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기 가족 23-3 동의해 주시면 실명을 사용하려고 합니다.
오전에 화장실 소변기의 물이 잘 내려가지 않아서 청소하고 있었다.
다른 직원이 이슬기 씨 어머님이 오신 것 같다고 이야기해 줘서 이슬기 씨 방으로 가봤다.
이슬기 씨 방문 앞에 못 보던 신발이 있었다.
노크하니 어머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늘 날이 좋아서 이슬기 씨와 점심이라도 하려고 오셨다고 한다.
아마도 금요일에 어머니 집에 함께 가고 싶으셨는데 이슬기 씨가 가지 않겠다고 해서 일부러 보러 오신 것 같았다.
어머님은 직원이 청소하다 온 것을 아시는 듯 어서 일 보시라고 말씀해 주셨다.
짧게 인사를 하고 어머님과 이슬기 씨는 함께 외출했다.
점심을 먹고 직원은 안성준 씨와 교회에 다녀왔다.
이슬기 씨 어머님은 이미 집으로 돌아가신 후였다.
꼭 상의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다음에 할까 생각했지만, 전화를 드리기로 마음먹었다.
“선생님 다녀오셨어요?”
“예 어머님, 점심 맛있게 하셨어요?”
“네”
“교회에 갔다 오느라고 못 뵙네요. 점심은 뭐 맛있는 것 드셨어요?”
“보강천 갔다 왔어요. 슬기가 낮에 통닭을 먹고 싶다고 그러는데 통닭집이 문을 안 열었어요. 그래서 김밥집에 갔어요. 거기는 여러 가지 하더라고요. 가서 골고루 시켜서 먹었어요.”
“지난번에도 택견 전수관 사범님과 관장님하고 김밥집에서 식사하셨어요. 3월 1일에 피자 먹기로 했었는데 피자집이 문을 닫아서 김밥을 드셨데요.”
“피자 먹으러 간다고 얘기했었데요.”
“슬기 씨가 말씀하세요?”
“택견 관장님, 사범님, 같이 하는 정민 씨하고 넷이서 김밥에 라면에 뭐 뭐 막 먹었다고 얘기하네요.”
“그날 그렇게 먹고 오셨는데 오늘 또 김밥을 드셨네요.”
“네 오늘 순대도 먹고 싶다고 했는데 순댓집이 어디인지 모르고 치킨도 문 연 집이 없고 그래서 고기 먹으러 가자고 그래도 싫다, 짜장도 싫다, 그래서 결국 분식집 가서 떡볶이, 김밥, 돈가스 막 먹었어요. 그래서 아무것도 안 사들려 보냈어요.”
“잘하셨어요. 지난번에 주신 간식도 저한테 그대로 있어요. 전에 사놓은 간식이 그냥 있어서 먹는 거 보고 드리려고요.”
“그래도 요즘은 전보다 좀 많이 먹는 게 늘진 않았나 봐요. 그게 아직도 있는 걸 보면.”
“슬기 씨가 아침을 잘 안 드시니까 그럴 때 먹고 다른 입주자분들에게 나눠 주시기도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랬구나. 저도 주고 싶은 사람은 주나 봐요?”
“예 슬기 씨가 그런 면이 좀 있어요. 다른 입주자분들하고 잘 지내세요.”
“다행이지요. 그래도 안주면 그것도 곤란한데 나눠 먹을 줄도 알아서 너무 다행이에요.”
“맞습니다. 어머님, 다름이 아니라 상의드릴 게 있어서요.”
“네 뭔데요?”
“다른 게 아니고 저희가 사람 살이 이야기라고 카페에 글 쓰는 게 있거든요. 슬기 씨를 도운 후에 어떻게 도왔는지 카페에 글을 쓰거든요. 다음에 다온빌 카페가 있는 건 아시죠?”
“네 봤어요.”
“거기 보면 이슬기 씨 이름 가운데 별표 표시를 해서 쓰거든요. 그런데 어머님이 동의해 주시면 이슬기 씨 이름 가운데 별표를 하지 않고 실명을 사용해도 되는지 상의드리는 거예요.”
“선생님들만 보는 건데 괜찮죠.”
“아니요. 카페는 저희만 보는 게 아니고 공개되는 거예요.”
“ 아, 누구나 볼 수 있게요.”
“예 카페 글은 누구나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어머님께 상의 드리고 동의해 주시면 실명을 사용하려고 합니다.”
“그게 이름이 올라간다고 다른 사람이 슬기 정보를 가지고 뭐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네 그렇죠. 주민등록번호 같은 건 없으니까요. 개인정보는 없으니까요. 이름만 실명을 사용하는 것에요.”
“그럼 그렇게 하세요.”
“그러면 이름을 다 써도 될까요?”
“네”
“어머님 감사합니다. 그러면 그렇게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슬기가 처음으로 증평에서 밥 먹고 나오는데 거기 트레이닝복 파는 곳이 있는데 바지 하나만 사달라고 해서 바지 하나 샀네요.”
“감사합니다. 어머님.”
“옷도 많은데 생전 옷 사달란 소리 안 하는 애가 오늘 제가 옷을 쳐다보고 있으니까 와서 쫓아오더니 ‘슬기 바지’ 그래서 하나 사줬어요.”
“어머님 잘하셨어요.”
“이제 바지 사달라고 할 줄도 알고.”
“슬기 씨 많이 좋아졌어요.”
“아까 말씀드린 택견 전수관 사범님과 식사하자는 약속도 슬기 씨가 먼저 하신 거예요. 제가 몇 번 이슬기 씨하고 식사 자리 한번 가지시면 좋겠다고 얘기는 했지만, 약속을 제가 하지는 않았거든요.”
“잘하셨어요. 네.”
“네 사범님과 관장님이 이슬기 씨를 많이 아껴 주시거든요. 수련 태도도 좋다고 칭찬도 많이 해주시고요.”
“저도 가보면 정말 친절하시더라고요. 저도 많이 좋네요.”
“네 많이 친절하세요.”
“그래도 뭐라도 조금씩 나아진 게 있어서 다행이에요.”
“정말 중요한 건 슬기 씨가 먼저 약속을 잡았다는 거죠.”
“슬기도 나이를 먹긴 먹나 보네요.”
“이런 일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렇게 먼저 약속을 잡는 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저도 슬기 씨의 모습을 보면서 많이 뿌듯했어요. 많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어머님.”
“네, 그럼 수고하세요.”
“감사합니다.”
어머님과 긴 통화를 마쳤다.
어머니께서 슬기 씨를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음식을 하나 먹더라도 어머니에게는 슬기 씨의 의견이 제일 중요하다.
그러고 보니 이슬기 씨에게 처음인 것이 하나둘씩 생기는 것 같다.
먼저 외식 약속도 하고 어머니에게 옷도 난생처음으로 사달라고 하기도 하니 말이다.
다음엔 어떤 일들을 슬기 씨가 해볼지 기대가 된다.
2023년 03월 05일 일요일 원종오
어머니에게 옷 사달라고 하고 관장님, 사범님께 식사 하자고 얘기하는 슬기 씨 놀랍네요.
저도 슬기 씨의 변화가 기대됩니다.
슬기 씨 응원할게요. - 다온빌
이*기 가족 23-1 설날 집에 다녀오실 건가요.?
이*기 가족 23-2 내일은 어머니 댁에 가기 싫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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