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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고 잔잔한 금음(琴音)이 시작되면서 손에 긴 붉은 색의 채대를 들고 서 있던 방화련의 몸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음악도 아름다웠고 춤도 아름다웠다. 소란스러웠던 백초당 안에는 어느 순간부터 음악 소리만이 남았고, 사람들의 시선은 방화련의 춤에 고정되었다.
너울너울 움직이면서 춤을 추고 있는 그녀가 취홍녀라 불리는 무림의 고수라는 것을 이곳에 온 사람들 대부분이 알고 있었고, 단상 위와 허공을 오가며 펄쩍 펄쩍 몸을 날리며 움직이는 그녀의 춤사위 속에 무공의 이치가 담겨 있다는 것을 알아본 몇 명 사람은 황급히 자신들이 대리고 온 어린 제자들을 향해 귓속말을 하기 시작했다.
방화련은 어린 시절 어머니한테 배우게 되었던 봉황무(鳳凰舞)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중이었다. 단순한 춤이라고 알고 있었던 이 춤을 통해 그녀는 많은 무공의 이치를 금방 터득할 수 있었다. 환(幻)과 변(變) 그리고 쾌(快)보다 어렵다는 둔(鈍)의 이치를 터득하고, 연환(連環)의 기술을 습득할 수 있었다. 그래서 불과 삼십이 채 안되는 나이에 여중제일고수라는 이름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무공을 터득하기 이 춤을 추는 것이 아니었다. 동생의 혼인을 축하하기 위해 추는 중이었다.
춤을 추면서 그녀는 춤과 음악을 가르쳐 주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르고 있었다.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 동생 또한 예전에 어머니에게서 춤과 음악을 배우던 일을 떠올리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느끼고 있었다.
하늘과 땅을 오가며 선녀가 춤을 추고 있는 듯한 환상을 보여주고 있는 방화련의 머리 속에는 돌아가신 아버지와 어머니의 생각에 이어 죽어버린 남편과 만날 수 없는 자식들에 대한 생각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그녀의 춤은 아름다운 만큼 보는 사람에게 이상하게 슬퍼 보였다. 음악도 분명히 흥겨운 것이 분명한데도 이상하게 슬퍼지면서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었다.
그렇게 혼인식이 끝나가고 있을 때 백초당에 잠입한 마교의 제자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구석진 곳에 앉아 있던 마교의 제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밝게 빛나고 있는 환혼경의 조각을 손에 꽉 움켜쥐었다. 단상 위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고 있는 자매의 모습을 보면서 그는 자신이 마교의 성녀를 발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 두 여자들 중의 하나다! 이제 동료들을 모아 반혼(返魂)의 의식을 치른다면 성녀가 깨어날 것이다!'
그가 속으로 그렇게 소리 칠 때 춤과 음악이 모두 끝나고, 백초당 안은 잠시 동안 정적에 잠겨들었다.
다음 순간 우렁찬 함성과 박수 소리가 백초당 전체에 울려 퍼졌다.
"와아! 최고다!"
"멋진 음악에 멋진 춤!"
"내 평생에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과 춤은 처음이오."
함성 속에서 정옥이 옆으로 시선을 돌려 소구에게 말을 건넸다. 그러나 소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백초당의 뒤쪽에 서 있는 한 건물에 고정되어 있었다.
소구와 화련, 수련의 세 방씨의 형제들은 함성 속에 묻혀 있는 비명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은 한시도 그들의 형이자 오라버니인 방종구가 있는 건물 쪽에 신경을 끊은 적이 없었기에, 요란한 함성에 묻혀버려 다른 사람들은 들을 수 없었지만 세 사람은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양려군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비명 소리를----.
소구의 몸이 그대로 방종구가 머물고 있는 건물을 향해 허공을 뛰어 올라 날아가자, 단상 위에 서 있던 두 자매도 그대로 몸을 날렸다.
'오라버니--.'
이미 예상하고 있던 일이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수련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면사가 바람에 날리면서 천하제일미인이라 불리는 그녀의 얼굴이 드러나고 눈가에 흩날리는 눈물 또한 사람들은 볼 수 있었다.
혼인을 축하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은 갑작스런 일에 모두가 혼란한 얼굴로 웅성이기 시작했다.
백초당과 청방의 중요한 인물들이 하나둘씩 연회석을 떠나 한 건물로 모여들면서, 잔치 분위기는 사라지고 무겁고 암울한 공기가 백초당을 감돌고 있었다.
한 노인이 마당 한 가운데 있는 단상 위에 올라와 사방에 포권하며 말했다.
"지금 백초당 안에 심각한 일이 벌어진 관계로 더 이상 연회를 계속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백배 사죄 드릴테니 모두 그만 물러나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연신 허리를 숙이며 죄송하다는 말을 하면서 물러나기를 청하는 노인이 유명한 무림 명숙 천궁 옥형진이라는 것을 알아본 하객들 중의 하나가 소리쳤다.
"옥 대협, 도대체 무슨 일이오?!"
"잠시 후면 백초당 주위에 천라지망이 펼쳐질 터이니 지금 떠나지 않으면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어서 떠나 주십시오! 지금으로서는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이것이 전부입니다!"
천궁의 외침에 백초당 안에 밀려들어온 하객들 모두가 서둘러 밖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무언가 백초당에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천궁의 외침으로 알 수 있었기에 그들은 걱정스러웠지만 지금은 물러나야만 했다. 중무장한 무사들이 백초당 주위를 감싸고 있는 광경이 그들의 눈에도 들어오고 있었다. 천궁의 말대로 하지 않았다간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물러나는 사람들 속에 백초당에 잠입한 한 마교의 제자도 끼어 있었다.
'반혼의 의식을 치르려면 교의 다른 제자들은 서둘러 불러모아야 할텐데---, 이곳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인파에 밀려 밖으로 나가면서 암흑천사라 불리는 마교의 제자는 삼엄한 경비가 펼쳐지고 있는 한 건물로 시선을 던졌다. 아무런 편액도 없지만 그 건물을 사람들이 맹주전이라 부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였다. 그 안으로 명숙이라 칭해지는 무림의 거두들과 천하에 이름이 자자한 거상들이 하나둘씩 서둘러 들어가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
완전히 의식을 잃고 있는 방종구의 곁에는 한 명의 노인이 앉아서 진맥을 하고 있었다. 개봉에서 가장 실력이 뛰어난 의원이라 알려진 그 노인은 한숨을 내쉬고 일어나 고개를 내저었다.
"아무래도 오늘밤을 넘기기 힘들 것 같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심이----."
몰려든 사람들을 둘러보며 늙은 의원이 말했다.
"살아날 방법은 없는 것이오?"
소구가 자신의 얼굴을 늙은 노인의 얼굴에 들이대며 물었다.
늙은 의원은 다시 고개를 내저었다.
그 침실의 한쪽 구석에서 멍하니 앉아 눈물만 흘리고 있던 양려군이 다시 제 정신을 차렸는지 일어나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의식을 잃기 전 방종구가 부탁한 일을 해야만 했다. 실낱같은 작은 희망을 품고 방종구가 고통에 겨워하면서 하던 말을 들은 것은 오직 양려군뿐이었다.
한 동안 정신을 잃고 의자에서 꼼짝을 안 하던 양려군이 일어서면서 모두의 시선이 늙은 의원에게서 양려군에게로 옮겨졌다.
"의식을 잃기 전 종구 오라버니가 남기신 말씀이 있습니다. 지금부터 그것을 말하지요."
황제만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었다. 무림과 상계를 지배하고 있는 거목 방종구의 유언이라는 사실에 모두가 양려군의 다음 말에 신경을 집중했다.
누군가 침을 꿀꺽하고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다들 이미 예상하고 계시겠지만--, 수련이의 남편인 신기서생 정옥을 다음 대의 청방의 방주로 임명한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소구 도련님에게 부탁하는 말씀을 하나 남기셨지요. 자신이 의식을 잃었어도 숨이 끊어지지 않았다면 소구 도련님의 두 하녀로 하여금 숨이 끊어지기 전에 몸을 얼려 달라고요."
모두의 얼굴 위로 놀람의 빛이 어렸다.
"몸이 얼면 바로 숨이 끊어질 것이오!"
거기 모여 있는 청방의 숨은 실력자들 중의 하나인 남궁 세가의 가주 남궁진호가 말도 안 된다는 얼굴을 하고 소리쳤다. 다른 사람들 남궁 진호와 같은 의견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양려군의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 위로 희미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신기서생이 백초당에 온 이후로, 오라버니는 자신께서 맡고 있던 일을 하나씩 신기서생에게 맡기면서 남는 시간 동안 동면에 대한 연구를 하셨습니다. 붕어를 가지고 꽁꽁 얼렸다가 얼은 것이 풀리면 살아나게 하는 방법을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지?"
소구는 양려군의 말을 들으면서 서둘러 물었다.
"처음에는 실패만 거듭했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이곳에 소구 도련님의 두 하녀가 오면서 실험은 성공했지요."
"---?"
모두가 의아한 얼굴로 양려군을 바라보았다.
"순간적으로 신체의 모든 활동을 정지시킬 정도의 한기를 뿜어낼 수 있는 소구 도련님의 하녀들을 이용해서 물고기를 이용한 실험은 성공했습니다."
그녀는 말하면서 방종구의 침실 옆에 있는 작은 어항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 안에서 헤엄치고 있는 붕어는 얼어 있었던 것입니다."
모두의 시선은 양려군의 손가락을 쫓아 어항에 고정되었다. 몇 마리의 붕어들이 헤엄치고 있는 작은 어항이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소구의 얼굴 위로 희미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자신에게 괴로움만을 안겨주고 있는 하녀들이었지만 그래도 지금은 그녀들이 백초당에 와 주었다는 사실이 너무나 고마웠다.
"이미 종구 오라버니는 이곳 백초당의 지하에 동면을 위한 모든 준비를 해 놓은 상태입니다. 숨이 완전히 끊어지기 전에 동면을 위한 작업에 들어가야 하니-- 모두 이곳을 나가 주십시오. 청방과 백초당의 일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계속 될 것입니다. 종구 오라버니가 말한 대로 이제 새로이 청방의 방주가 된 신기서생을 믿고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사실상 지난 몇 달 동안 청방의 방주로서의 업무를 하고 있었던 사람은 바로 신기서생이니 모두 믿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방의 한쪽에 서 있던 신기서생이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청방의 업무와 백초당의 일을 모두 파악한 상태입니다. 이곳의 일은 양 여협에 맡기고 다른 분들은 모두 제 집무실로 가서 앞으로의 일을 의논하도록 하지요."
그 방안에 모여 있던 사람들 모두가 신기서생을 따라 떠나고, 이제 방종구의 침실에 남은 사람은 단 넷 뿐이었다.
"소구야, 어서 네 하녀들을 대리고 와라."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들어 방화련이 소구를 바라보며 말했다. 소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늦기 전에 일을 처리해야 했다.
침실을 벗어나 자신의 방으로 가려던 소구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 지붕 위로 시선을 던졌다.
"너희들 이리 와라."
지붕 위에 앉아서 무표정한 얼굴로 방종구의 침실을 바라보던 취하와 취앵이는 훌쩍 방소구의 앞으로 뛰어내렸다.
"들어가자. 너희들의 힘이 필요한 일이 생겼다."
지금까지 아무 도움이 못되고 아니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만을 주고 있던 그녀들은 자신들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다.
밤은 깊어가고 백초당의 지하 깊은 곳에 만들어진 동면을 위한 공간 속에 있는 하나의 투명한 관속에 한 사람의 몸이 들어갔다.
너무나 차가운 기운이 일렁이는 그곳에서 관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은 소구 혼자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한기를 견딜 수 없어 이곳에 들어올 수가 없었다. 오직 소구와 소구의 두 하녀만이 이곳에 있을 수 있었지만 소구는 하녀들도 일이 끝나는 대로 밖으로 내보내고 오직 혼자만이 남아서 얼어붙어 있는 관속의 형을 바라볼 뿐이었다.
"나고 죽는 것이 뜻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지만, 살아 있는 것이 살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 형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형을 이렇게 만든 자들을 하나도 남김 없이 모두 다 죽여 버리겠어. 그들이 어디에 있는 지 모르고 또 무엇을 꾸미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들과는 절대로 한 하늘을 이고 살지 않겠어."
온 몸에 하얀 서리가 끼어 있는 상태에서 담담한 어조로 말하고 있는 소구였지만, 그의 마음속에 이는 복수의 불꽃은 너무나 거세게 타오르고 있었다.
정적 속에 잠겨 있는 백초당을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바라보고 있는 마교의 암흑천사는 그 안으로 잠입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나 삼엄한 경비가 펼쳐지고 있었기에 그는 백초당 안으로 감히 잠입할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누가 성녀의 환생인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백초당이 바라보이는 다른 건물의 지붕 위에 누워서 그 안을 쳐다보던 그는 몸을 날려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개봉의 북쪽에 있는 낡고 부서진 관제묘에는 많은 거지들이 모여 살고 있었다. 밤이 깊어서인지 그곳에 살고 있는 거지들 모두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는 관제묘를 지나쳐 그 뒤에 있는 숲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그곳에 그가 준비한 것이 있었다.
'푸드득'
한 마리의 비둘기가 발에 쪽지를 매달고 밤하늘 위로 날아오르고, 그는 다시 관제묘로 돌아와 거지들 사이에 몸을 뇌이면서 생각했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구나. 이렇게 머물면서 반혼(返魂)의 때를 기다리면 되겠지--.'
첫댓글 즐독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즐감
감사 합니다
즐독 입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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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0^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