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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으로 고삐를 쥐시고 다른 손으로는 여기, 이쪽을 잡으십시오"
"음.. 이렇게?"
"...마마, 그 손은 그 손이 아닌걸로 보입니다만"
"어? 무슨 소리야, 난 분명히 네가 말한대로 왼손은 고삐, 오른손은 안장"
볼래? 라는 식으로 손을 들어올렸지만
어라? 왼손은 오른손이고 오른손은 왼손이었던가? 고삐는 왼손이고 안장은 왼손...
얼굴이 시뻘개 지는건 내 눈이 내 얼굴에 박혀있는 관계로 모르겠지만
지금 내 얼굴이 생달걀도 익힐 수 있을만큼 뜨겁다는 것은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느낄 수가 있었다.
푸시익-
만화였다면 지금 이 장면쯤에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내 얼굴로 스팀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었을 것이고
"..."
도저히 눈 마주칠 자신이 없어 얼굴 표정이 어떨지도 모르는 내 머리보다 머리 두 개 정도가 더 큰
옆의 이 사내의 머리와 내 머리 사이에는
바보 아냐?
라는 글자가 둥둥 떠있겠지.
"미안! 내가 헤, 헷갈렸나봐. 다, 다시 가르쳐 줄 수있을... 래나?"
어색한 침묵이 이어질 게 두려웠던 나는 먼저
네, 나 바보입니다! 라고 시인하며 치고나온 후 어린 계집아이처럼 바블바블 나불대기 시작했다.
여전히 얼굴은 불타는 고구마인 채~~~
피식-
바람소리같은 가벼운 웃음 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렸다.
결코 비웃음은 아니었다.
아니, 인간의 웃음이 아니었어...라고 생각했었다.
산들바람, 은(銀)종 소리, 나뭇잎 소리처럼 청명하고 청아하고 우아하고 황홀한
요정보다 더 멋지고 신과 같지만 신보다는 내 옆에 더 가까이 있고.....
............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샤샨의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얼굴을 그야말로 게걸스러운
눈빛으로 넋을 잃고 쳐다보고 있었다.
샤샨의 미소짓고 있는 얼굴은 마치 태양처럼 찬란했다.
하지만 그는 나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쪽쪽 빨아먹어 주겠다~ 라고 말하듯이
그의 얼굴을 집어 삼킬듯한 무시무시한 식욕을 감추지 못하는 검은 욕망이
넘실대는 나의 뜨거운 시선에 상당항 거부감 내지 두려움마저 느꼈는지
그의 얼굴에서 햇살처럼 환하던 미소가 꺼지고 그는 급 어두워진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나의 시선을 외면하였고 그와 동시에
아아아아악-------
소리없는 절규와 비명
버라이어티 프로에서 자주듣던 쿠오오오- 하는 깊은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지는 효과음이
귀에서 들리는 듯 하였고
그 순간만큼은 몽크의 '절규' 속의 주인공의 심정을 누구보다도 잘 헤아릴 수 있을것 같았다.
아아 이래서 몽크의 주인공이 그렇게 얼굴을 감싸쥐고 우오오 하는 표정을 핏빛 넘실대는 하늘을
배경삼아 울었는가.
쪼..쪽팔려!!!
"저, 힘드시다면 오늘은 이걸로 마치고 내일 다시 할 수도..."
여전히 얼굴은 내 쪽에서 예의에 어긋나지 않을 정도로만 돌리고 있었지만 눈은 완전히
내게서 돌아간 채로 샤샨이 한 손으로 입을 가린채로 말하였고
"아, 아니야! 지금 당장 올라가겠...!"
허둥지둥 안장을 붙들고 발을 딛으며 호기있게 올라서려 했지만
"잇차!...?"
발을 딛고 올라서기는 했는데 지금 온 몸의 체중을 붙잡고 있는
안장을 붙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기세있게 올라간것 까지는 좋았는데 이제 한 쪽 다리를 반대쪽으로 넘겨
완전히 올라타야 하는데
"어억! 다, 다리..."
내 엉덩이가 이렇게 무거웠던가?
한 팔에 의지하고 있는 무게가 너무나도 엄청나다
바들바들바들-
내려오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올라타지도 못하고 바둥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왼쪽 다리에 살며시 온기가 느껴진다.
"실례하겠습니다"
"어, 어, 꺄아아---"
순식간에 커다란 손이 다리와 허리를 감싸더니 몸이 붕 뜨는가 싶었고
갑자기 시야가 높아졌다.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작은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샤샨은 나를 들어올려 말에 안침과 동시에 자신도 훌쩍 그 뒤에 올라탔다.
이성이 (그런 야릇한 뜻으로 오해하지 말아주었으면 한다) 내 뒤에 가까이 있다는 것에
몸이 굳어버린 듯 옴짝달싹도 할 수가 없었다.
"마마, 어서 고삐를"
나지막한 목소리가 또 다시 귓가에서 들려왔고
"으, 으응"
허둥지둥 말의 고삐를 잡았지만
그 다음은 어떻게 할 줄을 몰랐다.
이제는 어떻게 하지?
일단 말에는 올라탔고 손에 고삐는 쥐었으니
달리는 것만 남은듯 싶은데
채찍으로 엉덩이를 치면 말이 간다고 분명 그렇게 알긴 아는데
지금 내 손에는 채찍이 없고
".....어떻게 가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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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진짜 운동신경이라곤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군.
아침나절부터 정오까지 말 고삐 쥐는 법부터 시작한 기본 승마법만 설명한 지가 벌써 몇 번째.
여왕은 아직 말에 오르지도 못하고 있었다.
처음 몇 시간은 말 근처에도 가까이 못 가서 꺅꺅 거리더니
덕분에 말의 신경이 한층 날카로워져 나중에는 샤우스가 몰래 마법을 써
홀려놓지 않으면 안될 정도였다.
간신히 말 옆에 다가가 설 수 있나 싶더니 이제는 왼손 오른손도 구분을 못하는
둔하디 둔한 운동신경을 자랑하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아까부터 자기 얼굴은 쳐다보지도 못하더니 갑자기 어두운 얼굴로
핥듯이 쳐다보질 않나.
여왕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한층 더..!!!
'피곤하다...'
말 위로 올라서긴 했는데 다리를 다른 방향으로 넘기질 못해 낑낑거리고 있는
여왕을 착잡한 표정으로 쳐다보며 샤우스는 생각했다.
처음에 여왕의 직속 시녀인 레나가 찾아와서 비밀리에 여왕에게 승마를 가르쳐 줄 수 있는
에스텔리카 노예를 뽑을 때는 눈이 번쩍 뜨이는 느낌이었다.
꼴깍-
샤우스는 침을 꿀꺽 삼키었다.
드, 드디어 어두운 앞날에 한줄기 빛이 내리는 구나!
얼씨구나-
하늘이 주신 이 기회를 샤우스가 놓칠리가 없었다.
라키아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마력도 반에 반으로 봉인해 놓은 상태였던 데다가
힘든 육체 노동만으로도 견디기 힘든 차였는데 마침 레나가 나타나 노예들 사이에서
승마가 출중한 자를 뽑았고
여왕 (이제는 황후이지만)의 비밀 선생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노역을 면제 받는다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엄청난 행운이었다.
"잘만하면 황후의 정부가 될수도 있지 않겠어?"
달만 환하게 동동 떠있던 그날 밤, 시녀장의 명에 따라 승마 시합을 준비하는데
샤우스의 근처에 서있던 다른 노예들이 수근거리던 말이었다.
정부라...
사람과 사람, 음양의 조합이 아닌
황제와 황후, 권력과 권력의 조합으로 결합하는 이 보통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황족들의 세계에서는 일국의 황후가 정부를 숨겨놓는 것은 흔하디 흔한 일이었다.
그건 부와 국력이 강한 나라이면 나라일수록 더욱 더 심한 양상을 띄는 일이었다.
예를 들어, 샤우스가 처음으로 셀르시드로 잠입하여 들어왔을 때 샤우스는 르메르의 황후들 중
몇몇이 한밤중 궁 안에서 자신들의 정부와 밀회를 즐기고 있던 것을 목격한 적이 있었다.
"왜, 그 정부라는 것 많은 경우가 에스텔리카 노예인 경우였잖아"
노예이기 때문에 가장 쉽게 쓰고 버릴 수 있는 쉬운 상대인 에스텔리카 인들이
황후들의 심심풀이 꽃으로 사그라져갔다.
'그 방법은 생각해 보지 못했었는데'
....길조라고 생각했다.
샤우스 신이 이 불쌍한 자손을 굽어살피시어 도와주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애시당초 목표는 어떻게든 이번 싸움의 승리의 깃발이나 다름없는 여왕 근처로
가는 것이었으니까.'
그전에는
'그냥 보쌈해와서 최면술을 걸 생각이었는데 말이지'
하지만 황후의 곁에 단순히 가까이 가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녀와 붙어서 말을 하고
그녀의 시간 중 일부를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것은 단순히 그가 노예로서 접근한다는 것 이상의
무한한 가능성이었다.
'정부....
...진짜 한 번 해볼까'
샤우스는 정말로 진지하게 그런 생각을 했었다.
애정없다 하더라도 내가 눈앞에서 자기 마누라를 꼬여낸 것이니
라키아의 그 콧대가 가만히 서있을 리가 없었다.
거기다가 여왕이 레이아의 보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 나더라도 그녀에게는
쓸모가 많지 않은가,
사회적으로는 그녀는 엘렌시안의 여왕이고 또 1세계의 재패자인 라키아 황제의 1황후이고
그녀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이 세계 따위 마음껏 주무를 수 있다.
제대로만 컨트롤 한다면 마지막 골을 빼기 전까지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어마어마한
이익을 얻을지도 모른다.
'정말 진지하게 해볼까'
여전히 말 위에서 부들대고 있는 그녀를 보며 샤우스는 그 생각에 꽤나 확신이 들었다.
"실례하겠습니다"
샤우스는 한 손을 뻗어 여러 겹겹의 옷 아래에 있는 그녀의 다리를 가볍게 받쳐올렸다.
그리고 동시에 훌쩍 말 위로 뛰어 올라가며 한 손으로는 그녀의 허리를 끌어당겨
자신의 앞에 앉히었다.
꺅- 하는 소리없는 비명소리
붉어진 귓불.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여신 레이아시여, 부디 샤우스를 용서해 주십시오.
예전에도 그러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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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래 기다렸어요~ 소설 잘 보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처음 보시는 분 같네요, 불량 연재에도 불구하고-_-; 지금까지 계속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젠 샤우스까지 난입이군요. 여왕님의 문어발 연애의 끝은 어디까지인가. 설마 또 어디선가 이상한 녀석 굴러들어오는거 아니죠?
문어발 연애라기보다는 낚시질에 너무 잘 넘어가는 거라고 하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