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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오전 전남 목포의 한 장례식장에서 북한군에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이대준 주무관의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뉴스1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17일 해수부 공무원 이대준씨 피살 사건과 관련, “월북인지 아닌지가 분명히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느 증거를 취사선택하느냐의 문제는 정부의 상당한 정책적 재량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증거가 불충분해도 정부 재량으로 이씨를 월북자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인권을 담당하는 법무장관 출신이 한 말이라고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국민을 월북자로 규정하는 것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문제다. 당사자와 가족에겐 사회적으로 살인과도 같다. 유력한 증거가 나와도 이중 삼중 교차 확인을 거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말마다 인권을 외치고 민주화 운동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누군가의 재량으로 사람을 사실상 죽일 수 있다고 한다. 충격적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금 열리고 있는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에서도 월북 몰이를 계속하고 있다. “어떻게 구명조끼를 입고 실족사하느냐” “어떻게 북한 해역까지 가느냐”며 월북 가능성을 부각하려 애쓴다. 한 의원은 이씨 죽음을 “공무원이 다른 데서 뻘짓거리하다 사고 당해 죽은 경우”에 빗대기도 했다.
박 의원은 ‘증거 취사선택’이란 표현을 썼지만 최근 발표한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면 문 정부의 월북 몰이는 그런 차원을 넘어섰다. 이씨의 월북 근거라며 문 정부가 발표한 내용은 대부분 거짓이었고, 월북에 반하는 정황·증거는 철저히 배척하고 은폐·삭제했다. 청와대 지침에 따라 해경, 국방부, 국정원, 통일부 등 관련 부처들이 일관되게(one-voice) 대응한 결과였다. 증거 취사선택 수준이 아니라 작정하고 저지른 조직 범죄였다.
이날 민주당 원내대표는 감사원 발표에 대해 “피의 사실 공표죄에 해당하는 위중한 범죄”라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국민의 삶을 팽개치고 정치적인 탄압에 권력을 소진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이 북한군에게 사살당하고 불태워졌는데 이를 월북으로 몰아간 사람들이 반성은커녕 도리어 고개를 들고 화를 낸다. 이씨 장례는 지난달 22일 해양수산부장(葬)으로 치렀다. 유가족이 문 정부의 ‘월북 몰이’에 항의하느라 2년이나 미뤄진 장례다. 장례식으로도 이들의 한(恨)은 풀리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