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한 달 담양에 있는 '글을 낳는 집' 입소하기로 해놓고, 바쁜 일 처리하느라 오늘에서야 길 떠났습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마지막 짐을 꾸려 출발한 시각이 5시 20분 경.
월요일이라 그런지 길이 막히네요.
중간에 휴게소에 두 번 들러 커피도 마시고, 우동도 먹고 하면서 신나게 달렸습니다.
오전 10시 20분 경 도착하니,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고, 고요함 그 자체입니다.
입구를 지키는 개 두 마리(이름은 아직 모름)가 요란하게 짖어대더니, 제 목소리를 듣고 멈추네요.
"왜 짖고 그래? 여기서 한 달동안 볼 건데."
오른쪽엔 시래기, 왼쪽엔 항아리- 정겨운 풍경입니다.
겨울이라 지금은 황량하지만, 초록이 무성했을 시기에는 엄청 예뻤을 듯요.
모두를 어디를 가신 건지, 전화를 해도 안 받고...
무작정 기다려야 할 듯합니다.
그런데 어디선지 고양이들이 쪼르르 쪼르르 나타나더니
따사로운 햇볕 아래 신나게 놀고 있어요.
잠시 뒤, 촌장님과 사모님이 나오셨고 제가 오는 소리를 못 들으셨다고 하네요.
두 분 다 선량한 얼굴을 가지셨어요.
촌장님은 시인이시고, 사모님은 음식에 일가견이 있으시다고. 설탕보다는 조청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신다는 얘기를 듣고
아, 진짜 달인이시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배정받은 방에 짐 풀기...
이것저것 두서 없이 챙겨온 물건들을 풀어놓고
따끈한 방바닥 온기에 이른 아침 온 산을 덮은 서리 기운 다 녹이고.
필수품 노트북도 펴고, 옷도 걸어놓고.
수학동화 집필에 필요한 지도서와 교과서도 한 번 살펴보고.
새벽에 일어나는 바람에 좀 피곤했지만 시간이 아까워 책을 들고 밖으로 나왔더니
냥이들이 반갑게 맞아주네요.
8일(금)에 중요한 볼일이 있어 나가야 하는데
그때 냥이 사료와 간식 좀 갖고 와야겠어요. 맛있는 걸 줘야 좀 친해질 듯해요. 어린 냥이들은 엄청 경계를 하네요.
그런데 글을 낳는 집 터줏대감인 요 냥이는 8년 정도 되었다는데
제가 책 읽는 옆에 와서 요렇게 앉아 있더라구요. 요 녀석은 누구랑 싸웠는지 눈 한쪽에 상처가 심하게 났더라구요.
글을 낳는 집에 있을 동안 무엇을 어떻게 할까, 고민 좀 하다가
이른 아침 우동 한 그릇밖에 먹은 게 없다는 게 생각나 이른 저녁을 먹어보기로 했어요.
냉장고를 열어보니 반찬이 여러가지 많은데
다섯 가지만 꺼내고 청국장을 먹어보기로.(사실 저는 청국장을 거의 잘 안 먹습니다. 평생 먹은 청국장이 아마도 다섯 번도 안 될 듯)
아, 근데 파는 게 아니라 그런지 입맛에 쫌 맞네요.ㅋ
저녁 먹고 더 어두워지기 전에 산책을 하기로 했습니다.
오지라면 오지인 이곳.
주위에 아무 건물도 없고 산과 들이 전부입니다.
이차선 도로에서 이 다리를 건너면 바로 글을 낳는 집입니다.
건물이 꽤 많지요?
맨 왼쪽 건물에는 5명의 작가가 머물 수 있는 곳,
가운데는 본채(촌장님과 사모님), 본채랑 딱 붙어 있는 곳에 2명의 작가가 머물 수 있고.
오른쪽으로도 자그마한 건물이 두 채 있습니다.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왼쪽 끝에는 수탉 한 마리와 암탉 여러 마리가 살고 있는 닭장도 있고
오른쪽 끝에는 텃밭도 있고, 겨울용 채소를 심어놓은 작은 온실도 있습니다.
어떤 시인(남)은 그 온실에서 상추와 쌈채소를 뜯어 된장이랑 같이 먹을 거라고 하더라구요.
보기에도 정말 맛있어 보였어요.
낮에도 저녁에도 자동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한적한 도로.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면 요런 표지판이 있어서
대중교통으로 오셔도 크게 불편은 없을 듯도 합니다만....
저는 한 달 있는 동안 (사실 이러저러 볼일로 한달을 꽉 채우진 못할 것 같고, 목표는 20일 살기입니다!)
수학동화(130매 정도) 한 편 쓰고,
역사동화 시놉 얼기설기로라도 짜보려고 합니다.(욕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틈틈이 책도 읽고요.
오늘 읽은 책
- 청소년소설 '화원귀 문구' -> 무인문구점에서 100일동안 살게 된 귀신에 얽힌 이야기. 신선한 소재로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역사동화와 관련된 책 한 권
오늘 저녁에는 역사 동화 자료 몇 가지 읽고 일찍 잠자리에 들 예정입니다.
아무튼....
담양살이, 정말 기대가 됩니다.
재미있을 것 같아요.^^
첫댓글 새천지에 갔으니 새기운 을 흠씬 받아 건강한 새 작품 만들어 봐요♡
노력햅하야죠^^
거기 밥이 맛있다고 소문이 자자하더라고요. ㅎ
건강한 글 낳으시길 바랍니다.
사모님이 날마다 새 번찬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주셔요. 국이랑...
@바람숲 좋은꿈 꿔 ㅆ나요.
@산지기 그냥 일찍 잠들었고, 일찍 일어나 하루를 열었습니다^^
좋은 글 낳기 바랍니다
예, 시놉만이라도 짰으면 하는 소망을 갖고 있어요.ㅋ
알차게 출발하시네요. 잘 지내고 오세요~^^
예,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