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 문학이 필요한 이유
김양순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는 하덕규 작사의 가요 ‘가시나무’의 중심내용이다, 현대인들의 복잡한 심경을 잘 드러낸 노랫말 ‘당신의 쉴 곳 없네.’의 당신을 자기 자신으로 치환해서도 해석할 수 있는 이 가사는 현대인들이 얼마나 복잡한 마음으로 사는지를 잘 표현해주고 있다. 오늘 날 우리의 삶을 돌아보면,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머릿속은 복잡해지고 무엇 때문에 이토록 바쁘게 살아야 하는지 그 지향점이 희미해져가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
갓 태어난 아기부터 죽음을 앞둔 노인에 이르기까지 최첨단 과학 문명의 산물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현대인들. 그렇다면 아침에 허둥거리며 출근하는 직장인이나, 밤늦게 무거운 가방을 메고 집에 돌아오는 학생에게 ‘당신은 지금 행복하십니까?’라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이 몇 퍼센트나 될까? 무엇이 참 행복인줄도 잘 모르는 체 무작정 달리고 있는 현대인들을 만약 지구인이 아닌 제 삼자의 어떤 생명체가 지구 밖에서 바라본다면? 하고 가상의 세계를 상상하게 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나무>, <그들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를 읽다보면 그 내용에 크게 공감하게 된다. 현대인들의 삶을 인간 사회 밖에서 객관적 관점으로 묘사한 대목들이 눈길을 끈다. 그 중에서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사람들을 풍자한 표현이 인상 깊다.
‘그들의 가장 이상한 관습은 지하철 열차 하나에 천여 명이 한꺼번에 들어가 갇히는 일을 매일같이 되풀이한다는 것이다. 산소도 부족하고 몸을 움직이기도 어려운 공간에서 그렇게 우글거리는 이유가 무엇인가?’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을 타고 매일 출퇴근하는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한다면 그들은 하나 같이‘먹고 살기 위해서’라고 대답할 것이다. 가게마다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먹거리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린 초등학생 시절부터 공부하고 경쟁하는 법을 배우면서 평생 허둥대며 살아야 하는 삶, 그것이 단지 먹고 살기 위해서뿐이라면 인간의 삶이란 너무도 초라한 게 아닐까. 밀림이나 초원의 동물들과 별반 다를 게 없는 거 같아 씁쓸하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인간에게는 다른 동물과는 다른 상상력과 창조력이 있고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가 있다. 그리고 언어는 문학이라는 장치를 통하여 인류 생활을 고상하고 풍요롭고 다듬어주고 안내하는 길라잡이 역할을 해왔다.
아주 오래 전 선사시대 족장들은 하늘에 제사를 올리고 개인의 건강과 부족의 풍요를 기원하는 주문을 외웠다. 인류 문학의 출발점이 된 제천의식은 부족 구성원들 간의 소통과 결속을 다지는 초석이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제천행사의 주문으로부터 시작된 구전 문학은 글자 발명 후 꾸준한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면서 인류의 삶을 문명의 세계로 이끌어준 원동력이 되어오지 않았는가.
그런데 요즘은 문학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실태이다. 문학 작품이 진열되어 있던 동네 서점들이 사라지고, 서점이 있던 자리엔 들어선 카페들이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많은 젊은이들은 카페에 앉아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거나 컴퓨터 작업을 하느라 다른 사람에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게 요즘 사람들의 예의이자 문화로 인식 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우리 사회가 점점 각박한 상태로 변하고 있다는 의미 같아서 무척 아쉽다.
독서 인구 또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일인당 독서량은 성인 4,5권, 초중고 학생 34,4권이라고 한다. 그리고 성인의 평균 독서율이 47,5%에 지나지 않는다는데,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성인이 50%도 넘는다는 뜻이 된다. 문학 작품을 읽는 대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임이나 오락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는 뜻의 통계 수치일 것이다.
첨단 과학의 산물인 스마트 폰, TV, 인터넷, 게임 등 미디어 매체들에 마음과 시간을 빼앗기는 요즘 사람들은 점점 이기적이고 고독한 삶을 살고 있다. 각자 자기 방에 들어앉아서 차가운 기계들을 벗 삼아 냉랭하고 외로운 삶을 꾸려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삶을 과연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대로 계속 가다 보면 인류는 아마 극심한 개인주의에 빠져 타인을 전혀 돌아볼 줄 모르는 괴물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문학과 멀어질수록 인간의 삶은 불행해질 것만 같다. 문학 작품을 통하여 작품 속 인물들과 울고 웃으며 자기감정을 순화시키면서 배우는 너그러움이야말로 그 무엇보다도 값진 삶의 지혜가 아닐까. 다른 사람을 이해 할 줄 아는 사람이 많을수록 밝고 건전한 사회가 이루어질 것이며 개인의 삶도 행복해질 것이다. 여기에 필수 요소로 손꼽을 수 있는 게 문학 활동이라고 생각해 본다.
문학 생활을 위해서 꼭 시인이나 소설가가 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일기를 쓰거나 가끔씩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문학 활동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어떤 감흥이 떠오를 때마다 간단한 메모를 하다보면 한 편의 시가 될 수도 있고, 드높은 가을하늘이나 화려한 단풍을 보면서 저절로 터져 나오는 감탄사를 누군가와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문학 활동일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 노벨문학상이라는 낭보에 온 국민이 기뻐하고 있다. 모처럼 서점가에 활기가 돈다는 뉴스가 반갑다. 이런 현상이 일시적 붐이 아니라, 평소 동네 도서관이나 서점에 들러서 한 권의 책을 고르는 재미를 일상의 한 페이지로 삼는 분위기로 정착되면 좋겠다.
첫댓글 잘 계시죠? 공감이 가는 글 잘 읽었습니다. 건강하십시오.
감사히 읽고 감사히 배웁니다~~^^
과연 문학은 우리 사회를 사람세상답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다만, 우려하시는 대로 독서율이 자꾸 떨어진다니 걱정입니다. 공감합니다.
이런 현상은 티비 영화 컴퓨터 폰 등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매스미디어의 발달이 원인의 하나는 아닐지요. 종이책만을 고집할 수 없는 이유인가 합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정서가 깃들어 있는 문학 생활이 일반인 일상 정서에도 깃들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