부를 죽이면 돈도 더블인가?
상연, 잠시 생각.
상연: 차안에서 배부른 게 보여?
정우, 이번엔 대답을 못한다.
상연, 들어간다.
재영: 후후……. 내가 들어본 니 일화 중에 이번 게 최고다.
재영도 일어난다.
식탁에서 하연이가 밥을 차리는걸 보며.
재영: 뭐야, 이건? 와……. 맛있는데…….
하연: 누가 왔어.
재영: 누가?
하연: 어. 옆집 아줌마가…….
재영: 어휴……. 이거 비싼 건데…….
정우는 내심 불안한 얼굴이다.
씬 46. 아지트 거실.
킬러들 모여 앉아 있다.
상연은 미니어처를 조립하고 있다.
그 모양은 극장 구조다.
재영은 총기를 수입하고 정우는 머리에 다른 생각이 가득한 모습이다.
컴퓨터 방에선 하연이가 모니터의 그림을 보며 체크를 한다.
모니터에는 몇 가지 평면도와 입면도가 떠 있고 전기 배선을 찾고 있다.
씬 47. 화이의 아파트.
화이 오디오를 켜고 작은 스피커를 손에 든 채 자신의 배에 갖다 댄다.
그리고 리모컨을 누른다.
잔잔한 클래식이 흐르고 화이는 스피커로 배를 슬며시 어루만진다.
배속으로 가는 음악, 화이 발이 조금씩 움직인다.
그녀의 발은 어느새 춤의 스텝인 양 박자를 맞춘다.
씬 48. 아지트의 방.
거실 소파와 마룻바닥에서 재영과 하연, 정우 잔다.
정우 머릿속에 온통……. 화이 발목……. 얼굴……. 목소리……. 순으로 나타난다.
정우: 자니?
재영: 왜?
정우: 우리 이거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재영: 오래하자. 왜? 재미없어?
정우: 아니……. 그냥…….
하연: 신문에 났더라. 우리 폭파시킨 건물…….
재영: 그래? 가스 폭발이래지?
하연: 응…….
재영, 웃는다.
정우: 야. 니네 여자랑 자봤지?
재영: 자식……. 자봤지. 니가 제일로 많이 자봤잖아.
정우: 아니야. 사실 나 많이 안자봤어.
재영: 다 뻥이었어?
정우: 나 한 번도 자본적 없어.
재영: 왜?
있다.
정우의 반대편엔 어느 여인이 비슷한 모양으로 있다.
정우의 손과 여인의 손이 서로 스친다.
커다란 나무에 달라붙는 남, 여의 모습이다.
하연: 그리고 오늘 어떤 여자를 좋아하게 된 것 같다. 남자가 여자를 좋아하게 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킬러가 사람을 죽여야 되는 것도 참 당연한 일이다. 정우 형은 당연한 일들에 관해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른 이를 미워하는 만큼 누군가를 좋아한다.
그건 우리들도 마찬가지다.
씬 49. 경찰서/실내 사격장.
조 검사가 권총을 조준한 채 표적지에 총알을 발사한다.
표적지의 탄착점이 옆 모니터에 나타난다.
조 검사를 비롯한 옆의 형사들……. 모두가 정자세로 총을 쏜다. 그러다가 갑자기 조 검사. 자세를 풀고 한 손으로 총을 쏜다.
폼이 멋있지만 훈련받은 폼은 아니다.
옆 모니터엔 표적지 정 중앙에 구멍이 뜷린다.
씬 50. 아지트.
환하게 밝은 아침.
정우의 소리: 뉴스 한다. 뉴스 한다!
킬러들의 수다 2
씬 51. 아지트 거실.
모두 자다 일어난 얼굴로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다.
열심히 뉴스를 보는 킬러들.
행복한 얼굴들이다.
뉴스에서 여성 앵커인 오영란이 뉴스를 보도한다.
오영란: 오늘 아침 마약거래와 폭력 조직 결탁, 그리고 살인 및 배임 혐의로 검찰에 소환 조사를 받았던 경방살업 대표 탁 문배씨가 이틀 동안의 밤샘조사를 마치고 무혐의로 귀가조치 됐습니다. 부산 수출 단지 제2 부두 하역장에서 대 규모 마약 제조 밀수 조직망이 검거되며 소환됐던 탁씨는 마카오를 거점으로 하는 거대 마약 조직의 국내 판매 유통을 맡았다는 제보에 의해 이틀 전 검찰에 소환되었습니다. 검찰에 나가있는 이동진 기자 불러 보겠습니다. 이동진 기자.
하연의 내레이션.
하연: 우린 킬러치고 꼬박꼬박 뉴스를 보는 편이다. 거진 하루도 안 빠지고 뉴스를 본다.
그런데도 사회 돌아가는 것에 그리 밝은 편은 못 된다.
우리가 뉴스를 보는 이유는 물론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다.
정우: 이쁘지?
7
상연: 응……. 근데 오늘은 표정이 좀 어두워 보인다.
재영: 어두운 표정도 이쁘지?
상연: 그야 그렇지…….
킬러들 동심의 얼굴로 여자 아나운서를 바라본다.
오영란 앵커의 모습 흘러가며 보여진다.
하연: 우리는 향상 아침뉴스만 본다. 이유는 바로 오영란이란 여자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 여자는 참 이쁘다. 우리가 그토록 매일 뉴스를 봐도 세상 물정을 모르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그녀는 언제나 우리에게 세상 돌아가는 애길 들려준다. 그리고 언제나 좋은 하루가 되라고 인사를 해준다.
오영란: 12월 26일 모닝 뉴스를 마치겠습니다. 좋은 하루가 되십쇼.
오영란 인사를 하자……. 킬러들 같이 고개를 숙인다.
씬 52. 정류장/아침.
상연 어딘가로 가려는지 버스 정류장에 서 있다.
그 옆에 여고생으로 보이는 여일이가 서 있다.
여일: 아저씨.
상연……. 누굴 부르는 거지……. 난가……. 나니(손짓)
여일: 저 모르시죠?
상연: 우리 어디서 봤던가.
여일: 아니요. 처음 봬요.
상연: 어,…….
여일. 돌아서 옆의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는다.
그리곤 상연에게 가져다준다.
상연: 나?
여일: 드셔요.
상연: 허허……. 왜? 그래 고맙다.
한 모음 마시고…….
얼굴이 살짝……. 찡그려진다.
여일: 블랙 안 좋아하셔요?
상연: (어이가 좀 없지만 슬쩍 웃으며) 어. 쓰잖아. 설탕 안 넣으면…….
여일: 아저씨……. 저……. 누구 좀 죽여주세요.
상연……. 순간. 굳는다.
애써. 태연하게…….
상연: 응?
여일: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거든요. 꼭 죽여야 되요.
상연: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여일: 아저씨, 킬러죠? 부탁드려요…….
그때 버스가 한 대 쉬익…….
그리고 다시 떠나면 여일이 절망적으로 혼자 남아 있다.
그러다간 뒤에 오는 택시를 탄다.
씬 53. 공원/아침.
상연, 벤치에 앉아 있다.
그 옆엔 고와 보이는 할머니…….
할머니: 너무 새벽같이 봐서 피곤한 건 아닌가 모르겠네.
상연: 괜찮습니다. 일찍부터 일하면 좋죠 뭐…….
할머니: 여기 있소. 말하신 서류하고 각서하고……. 돈하고…….
상연: 네.
상연 봉투 안의 서류를 확인한다.
할머니: 젊은 양반이 좋은 일 하시는구먼……. 이런 건 뭐 벤처 같은 건 안 되나?
상연: 후후……. 아니요…….
할머니: 오늘 아침 뉴스 보셨소?
상연: (고개 돌려 당당하게) 늘 보죠.
할머니: 뉴스에서도 그러두만. 우리 같은 늙은이들. 상대로 하는 장사가 유명하다고……. 실버산업인가 그러데……. 하긴 늙은이들 주머닛돈이야……. 몇 푼 안 되는 것 같아도 그게 어디 샐 데가 있나. 쓸데가 없어서 재워둔 게 솔찮겠지…….
상연: 후후……. 서류는 됐고요……. 금액은 전액을 다 주셨네요……. 칠십 프로만 주시고 일 끝난 후에 주시면 되는데…….
순간, 할머니 상연의 손을 덥석 잡는다.
상연의 눈을 바라본고.
할머니: 그 사람 꼭 보내주쇼……. 하루라도 빨리 우리 그 양반 좋은데 좀 보내주쇼……. 더 이상은 못 보겠어. 똥오줌 받아내는 거야 일도 아니라지만 말 한마디 못 혀고 등창이 썩어져 나가는데 그 모냥을 더 이상 못 보겠소. 그 양반 내 눈을 보고 어이 죽여 달라하는데 인자 그 눈도 못 보겠어. 나 얼마안가 죽어요. 근데 나 못 죽겠어요. 그 양반 보내 놓고 그 담에 내가 갈라한 게……. 우리 영감 꼭 좀 편하게 보내주쇼…….
할머니 차분하고 조용한 음성이지만 어느새 눈엔 눈물이 고여 흐른다.
상연도 할머니 손을 잡는다.
씬 54. 어느 건물 옥상.
재영이가 옥상에서 야간투시경과 총을 거치 시킨다.
그 옆에 정우가 장비를 조립하는 걸 돕고 있다.
정우: 근데. 만약에 우리가 하는 일이 정말로 죄가 없다면 아주 단순하게 얘기해서 넌 왜 이 일을 하냐?
재영: 새끼, 거 정말……. 세상에 죄짓는 사람들이 많아. 근데 잡혀서 감옥에 가면 그건 죄인이고 안 걸리면……. 그냥 시민 인거야 알아? 우린 그냥 평범함 사람들이야.
정우: 만약 잡히면?
재영: 그럼 당연히 죄인인거지. 그러니까 어떻게 해야겠어?
정우: 아하, 그래서 우리가 그렇게도 안 잡힐려고 하는구나…….
그때, 맞은 편 건물에서 누군가 나온다.
재영이가 투시경에 눈을 갖다 댄다.
어두운 밤인데도 환하게 보인다.
재영: 나왔다.
옆에 스위치를 올린다.
정우도 옆에서 망원 렌즈로 본다.
투시경에 조준점이 그려진다.
손으로 스위치를 컨트롤한다.
재영의 손 움직임에 맞혀서 총이 움직인다.
재영 투시경을 보며 손으로 스위칠ㄹ 컨트롤해서 밖으로 나온 한 남자(빡빡이라 부르자)의 머리에 조준한다.
그때, 입구에서 나오는 몇 명의 남자들.
갑자기 빡빡이를 두들겨 팬다.
네다섯 명에게 린치를 당하는 빡빡이.
재영 당황한다. 조준경에 여러 사람이 왔다갔다.
빡빡 이가 잘 조준되지 않는다.
재영: 꼭 이러지 않아도 오늘 안에 죽을 거 같은데…….
재영, 엉켜 싸우는 무리들 와중에 빡빡이를 조준을 하고 스위치를 누른다.
순간,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