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우리 사회의 진보적 자유주의와 다양한 급진주의에 대해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비판적 쟁점을 형성해 보려는 의도로 쓴 글들의 모음이다.
진보적 자유주의는 한국 진보의 큰 흐름을 형성하는 범민주 계열의 중심 이데올로기이다. 이는 미국 민주당 중도좌파의 이데올로기이며 1980년대 이후 세계정세를 규정하는 중요한 정책의 의제를 주도해왔다. 1990년대 유럽 사민주의 정당들의 현대화 역시 미국의 진보적 자유주의를 수용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급진주의적 진보 담론에도 수많은 쟁점이 존재한다. 오늘날 마르크스주의는 수많은 급진주의 이념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이제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다양한 급진주의자들과 이데올로기 경쟁의 장에서 자기 존재의 정당성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진보적 자유주의와 고전적 사민주의의 가장 큰 차이점은 경제의 금융화와 노동시장 유연화에 있다. 진보적 자유주의는 한편으로 경제의 금융화와 세계화를 주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안전망 강화를 통해 시장경쟁에서 패배한 이들을 보호하고자 한다. 고전적 사민주의가 금융억압을 통한 제조업-산업의 성장을 중심 목표로 삼았으며 완전고용에 토대를 둔 보편적 복지를 지향했다면, 진보적 자유주의는 완전고용을 포기하고 보편적 복지를 잔여적 복지로 변화시켰다는 점에서 보다 시장 친화적 이데올로기이다. 1990년대 서유럽 사민주의 정당들이 진보적 자유주의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이 이데올로기는 세계화된다
<21세기 자본>에는 경제학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여러 곳에서 등장한다. 경제학은 사회과학의 여왕으로 스스로 군림해 왔으며 수학적인 모형화는 경제학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수단이 되어왔다. 피케티에 따르면 그런 이론적 완결성은 현실경제에 대한 설명력을 희생시키는 대가를 치르고서야 얻은 결과이다. 피케티는 수학적 모형이 경제현실을 왜곡하는 대표적인 예로 미시경제학의 생산함수와 파레토의 분배론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