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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장 노승의 정체 허창. 허창은 하남성 중앙에 있는 도시이다. 진 시대에는 허현으로 불렸고, 후한 말기에는 일시 국도를 두었던 일도 있었다. 삼경이 가까워질 무렵. 사방은 쥐죽은듯 고요하고 검푸른 밤하늘에 뜬 별과 달이 세상을 환 하게 내리비추고 있었다. 허창 서쪽으로 칠 리 되는 지점에 하나의 허름한 화신묘가 있었다. 평소에도 인적이 별로 없는 화신묘는 몸이 으스스 떨릴 정도로 차가 운 밤공기 속에 사람의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때 돌연 인영 하나가 수림 속에서 화신묘로 비호처럼 날아왔다. 그는 허리가 구부정한 꼽추노인이었다. 꼽추노인은 번갯불 같은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화신묘로 다가 가며 입을 열었다. "구 형과 부총호법은 그만 나오시오." 그러자 화신묘 안에서 두 개의 인영이 그림자처럼 나타났다. 그들은 도포를 걸친 중년의 도인들이었는데 그 중 한 도인은 키가 훤 칠했고 유달리 깡말랐다. 게다가 눈빛이 독사의 그것처럼 차갑고도 예리했는데 등뒤에는 기형의 장검을 매고 있었다. 장검은 폭이 손가락 두 개를 합친 것만큼 가느다랬고, 붉은 수실이 매달려 있어 섬뜩한 느낌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그가 바로 태허관주로 변장해 있던 회서방의 온일호, 독검 구소양이 었다. 구소양의 독검은 사십 년 전의 쌍마쌍성 중 백의성검 화진천을 제외하고는 가장 가공스런 마검으로 알려져 있었다. 구소양과 동행한 중년도인은 음양공자 음적양의 변신이었다. 음적양은 꼽추노인을 보자 급히 물었다. "황 노인, 총단으로 들어오라는 허가가 떨어졌소?" 꼽추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곧 나를 따라 총단으로 갑시다." 꼽추노인은 회서방에서 순찰의 지위를 맡고 있는 팔호 온서 타 배귀옹 황일시였다. 한데 그들이 막 발길을 돌리려는 찰나, "아하하하……" 어디선가 냉랭한 웃음 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렸다. 어둠 속에서 언제부터인지 하나의 인영이 달빛을 받으며 우뚝 서 있 었다. 그는 냉막한 인상의 청의중년인이었는데 등에 보도를 매고 있었다. "나는 이미 오래 전부터 세 분을 기다렸으니 세 분은 잠시 걸음을 멈 추시오." 청의중년인은 싸늘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음적양은 청의중년인을 보자 깜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앗? 무영신룡단혼도……!" 무영신룡단혼도라는 말에 구소양과 황일시도 대경 실색하여 청의중년 인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사실 당금 무림에서 무영신룡단혼도라는 이름은 외경과 신비 그리고 공포의 상징과도 같았다. 아무도 정체를 모른 채, 신비하기 짝이 없는 도법으로 강호의 거마들을 짚단처럼 베어 버리는 무영신룡단혼도의 명성은 과거 쌍마쌍성에 조금도 뒤지 지 않는 것이었다. 구소양은 폭사 같은 안광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무영신룡단혼도를 노 려보다가 불쑥 입을 열었다. "우리는 귀하와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어째서 우리를 불러 세운 거 요?" 무영신룡단혼도는 껄껄 읏었다. "하하…… 세 분은 회서방에서도 당당한 지위에 있는 분들인데 어찌 그런 말을 하시오?" 구소양은 안색이 조금 굳어졌다. "회서방이라니…… 혹시 귀하가 사람을 잘못 본 게 아니오?" "구소양 과거의 천하제일마검답지 않구려. 이런 상황에서 꼬리를 빼 려 하다니……" 그 말을 듣자 구소양은 상대가 이미 자신들의 정체를 환히 꿰뚫어보 고 있음을 직감하고 마음속에서 불 같은 살심이 끓어올랐다. '이자가 우리의 정체를 알면서도 나타난 것을 보면 필시 만반의 준비 를 한 것이 분명하다.' 바로 그때 황일시가 대갈일성을 터뜨리며 쌍장을 밀어 냈다. "무영신룡단혼도인지 개지렁이인지 모르지만 어디서 큰소리냐?" 콰릉! 한 줄기 광풍이 무영신룡단혼도 앞으로 쇄도해 왔다. "흥!" 무영신룡단혼도는 냉랭히 코웃음치며 기쾌무비한 동작으로 태극혼원 신공을 끌어올려 우장을 번개처럼 내밀었다. 황! "크악!" 요란한 폭음과 함께 어이없게도 황일시는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심맥 이 파열되어 피를 토하고 쓰러졌다 오공에서 검붉은 선혈이 마구 뿜 어져 나오고 등 부분의 살점이 손바닥만큼이나 떨어져 나가 처참하기 그지없는 형상이었다. 황일시는 수십 년 동안 막강한 타배신공으로 흥명을 떨치 던 거마인데 상대의 일격을 감당하지 못해 비명 횡사를 하고 만 것이 다. 이것을 본 구소양과 음적양은 안색이 대변해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 다. '이놈의 장력이 이토록 무섭다니…… 그렇다떨 도법은 또 얼마나 뛰 어나겠는가?' 두 사람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시선을 교환했다. 돌연 구소양은 등뒤에 매고 있던 기형검을 뽑아 들며 무영신룡단혼도 를 향해 덮쳐 들었다. 동시에 음적양 또한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음양수의 공력을 끌어올 려 덤벼들었다. 파파파파…… 좌르르르릉! 두 절대고수의 합공에는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위력이 담겨 있어 주위 가 온통 지진을 만난 듯 마구 뒤흔들렸다. 무영신룡단혼도는 감히 태만하지 못하고 번개처럼 천룡보도를 뽑아 들고 맞서 갔다. 팟! 팟! 팟! 천애도 특유의 빗살 같은 도기가 일어나며 구소양과 음적양의 공세를 뚫고 폭사되었다. 구소양은 흠칫 놀라 자신이 무림을 종횡할 때 사용했던 칠혈마검 의 절초들을 연거푸 전개해 냈다. 음적양의 상황은 더욱 다급했다. 그는 무영신룡단혼도가 자신의 음양 수 장공 속을 유유히 휘집고 들어오자 겁도 나고 다급하기도 했다. 원래 음양수 장공 속에는 기이한 열기와 한기가 내포되어 있어 아무 리 공력이 높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열기와 한기를 견며 낼 수가 없는 것이다 음적양보다 무공이 훨씬 고강한 패권 혁련후가 그에게 패퇴하고 만 것도 음양수의 기이한 위력을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 다. 그런데 무영신룡단혼도는 음양수의 그러한 위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무풍지대를 누비는 것처럼 태연히 뚫고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대체 왜 유독 이놈에게만은 내 음양수가 제 위력을 나타내지 못하는 것일까?' 음적양은 할수 없이 음양수와 삼양신지, 삼음마인의 삼대절초를 번갈 아 가며 사용하여 간신히 무영신룡단혼도의 도세를 막아 갔다. 파파파파파…… 휘휙! 휙! 장내는 그야말로 검풍과 도기, 장영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아무것 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눈 깜박할 새 반 시진이 지났다. 그들의 격전은그야말로 점입가경에 접어들어 누구도 승부 를 예측할 수가 없었다. 이 무렵 수림 밖에선 두 쌍의 예리한 시선이 이들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다름 아닌 악궁과 여풍운이었다. 여풍운이 나직하게 입을 떼었다. "아무래도 불안하군. 자네는 나보다 관찰력이 뛰어나니 저들 중 누가 패하리라는 걸 벌써 판단하고 있겠지?" 악궁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별로 그렇지도 못하네. 그들의 신형이 너무 빨리 움직여 나도 제대 로 알아볼 수가 없네. 하지만 강 노제는 당대의 기재인 데다 도법이 입신의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에 패하지는 않을 걸세." 그제서야 여풍운은 무거운 표정을 조금 풀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은 하지만 저런 고수들 간의 싸움에선 순간적인 실 수가 치명적일 수도 있으니…… 왜 강 노제는 그들을 따로따로 놓아 격퇴시키지 않고 한꺼번에 상대하는 걸까?" "그건 음적양의 음양수를 우리 중에서 오직 강 노제만이 받아 낼 수 있기 때문일세. 게다가 구소양의 독검도 강 노제의 보도만이 막을 수 있고…… 어쨌든 우리는 강 노제를 믿고 사태를 지켜보기로 하세." 이때 음적양은 강옥봉이 펼쳐 낸 소리탄차의 일식에 의해 전신이 도 기에 횝싸이게 되었다. 그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지금까지의 공세를 버리고 수세로 급변시켜 전신을 보호했다. 순간, "얍!" 날카로운 고함 소리와 함께 음적양의 위기를 알아차린 구소양이 칠혈 파홍의 검초를 휘두르떠 강옥봉의 뒤통수를 노리고 짓쳐 들었다. 강옥봉은 일부러 등뒤에 허점을 보이며 구소양의 검세 를 무시하고 더욱 사납게 음적양의 전신을 핍박해 갔다. 이것을 본 구소양은 내심 쾌재를 부르며 전력을 다해 강옥봉의 등으 로 덮쳐 들었다. 막 구소양의 독검이 강옥봉의 뒤통수를 꿰뚫으려는 순간, 스으으…… 강옥봉의 신형이 갑자기 연기처럼 흩어지며 구소양의 검세를 빠져 나 가는 것이 아닌가? 그것이야말로 유령보가 최상승의 경지에 도달했을 때 나타나는 유령무영경의 신법이었다. "앗?" 구소양은 대경 실색하여 급히 독검을 회수하려 했으나 이미 그의 독 검은 강옥봉 앞에 있던 음적양의 가슴을 그대로 훌고 지나가고 있었 다. 음적양은 가슴이 후끈거림을 느끼고 짤막한 신음을 토하며 비틀거렸 다. 구소양이 멈칫거릴 때 강옥봉의 천룡보도는 예리한 파공음을 내며 기 이한 각도로 날아들었다. 팟팟! 그 속도와 변화, 각도의 기묘함은 구소양으로서도 일찍이 보지 못했 던 가공스러운 것이었다. 구소양은 사력을 다해 피하려 했으나 이미 늦어 있었다. "으윽!" 그는 가슴과 이마에 섬뜩한 통증을 느끼며 두 눈을 부릅떴다. 그의 양미간과 가슴팍에서 시뻘건 선혈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크으으…… 저, 정말 무서운 도법이구나……!" 구소양은 입을 딱 벌린 채 몸을 휘청거리다가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 러졌다. 음적양은 믿었던 구소양이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쓰러지자 기절초 풍할 듯 놀라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 하나 막 몸을 움직이려는 순 간 가슴에서 뜨거운 기운이 치밀어 오르며 전신의 진력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그제서야 음적양은 자신이 조금 전에 구소양의 독검에 격중되었음을 경각하고 몸을 굳혔다 구소양의 독검에는 기독이 묻어 있어 스치기만 해도 기독이 혈 맥을 타고 전신에 유포되어 죽음을 면치 못하는 무서운 것이었 다. "으으……" 그는 입술이 굳어지고 전신이 부들부들 떨리며 휘청거리고 있었다. 강옥봉은 수중에 천룡보도를 굳게 움켜쥔 채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 다. "으으…… 오, 오지 마라……!" 음적양은 경련을 일으키며 뒤로 물러서려 했으나 이미 상반신이 굳어 버려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었다. 강옥봉은 그를 향해 느릿느릿 천룡보도를 들어올렸다. 음적양의 얼굴은 죽음의 공포와 기독 때문에 새파랗게 변해 있었다. 바로 그 순간, "아미타불……" 어디선가 나직한 불호 소리가 들려 왔다. 강옥봉은 흠칫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언제 나타났는지 그에페서 오 장 떨어진 곳에 잿빛 가사를 걸친 노승 한 명이 불호를 외우며 우뚝 서 있었다. 노승은 무척 야위고 허약한 체격이었는데, 하얗게 센 눈썹에 은빛 수 염이 가슴 앞까지 늘어져 있어 왠지 범접치 못할 위엄을 품고 있었 다. 강옥봉은 노승을 보자 깜짝 놀랐다 그 노승은 다름 아닌, 그에게 태 극혼원신공의 구결을 알려 주고 진원지기까지 선사한 정체 모를 고승 이 아닌가? "노선사님!" 그는 반갑고 기쁜 마음에 크게 소리치며 노승의 앞으로 달려가 넙죽 엎드렸다. 노승은 인자한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보며 입가에 담담한 미소를 머금 었다. "아미타불…… 보도를 보고 소시주가 일전의 그 소년임을 알아보았 네. 그 동안 소시주의 진경이 놀랍도록 정진했으니 이게 모두 불존 의 뜻이 아닌가 하네." 강옥봉은 그 동안 노승의 내력이나 행적을 전혀 듣지 못해 답답해 하 던 참에 이런 곳에서 뜻밖에도 노승을 다시 만나자 감회가 치밀어 올 랐다. "모두 노선사님의 덕분이옵니다. 한데 이곳엔 어인 일이신자……" 노숭의 눈에 어두운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아미타불……" 노승은 나직이 불호를 외며 전신이 굳어진 채 서 있는 음적양을 바라 보았다. "노납은 저 아이 때문에 온 걸세." 강옥봉은 어리등절한 표정이 되었다. "선사께선 음적양을 아십니까?" "아미타불…… 저 아이의 본명은 구앙욱이라네 노납에게는 친손자가 되는 아이지." 노승의 말에 강옥봉은 대경 실색했다. "그게 정말입니까?" 노숭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소시주는 노납이 누구인지 아는가?" 이어 그는 어두운 허공을 응시한 채 긴 탄식을 토해 냈다. "노납의 속세명은 구양청이라고 하네. 들어 본 적이 있는가?" 강옥봉은 침착하기 그지없는 인물이었으나 이때만큼은 자신도 모르게 경악성을 터뜨렸다. "구양청이라면…… 음양신마?" 어찌나 놀랐던지 그의 음성은 격하게 떨리고 있었다. 노숭은 느릿느릿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노납이 바로 사십 년 전에 악명을 떨쳤던 쌍마쌍성 중 음양신 마일세……" 노승의 말은 다음과 같았다. 사십 년 전에 쌍마창성은 그야말로 무림을 거의 독보하다시피 했다. 그 중에서도 음양신마 구양청은 음양수와 삼양신지, 삼음마인의 삼대 절학으로 천하제일마라 불리고 있었다. 이렇게 되자 같은 쌍마 중 하나인 현마 좌불자는 내심 불만을 품게 되었다. 즉, 무림인들이 자신보다 구양청을 더 고강한 고수로 보는 것이 못마 땅했던 것이다. 하나 심기가 깊고 귀계막측한 좌불자는 아무 내색도 하지 않고 확고한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구양청을 의형이라 부 르며 따르는 척했다. 그런던 어느 날. 마침내 좌불자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우연히 구양청이 두가지 절세의 기보를 입수하게 된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두 가지 기보란 우내칠대무학 중의 하나인 천애도의 비밀이 적혀 있 는 족자와, 역시 우내칠대무학 중의 유령보가 있는 유령곡의 지도가 새겨진 하나의 고전이었다. 구양청은 이미 음양수만으로도 천하제일마라 불리고 있는데 거기에 다시 두 가지 개세무학을 익히게 된다면, 천하제일마를 뛰 어넘어 능히 고금제일인에 오를 것은 불을 보듯 뻔한 노 릇이었다. 그래서 좌불자는 은밀히 쌍마쌍성 중의 쌍성인 화의성수 육만루와 백 의성검 화진천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의 짐작대로 평소에 구양청을 두려워하고 있던 두 사람은 구양청이 다시 두 가지 절대기보를 얻었 다는 소식에 이성을 잃고 구양청을 암습했던 것이다. 이때 좌불자도 합세하여 구양청은 세 명의 초강고수에게 합공당한 꼴이 되고 말았다. 구양청의 무공이 아무리 높다 해도 쌍마쌍성 중 세 사람의 합공을 견 딜 수는 없었다. 결국 구양청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필사적으로 그들의 공 세를 뚫고 도주하게 되었다. 그 와중에 그는 두 가지 기보를 자신의 아들인 구양혼에게 넘겨주고 자신은 그들의 추적을 피해 도망치다 만길 벼랑으로 떨어지 게 되었다. 하나 하늘의 도움인가! 구양청은 절벽에서 떨어져 죽기는커녕 그 아래에서 오백 년 전의 신 승 일원대선사의 유진을 얻는 기연을 맞았 다. 일원대선사는 달마선사에 비견되는 일대의 고승이었다. 구양청은 이 절세의 기연에 크게 기뻐하며 복수의 염원에 불타 일원대선사의 무공을 익히는 데 자신의 심혼을 기울였다. 하나 일원대선사의 무공은 불문의 무상심법으로, 정 심하면서도 광명 정대하기 이를 데 없어 심성이 잔인한 그로서는 대성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구양청은 포기하지 않고 전력을 기울여 무공을 익히는 데 일 로 매진했다. 그러기를 이십여 성상…… 마침내 구양청은 자신의 독보적인 음양수와 일원대선사의 무상신공인 일원상상심공을 융합하여 일찍이 무림에 없던 절세의 신공을 창안하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강옥봉에게 전수해 주었던 태극혼원신공인 것이다. 태극이란 본시 음과 양이 합쳐진 것으로, 음양이 뭉쳐 일원 태극을 형성하니 이것이 태극혼원신공의 요체였다. 강옥봉이 유독 음양수의 기이한 위력에 금제당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 은 그가 익힌 태극혼원신공이 음양수의 공력에 기초를 두어 더윽 발 달시킨 것이기 때문이다. 즉, 태극혼원신공은 음양수의 공력을 포괄 하는 더욱 뛰어난 신공이니 어찌 음양수가 그 앞에서 위력을 나타낼 수 있겠는가? 태극혼원신공을 창안한 구양청은 사대개공이 트이고 마음 속에 불타오르던 원한의 불길이 씻은듯이 사라져 절로 불가에 서 말하는 상상지와 요요심을 이루게 되었다. 비로소 그는 복수니 무림의 패권이니 하는 것이 모두 부질없는 것임을 깨닫고 떠돌이 중이 되어 천하를 주유하면서 불심을 전 파하는 데 주력했다. 한편, 그에게서 두 가지 기보를 건네 받고 좌불자와 쌍성을 피해 도 망친 구양혼은 두 가지 기보의 비밀을 풀어 복수하려 했으나 그의 재 질이 미약해서인지 도저히 그 안의 심오한 비밀을 해독할 수가 없었 다. 좌불자는 수하들을 천하에 풀어 그의 행방을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 었다. 그러다가 이십 년이 흐른 후에 구양혼의 행적이 좌불자의 수하들에게 발각되었다. 그 당시 구양혼은 거의 복수를 포기하고 평범한 여인과 혼인하여 아들 하나를 낳고 평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좌불자의 급습을 받고 아내와 아직 핏덩어리인 자식을 빼앗 긴 채 혼자 필사적으로 도주하다가 기련산의 어느 이름 모를 고동 에서 상처가 도져 죽고 말았다. 그 시신을 다시 이십 년이 흐른 후에 복마철장 여풍운이 우연히 발견 하게 되었던 것이다. 좌불자는 구양혼의 아내를 죽이고, 구양혼의 거처에서 입수한 음양수 의 비급을 구양혼의 어린 아들에게 전수시켜 자신의 충복으로 삼았다. 그리하여 구양혼의 아들, 즉 구양청의 손자인 구양욱은 자신의 신세 내력도 모른 채 음적양이란 이름으로 회서방주의 꼭두각시가 되어 활 동하게 된 것이다. 노승, 구양청의 긴 이야기를 들은 강옥봉은 그들 구양일가 의 불행한 과거에 가슬이 크게 무거워졌다. "그렇다면 노선사에서는 제가 천애도의 무공을 익힌 것을 진작부터 알고 계셨군요?" 구양청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시주가 전개하는 것처럼 괴이무쌍한 도법은 천하에서 오직 천애도 밖에 없네, 그래서 자네와 노납이 전생부터 인연이 있음을 알 고 소시주에게 태극혼원신공을 전수해 주었던 것일세." 강옥봉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회서방주는 현마 좌불자이겠군요." "틀림없네, 좌불자는 일찍부터 무림을 정복하겠다는 야심을 가 지고 있었지. 노납을 제거한 후에 회서방을 창립해서 무림을 계패하 려 했던 것일세." 구양청은 온화한 시선으로 강옥봉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 표정이나 눈빛은 친할아버지가 손자를 대하듯 자상하기 그 지없는 것이었다. 누가 지금의 그를 보고 과거에 살인을 밥 먹 듯이 하던 천하제일마임을 짐작할 수 있겠는가? 구양청은 부드러운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소시주가 회서방과 쌍성이 세운 성심장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애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네. 당시의 기보들이 소시주 같은 뛰어난 기재 에게 전해진 것은 모두 무림의 홍복일세. 한 가지 명심 해야 할 것은 좌불자의 무공은 비록 쌍마쌍성 중에서 가장 떨어지는 것이었지만 그의 심계와 지혜는 그들 중 가장 뛰어남을 잊지 말아야 하네. 소시주에게 가장 커다란 적은 컥심장의 쌍성이 아니라 어디에 숨어 있는지 모를 좌불자, 바로 그자일세." 강옥봉은 곰곰이 그의 말을 되씹어 보다가 물었다. "좌불자는 지금 총단에 없습니까?" "그건 아무도 모른다네. 그자는 행적이 기이하고 귀계가 많아 아무리 친한 심복에게도 자신의 속마음을 내비치지 않지. 그자는 그 야말로 구멍을 백 개나 뚫어 놓고 있는 늙은 쥐처럼 상대하기 힘든 인물일세."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에 잠겨 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 말이 그를 찾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르겠군. 그자는 오른쪽 팔이 의수라네." 강옥봉은 조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오른쪽 팔이 의수인 신비의 인물! 그런 사람을 어디 가서 찾는단 말인가? '하지만 그자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것보다는 낫겠군.' 강옥봉은 그렇게 스스로를 위안하며 구양청을 바라보았다. "노선사께선 음적양을 데려가시렵니까?" 구양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이제부터라도 저 아이가 저지른 악행을 정화시 켜 줄 참이네." 강옥봉은 한쪽에 멍하니 서 있는 음적양에게 다가가 품속에서 환약 한 알을 꺼내 입에 넣어 주었다. 그러자 음적양은 굳었던 몸이 풀리며 안색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구양청의 앞으로 달려와 바닥에 엎드렸 다. "할아버지…… 욱아가 할아버지를 뵙니다……!" 그는 비록 몸을 움직일 수 없었으나 귀는 열려 있었기 때문에 구양청 과 강옥봉의 대화를 모두 들었던 것이다. 구양청은 인자한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욱아야, 이 할아비와 함께 가자. 세존의 불심만이 너의 죄악을 껏써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음적양, 아니 구양욱을 부축해 일으키며 강옥봉을 돌아보았다. "소시주, 이제부터 우리 두 조손은 남은 여생을 불존께 바치며 지내겠네 앞으로 두 번 다시 무림에 나오는 일은 없겠지만 소 시주의 무운장도를 멀리서나마 빌어 줄 테니 용기를 잃지 말게." 강옥봉은 정중하게 포권했다. "노선사님, 안녕히 가십시오. 구양 형! 잘 가시오." 구앙욱은 눈물로 얼룩진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대협, 정말 고맙소. 불초를 살려 주신 은혜는 영원히 잊지 않겠소." 구양청은 온화한 얼굴로 그의 손을 잡은 채 한걸음 내딛었다. 스으응! 단순히 한 발짝 내딛었을 뿐인데도 그들의 몸은 섬전처럼 앞으로 치 달려갔다. "아미타불……!" 나직한 불호와 함께 두 조손의 모습은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되었 다. 강옥봉은 감회에 젖은 눈으로 멍하니 그들이 사라진 곳을 다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바닥에 쓰러진 채 혼절해 있는 구소양의 몸을 옆구리 에 끼고는 번개처럼 몸을 날려 어디론지 사라져 갔다. |
첫댓글 감사합니다
즐감~!
ㅈㄷㄱ~~~~~~~~~~````````````````
감사합니다
즐독입니다
이렇게 불운한 과거사가~~~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줄독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잘보고 있습니다
즐독
잘읽었습니다
즐독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감사해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 늘 감사합니다 ♡
즐독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