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작업기억능력이란 무엇이고,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요?
아동 · 청소년의 작업기억능력과 사회성은 서로 별개의 영역이 아니라, 실제 발달 장면에서 꽤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작업기억은 단순히 “기억을 잘한다/못한다”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필요한 정보를 잠시 붙들고 동시에 조작하는 능력이며, 실행기능의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입니다(Diamond, 2013). 사회성 역시 단순히 친구가 많은지를 뜻하지 않고, 또래와 상호작용을 시작하고 유지하는 능력, 감정을 읽고 조절하는 능력, 갈등을 해결하는 능력, 교사 및 또래와 안정적인 관계를 맺는 능력까지 포함하는 넓은 개념입니다. 최근 연구에서도 아동기 실행기능은 또래 수용, 사회적 유능감, 친사회성, 정서조절과 유의미한 관련을 보였습니다(Stucke & Doebel, 2024).
작업기억은 아이가 어떤 정보를 잠깐 머릿속에 유지하면서 동시에 처리하게 해 주는 능력입니다. 예를 들어 친구가 한 말을 기억해 두고 내 차례에 적절히 대답하기, 놀이 규칙을 머릿속에 유지한 채 순서를 기다리기, 교사의 지시를 기억한 채 행동으로 옮기기, 갈등 상황에서 여러 선택지를 비교해 보기 같은 행동이 모두 작업기억과 관련됩니다. 그래서 작업기억은 학업뿐 아니라 사회적 상호작용의 “실시간 처리 능력”에도 깊이 관여합니다(Diamond, 2013; McQuade et al., 2013).
사회성 측면에서 중요한 점은, 작업기억이 단지 사회성의 배경요인에 그치지 않고 관계 형성과도 상호작용한다는 사실입니다. 한 연구는 유치원-초등 저학년 아동을 2년간 추적했는데, 작업기억 점수가 낮을수록 이후 교사와의 갈등은 증가하고 교사와의 따뜻한 관계는 감소했으며, 같은 학년 내에서 또래 호감도도 낮아졌습니다. 반대로 교사와의 갈등은 이후 작업기억 발달에도 부정적으로 연결되었습니다. 즉, 작업기억과 사회성은 한쪽이 다른 쪽에만 일방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발달 초기에 서로를 밀고 당기며 함께 형성되는 관계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de Wilde et al., 2016).
작업기억이 약한 아동 · 청소년은 흔히 “산만하다”, “지시를 흘린다”, “금방 딴생각한다”, “끝까지 못 해낸다”는 인상을 줍니다. 초기의 대규모 연구에서도 낮은 작업기억을 보인 아동들은 주의산만, 짧은 집중시간, 과제 진행 중 자기점검의 어려움, 새로운 해결책 생성의 어려움을 더 많이 보였습니다. 이런 양상은 학업 장면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장면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대화의 앞부분을 잊어버려 엇나간 답을 하거나, 놀이 규칙을 유지하지 못하거나, 여러 친구의 반응을 동시에 추적하지 못해 눈치 없는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Alloway et al., 2009).
실제로 한 연구는 일반 발달 아동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중앙집행기(Central Executive)적 작업기억이 약할수록 또래 거절, 전반적 사회적 유능감 저하, 관계적 · 신체적 공격성 증가, 갈등해결기술 저하와 관련된다고 보고했습니다. 특히 사회성 저하가 단순히 “사교성이 없는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갈등 장면에서 필요한 정보를 유지하고 적절한 대응을 선택하는 능력이 약한 것과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즉, 사회성이 부족해 보여도 그 밑바탕에는 실시간으로 사회적 단서를 붙잡아 두고 조절하는 인지적 어려움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McQuade et al., 2013).
이 점은 ADHD 아동 연구에서도 더 구체적으로 확인됩니다. 관련 연구는 사회문제가 단순한 태도 문제라기보다, 작업기억 안에 필요한 정보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주변의 여러 사회적 단서와 사건에 주의를 배분하지 못하는 것과 관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시 말해, 작업기억이 약한 아이는 상대의 말, 표정, 맥락, 내 반응을 한꺼번에 처리해야 하는 사회 장면에서 특히 쉽게 과부하가 걸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말을 끊거나, 엉뚱한 타이밍에 반응하거나, 갈등 상황에서 바로 공격적이거나 회피적인 반응으로 튀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Kofler et al., 2011).
또한, 작업기억은 사회성의 핵심인 정서조절과 감정이해와도 연결됩니다. 한 연구는 8-13세 아동 표본에서, 작업기억이 좋을수록 정서조절이 더 좋다고 보고했습니다. 다른 한 연구는 유아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작업기억이 사회적 놀이와 연결되며, 그 관계를 감정인식(emotion recognition)이 매개(중간 연결)한다고 보였습니다. 즉, 작업기억이 충분해야 상대의 감정표현을 놓치지 않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내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며, 놀이와 대화를 지속할 가능성이 커집니다(Groves et al., 2022; Shimizu, 2023).
정리하면, 아동 · 청소년의 작업기억 약화는 사회성 문제를 직접 “만들어낸다”기보다, 대화 흐름 유지, 사회적 단서 추적, 감정조절, 갈등해결, 교사 · 또래 관계 유지 같은 사회적 과제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인지적 자원을 줄여 놓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따라서 이런 아이를 두고 “왜 이렇게 눈치가 없니”, “왜 말귀를 못 알아듣니”, “왜 친구들이 싫어하겠니”라고 해석하기보다, 사회적 장면에서 정보 처리 부하가 쉽게 커지는 아이로 이해하는 시각이 중요합니다(McQuade et al., 2013; de Wilde et al., 2016).
결론적으로, 아동 · 청소년의 작업기억능력과 사회성은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작업기억이 약하면 아이는 친구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대화와 관계 속에서 흘러가는 정보를 동시에 붙잡고 처리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기 때문에 사회적 피로, 오해, 갈등, 위축을 겪기 쉽습니다. 따라서 지도 개입의 핵심은 “사회성 교육”만 따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작업기억 부담을 줄이고, 사회적 장면을 구조화하며, 감정과 관계를 말로 정리해 주는 것에 있습니다. 이 관점으로 접근할 때 아이의 행동은 문제행동이 아니라 인지적 부담을 안고 애쓰는 신호로 더 잘 보이게 됩니다(Groves et al., 2022).
일상에서 아이의 작업기억능력 발달을 도와주세요
1. 외부 기억장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돕기
가정과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은 지시를 짧게 나누고 외부 기억장치를 적극적으로 쓰는 것입니다. 한 번에 긴 설명을 하기보다 한두 단계씩 말하고, 핵심은 메모 · 그림 · 체크리스트 · 휴대폰 알림 · 화이트보드로 바깥에 꺼내 놓는 방식이 좋습니다. 한 연구는 단서 제공(cued conditions)과 전략지도가 작업기억 수행을 유의하게 끌어올릴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다른 한 연구는 임상적 시사점으로 서면 알림(written reminders), 간략한 단계별 지침(brief single-step instruction), 반복(repetition) 같은 보조전략을 제안했습니다. 따라서 집에서는 “기억해서 해”보다 “보면서 하자”가 더 효과적입니다(Swanson, Kehler, & Jerman, 2010; Groves et al., 2022).
2. 사회적 장면을 리허설하고 감정 라벨링 해주기
두 번째 방법은 사회적 장면을 리허설하고 감정을 언어로 붙여 주는 것입니다. 아이와 함께 하루에 있었던 일을 짧게 되짚으며 “그때 친구 표정은 어땠어?”, “네가 들은 말은 뭐였어?”, “다음엔 어떤 말을 하면 좋을까?”처럼 사회적 정보를 다시 정리해 보는 연습이 도움이 됩니다. 역할놀이, 보드게임, 짧은 대화 스크립트 연습도 좋습니다. 한 연구는 작업기억이 감정인식을 거쳐 사회적 놀이와 연결된다고 보았고, 다른 한 연구는 작업기억이 갈등해결기술과 관련됨을 보여주었습니다. 따라서 가정에서는 “왜 그랬는지 혼내기”보다 사회적 장면을 천천히 재구성하고, 감정과 반응을 말로 연결해 주는 연습이 더 중요합니다(McQuade et al., 2013; Shimizu, 2023)
3. 일상 생활리듬 안정화시키기
세 번째 방법은 생활리듬을 안정시키고, 특히 수면과 신체활동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작업기억은 피로, 스트레스, 수면 부족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한 연구는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 외로움, 운동 부족이 실행기능을 손상시킬 수 있다고 정리했고, 최근 대규모 연구는 신체활동 개입이 아동 · 청소년의 핵심 실행기능, 그중에서도 작업기억에 작은 수준이지만 유의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또한, 다른 한 연구는 초등 저학년에서 수면의 질 저하, 취침 시간의 불규칙성, 짧은 수면시간이 더 낮은 언어적 작업기억과 관련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집에서는 늦은 밤 스크린 노출을 줄이고, 취침 ·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하며,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사회성 간접 지원에도 의미가 있습니다(Diamond, 2013; Cho et al., 2015; Álvarez-Bueno et al., 2017).
본 센터는 아동과 청소년을 비롯한 모든 연령의 상담을 진행하는 센터로 사회성 발달을 위한 집단상담, 치료놀이 및 각종 상담방식이 다양한 치료센터입니다. 또한 전문 치료사가 배치되어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정확하고 친절하게 상담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방문하시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향숙 소장님 인터뷰 및 칼럼] >> 변덕이 심한 청소년, 아이의 자율욕구를 이해하라
[초3학년~중2학년까지 왕따인 아이가 사회성 극복 치료후기]
[이향숙 소장님]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아동복지학과 박사 (아동심리치료전공)
상담 경력 25년, 대학교수 및 외래교수 경력 30년
현) KG 패스원사이버대학교, 서울사이버평생교육원 외래교수
KBS, MBC, SBS, EBS, JTBC,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청와대신문 등 아동청소년가족상담 자문
자격) 미국 Certified Theraplay Therapist (The Theraplay Institute)
심리치료 수련감독자 및 상담전문가 1급 (한국상담학회)
부부가족상담 수련감독자 및 상담전문가 1급 (한국상담학회)
사티어 부부가족 상담전문가 1급 (한국사티어변형체계치료학회 공인)
청소년상담 수련감독자 및 상담전문가 (한국청소년상담학회 공인)
재활심리치료사 1급 (한국재활심리학회 공인)
사티어의 의사소통훈련 프로그램 강사/ 사티어 부모역할훈련 프로그램 강사
MBTI 일반강사/ 중등2급 정교사/ Montessori 교사/ 유치원 정교사/ 사회복지사/ 보육교사 등
인터뷰) 이향숙 박사 “아이 사회성 교육의 중요성”
https://tv.naver.com/v/15458031
저서) 초등 사회성 수업, 이향숙 외 공저. 메이트북스 (2020)
>> 언제까지 아이에게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라는 뜬구름 잡기식의 잔소리만 할 것인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줄 수 있는 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사회성에 대해 20여 년간 상담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아이의 사회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온 이향숙 박사의 오랜경험과 노하우가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 소개 中)
[참고문헌]
[1] Diamond, A. (2013). Executive functions. Annual Review of Psychology, 64, 135-168.
[2] Stucke, N. J., & Doebel, S. (2024). Early childhood executive function predicts concurrent and later social and behavioral outcomes: A review and meta-analysis. Psychological Bulletin, 150(10), 1178-1206.
[3] de Wilde, A., Koot, H. M., & van Lier, P. A. C. (2016). Developmental links between children’s working memory and their social relations with teachers and peers in the early school years. Journal of Abnormal Child Psychology, 44(1), 19-30.
[4] Alloway, T. P., Gathercole, S. E., Kirkwood, H., & Elliott, J. (2009). The cognitive and behavioral characteristics of children with low working memory. Child Development, 80(2), 606-621.
[5] McQuade, J. D., Murray-Close, D., Shoulberg, E. K., & Hoza, B. (2013). Working memory and social functioning in children. Journal of Experimental Child Psychology, 115(3), 422-435.
[6] Kofler, M. J., Rapport, M. D., Bolden, J., Sarver, D. E., Raiker, J. S., & Alderson, R. M. (2011). Working memory deficits and social problems in children with ADHD. Journal of Abnormal Child Psychology, 39(6), 805-817.
[7] Shimizu, H. (2023). The impact of working memory on the development of social play in Japanese preschool children: Emotion knowledge as a mediator. Children, 10(3), 524.
[8] Groves, N. B., Wells, E. L., Soto, E. F., Marsh, C. L., Jaisle, E. M., Harvey, T. K., & Kofler, M. J. (2022). Executive functioning and emotion regulation in children with and without ADHD. Research on Child and Adolescent Psychopathology, 50(6), 721-735.
[9] Rowe, A., Titterington, J., Holmes, J., Henry, L., & Taggart, L. (2019). Interventions targeting working memory in 4-11 year olds within their everyday contexts: A systematic review. Developmental Review, 52, 1-23.
[10] Rapport, M. D., Orban, S. A., Kofler, M. J., & Friedman, L. M. (2013). Do programs designed to train working memory, other executive functions, and attention benefit children with ADHD? A meta-analytic review of cognitive, academic, and behavioral outcomes. Clinical Psychology Review, 33(8), 1237-1252.
[11] Hitchcock, C., & Westwell, M. S. (2017). A cluster-randomised, controlled trial of the impact of Cogmed Working Memory Training on both academic performance and regulation of social, emotional and behavioural challenges. Journal of Child Psychology and Psychiatry, 58(2), 140-150.
[12] Swanson, H. L., Kehler, P., & Jerman, O. (2010). Working memory, strategy knowledge, and strategy instruction in children with reading disabilities. Journal of Learning Disabilities, 43(1), 24-47.
[13] Álvarez-Bueno, C., Pesce, C., Cavero-Redondo, I., Sánchez-López, M., Martínez-Hortelano, J. A., & Martínez-Vizcaíno, V. (2017). The effect of physical activity interventions on children’s cognition and metacognition: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Child & Adolescent Psychiatry, 56(9), 729-738.
[14] Cho, M., Quach, J., Anderson, P., Mensah, F., Wake, M., & Roberts, G. (2015). Poor sleep and lower working memory in grade 1 children: Cross-sectional, population-based study. Academic Pediatrics, 15(1), 111-116.
* 작성 및 옮긴이: 한국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인턴 안현우
* 이미지 참고: Pixabay
한국 아동 청소년 심리상담센터
서울특별시 강남구 선릉로76길 7 4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