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계도 미래산업 핵심으로 부상한 모빌리티 열풍
삼성, 美 전장기업 하만 인수
'디지털 콕핏' 공개해 주목
'자율주행시대엔 차 충돌없다'
포스코, 미래 소재 게발에 사활
LG도 자율주행업체 인수
GS는 킥보드 충전서비스 추진
'우린의 비즈니스 환경이 섬뜩할 정도로 변할 것이라는 데 두려움마저 느꼈습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달 그룹 임원 워크숍에서 '모빌리티 혁명에 따른 자동차 산업 구조 변화, 배터리의 미래,
미래 수소 에너지 혁명, 전기차 시대의 혁명적 수준의 미래가 곧 닥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회장은 특히 포스코의 핵심 사업인 자동차 강판 시장의 변화를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워크숍에서 한 강연자는 완전한 자율주행 시대에는 자동차 충돌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철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 세계 지동차 10대 중 1대에 자동차 강판을 공급하는 철강회사로서의 충격적 전망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최 회장이 철을 대체할 신소재가 무엇인지, 자동차 강판 사업을 어떻게 이끌어나가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모빌리티'(이동 편의 서비스)가 미래산업의 핵심 축으로 급부상하는 상황에서 국내 재계에서도 모빌리티 열풍이 불고 있다.
자동차 회사인 현대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자동차 강판 등을 생산하는 철강 회사 포스코는 '뉴 모빌리티 종합 소재 기업'으로 변신 중이다.
80억달러를 들여 미국의 전장(電裝.전기 장치) 기업 하만을 인수한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내 전자 회사들 역시 앞다퉈
모빌리티 시장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달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아사아나항공 인수의 우선 협상자로 선정되자 내놓은 一聲(일성)도 '아시아나를 인수해
항공산업뿐 아니라 모빌리티 그룹으로 한 걸음 도약히겠다'는 것이었다.
최근 창립 20주년을 맞은 도레이첨단소재 역시 '자율주행차, 플라잉 카 등 뉴 모빌리티 시대의 필수 경량화 부품 소재 시장을
이끌어나겠다'는 전략을 밝히는 등 국내 산업 전반에서 '모빌리티 혁명'을 둘러싼 사업 재편 움직임이 활발하다.
철강.IT 회사도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신 중
포스코그룹은 뉴 모빌리티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계열사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그룹 주력 계열사인 포스코는 전기차, 자율주행차 시대에 발맞춰 자동차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철강 제품(기가 스틸), 전기 모터의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는 전기 강판 등 미래 자동차용 소재 개발에 주력해 왔다.
포스코인터네셔널은 전기차 모터의 핵심인 모터코어를 공급하고,
포스코케미칼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부품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를 공급하고 있다.
포스코는 '포스코케미칼 등 계열사와 함께 양극제 음극제 사업 부문에서
2030년까지 세계 시장 점유율 20%, 매출 17조원으로 키워 그룹 성장을 이끌어 가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예외가 아니다.
하만을 인수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최대 가전쇼인 CES에서 삼성전자의 IT와 하만의 전장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콕핏'을 공개해 크게 주목을 받았다.
디지털 콕핏은 IoT(사물인테넷)로 연결된 것을 집 안의 기기와 모바일뿐 아니라 자동차까지 확장했다.
하만은 이 디지털 콕핏을 중국 전기차 제조 회사 BJEV 등에 공급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또 3억달러로 '오토모티브 혁신 펀드'를 조성해 운영 중이다.
이 펀드는 스마트 센서, 인공지능, 보안 등 자율주행과 커넥티드 카 분야에서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이 펀드는 첫 번째 전략적 투자 기업으로 자율주행 프랫폼과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의 글로벌 리더인
TTTech(티티테크)를 골라, 7500만유로를 투자했다.
LG그룹도 자율주행차 시장을 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이스라엘 자율주행 설루션 업체 에이아이에 투자를 단행했다.
특히 LG그룹 주요 계열사가 함께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벤처 투자기업 테크놀로지벤처스도 첫 투자로 자율주행 관련
소프트웨어 기업 '라이드쉘'을 낙점했다.
업계에서는 시장 규모가 2020년 1890억달러(약 224조원)에서 2035년 1조1520억달러(약 1370조원)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화학.에너지 회사도 모빌리티에 빠졌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은 급성장하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잡기 위해 혈투를 벌이고 있다.
LG화학은 최근 미국 1위 자동차 회사인 GM과 손잡고 2조7000억원을 들여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고 밝혔고,
SK이노베이션은 베이징자동차 등과 손잡고 중국에 배터리 공장을 준공해 내년 상반기부터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시장조사 업체 IHS마켓 등에 따르면 2017년 330억달러(약 39조원)였던 세계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5년 1600억달러(약 190조원)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1490억달러)를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GS그룹 역시 '모빌리티'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GS칼텍스와 GS리테일은 지난달 글로벌 1위 전동킥보드 공유 시업 라임과 전동 킥보드 공유 사업 관련 파트너십을 맺고
모빌리티 서비스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GS칼텍스와 GS리테일은 라임과 함께 GS칼텍스 주유소, GS25편의점에서 전동킥보드
충전 서비스 제공 등 마이크로 모빌리티 공유사업에 대한 다각도의 협업을 논의하기로 했다.
GS칼텍스 주유소를 전동 킥보드 충전 네트워크로 활용화면 출발지에서 인근 주유소까지 전동킥보드를 타고 가서
주유소에 주차한 공유 차량으로 환승,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게 되는 등 더 편리하고 신속한 이동이 가능해진다.
미래 모빌리티 사업 주요 축 중 국내에서 가장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분야는 차량 공유 서비스 분야다.
SK그룹은 국내 대표적 차량 공유 플랫폼 회사 쏘카에 추자해 2대 주주가 됐고,
현대차가 KST모빌리티(마카롱 택시)에 50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지난 6일 '타다 금지법' 이 국회 국토위를 통과하는 등
국내 차량 공유 서비스는 걸음마 단계부터 이미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