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내 가슴에도
달빛이 너무도 환하여 마치 밤을 삼켜버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내 가슴속은 아직도 이렇게
캄캄한 걸까요.
강나루 빈 배 늦가을 저녁
쓸쓸한 늦가을 저녁, 시골 강나루에는 손님을
태워본 기억이 까마득한 나룻배가 잔물결에
흔들리고, 빈 평상에는 바람만 앉았다갑니다.
뜰에 앉아 아버지 글 읽는 소리를
한참 들었습니다.
아버지는 영천 양산문중에서 공부를 하고
양현고에 합격한 한학자이셨습니다. 양현고는
일제 시대에 과거시험 대신 만든 것으로 전국
팔도에서 선비 두 명씩을 뽑아 명륜당에서
장학생으로 공부를 시키는 제도였습니다.
바로 성균관대학의 전신이지요. 경상도 대표로
뽑힌 아버지는 양현고를 마치고 고향으로
금의환향을 하셨습니다. 아버지는 늘 나에게
산과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좀처럼 허물없이
가까워지기는 힘들었지만 언제나 산처럼
늘 한결같았고, 산처럼 말없는 가르침을
내게 주었습니다.
서늘한 가을서리를 맞으며 달을 걸어도
뜨거운 가슴은 식지를 않네
가을이 깊어지며 늦서리가 내렸습니다.
차가워진 밤공기 속에 산책을 나서니 낙엽이
다 떨어진 빈 나뭇가지에 조각달이 걸려
있습니다. 걸음을 의지하는 달빛마저 싸늘한
이 밤, 내 가슴만 홀로 속절없이 뜨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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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209) 여든 소년 산이 되다 - 이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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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작자는 달빛을 벗 삼아 글과 그림을 표현 많이 하시네요.
저는 달을 본지도 언젠지 모르겠고 환한빛은 핸드폰 화면에 인공빛뿐이 옵니다. 여기에 인생과 사랑이 있네요 ㅎㅎ
저두 파란 하늘도~
별빛나는 밤하늘도 ~
쳐다볼 새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네요~
내일은 하늘이라도 한 번 올려다 보아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