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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제3탄 "희망 고시원"
지은이/ 청산
서울중앙지방법원 508호 재판정,
한 교도관이 푸른 수의를 입은 죄수 옆에 앉아 있다.
멋진 제복을 입은 교도관의 명찰에는 이 도형이라고 쓰여 있다.
도형은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홀어머니 손에 자라났다. 6남매의 맞이였던 그는 가난한 집에 태어나 늘 그의 어깨에 가족을 메고 다녔다.
'내가 반드시 성공해서 내 홀어머니께 효도하고 내 동생들도 다 가르치고 배고프지 않게 배불리 먹여야지..'
그 다짐과 피나는 노력의 결과로 그는 교정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였고, 바로 그 자리에 앉게 된 것이다.
'일동 기립, 착석.'
판사의 등장과 함께 재판은 시작되었다.
재판이 중간쯤 진행되고 있을 때 검사가 갑자기 교도관을 불렀다.
"교도관…. 교도관. 교도관"
그러나 교도관은 검사가 자신을 부르는 소릴 전혀 듣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 교도관은 재판이 진행되자 그의 호주머니에서 조용히 작은 종이 한 장을 꺼내더니 손바닥 안에 펴놓고 그 종이에만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자 화가 난 검사가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교도관에게 다가가 그의 뺨을 후려치며 그의 손에서 작은 종이쪽지 하나를 빼앗아 버렸다.
"뭐야 이 새끼 교도관 주제에 무슨 되지도 않은 영어공부야.."
순간 재판정 않은 공기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모두가 놀랐고 방청석에서는 수군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판사도 갑작스레 일어난 사태에 할 말을 잃은 듯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였다.
도형은 무료한 재판시간에 아무도 모르게 영어 단어를 외우고 있었던 것이다.
도형의 한쪽 뺨은 붉게 물들었고, 눈물이 그의 두 눈에 살짝 비치는 것 같았으나, 이내 차렷 자세로 앉아 재판이 끝날 때까지 미동도 없이 죄수옆에 앉아 있었다.
도형은 바로 그 다음 날 그 어렵게 얻은 교도관 자리를 사표 내버렸다. 친한 동료 직원들이 아무리 만류해봤지만 소용 없었다. 단 한마디의 아무런 말도 없었다.
굳은 표정과 잠을 못 이룬 듯, 쾡한 두 눈만이 그 결연한 의지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 후 도형은 바로 서울 노량진에 있는 고시촌으로 들어가 버렸다.
영석은 정읍 종합고등학교 상과를 졸업한 후 취업하지 않고 고시원에 들어갔다. 그의 친구들은 은행, 회사 등 여러곳에 취직을 하였으나 그는 조금 방황하다 군대 제대후 고시원에 들어갔다.
서 영석은 중,고 시절 내내 농땡이었다. 천석꾼의 아들로 태어나 부모님의 큰 기대와 사랑을 받고 자라났지만, 공부와는 담을 쌓고 그저 친구들과 놀기에만 바빴다.
특히 고등학교 시절 3년은 이 소룡에 빠져 살았다. 이 소룡의 영화 '용쟁호투'를 보고 무술에 반해버린것이다. 합기도 도장에 다니며 늘 호이..호이..소리를 지르며 하루를 보내기 일수 였다.
다리를 옆으로 뻗어 옆차기로 수평을 만들거나, 두발을 앞 뒤로 뻗어 가랭이를 땅에 붙인 상태에서 바로 일어나며 앞차기를 하는 등, 고난도의 발차기를 성공하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도형과 영석은 "희망 고시원" 에서 만났다.
옆방에 기거하게 되면서 서로 친해졌다.
그리곤 형, 동생 부르며 뒤늦은 대학입시 공부에 불을 붙여 나갔다.
어느 날 정말 놀라운 사건이 일어났다.
도형이 교도관을 그만두고 고시원에 들어온지 1년 만에 대학시험을 쳤는데 놀라웁게도 고려대에 덜컥 합격을 해버린 것이다.
평상시 늘 성실하고 열심히 공부해왔던 그였는지라 명문대라는 고려대에 불과 1년 만에 붙어 버린것이다.
자신감이 든 도형은 목표를 더 높이 세웠다. 고려대에 입학하지 않았다. 다시 1년을 더 공부하여 서울대 법대에 도전하였다.
서울대 법대 합격자 발표를 하던 날 도형과 영석은 둘 다 잠을 설쳤다. 고시원에서 만난지 겨우 1년 여 밖에 되지 않았지만 옆방에서 지내며 가까워졌고, 자연스럽게 함께 미래를 설계하고 꿈을 꾸며 희망을 나누었던 것이다.
영석은 도형의 방으로 건너갔다.
"형, 알아봤어?
나 어제밤에 별로 잠 못잤어.."
"응. 아직..야아..나 지금 떨린다."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갑자기 방 밖이 시끄러워졌다. 곧 방문이 열리며 고시원 주인 대머리 영감이 절뚝거리며 나타났다.
"아이고 서울법대생 축하해요.우리 고시원에 경사났네, 경사났어."
"아니예요.아직 몰라요. 확인 안해봤어요."
도형이 손사래를 치며 대꾸하자 주인영감이 웃으며 큰소리로 외쳤다.
"야 이사람아 벌써 내가 알아봤지..합격이야 합격!"
"네! 합격이예요?"
옆에 영석이 놀라 일어서며 외쳐 다시 물었다.
"그래 합격이야 합격..참말로 고생 많았어.그리고 기적이야 기적.여기 들어온지 2년만에 서울대 법대에 합격 했으니..우리 희망고시원이 정말 명당자리여..명당.
오늘 점심은 내가 살껴..파티 한 번 혀야지.."
도형의 합격은 희망 고시원에도 큰 영광이었다. 건너편 월계관 고시원의 찍소 영감에게 늘 기죽어 살던 대머리 영감도 드디어 으시댈 일이 생긴 것이다.
둘은 동시에 일어나 부등켜 안고, 펄쩍펄쩍 뛰며 기뻐하였다. 둘 다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그 날부로 도형의 큰 사진이 고시원 외벽에 걸렸다. 주인은 자기 고시원이 명당자리라고 자랑하고 다녔고, 꼬질꼬질해서 별로 인기가 없던 희망고시원은 소문을 들고 온 고시생들로 번성하여져 갔다.
영석은 큰 감동과 충격을 받았다.
1년 만에 고려대, 2년 만에 서울대 법대라..
엉덩이가 가벼웠던 그도 큰 희망이 생겨났다. 난 들 못하랴 용기가 백배 하였다. 드디어 진득히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기 시작하였다.
사실 영석도 나쁜 머리가 아니었다. 그가 나온 정읍중학교는 3개군에서는 제일 좋은 중학교였다. 그러니까 초등학교를 다닐 때는 공부를 제법 잘 하였다는 것이다. 중학교부터 공부와 담을 쌓는 바람에 정읍 고등학교 상과에 간신히 진학한 것이다.
그러나 대학을 들어가라고 하는 부모님들의 성화와, 실제 취업하기엔 부족했던 실력 때문에 할 수없이 고시원까지 흘러 들어오게 된 것이다.
영석은 무섭게 공부하기 시작했다. 기초가 전혀 없던 그는 영어, 수학 다 새판잡이였다. 기초부터 파기 시작했다. 헌책방에 가서 중학교 전과를 사왔다. 읽고 또 읽고 이해될 때까지 반복하고 내것으로 만들었다.
공부하다 막히면 도형에게 물었고 도형은 친절하게 잘 가르쳐 주었다.
어느새 도형은 희망고시원 재수생들에게는 전설이요,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 있었다.
도형은 서울대에 합격한 후 입학과 더불어 고시원을 떠났고, 영석은 공부에 재미를 붙여 나갔다.
한 참 열공하고 있던 어느 날. 또 하나의 상 농땡이 하나가 또 희망 고시원의 문을 기웃거렸다.
주인 영감은 신이나 자기 고시원을 떠들썩하게 자랑하였다. 늘 그 자랑에는 도형의 이야기가 빠질 순 없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지 못한 재수생 모세는 아버지가 목사님이었다.
김 모세. 모세의 아버지는 아예 이름부터 구약성경의 유명한 인물의 이름을 따 이름 지었다.
하나님이 모세같은 아들을 주신다고 음성을 들었다나..
모세의 아버지는 기독교 3대라는 사상에 빠져있는 사람이었다. 즉 3대에 걸쳐 신앙생활을 잘하면 큰 복을 받고, 또 3대에 걸쳐 목사집안이 되면 큰 목사가 나온다는 것이다.
또 고교를 졸업하고 바로 신학교에 들어가지 말고 30살 까지는 하고싶은 일을 하다가 30세가 되면 모든것을 중지하고 신학교를 가서 목사가 되라고 아들에게 어렸을 때 부터 가르치고 주입 시켰다.
말을 알아듣기 시작할 때 부터 목사가 되라는 이야기를 귀따갑게 들었던 모세는 인성이 착했지만 공부를 열심히 하지는 않았다. 그저 친구들과 어울리고 노는 것을 좋아했다. 늘 모세의 주위에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렇게 속절없이 놀다가 중ᆞ고시절을 그냥 보내고 결국 고시원까지 흘러 들어온 것이다.
모세는 영석의 옆방에 들었다. 바로 도형이 있었던 그 방이었다. 식사때마다 자연스럽게 영석을 만나게 되었고, 그 전설같은 자기 방의 전 주인 도형의 이야기를 전 해 들었다.
"모세야, 공부하기 싫지? 형도 마찬가지야. 기초도 안되어 있고, 앞이 막막하다 야.
그런데 말이야. 나는 도형이 형이 해준 말이 힘이 되. 그 형이 가정이 어려워서 아르바이트를 이것저것 안해본 것이 없데. 그래서 한 번은 목재소에서 잡일을 하게 되었는데 말야. 나무를 쌓고 정리하는거 였데. 부산에서 나무가 큰 추럭으로 올라와 풀어 놓으면 목재소 마당에 큰 산처럼 쌓였데. 그걸 도형이 형 혼자서 정리를 해야했는데 처음엔 엄두가 나질 않더라는 거야. 그 때 개미를 생각했데. 개미가 개미집을 지을 때 모래 하나씩 파서 계속 물어 날리다 보면 어느 덧 큰 지하 몇 층의 개미굴이 만들어지듯, 목재를 하나씩, 하나씩 어깨에 메고 나르다 보면 어느새 산더미 같은 나무가 다 정리되어 있더라는 거야. 그 경험 이후로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라도 차근차근 조금씩 하다보면 다 되더라는 거지.
영어도 그 형은 매일 단어장을 만들어 가지고 그저 몆개씩 외웠데. 그러다가 교도관이 되어서 재판정에서까지 영어 단어를 외우다 검사한테 뺨까지 맞고, 사표낸 후 여기와서 서울대 법대를 들어간거지, 바로 네 방이다. 207호실. 거기서 공부하여 들어간것 아니냐.
너에겐 도형이 형의 기운이 흘러가고 있는거야.
야, 한 번 해보는 거야. 모세야, 우리 한번 해보자 아자!"
"그러니까 개미에게 배웠네요."
"그렇지, 개미가 스승이었던거지."
입담이 좋은 영석의 말에 모세는 큰 감동을 받은 눈치였다.
둘은 그렇게 거기 좁은 고시원의 작고 꾀죄죄한 방에서 늦깎이 인생의 도전을 시작하였다.
어느덧 시간은 또 흘러, 영석도 드디에 일을 내버렸다. 고시원에 들어온지 정확히 2년 만에 대학을 덜컥 합격하여 버린것이다.
한양대 물리학과 였다.
희망고시원에 잔치가 벌어졌다.
영석의 대학 합격 축하 파티였다.
오늘은 특별한 손님도 왔다.
바로 그들의 우상 도형이었다.
도형은 사법고시 준비중에 바빴지만 특별히 시간을 내어 온 것이다.
희망고시원이 떠들석 했다. 영석 뿐이 아니라 여러 고시원생들이 좋은 대학에 합격하였다.
원장은 신이 났는지 연방 절뚝거리며, 막걸리와 음식을 권하기도 하고 자기 고시원을 자랑하기 바빴다.
요란한 박수소리와 함께 이제 전설이 되어버린 도형에게 모두가 한 말씀을 부탁하였다.
"후배 여러분 공부하기 힘들지요.내가 여러분 마음 잘 압니다. 좁은 고시원 방에서 청춘도 잊고 목숨걸고 열공하는 여러분들께 내가 특별히 할 말이 뭐가 있겠습니까. 다만 내가 힘들 때 이겨낸 깨달음을 몆가지 소개하겠습니다.
나는 나의 뺨을 재판정에서 후려친 그 검사에게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때 너무나 창피하였고 죽고싶을 정도로 큰 상처를 받았지만, 역으로 그 사건이 사나이 이 가슴에 불을 붙여주었읍니다.
내, 반드시 판사가 되어 약하고 억울한 자들을 도와주리라. 이 서러움을 성공으로 풀리라..
........
그리고 여러분, 공부는 즐기세요. 공부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연구한다고 생각하세요.그러면 즐거워 집니다.
어느 날 영어 단어를 외우는데 참으로 지겹더군요.
그래서 영어 단어를 뚫어지게 노려보는데 갑자기 영어단어가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원리들이 보이더군요.
영어의 B가 여자의 유방으로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얼른 사전에 '가슴, 유방'을 찾아보니
b로 시작하는 거예요.
breast ,bosom ,bust. 그러고보니 B는 어떤 저장소라는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잡동사니를 담는 bag.전기를 담는 battery.공기를 담는 balloon. 돈을 담는 bank.
그 날 이후로 나는 공부가 즐거워졌어요.
어느날 바다의 파도를 보다가 또 깨달았읍니다.
바닷가에서 파도를 보며 파도의 파장을 두 번 잘라보니 영어알파벳 W와 M이 나오고, Wave, Move가 떠오르더군요. W는 파도 모양이고 계속 움직이잖아요.
이해가 안되는 것은 보고 또 보는 겁니다. 책을 씹어먹는 다는 마음으로 하는 겁니다. 영어 단어를 씹어 먹는 겁니다. 수학도 사실 암기입니다. 공식을 매일 써보며 씹어 먹는 겁니다.
힘들 땐 상상하였습니다. 내가 판사가 되어 법정에 떡하니 앉아 악한자들은 벌주고, 불쌍한 약자들에겐 힘을 주고 악랄한 변호사들은 혼을 내주는 상상을 하였니다. 그러면 어디선가 새로운 힘이 나와 또 자리에 앉아 다시 책을 펴들게 하였습니다.
......"
도형의 재미있고 감동어린 일장연설에 모두가 숨을 죽이고 들었다.몇몇은 침을 꼴깍 꼴깍 삼키며 빠져들었다. 연설이 끝나자마자 우뢰와 같은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인생이 자신의 동기들보다 쳐져있다고 생각하는 열등감을 가진 늦깍이들의 가슴 가슴마다엔 희망의 무지개가 뭉실 뭉실 피어올랐다.
주인 영감도 흥분하여 외쳤다.
"우리 희망고시원은 늦깍이들의 희망 공장이여. 여기 들어오면 소망이 생기는 거여.."
영석은 그 후 곧 고시원에서 퇴촌하였다.
한앙대 물리학과에 진학하였다.
모세는 그 날 도형의 감동적인 격려와 연설에 큰 감동을 받았다.
"공부하지 말고, 연구하라. ."
"책을 씹어 먹어라."
"뭐든 노력하면 노력한 만큼 얻는다.."
"힘들 땐 10년 뒤의 자신을 상상해보라."
어느 날 주인 영감이 또 절뚝거리며 시끄러웠다.
참말로 희망고시원에 큰 경사가 나 버린 것이다.
도형이 드디어 사법고시에 합격하였다.
희망고시원 외벽엔 또 다시 축, 사법고시 합격 이 도형 이라는 현수막이 크게 걸렸고, 조촐한 축하파티가 열렸다. 도형이 오진 못했지만 그를 잘 알고 있는 고시원의 늦깎이들은 내일 인것 마냥 기뻐하고 축하 하였다.
모세도 심기일전하여 공부에 매진하였다. 그 많던 잠도 줄이고,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모르는 것은 반복 또 반복하며 어느새 자신의 우상이 되어버린 도형과 영석의 뒤를 따라갔다.
그러던 수년 후 어느 날,
희망고시원은 또 한번의 놀라운 소식으로 들썩거렸다. 김 모세가 서울대 의대에 합격하여 버린것이다. 고시원에 입촌한지 3년만의 일이었다. 모세는 의사가 되어 가난한 자들에게 슈바이처처럼 선교하는 목사겸 의사가 되기로 결심하였다.
고시원은 마치 기차 정거장과 같은 곳이었다. 들어오고 나가고..
모세가 고시원에서 퇴촌 하던 날, 모든 희망고시원 가족들이 다 모였다. 떠들썩한 가운데 원장은 변함없이 두 박자로 절뚝거렸고, 파티가 끝나자 모두가 아쉬움반, 축하 반의 심정으로 모세를 송별하였다.
그리고 그 날 도형, 영석, 모세가 주축이 되어 중요한 결의를 하였다.
/매년 새 해 1월 1일을 "늦깎이의 날"로 정한다. 어디에 있던지 가능하면 희망고시원에 모이기로 모두가 약속 한다./ 였다.
그 후로도 계속해서 늦깎이들은 대학에 합격하였고, 사회에 진출하여 큰 일꾼들이 되었다.
가끔 선물을 한아름 안고오는 선배들의 훈훈한 격려 방문들도 이어졌다.
판사가 된 도형은 매년 라면을 차로 싣고 왔고, 전자회사에 과장이 된 영석은 삼겹살을 푸짐하게 사와 파티를 벌였다. 모세는 초콜릿을 푸짐하게 사와 공부하다 지친 늦깎이들에게 달콤한 간식을 제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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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작지않은 세월이 흘렀다.
희망고시원을 들어와 오른편 벽 게시판을 보면 빛 바랜 신문 기사가 몇 장 오려져 붙어있다.
-이도형 부장판사..뇌물받은 검사출신 국회의원에게 법정 최고형 선고..-
-서영석 물리학 박사....40프로 이상 최고의 효율을 내는 태양열 전지 세계최초로 개발. .-
-목사안수 받자마자 아프리카로 선교 떠나는 서울대 의대 외과 전문의 김모세..-
추운 겨울 어느 늦깎이의 날, 노량진에 있는 희망고시원은 모처럼 흩어져 있던 선 후배가 모여 떠들석하다.
이 때 빛 바랜 청바지를 입고 가방을 어깨에 멘,
척 보기에도 재수생같이 보이는 학생 하나가 외벽이 수많은 사진으로 도배가 된 고시원의 문을 열고 들어 온다. 그리고 다짜고짜 주인에게 묻는다.
"여기 혹시 207호나 208호실 입실 할 수 있나요?"
-끝-
이 소설의 반은 실화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수십년만에 만난 동창녀석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옜날의 농땡이가 아니었습니다.
누구든지 어떤 놀라운 만남과 계기가 주어진다면 혁명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그 친구가 보여주었습니다. 이 소설은 이 땅위에 모든 늦깍이들에 바칩니다. 필자도 늦게 공부해서 독학으로 50대 중반에 영어 통역을 하게 되었고, 모두 다섯개 분야의 전문 세미나 강사가 되었습니다.
그 중의 영어 세미나는 기적의영어 달달달 세미나 였고, 지금은 기적의술술영어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제가 독학으로 깨달은 영어 비법을 늦기전에 나눠드리기 위해
기적의술술영어 라는 밴드를 만들어 조금씩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땅위의 늣깍이들이여 그대들은 할 수 있습니다.
아자!
첫댓글 사회에 진출하는 큰 일꾼들....
늦깍기들의 희망공장~!!!
실감 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