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립교향악단·합창단과 대구시의회에 따르면 오는 5월 1일 수성아트피아 재개관을 맞아 예정된 대구시립교향악단·합창단 공연이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합창’ 때문에 취소되었다고 합니다. 그 이유가 정말 황당합니다. 가사 중에 ‘신’이 들어있어 종교화합심의위원회에서 문제로 삼았다는 것입니다.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은 5번 운명, 3번 영웅과 더불어 베토벤의 3대 교향곡으로 꼽힙니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합창은 교향악단들의 대표적인 연주곡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예술작품을 종교편향이라는 명목으로 연주하지 못하도록 한 것입니다. 이런 논란이 불거진 이후 대구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황당함을 넘어 부끄러운 일이라며 비난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전국 예술인과 클래식 애호가들은 “음계의 기원은 종교에서 비롯됐는데, 이런 잣대로 평가한다면 어떤 곡도 연주하면 안되는 것 아니냐”며 성토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오페라는 물론 수많은 예술작품들이 종교적으로 관련된 것이 많이 있기에 예술을 종교로 접근하면 아마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을 것입니다. 언제까지 종교편향이라는 해괴한 주장으로 국민들이 누려야 할 세계적인 거장들의 곡들과 아름다운 예술에 대한 접근을 막으며 웃지 못할 코미디로 국제적 비웃음을 사려고 하는 걸까요?
이 논란을 보면서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명곡을 종교편향이라는 명목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오늘날 한국의 수준이라는 생각이 됩니다. 아니 세계적인 음악과 예술의 세계를 단칼에 잘라내는 한국적 종교편향이 얼마나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 생각됩니다. 문제는 이런 종교편향이 기독교를 향해 집중되어 있으며, 그 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혹 복음의 능력이 쇠잔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금 점검하고, 모든 영역에서 더욱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꿈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