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열흘간의 휴가를 마치고 내일 다시 베트남행 비행기에 몸을 맡길 예정이다.
내가 무슨 몇 십년 외국생활을 한 것도 아니고 이제 겨우 2년 가까이 정도 되는 베트남 생활인지라 한국으로 돌아가면
아주 맘 편한 휴가를 보낼 거라고 생각했었다.
게다가 추석이고 기온도 일년 중 가장 좋다고 하는 가을이 아닌가?
내가 가을만 되면 뻑~~~가는 추남이라는 사실도 그런 생각에 한 몫을 더했다.
하지만 귀향길 첫날, 부산 김해 공항에 발을 디딘 그날을 제외한 다음 날부터 난 왠지 모를 어수선한 마음으로 가족, 친척, 친구들을 만나고 다녔는데 이게 알고보니 군 시절에 휴가나와 있을 때랑 너무 비슷한 느낌이라는 것을 오늘 아침에야 깨달았다.
내일 베트남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이런저런 정리(마음 속으로만)를 하다보니 갑자기 마음이 안정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다.
비록 가기 싫은 곳이지만 휴가를 마치고 군 부대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마음이 놓인 것과 같은 이치인데 아무래도 아직은 베트남에서 나의 모든 생활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때문일 것이다.
고속도록 휴게소에서 한국과 베트남의 경제 차이를 절실하게 실감하지만 이상하게도 또다른 점에서 베트남이 그리워지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 내가 알러지성 비염이 있어서일까? 환절기에 유난히 고생스러운 것은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약국에서 약을 사먹어야 할 정도로 괴로웠지만 이것도 베트남으로 돌아가면 말짱해질거라는 생각에 더 그렇다.
한편으로는 베트남으로 향하는 무거운 발걸음에 대한 자기 합리화인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친한 친구들을 몇명 만나고 나니 먹고사는 문제는 여기나 베트남이나 별다른 거 없다는 생각이 든다. 형편되는 친구는 휴가기간 내내 골프장이니 배 낚시니 바다조망이 되는 집으로 옮기니 마네 하며 정신없이 바빴고 조금 그러지 못한 친구는 계속해서 사업이야기하기 바쁘고 더 어려운 친구는 얼마안되는 술 값치르기도 힘들어 했으니 말이다.
어찌되었든 나는 27일 다시 베트남으로 돌아간다.
거리가 복잡하긴 해도 자동차가 빡빡한 거리보다 사람들 모습이 다 보이고 예쁜 꽁가이가 많이 보이는 베트남 쎄마이 거리가 더 정겹게 느껴진다.
살기 힘든 건 매 한가지지만 그래도 베트남 보통 사람들 보다는 조금 더 가진게 있다고 느껴지는 베트남이 더 가망성이 있어 보인다.
어디서든 보통 여자 만나기는 힘들어도, 늙었다는 단어가 어색하지 않은 나에게 있어 친절한 상혼의 서비스가 아닌 진지한 이야기 상대로 대해주는 베트남 꽁가이가 일단은 더 좋다. 그래봤자 별 거 없는 건 똑같지만....-_-
매일 힘들고 덥고 춥고 하는 기후 문제는 어디든 똑같지만 가끔씩(어떤 때는 너무 자주) 색다른 경험으로 나를 울그락불그락 하게 만드는 다이내믹한 베트남이 오히려 더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 것 같아 좋다.
말이 잘 안통해 맨날 사전뒤지지 않으면 생활이 피곤한 점이 오히려 내 삶을 일깨워주는 것 같은 이국 베트남이 차라리 더 좋다.
외국인이라 당하는 불편부당한 점 속에 오히려 한국인이라는 점 때문에 사업상 유리한 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노력하지 않으면 모르는 진흙 속의 진주라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오늘 거추장스런 옷가지들 모두 벗어던지고 가능하면 무거운 마음의 짐까지 벗어던지고 2년 전 처음 베트남을 향해 떠날 때 가졌던 그때 그 마음으로 컴백할 것이다.
기다려라, 베트남!!! 오빠가 간다......
첫댓글 힘찬 발걸음 기원합니다
오빠를 기다리는 꽁가이들...목이 빠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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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부인과 너무 귀여운 아이들이 있어 행복하게만 보였습니다. 들어오면 꼭 연락주세요.
맛있는 막걸리 맛을 못봐서 좀 서운했지만^^ 빠른 시간 내에 먹을 수 있겠죠?
귀대를 환영합니다.ㅋㅋㅋ
벌써 가스총님이랑 부산에서의 처음 만남이 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갈만큼 후다닥 가버렸네요.....나중에 베트남 가면 연락이나 드리게 연락처 쪽지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