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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내내 쌓인 눈이 녹고 얼어붙었던 강물도 녹아 다시 흘러가기 시작할 때 백초당은 그 어느 때보다도 떠들썩하게 변해 있었다.
바로 내일이면 백초당에서 혼례식이 거행되는 것이다. 방수련은 자신이 직접 만든 결혼식 예복을 남편이 될 정옥에게 입혀 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리고 사방에서 밀려드는 축하객과 함께 산처럼 쌓여드는 축하선물을 처리하는 일로만으로도 하루를 분주하게 보내야만 했다.
올해 초부터 백초당의 일을 하나씩 맡아서 처리하고 있는 신기서생 역시 죽을 맛이었다. 한가지 일을 해결해 보이자 그때부터 하나씩 그가 맡는 일거리가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신기서생 정옥은 아름아운 아내와 권력도 좋지만 단 한시간만이라도 마음 편히 쉬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옆에 산처럼 쌓여 있는 서류더미를 불만이 가득한 눈으로 째려보고 있던 정옥의 귀에 백초당의 호위 대장이라는 천궁 옥형진의 늙어서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새신랑이 여기서 뭐해? 자네를 보려고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바빠요. 내일 혼례식 때 보라고 하지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바쁘게 서류를 정리하면서 정옥이 말했다.
'난 이곳에 신랑으로 온 것인가, 머슴으로 온 것인가? 죽갔구나----."
속으로 그렇게 비명을 내지르면서 정옥은 연신 서류를 뒤적이기에 정신없고, 그런 정옥을 측은한 눈으로 바라보던 천궁은 몸을 뒤로 돌렸다. 문 앞에 서 있던 몇 몇 사람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던 천궁은 그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보시다시피 상황이 이렇습니다. 나중에 따로 자리를 마련해서 이야기를 나누어야 될 듯 싶습니다."
천궁은 그들을 향해 정중하게 말했다.
"괜찮소. 청방의 자금 관리를 맡을 자가 성실하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그것만으로도 만족이오."
신기서생 정옥이 서류더미에 코를 박고 정신없이 일하는 광경을 방문 너머로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 중의 하나가 잔잔한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이럴게 아니라 일단 쉴 장소로 자리를 옮기지요. 술과 음식을 준비해 놓았으니 일단 그곳으로 가시지요."
"일단 옥 대협의 말씀대로 그곳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 좋겠군요."
거기 모여 있던 다섯 사람 중 눈처럼 하얀 백포에 하얀 수염이 가슴까지 드리워진 탈속해 보이는 노인이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말하자, 나머지 네 사람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천궁은 자신이 상대하는 다섯 명의 노인을 시종 정중하게 대하고 있었다. 이들이야말로 청방의 숨은 힘이었다. 명(明)이 망하고 청(淸)이 들어서면서 모습을 감춘 오대세가의 가주들이 직접 백초당으로 찾아 올 줄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그렇게 다음날 벌어질 혼인식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는 백초당은 모두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한 장소만은 아니었다.
몰려드는 손님을 상대해야할 방종구는 침상 위에 누워 기침과 각혈을 하며, 깨어나고 혼절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쿨럭 쿨럭---, 내일 수련이의 혼인식이 끝날 때까지는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 할 텐데----. 크헉--."
침상 옆을 지키고 있는 양려군은 피를 토하고 있는 방종구의 입가에 수건을 갖다대고 피를 닦아주면서 말했다.
"모든 게 잘 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오라버니의 일은 이제 모두 정옥에게 떠넘긴 상태이니 이제 살아날 방법만 찾으면 되요."
"쿨럭 쿨럭, 그들이 정옥을 청방의 방주로 인정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소. 내가 가서 그들을 상대해야 하는데---."
"걱정하지 마시고 쉬세요, 종구 오라버니. 그분들은 천궁 옥 대협이 직접 모시고 있습니다."
죽어 가는 연인을 지켜보고 있어야만 하는 양려군은 눈물이 솟구치고 있었지만 슬퍼하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그녀의 얼굴은 애써 미소짓고 있지만 그 미소는 너무나 슬픈 것이었다.
"미안하오----."
방종구는 양려군의 슬픈 미소를 바라보며 그 말을 꺼내고는 그대로 깊이 잠들었다. 양려군은 방종구의 손을 붙잡고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밤이 깊어가고 다음날 새벽이 되어도 잠들어 있는 방종구는 다시 깨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지만 그녀는 밖에 나가 사람들에게 방종구에 대한 이야기를 할 생각이 없었다.
소구는 자신의 방이 내려다보이는 나무 위에 숨어서 울상을 짓고 있었다.
"이런 제기랄---, 내 방을 놔두고 나무 위에 숨어서--. 도대체 이게 무슨 꼴이냐--?"
자신의 방에 버티고 있는 차가운 두 여자가 무서워서 소구는 방으로 들어갈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그녀들은 적이 아니었다. 어머니가 자신에게 준 하녀들이었고 첩이었다. 세상에 어머니가 남겨준 유일한 선물인 그녀들을 해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그녀들 또한 소구를 적대하는 일은 없었다. 예전과 똑같이 그녀들은 소구의 시중을 들어주고 있을 뿐이었지만 소구는 그녀들의 시중을 절대로 받고 싶지 않았다. 음식을 가져오면 꽁꽁 얼어붙어 버리고, 옷을 가져다주면 살얼음이 붙어 있었다. 어릴 때는 소구의 뜨거운 몸을 식혀주는 역할을 해주던 그녀들이었지만, 지금은 소구의 몸은 더 이상 뜨겁지 않았고 그녀들의 몸은 너무나 차가웠다.
"에휴, 남들은 모두가 푸짐한 상 앞에 앉아서 잔치를 벌이고 있는데---, 나 혼자 이게 웬 궁상이냐---?"
땅이 꺼져라 탄식을 토해내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있는 소구였다.
잔치가 벌어지는 백초당이었다. 사방에서 풍겨 나오는 음식냄새와 술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지만 소구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없었다. 두 누나는 무엇을 준비하는지 자신들의 방으로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있었고, 형도 양려군이라는 여자와 둘만 있겠다며 자신의 거처로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자신의 방을 놔두고 다른 사람의 거처로 움직일 수도 없었다. 자신이 다른 곳으로 움직이면 두 하녀도 따라서 움직였다. 곁에 있는 사람들을 얼어붙게 만드는 한기를 뿜어대는 얼음 덩어리들을 대리고 다른 곳으로 움직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누나의 잔치를 망칠 생각이 없는 한 자신이 두 하녀가 다른 곳으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감시해야 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소구는 다시 자신의 방으로 시선을 던졌다.
소구의 두 하녀가 창문 밖으로 고개를 길게 내빼고 나무 위에 앉아 있는 자신을 바라보는 광경이 보였다. 몸이 차가워진 것처럼 마음도 얼어붙었는지 무표정한 얼굴로 창밖에 고개를 내밀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하녀들이었다.
'저년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으니---, 난 제대로 된 식사와 편안한 침실 하나면 만족이야. 왜 그것조차 가질 수 없는 거야?!'
멀거니 하녀들을 바라보며 소구가 그렇게 속으로 자신의 두 하녀를 욕하고 있을 때, 무표정한 얼굴로 나무 위에 앉아 있는 소구를 바라보는 하녀들 역시 속으로 소구를 욕하고 있었다.
'악마 같은 놈, 누구 때문에 우리가 다른 사람과 같이 있을 수 없는 몸이 되었는데---. 단지 우리와 잠을 자 주기만 하면 우리도 정상적인 사람이 되어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살수 있는데---, 그걸 안해주다니---.'
'으--, 지독한 소구 도련님. 하룻밤만 회생해주면 되는데 그게 싫다고 벌써 며칠째야? 나무 위에서 잠을 자는 한이 있어도 우리와는 자려고 들지 않으니---. 정말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소구 도련님은 악마 같아!'
두 하녀의 마음속에서도 끊임없이 소구를 욕하고 말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나무 위에 앉아 있는 소구와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두 하녀는 서로를 말없이 바라보는 가운데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백초당의 마당 한 가운데는 사람들로 와글와글하고 시간은 혼인식을 치르기로 한 정오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천하제일미녀라 알려진 방수련의 모습과 무림과 상계의 새로운 실력자가 될 신기서생의 모습을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도 많았지만 백초당의 방씨 형제의 모습을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도 많았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백초당과 청방을 경영하는 방종구의 모습을 보려고 몰려든 사람들도 많았다. 천하에서 가장 신비로운 인물 중의 하나가 바로 방종구였다. 운룡회의 여섯 마리 숨은 용과 함께 방종구 또한 세인들의 눈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렇게 백초당의 형제들에 대한 소문은 많이 떠돌고 있었지만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기에, 혼인식을 통해 백초당의 방씨 형제들을 보려고 몰려든 사람들도 상당히 많았던 것이다.
식이 거행될 시간은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혼사를 치를 양쪽 가족들이 앉아 있어야 할 자리에 앉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혼인식이 치루어질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소구는 초조한 얼굴로 하녀들을 바라보았다.
'쟤들이 내 말을 들어줄까?'
의문이었지만 소구는 두고두고 누이의 원망을 듣지 않으려면 늦지 않게 식장에 가 있어야 했다. 몸의 거동이 불편한 형은 혼인식에 나가지 못한다고 미리 말을 해 놓은 상태였다.
흘낏 중천에 떠올라 있는 해를 바라보던 소구는 나무에서 풀쩍 뛰어내려 자신의 방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두 하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소구를 바라보았다.
"너희들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지?"
두 하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너희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기를 견딜 수 있어도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못해. 특히나 무공이 없는 사람들도 지금은 백초당에 많이 와 있어. 그런 사람들은 너희들의 한기를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얼어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
두 하녀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제 혼인식장으로 가 봐야된다. 형도 못 나오고 있는데 나마저 그곳을 빠질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니? 너희들이 사람을 죽일 생각이 아니라면 이곳에서 움직이지 말아다오."
두 하녀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그녀들은 자신들이 누군가를 죽인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개봉에 있는 백초당에 도착하고 나서야 그녀들은 마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소구는 일 때문에 밖으로 나가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병들어 몸이 허약해진 방종구의 곁에는 얼씬도 할 수 없었다. 그녀들이 북해에 갇혀 있는 동안 백초당에는 불행한 일이 연달아 벌어졌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녀들이었다. 소구가 실종되었었고 주인나리와 마님이 살해되고, 또 오늘 혼인식을 거행하는 수련 아씨도 실종되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상태였다. 게다가 항상 죽음을 곁에 끼고 살고 있는 방종구의 모습을 먼발치에서나마 볼 수 있었던 그녀들이었다. 슬픈 일만 연달아 벌어졌던 백초당에 처음으로 기쁜 일이 벌어지고 있는 날이었다. 그녀들은 오늘의 좋은 일을 방해할 생각이 없었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같은 생각이라는 것을 깨달은 취하와 취앵은 다시 고개를 돌려 소구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소구의 얼굴 위로 안도의 미소가 떠올랐다.
"미안하다. 너희들도 수련 누나의 혼인식을 보고 싶을 터인데---."
말을 하면서 방소구의 몸은 그 자리에서 흐릿하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멀리서 '신랑 입장이오!' 하는 외침이 들려오고 있었다.
꺼지듯이 그 자리에서 소구는 사라지고 빈자리를 보고 있던 두 여자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지붕 위에서라도 혼인식을 보자.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자리로는 갈 수 없지만---, 멀리서 구경이라도 할 수 있을 거야."
취하가 그렇게 말하고 취앵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들이 몸에서 흘러나오는 한기를 최대한 몸 안으로 갈무리한다고 해도 보통 사람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추워서 온 몸을 덜덜 떤다는 것을 그녀들도 알고 있었기에 사람들과 같은 자리에 앉아서 혼인식을 구경할 수는 없었다.
오늘만큼은 외인이 함부로 접근할 수 없었던 백초당 안으로 많은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었고 마당의 한 구석에는 거지들을 위해서도 상이 따로 준비되어 있는 상태였다.
남루한 옷차림에 거지들이 옹기종기 모여 술과 음식을 먹고 있는 구석진 자리에서도 더욱 구석진 곳에 앉아서 음식을 먹고 있는 한 거지는 가만히 한 손을 품안에 넣고 그것을 쓰다듬었다. 개봉에 도착해보니 이곳 백초당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 상태였다. 사람이 있으면 빛을 발한다는 유리조각의 빛이 백초당으로 오면서 더욱 밝아지고 있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람들이 잔뜩 몰려들어 있는 이곳에서 누구인지 가려내는 일은 힘들었지만, 하여튼 이곳에 찾는 사람이 있는 것만은 분명했기에 거지로 분장해서 이곳에 잠입한 그였다.
마교의 제자 중에서도 가장 무공이 뛰어난 암흑천사라 불리는 열 넷의 제자가 흑목애를 떠나 세상에 흩어진 상태였다. 백년 이전에 교를 떠난 성녀의 환생을 찾아 헤매는 길고 긴 여정이 그들에게 시작된 것이다. 성녀의 환생을 알아볼 수 있는 물건도 사라졌기에 찾을 시도조차 못한 마교였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성녀의 영혼을 만나면 반응하는 한 조각의 붉은 유리조각이 그들을 인도하고 있었다.
'도대체 누굴까?'
너무 많은 여자들이 오가고 있었다. 그들 중에 분명히 환생한 성녀가 있을 테지만 찾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노소를 불문하고 백초당 안에 있는 모든 여자들의 얼굴을 기억하는 일 또한 불가능했다.
성대한 혼인식이 시작되고 맞절을 올리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뒤에 앉아있는 방소구와 방화련의 모습을 발견한 그는 급히 고개를 숙였다. 혼인식이 치르어 지는 동안에도 천하제일의 고수라 소문난 방소구의 눈은 사방을 끊임없이 살펴보고 있었다. 이 혼인식을 방해하는 일은 어떤 것도 용납할 수 없다는 그런 눈빛이었고, 그 마교의 제자는 자신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마기(魔氣)를 간수하기 위해 더욱 노력했다. 저자에게 들키는 날이면 사람을 찾는 일은 고사하고 죽음을 겪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곳 백초당은 그에게 있어서 적의 땅이었기에---.
조상님과 하늘과 땅에 혼인했음을 고하는 의식이 모두 끝나고 이제 피로연의 차례가 되었을 때 사람들 중의 누군가가 소리쳤다.
"전에 듣기로 방씨 집안의 자매들 중 둘째는 춤을 잘 추고, 셋째는 악기를 잘 연주한다 들었소! 오늘 같이 기쁜 날 소리와 춤이 빠질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오!"
누군가의 그 외침에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음악을 연주하시오!"
"춤을 보여주시오!"
하는 그런 외침이 사방에서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앉아 있던 방화련은 마당 한 가운데 혼인식을 위해 만들어 놓았던 단상 위에 서 있는 동생 방수련을 바라보았다. 얼굴을 가리고 있는 동생 수련이의 고개가 끄덕여지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는 생각했다. 이곳에 동생의 혼인을 축하해 주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은 함께 생사의 고비를 넘겨가며 운룡회의 홍방과 싸워온 동료들이었다. 그들에게 자신의 춤을 보여주는 일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에 그녀 방화련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단상에 혼인식을 위해 놓여졌던 상은 치워지고 그 위에는 방씨 자매만이 서 있게 되었다.
정옥은 이제 처남이 된 방소구의 곁에 서서 단상을 올려다보았다.
"처남, 수련의 연주가 그리도 아름다운가?"
방소구는 옆으로 시선을 돌려 이제 매형이 되어버린 정옥을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기분이 좋을 때만입니다. 평소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은 소리를 만들어내는 악취미가 있어요."
그러다 소구의 입에서 툭 나온 말은 정옥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수련 누나와 살다보면 알게 될 겁니다."
그 말을 끝으로 소구는 고개를 돌려 단상만 바라보았다.
앉아 있는 수련 누나의 무릎 위에 올려 있는 은은히 붉은 빛이 감도는 저 금을 가리켜 백초당 사람들 모두가 마금(魔琴)이라 부르며 무서워한다는 것을 미리 알려줄 필요는 없었다.
첫댓글 즐감하고 감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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